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5 reasons it is hard to be Sherlock's *mumblecough* + 1 reason it's actually very easy
  • 저자: (익명) + 역자: PasserbyNo3
  • 등급: G
  • 길이: 단편 (약 8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sherlockbbc-fic.livejournal.com/575.html?thread=691519#t691519



하나

“저리 비켜주시죠.” 존이 나직하게 한마디 했다. “지금 과학적으로 실험하는 중이니까요.”

셜록은 고개만 살짝 돌려 기를 죽이고도 남을 만큼 날카롭게 쏘아보고는, 다시 부엌 테이블로 모든 관심을 집중했다. 그 위에 놓인 건… 저것들 혹시 콘택트 렌즈인가? 존이 손톱 끝으로 툭, 쳐보니 엄청 작고 소름 쫙 끼치는 곤충 껍데기마냥 바스락거렸다. 

“난 자러 갈거야.” 존은 피곤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로 선언하듯 말했다. “어쩐지 벌레들이 득시글거리는 악몽을 꿀 것 같긴 하지만. 너는 어떻게 할거야?”

“으음.” 셜록은 관심이라고는 1g도 없는 듯 중얼거렸다. “당신이 각 브랜드별 렌즈의 융해점을 정확히 알려주는 꿈을 꿀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면야 모르겠지만-”

존은, 그냥 버려두고 가기로 했다. 






저들은 경찰이다. 존이 저들의 얼굴을 갈겨버린다 해도 경찰을 부르는 번거로운 짓은 하지 않아도 될 거다. 저들 자체가 경찰이니 당연히 스스로를 부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맙소사. 그는 지금 집어치우라고 버럭 소리치면서 주먹을 꽉 쥐고 달려들지 않으려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하는 중이었다.

도노반이 그러는 건 습관적이다 못해 이제는 거의 애정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그녀도 분명 셜록 덕에 자주 웃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앤더슨 자식은…

존은 천천히, 차분하게 숨을 내쉬려 애쓰며 이를 악물고 식식거렸다. 셜록은 험담 따위 의식도 못한 모양인지(아니면 신경쓸 가치도 느끼지 못한 건지) 계속 시신을 관찰하고 있었지만, 존은 빈정거리는 한마디 한마디에 살의가 치밀어오르는 중이었다.

셜록을 무시할 생각도, 그를 변호해준답시고 괜히 나서서 그를 약해보이게 만들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아,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이런 걸 보고 싶진 않았다, 이런 꼴은 정말이지 보기 싫었다 - 존은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갈데없는 두려움과 분을 삭였다. 담아두었다가 나중에 생각해도 되니까. 그는 셜록의 주름 하나 없이 매끈한 이마 위에 손을 얹었다.

셜록은 그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느릿하게, 얌전하게. 빛을 잃고 멍해보이는 눈빛. 눈앞에 주저앉아 있는 게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존의 손에 얼굴을 파묻는 셜록. 다정하게, 미더운 듯이. 하지만 이건 아니다.

“애쓴 거 알아.” 존은 그에게 말했다. 하지만 지친 기색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나 화 안 났어.”
그저 아주 작은 거짓말일 뿐이다.






긴급하게 도움 필요. 베이커가로. SH

커리 사와요. SH

갈릭 난도. 허드슨 부인은 망고 라씨래요. SH

어쩌면 내가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SH

텔레비전을 망가뜨린 게 확실하네요. SH

올 때 새 텔레비전 부탁해요. 커리도. SH [각주:1]





다섯

그는, 지난 2분 사이에 배터리가 나가버린 걸지도 모른다는 양 다시금 핸드폰을 확인했다. 메시지 없음. 배터리 만땅. 막대기도 잘 뜨는데… 메시지는 없다.

시간이 지나도 시계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존에게는 왠지 들리는 것 같았다; 상상 속에서 울려퍼지는 거대한 톱니바퀴와 텀블러 기어의 쿵, 쿵 소리. 여전히 핸드폰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계단 쪽에서도 발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아랫층에서 허드슨 부인이 신나게 수다를 떠는 것도 아니었다. 구급차 사이렌 소리도 없다. 뭐, 그건 좋을지도. 경찰이 와서 문을 두드리며 뭐라 하지도 않고… 뭐라더라? 정말 유감입니다만 당신의, 어, 남자친구?
 
친구. 파트너. 플랫메이트. 배우자.[각주:2]

당신의 셜록은 사망하셨습니다, 선생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아랫층 현관이 쾅, 열리더니 누군가 쿵쾅거리며 열일곱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섰다. 제멋대로 헝클어진 머리, 정신사납고 기진맥진한데도 아주 멋진 그가. 존은 저 개자식을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었다, 정말로.

“왜요?” 셜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이며 그를 바라보더니, 오른손에 든 비닐봉지를 들어보인다.
“레스트라드가 잘 체포했어요. 칩도 사왔구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은 이유 하나

존은 짧게, 놀라움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한 손으로는 피가 흐르는 허벅지의 상처를 꾹 누르면서 생각했다. 깊은걸. 나중에 꽤나 많이 꿰매야 할 것 같지만, 호들갑을 떨 만한 건 아니었다.

“더이상 심리적인 문제만은 아니게 됐어.” 낄낄거리며 셜록도 함께 웃어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대꾸도 돌아오지 않았다. 존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있는 얼굴은 마치 잘 가공한 뼈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듯 새하얬다. 핏기도 하나 없이 두려움만 가득한 채로. 셜록의 눈빛은, 그가 전장에서 봤던 그 무엇보다도 더욱 거칠게 빛나고 있었다. 

“그냥 가벼운 상처야.” 서툴게 둘러대는 말에, 1초, 어쩌면 2초 정도 셜록의 얼굴에 슬픈 듯한 표정이 얼핏 스쳐가는 걸 보았다. 이내 재빨리 지워버리고 씩씩거리긴 했지만. 
 
“당연하죠.” 그가 팩, 쏘아붙였다. “게다가 당신이 내 현장에 온통 피를 흘려놨단 말입니다.” 하지만 존에게는 그의 눈이 여전히 두려움으로 휘둥그레져 있는 게 보였다. 상처 부위를 누르고 있는 손도 얼음장처럼 차가워져서는 덜덜 떨리고 있었다. “다음번엔 좀더 조심하라구요.” 잠시의 침묵에 이어, 떨리는 숨소리. “부탁이니까, 존.” 

차가운 기계 뒤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사건이었다.



+)
잠시 쉬어가는 단편.
늘 골머리 썩이는 셜록 때문에 안절부절, 울그락불그락하는 BAMF 존이 잘 보여서 귀엽다.
암, 힘들지. 힘들고말고. 저런 개초딩에 자칭 소시오패스를 어떻게 델고 살거야. 존이 아니면 못하지. 
특히, 마지막에서는 그 유명한 게리뎁 편의 애정표현 대사[각주:3]가 떠올라서도 좋다. : ]



  1. ‘PLEASE BRING HOME NEW TELEVISION. AND CURRY. SH.’ - …일단 좀 맞자. [본문으로]
  2. ‘Friend. Partner. Flatmate. Significant Other.’ - XD [본문으로]
  3. ‘It was worth a wound -- it was worth many wounds -- to know the depth of loyalty and love which lay behind that cold mask.’ - 저토록 차가운 가면 뒤에 숨은 충실함과 애정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다치는 것도 괜찮았다. 아니, 여러번 다치더라도 좋았다. (셜록홈즈 전집 - '세명의 게리뎁' 중, 황금가지)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