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Puppies, Ponies, Parisian Sweets [각주:1]
  • 저자: Senket + 역자: PasserbyNo3 
  • 등급: 전체연령가 (G)
  • 길이: 단편 (약 870단어)
  • 경고: 없음 (어쩌면 개드립) [각주:2]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 요청글(Prompt)에 대한 응답으로 작성했습니다. 
    - 제가 지금 지나치게 길고 심각한 이야기들만 쓰는 중이라서요.
  • 역자 주석: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senket.livejournal.com/14036.html



엄청 바빴던 어느 날 밤, 이 수영장은 꽤나 불행할 운명이었던가 보다. 십여 년쯤 전 칼 파워스 이후로는 죽은 사람을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던 곳이었는데 말이다. 다행히, 이 수영장의 차가운 물이 본 이야기에서 제일 중요한 두 등장인물들을 (거의) 다치지도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감싸준 덕분에, 그 엄청 의젓한 영웅님께서 달려들어와 둘 다 구해낼 수 있었던 거다.

정말 중요하신 네번째 등장인물은, 그 덕택에 꽤나 행복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주일 후, 의젓한 영웅님의 오래된 일기장- 아, 진짜? 죄송 죄송.
그로부터 2주일 후, 의젓한 영웅님의 오래된 일지(꽤나 오래된 녀석이다. 사실상 30년은 더 되었으니까.)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사라져버렸다.

도둑이었냐구? 네번째 등장인물, 그러니까 꽤나 중요하신 분이었다(몰래, 늘 그렇듯, 다른 누구도 아직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일부러 그런거니까. 알면서.). 그 남자의 이름은 마이크로프트 홈즈. 그는 허둥대는(아님 말고) 존 왓슨과, 당연하게도 - 등장인물 #4의 동생, 셜록 홈즈를 당당하게 구출해준 의젓한 영웅님(당연히, 레스트라드지)[각주:3]에게 고마워하고 있었다. 정말, 엄청 고마워하고 있었다. 너무도 고마운 나머지 크리스마스 기간의 12일씩이나 투자해서 달랑 열 살 먹은 꼬맹이의 일기-실수, 일지를 참고차 읽어볼 만큼 말이다.


첫날? 자전거였다. 불꽃 무늬가 아로새겨진 철제 몸체에, 엄청 튀는 플라스틱 물병 홀더가 달린 걸로. 마이크로프트는 의욕에 불타며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레스트라드는 자기 오토바이로 향하던 중에 벙 찐 표정으로 흘긋 쳐다본 게 다였다. (어쨌든, 가죽옷은 환상적이었고 마이크로프트는 내심 감사했다. 으음.) 다시 자리로 돌아왔을 때, 예상했던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는 게 그는 살짝 짜증이 났다. 그래서 그 페이지를 찢어버리고는, 다른 소원이 눈에 띌 때까지 꾸불꾸불한 어린애 글씨들을 휙휙 훑어보았다.


둘째 날은 토요일이었다. 그 말인즉슨, 어쨌든간에 정오가 되기 전까지는 레스트라드가 침대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는 문앞까지 발을 질질 끌고 걸어가 신문을 집어들어 펼쳤고, 그 와중에 코앞의 계단에 놓인 상자를 거의 못 보고 지나칠 뻔 했다. 기분 좋은 듯한 낑낑 소리에 그는 눈을 돌렸다. 복실복실한 노란 강아지 한 마리가 그를 보고 학학대고 있었다. 꼬리를 열심히 흔드느라 골판지 상자 끝을 시끄럽게 툭툭툭 쳐대면서. 레스트라드는 눈을 깜박이더니, 문을 닫았다.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렸다; 그는 수상하게 주위를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그 작은 생명체를 안아올리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크로프트는 기쁨으로 한껏 들떠서는 스스로에게 한 점 추가했다.


셋째 날, 얼룩무늬 셰틀랜드 망아지가 이웃집 베고니아를 뜯어먹고 있는 광경을 발견한 레스트라드는 상당히 기뻐보이지 않았다. 그는 동물센터에 전화했다. 마이크로프트는 하루 종일 삐져 있었고, 문제의 일지를 여러 장 뜯어버리고야 말았다. 어쨌든간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뭐, 앳된 그레고리 레스트라드가 패스 좀 잘 해보라며 함께 축구하던 친구들을 놀리다 진흙탕에서 뒹굴며 웃고 떠드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넷째 날은 말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다.
그레고리 레스트라드가 번쩍거리는 붉은색 컨버터블을 쳐다보지도 않고 지나쳐 버렸으니까. [각주:4]


다섯째 날은, 그나마 조금 더 흥미로웠다 - 태평양 어느 섬의 방갈로 권리증서를 발견했을 때, 그는 사기꾼 어쩌고를 중얼거리며 가볍게 쓰레기통 안으로 던져넣었다. [각주:5]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그리고 아홉째 날에는 다양한 디저트들로 공략했다. 그레고리는 마이크로프트만큼이나 단 걸 좋아하는 게 분명했다. 그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레스트라드는 몽땅 다 받아들었고, 마이크로프트는 우쭐해졌다. …물론 그 모든 건 다 꽁꽁 싸여 있는 채로, 식료품점 종업원들이 배달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레스트라드가 믿을 리 없지 않겠는가.


열번째 날은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때에 맞춘 뮌헨행 티켓들이었는데, 이건 그야말로 어림짐작이나 다름없었다. 마이크로프트가 열심히 심어놓고 있는 감시카메라들을 레스트라드가 꾸준히 찾아내서 없애버린 탓에, 더 잘 숨겨둘 수 있게끔 그를 잠깐 집 밖으로 끌어내야만 했기 때문이다.


열한 번째 날쯤 되자, 마이크로프트는 점점 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레스트라드는 침실 한가운데에 놓아준 초콜렛 분수를 정말 마음에 안 들어하는 게 분명했다. 의미없다는 거야, 뭐야? 마이크로프트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열두 번째 날, 마이크로프트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경솔한 게 아니다, 정말로). 그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우산에 기대서 있었다. 뒤늦게 나온 레스트라드는 그를 거의 쓰러뜨릴 뻔 했고, 뒤로 물러섰을 때는 아예 넘어질 뻔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레스트라드는 잠시 그대로 선 채, 수수께끼의 정장 차림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도와드릴 일이라도?”

“당신을 위해 왔습니다.”

“뭐라구요?”

“당신 남자친구가 되어주려고 말이죠.”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색해서 죽을 것 같았다. 적어도 이 의젓한 영웅님에겐 그랬단 거다. 마이크로프트는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지만.

“…뭐라고 하셨죠?”

“당신 남자친구가 되어주러 왔다니까요!” 그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다시금 말했다. “음, 난 돈이 많습니다.”
레스트라드는, ‘으으음’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입을 다물고 가볍게 헛기침했다. 그는 잠시 당황하며 마이크로프트의 어깨를 흘끗 바라보고는, 밀쳐내고 문을 다시 닫아버릴지 그냥 이 대화가 알아서 마무리되게 내버려둘지를 망설였다.

“네. 음. 죄송합니다만,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주머니에서 닳아 해어진 책자를 한 권 꺼내며, 마이크로프트는 가볍게 미소지었다. 레스트라드는 그걸 보더니 잠깐 얼굴이 하얘졌지만, 당황스러움을 빠르게 추스리고는 몸을 숙여 그것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페이지들이 왜 이렇게 많이 찢어져 있는건가요?”

“그건 신경쓰지 마시죠.”[각주:6] 레스트라드의 손끝에서 일지를 빼내며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했다.

“여기 씌어 있잖습니까. ‘내가 평생 잘 살 수 있게 해줄만큼 부자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똑똑하고, 날 정말 많이 좋아해주는 사람이었으면.’ 그래서 내가 온 겁니다.”

레스트라드는 눈을 깜박였다. 그는 플랫 안에서 열심히 가구들을 들이받으며 뛰노는 강아지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금 마이크로프트를 마주보았다.

오랜 침묵 끝에, 그는 한숨을 내쉬며 문가로 한 발짝 나섰다.

“좋습니다, 그럼 들어오시죠.”



+)
앵스트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자 달콤포근한 단편으로 잠시 쉬어가기. 
난 이렇게 부끄러움같은거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들이대는 마이크로프트가 좋더라. 
그나저나, 열 살 꼬맹이 시절부터 '남자친구'를 찾고 있던 레스트라드…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 ]




  1. 'P'로 두운을 맞춘 원제가 재미있어서, 나름 느낌을 살려보고자 각운을 '지'로 맞춰봤다. [본문으로]
  2. ‘senseless drivel’였지만 한국이라면 역시 이 표현이… [본문으로]
  3. the Dashing Hero! ♡ [본문으로]
  4. 아악! [본문으로]
  5. 아악!! [본문으로]
  6. 이것이 바로 쿨싘 마형님 간지.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