• 원제: You Can Imagine the Christmas Dinners
  • 저자: ardenteurophile + 역자: PasserbyNo3
  • 등급: 13세 이상 (T)
  • 길이: 중편 (약 25,000단어)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셜록은 엄마, 마이크로프트와 함께 하는 (그리고 “안시아”도) 크리스마스 저녁식사에 존을 데려옵니다.
      이날 오후, 존은 그 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 자신만 빼고 - 셜록과 자신이 커플이라고 여기는 듯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속임수도 있구요. Pre-slash이자 slash에요.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ardenteurophile.livejournal.com/6115.html



“네 어머니가 여기 사신다고?” 존은 끊임없이 이어진 자갈길을 따라 걸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몹시도 추운 밤이었다; 그는 입고 있던 코트를 꼭 움켜쥐며, 제일 좋아하는 모직 스웨터를 입겠다는걸 셜록이 내버려둬 줬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이런 류의 가족 모임에 딱히 ‘적절한’ 것 같진 않다던가; 이제서야 존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셜록은 대답처럼 흐음, 소리만 내고는, 그들 앞에 쫙 펼쳐진 잔디밭과 포플러 나무 한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우뚝 솟아있는 대저택을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마이크로프트네지, 당연히. 그 인간은 언제나 지독하게… 야단스럽잖아.”[각주:1] 

“야단스럽다구?! 셜록, 세상에, 공작들까지 있는걸!” 존이 잔디밭 너머 저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구려.”[각주:2] 

“왠지 말포이가의 저택 같은 데라도 와 있는 기분이네. 여기 말포이가 저택인가?” 

셜록이 몸을 살짝 돌려서는 존에게 질문이라도 하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려 보인다. 

“알 것 같네, 너 해리 포터 본 적 없지?” 존은 휴, 한숨만 나왔다. 그런 걸 셜록이 들어본 적이나 있을까. 셜록이라면 마법사가 뭔지 알고나 있을지 궁금해지는 존이었다.

“이것도 네가 좋아해 마지않는 대중문화의 일종인가? 그런 데 투자할 시간도 그럴 생각도 없다는 거 알잖아, 존.”

“한주 걸러 한번씩은 지루해하면서, 왜 그럴 때 안 봐두는지 모르겠다니까? 그러니까, 아, 모르겠다, 벽에다 총구멍을 낸다든지, 내 점심식사 거리들로 실험을 한다거나 하는 거 말고.”

“쓸데없어.”

“그랬더라면 그놈의 술집 퀴즈에서도 백만배는 더 잘했을 거 아냐.” 존은 동네 술집, 화요일밤 퀴즈에 셜록을 끌고 갔던 대참사를 떠올려보며 투덜거렸다. 그들은 (엄청 고급에 고압적인데다[각주:3], 문 양 옆에는 이상한 대리석 대좌가 있는) 입구에 도착했고, 셜록은 벨을 누르러 팔을 뻗다 말고 이상한 표정으로 존을 돌아보았다. 

“존, 내게도 전문분야라는 게 있고, 너한테도 있잖아; 서로 별개이지만 상호보완적인 거지. 그거야말로 우리 관계가 나한테 무척 소중한, 수많은 이유들 중 하나인걸.” 

예상치도 못하게 헛점을 찔린 존은 눈을 깜박, 했다. 셜록이 이상하게 빙빙 돌려가며 칭찬할 때면 늘 그렇듯이.

“아, 그렇군. 그거… 좋은데.”

셜록은 그를 향해 조금은 들뜬 듯 미소지어보였다. 그때, 두 사람 앞의 문이 활짝 열렸다.

“셜록, 얘애애애야아!”

낭랑한 환영 인사와 함께 - 셜록은 듣자마자 조금 움찔했지만 - 보랏빛과 금빛으로 치장한 여성이 - 엄마 홈즈겠군, 존은 추측했다 - 다가와서 이 친구를 자욱한 향수 냄새와 깃털 목도리로 와락 감싸버렸다. 존은, 어쩐지 조금 전에 목격했던 공작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어머니…” 엄마 홈즈의 어깨 근처 어딘가에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자는 갑자기 물러서더니 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큰 키에, 셜록의 우아한 (어쩐지 말같기도 한)[각주:4] 골격과 두터운 눈꺼풀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짙은 색이었겠지만 지금은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은 정수리 위로 화려하게 틀어올린 채다. “그럼 이 분이 네 파트너-”

“-친구입니다-” 존은 재빨리 작게 되뇌었다. 요즘엔 고쳐주는 데에도 익숙해진 참이었다.

“동료에요.” 셜록은 부드럽게 잘라 말하고는, 존의 등에 한 손을 얹어 집 안으로 이끌어 주었다. “어머니, 존 왓슨이에요.”

“애러실리아 홈즈에요.” 그녀는 스스로 소개하고는 존에게도 다가와 뺨에 키스해 주었다.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갑자기 다가온 꽃향기에 뒤덮인 채 존은 대답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존은 의사에요, 어머니.” 셜록의 목소리에는 미묘하게 자부심처럼 들리는 무언가가 묻어났다.[각주:5] 존은 살짝 어벙해져서 그를 쳐다보았다.

“으음, 네, 그렇습니다.”

“아, 나도 알아요. 당신에 대한 거라면 전부 들었답니다. 드디어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들어와요.”

그녀는 두 사람이 들어올 수 있도록 옆으로 비켜서 주었고, 그들은 안으로 들어섰다. 애러실리아 홈즈가 자신에 대해 대체 누구에게, 어떤 말을 들었는지 퍽 궁금해지고 마는 존이었다. 차가운 겨울밤 밖에 있다 들어온 집 안은 훈훈했고, 계절에 딱 맞게 꾸며져 있기도 했다. 물론 셜록이야 내켜하지 않았다는 것쯤은 장식용 호랑가시나무와 겨우살이를 금방이라도 잡아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는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었지만 말이다.

둘은 애러실리아에게 떠밀리듯 널찍한 거실로 들어섰고, 그녀는 두 사람에게 셰리주를 따라주고는 “얘들아, 부엌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보러 가야겠다”며 훌쩍 사라져버렸다. 존은 누가 요리하는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집이라면 “도우미”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요즘에도 도우미를 거느린 사람들이 있던가?

“야단스럽다니까.”[각주:6] 셜록은 금빛 찬란하게 치렁거리는 장식과 유리구슬들로 뒤덮인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불만스레 흥, 코웃음을 치며 또다시 투덜거렸다.

“자, 자, 셜록. 예의바르게 굴어야지.” 그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존이 돌아보자, 방 안으로 우아하게 걸어들어오는 마이크로프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 둘 다 작년처럼 되는 건 바라지 않잖니, 그렇지?”

존은 마이크로프트가 순록이 그려진 초록 빨강 알록달록한 타이를 매고 있는 걸 알아차리고는 쿡쿡, 터져나오려는 웃음을 참았고, 셜록은 보란듯이 눈을 데굴, 굴렸다.

“형도 잘 알다시피, 작년 일은 전적으로 형 잘못이거든, 마이크로프트.”

“내 잘못!  잘못이라구?! 그렇다면야 스터핑 사태도  잘못이라고 하겠구나. 그쪽은 안녕하십니까, 왓슨 선생.” 

“존이라고 불러 주세요. 잘 지내셨는지, 마이크로프트.” 존은 온화하게 미소지어보이며 남자와 악수했다. 그는 여기에 정중하고도 어른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적어도 그게 셜록이나 마이크로프트일 리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었다.

“우리 가족들이 더 많이 오지 못한 게 유감입니다, 존.” 마이크로프트가 말을 이었다. “사실 우리도 크리스마스에는 꽤나 크게 파티를 했었습니다만, 최근 몇 년간은 엄마가 손님들을 들이기 싫어하셔서요. 특히 셜록이 불을 질러버리고 나서부터는-”

“마이크로프트.” 셜록이 크릉, 싫은 소리를 내더니 셰리주를 내려놓고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존은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쿡쿡, 작게 웃었다. “저 인간이 어딘가 불을 질렀다구요? 맞춰볼게요, 실험이었겠죠.”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죠.” 마이크로프트는 살짝 몸을 기울여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저 녀석, 그냥 방울양배추를 먹지 않으려고 해봤던 것 같지만요.” 

셜록은 뾰로통, 화난 표정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다.
 
“전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모든 실험을 전면 금지해버렸습니다.” 존은 마이크로프트에게 설명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꽤나 탁월한 아이디어였지, 그는 생각했다; 선물을 받을 거라 기대하느냐고 셜록이 물어봤을 때 (누구든간에, 라면 조금은 불쾌한 거고; 셜록에게서라면 뭐,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에 놀라야겠지) 존은 그 대신에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에라도 좀 평화롭고 조용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었다. 그놈의 발톱들이라는 사소한 실수 하나 빼면 말이다.

“정말입니까?” 마이크로프트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저 녀석이 순순히 말을 들었다구요? 놀랍군요, 당신.”

선물이거든.” 저 구석에서 셜록이 씩씩거리며 덧붙였다. “크리스마스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선물을 교환하는 게 관례 아니겠어.”

“네가 이론이라도 알고 있다니 다행이구나, 셜록. 넌 평생 선물 한번 줘본 적이 없었잖니.” 마이크로프트의 대꾸에, 셜록은 얼굴을 구겼다.

“줄 사람이 없었단 말야.” 

존은 불현듯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걸 느끼고는 크흠, 헛기침을 하며 셜록이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려 애써보았다. 때마침 유리잔 가득한 트레이를 들고 방으로 되돌아온 애러실리아가 반가워지는 그였다.

“얘들아, 저녁 준비가 다 되었으니 이쪽으로 와주렴. 셜록, 의자에 그렇게 구부정하게 앉지 말거라, 안 어울린단다. 마이크로프트, 지하 저장실에서 레드와인 몇 병 가져다주겠니? 67년산은 말고. 요전에 애들러가에서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각주:7] 독이 든 게 아닌가 싶구나.”

존은 자신이 마지막 말을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의아해하며 눈을 깜박, 해봤지만, 이 분이 누구 어머니인지를 다시금 떠올려보고는 제대로 들은 게 맞을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마이크로프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복도 아래로 사라졌고, 셜록과 존은 애러실리아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존은 훅, 심호흡을 했다.

기나긴 밤이 되겠군.








+)
크리스마스가 막 지났으니, 마형님 말씀대로 이 두 남자의 크리스마스를 상상해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투덜투덜 삐짐쟁이 셜로기도 그렇지만, 시집 셜로기네 집에 처음 와서 긴장한 와중에도
은근슬쩍 엿보이는 존의 생각들이 귀엽다. 세상에, 시어머니 우아한 여자분에게 공작에다 말드립이 다 뭐니. : ]

※ [지긋지긋한 일상 탈출법]은 이 글의 프리퀄. 이 작가님의 글은 알콩달콩 귀여운 맛이 있어서 좋다. 



  1. ‘He always was so… showy.’ - 고시랑고시랑 꿍얼꿍얼 셜로기. [본문으로]
  2. “Tacky.” - 고시랑고시랑 꿍얼꿍얼 셜로기 2. 느낌 맞춰 옮긴다;; [본문으로]
  3. ‘ostentatious and overbearing’ - 나름 ‘o’로 두운 맞는 느낌이라, 의미 살려서 ‘고’로 맞춰서 옮긴다. [본문으로]
  4. ‘if somewhat horsey’ - 지못미 셜록… [본문으로]
  5. 내 남친은 의사라능! [본문으로]
  6. “Showy.” - 고시랑고시랑 꿍얼꿍얼 셜로기 3. 녀석 참;; [본문으로]
  7. ‘it was an early Christmas present from the Adlers’ - 깨알같은 질투 XD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