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친밀감  | Intimacy  



‘존에게 키스하고 있어… 내가 정말 존에게 키스하고 있어.’ 머뭇거리며 입술을 맞대어 누르던 순간, 셜록의 머릿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다. 모든 주의력은 그전까지 금지되어 있던 방식으로 존을 만진다는 감각으로 온전히 집중되어 버렸다.

존은 잠시 굳어버린 것 같았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니… 존이 키스해주고 있는거야.’ 전에 그랬던 바로 그대로 그의 목덜미를 그러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아래 맞닿은 입술이 살짝 벌어지는 걸 느끼며 셜록은 내심 정정했다. 다른게 있다면, 이번에는 치약 대신 차와 희미한 숏브레드(shortbread biscuit) 맛이 느껴진다는 것 정도일까.

그 맛을 조사해보고 싶어졌다; 그의 나머지 온 몸을 탐구했던 것처럼 존의 입안까지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할 생각을 하기 시작했을 때 존이 갑자기 고개를 뒤로 빼냈다. 셜록은 무심코 그의 움직임을 쫓아가며 다시 입술을 포개어 보았지만, 존은 곧바로 거친 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완전히 돌려버리고 만다.

순간 거절당했다는 두려움이 셜록의 머릿속을 스쳐가며 처음으로 부끄러움에 화끈거리는 걸 느꼈지만, 이내 이성이 자리를 되찾았다. 존은 그를 사랑했다. 그도 알고 있었다. 그의 인생을 걸고 믿어도 좋을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건 바로 그 마음일 거다.[각주:1] 그는 기다리기로 했다.

“나, 꿈꾸고 있는 건가?” 셜록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묻는 존의 말에, 모든 게 이해가 되었다. 셜록은 빙글 웃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움직임이 느껴지는 걸 보니 존이 몸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셜록도 똑같이 따라해서, 둘은 서로 앉은 채 반쯤 몸을 돌려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네가 어떻게… 네가 대체 어떻게 이걸 아는거야?” 존의 목소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날카로웠다. “네겐 한번도 내 꿈에 대해선 이야기하지 않았잖아, 네게 키스한다는 거 말고는. 어디에선지, 어떻게인지… 그런 건 말해주지 않았는데… 그건 … 그러니까, 거의 정확하게…”

셜록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결국은 존도 알아차리겠지.

“그거… 그게… 꿈이 아니었어?” 얼떨떨해하는 목소리다. “처음 그때… 정말 그랬던 거야?”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존이 화를 낼까? “내가 말해줬어야 했던 걸까, 존?” 그는 물었다. “네게 말은 하고 싶었지만, 난 두려… 난 네가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존은 여전히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그날 밤이었겠네. 공원에서 돌아왔던 날, 네가 소파로 몰래 들어왔었던 그때 말야. 그러니까 그 다음날 아침에, 내가 그땐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지 않다던 말은 - 이걸 말하는 거였군.”

질문은 아니었기에, 셜록은 아무말 없이 가만 기다렸다. 존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던 탓이다. 어쩌면 그대로 따라하려던 게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첫키스였기에, 둘 다 기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존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거다.

“그럼, 내가 계속 ‘입에는 키스 금지’라고 말해왔던 그 동안… 택시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눈 직후에… 사실은 이미 네게 키스해버렸던 거네?” 존의 목소리는 그저 놀란 것 뿐, 화난 기색은 없었다. 어쩌면 조금은 당황한 걸지도. 셜록은 손을 들어 확인해보았다 - 그래, 딱 그런 표정이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안 깨어나더라구. 네가 알고 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 아니었다면 말이라도 해줬을 거야.” 어깨를 으쓱하고는, “미안해, 존; 내 잘못이야. 내가 널 건드린 거고, 넌 - 넌 그냥 나한테 키스한 것 뿐인걸.” 약간 후회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밤 이후로 계속 널 부추겨보기도 했지만, 다신 해주지 않더라구.”

존은 짧게 웃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그건 네… 내가 네 첫키스를 빼앗고서는 알지도 못했던 거야?”

셜록은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 했다. “넌 잠들어 있었는걸, 존. 빼앗았다면 내가 그런거겠지.” 잠시 생각도 해보았다. “그럴까봐 내가…” 견딜 수 없을만큼 닭살스럽게 들리지 않으려면, 이걸 대체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되돌려주고 싶었던 거고.” 정도로 끝맺어 본다.

존의 표정만으로는 어떤 감정인지 읽어내기 어려웠기에, 셜록은 손을 올려 검지손가락으로 그토록 오랜 시간 생각해왔었던 입 주위를 어루만져보았다.

“우리 다시 해봐도 될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감정들을 아직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젠 확신할 수 있어. 우리 사이도.” 존이 입술을 벌리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네가 걱정했던 대로 - 깨어나서 정상으로 돌아오고, 그 감정들도 사라져버리면?” 존은 주저하는 듯한 - 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러면 어떡할 거야, 셜록?”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하지? 우리는?”

셜록은, 존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얹으며, “다시 자라날 거야, 존.” 말해주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시 자라날 거야.” 자신의 손을 감아오는 존의 손가락을 쥔 채, 이 남자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여주기만을 바라며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젠 알게 되었으니까 - 불현듯, 뼛속 깊이 확실하게. 그 마음들 모두 진실이라는 걸. 그가 줄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는 것도.

마침내 존이, 손을 펴 셜록의 심장 바로 위를 지그시 눌러왔다. “알았어.” 나직한 존의 대답. 셜록은 그의 용기와 믿음, 그 사랑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그를, 존은 소파로 밀어내고는 위로 올라탔다.

“자, 어디까지 했더라?” 존이 묻는다. 그냥 하는 말이리라. 마음 속에는 확실히 생각한 게 있는 것 같았으니까.

셜록은 두 손을 존의 얼굴로 올리며, 이 자세에서는 서로의 눈높이가 같다는 데 흥미를 느꼈다. 가끔씩 이렇게 놀라우리만치 괜찮은 생각을 해내는 걸 보면, 어쩌면 존의 지성에 대한 의견을 조금 상향 조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각주:2] 

셜록은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여, 원하던 그곳 - 바로 그 앞에서 멈추었다. “이번엔 나 안 막을거지?”

존이 내뱉는 숨결과, 어깨에 얹혀 있던 손이 목덜미로 옮겨와 - 머리카락 사이로 감겨드는 손가락까지 느낄 수 있었다. “널 다신 막을 수 없을 것 같은데.”

셜록은 서로의 입술이 아주 살짝, 가볍게 맞닿을 만큼 존을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존의 고개를 그대로 부여잡은 채 스스로의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차츰 입술을 벌려, 조금씩 조금씩 존의 입술을 스쳐가게 했다. 머리카락 사이를 감은 손가락이 나긋해지더니, 움직이려 들지도 않은 채 셜록이 이끄는 대로 자신을 맡겨왔다.

이렇게 닿는 게 그 모든 것들과는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는지. 정말 매력적이었다; 셜록은 이걸 설명해낼 수조차 없었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했다.

한 손으로 존의 목 뒤를 감싸안아, 서로의 입술을 더 가까이 맞대어 확실히 키스했다. 그리고는 살짝 떼어내, 감정이라도 하듯 아랫입술을 혀로 핥아보았다. 흥미롭군. 다시 앞으로 기울여 조금 더 입을 벌리자, 존 역시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상대방의 입 한가운데를 목표로 해야 하나, 아니면 입술을 하나씩 하나씩 훑어가야 하는 걸까? 차례대로 하나씩 해 보며, 그때마다 조금씩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두 가지 생각이 밀려왔다. 첫번째는,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자신이 전혀 모른다는 거였다. 그가 바라는 건 존의 입 안을 할 수 있는 한 세세하게 탐구해보는 거였지만, 머릿속에 두고 있는 거기까지는 난입하는 것처럼 느껴질 게 분명하니, 이제부터는 비교적 표면적이긴 하지만 양호한 방법으로 해봐야겠지 - 아무래도 예의란 게 있을 테니 말이다. 한 가지 유감스러운 건, 애석하게도 어떤게 적절한 수순인지 조금도 알 수 없다는 거겠다. 

두번째로 깨달은 건, 키스가 존에게는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라는 것과, 그가 무척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깨달음은, 존이 과거에 키스했었던 - 가까운 가족이라는 있을만한 예외까지도 포함해서 - 모든 사람에 대한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감부터 시작해서, 현재의 진도나 느낌이 일반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존이 실망해버릴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말았다. 

서로 가까이 붙어있다는 걸 감안하면, 그가 어쩔 줄 몰라하는 걸 존이 알아차린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 테다. 몇 번 더 짧은 키스를 나누고는, 그가 가볍게 물어왔다. “내 차례?”[각주:3] 

셜록은 맞닿은 그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내며 말했다. “응, 그래줘.” 그의 얼굴을 감싸오는 손과, 머리칼을 그러쥔 다른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꼈다. 존은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더니, 입을 포개며 리드하기 시작했다.

셜록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으려 무던히 애를 썼다. 존이 윗입술을 물고 빨아올렸을 때는 물론, 존이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무는 순간과, 존의 혀가 입 안으로 들어와 자신의 혀를 휘감는 순간까지도.

그는 정신 한 구석을 분리해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기록해두려 애썼다. 그래야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을 테고, 한가할 때 이 경험들을 되새겨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존의 손이 그의 턱선을 따라 어루만지며 귓가로 올라오고, 존의 손가락이 그의 고수머리 사이로 밀고 들어왔을 때, 그리고 존의 혀가 자신의 혀를 감아올려 빨아대기 시작하는 순간, 셜록은 자신의 두뇌가 오프라인이 되어버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숨가쁘고 정신없는 상태로 물러나서는, 존에게 이마를 맞대고 그의 목덜미를 꼭 붙들어 스스로를 지탱했다. “괜찮아?” 그렇게 묻는 존 역시도 그만큼 헐떡이고 있었다. 거칠고, 너무나도 갈망하는 듯한 목소리. 셜록은 그 갈망에 저항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 욕구에 응해주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존의 머리를 뒤로 젖히며 그대로 그를 탐했다.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게 적절한지는 더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난생 처음으로 셜록은 자신의 본능에 몸을 맡겼다. 그의 온 몸이 외쳐대고 있었다. 이 남자를 잡고 결코 놓아주지 말라고, 절대 지워지지 않게, 변하지 않게 흔적을 남겨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고, 붙들어두라고. 그래서 전에 만났던 그 누구도 다시는 떠올릴 수 없고, 앞으로도 그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못하도록. 그 밤, 그 다음날부터 분명히 존 왓슨은 그의 것이었고, 그만큼이나 확실하게 - 셜록 홈즈는 절대로 나누는 법이 없었으니까. 

세상 나머지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고, 상관 없는 것들로 사라져버릴 때까지 그들은 키스하고 또 키스했다. 존의 입과 존의 혀, 존의 맛, 존의 내음 외에는 더이상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셜록은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존이 다리로 그를 감싸고 있어 - 존에게는 무릎에 무리가 심해지는 자세였기에 어느 시점에서부턴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셜록은 몸을 틀어 서로의 몸을 뒤집어 소파에 길게 뉘였다. 그러면서도 한 팔로는 존의 허리를 감싸안고, 다른 팔로는 비스듬하게 그의 등부터 목덜미까지를 감아 꼭 끌어안은 채였기에, 같이 쓰러지면서도 맞닿은 입술은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이내, 셜록은 몸을 펴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고개를 기울여 존의 입 안 깊숙하게 혀를 밀어넣으며, 존의 혀를 받아들여 빨아올리고, 가볍게 깨물고, 핥고, 맛보았다. 찾고 싶던 모든 걸 알아내는 것은 물론, 존의 입 안 구석구석까지 지도처럼 그려내고, 키스하는 방법들을 모두 배워낼 수 있을 때까지 - 존이 어떻게 키스하는 걸 좋아하는지, 존을 전율하게, 신음하게 하는 건 무언지, 어떻게 하면 잠시 물러나 셜록에게 속삭이게 하는지를; 셜록을 사랑한다고, 굉장하다고, 오직 그뿐이라고 - 존이 원하는 단 한 사람이자, 존이 이렇게나 원해왔던 유일한 사람이라고.[각주:4] 

그 모든 걸 다 알아내고, 익혀야 할 모든 걸 다 배우고 이 경험에서 얻을 수 있을 만한 모든 새로운 정보들을 모조리 모았을 때, 셜록은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계속 존에게 키스하고, 또 키스하며 앞으로도 결코 충분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코카인조차 카페인마냥 하찮아보일 만큼의 새로운 중독거리를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스하는데 중독된 건지, 존에게 중독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존이 있으니까. 존은 떠나지 않을 거고, 앞으로도 결코 떠나지 않을 테니까. 순간, 반드시 멈춰야 할 것 같아졌고, 멈춰야만 했다. 그는 애써 멈추고는 고개를 들었고, 다가오려는 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며, 말해주었다. “사랑해.” 

그러자 존은 목멘 소리로 간신히 대답하고는 다시, 그에게 키스했다. 존의 얼굴은 젖어 있었지만 미소짓고 있었다. 존이 멈추지 않고 계속 웃는 바람에 점점 어려워지긴 했지만, 둘은 계속 키스하고, 또 키스했다. 아니, 미소짓고 있는 건 셜록이었나. 어쩌면 셜록의 얼굴이 젖어 있는 거였을지도 모른다.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함께 있으니까. 마침내 침대로 가서도, 다른 무엇도 하지 않고 키스하고 속삭이며, 서로를 감싸안은 채 그저 함께 누워있기만 했다. 셜록은 온전하고, 완벽하고, 지극하게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렇기에 그의 시력이나 인생, 혹은 그가 생각해낼 수 있을 만한 세상 무엇이라 하더라도, 존과는 바꾸지 않을 거였다. 



  • 원문: The Heart in the Whole (15/20): Intimacy 
  • 역자 주석: 가슴 벅찬 고백.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렇게나 사랑스러운데. 아아.
      겨우 키스신인데도(?)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거려, 비번을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을 정도. : ] 


  • ◀ 14. 진심이야? | Are you sure?  [ 목록 ]   16. 각성 | Waking Up ▶



    1. ‘If there was one rock he could build his life on, that was it.’ - rock을 반석이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한 것. 비유적 표현보다는 직구로 옮겼다. [본문으로]
    2. 지못미 존… [본문으로]
    3. Aㅏ… 진짜 남자… *-_-* [본문으로]
    4. ‘he was the only one, the only one that John wanted, the only one that John had ever wanted like this.’ - 숨막히는 고백. 이래서 그들이 좋은거다, 정말.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