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Four Cups of tea Sherlock made John
  • 저자: (익명) + 역자: PasserbyNo3
  • 등급: G
  • 길이: 단편 (약 1,5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차는 모든 것을 해결합니다. 그거슨 진리.[각주:1]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sherlockbbc-fic.livejournal.com/8651.html?thread=41551563



한 잔 - 추울 때, 당신을 따뜻하게 해줄 거에요.



지독하게 이른 아침 나절, 셜록과 함께 터덜터덜 베이커가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존은 손끝에 감각을 느낄 수도 없을 정도였다. 셜록을 따라 보이지도 않는 용의자의 흔적을 쫓아 저녁 내내 돌아다니다가, 존은 그 와중에 장갑을 어딘가에서 잃어버리고 말았던 거다. 거실과 복도 사이 문가에 선 채 자켓 단추를 풀어내려는 존의 두 손은 오들오들 떨리고 있었다.

그가 자켓과 씨름하며 간신히 벗어 걸었을 때, 셜록은 부엌에서 뭔가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남은 밤시간 내내 몰두할 수 있을 만한 실험을 하려 드는 거겠지. 침대로 가버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존은 자신도 모르게 의자로 가서는 지친 몸을 이끌고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다시금 피가 돌게끔 해보려 애쓰며, 팔짱을 끼고 두 손을 겨드랑이 사이로 밀어넣어도 보았다. 차 한잔 하면 좋을텐데.

셜록이 머그를 들고 그에게로 다가왔다. 머그 가장자리를 잡아, 손잡이를 존에게로 향한 채로. 존이 멀뚱, 눈을 깜박이고 있자 셜록이 코앞까지 머그를 들이민다. 존은 팔짱을 풀고 머그를 받아들었다. 존이 언 손으로 감싸쥐어도 될 만큼 식었는지를 확인하듯 왼손으로 만져보며, 다른 손으로 손잡이를 꼬옥 붙들 때까지 셜록은 머그를 잡아주고 있었다.

“마실 만큼은 식었어요. 물 좀 부었거든요.”

존은 몇 번 더 눈을 깜박이며 머그를 말똥, 바라보다가 머뭇머뭇 한 모금 마셔보았다.

“몇 겹 더 입어두는 게 나을 겁니다, 존. 조금 이따 다시 나갈 테니까요.” 셜록은 그 말만 남기고는 다시 부엌으로 돌아갔다. 셜록이 차를 타줄 때는 늘 저의가 담겨있기 마련이다.




두 잔 - 더울 때, 당신을 시원하게 해줄 거에요.



존은 덮고 있던 것들을 내팽개쳐버렸다.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텁지근한 4월의 어느 하루, 병원까지 드나들게 만들었던 겨울 감기의 여파로 그의 목구멍은 며칠간 바싹 말라 욱신거리는 중이었다. 지금은 새벽 두시인데도 마치 한낮인 것만 같았다. 존의 방 창문은 활짝 열려 있었지만, 반쯤 젖혀진 커튼 사이로는 바람 따위 전혀 들어오지 않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만 보일 뿐이었다.

침대 옆으로 맨 다리를 뻗으며 몸을 일으켜, 몇번 쿨럭거리며 단단히 여며입은 속옷 차림으로 일어나 앉았다. 목덜미로 흘러내리는 식은땀. 상태가 최악이었다. 어깨를 돌려보며 고개를 좌우로 기울이자, 목에서 우둑, 소리가 났다.

이마에 손등을 대 보았다. 여느 때보다 따뜻했지만, 날씨 때문인지 열이 나서 그런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똑똑,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티셔츠에 속옷 차림의 셜록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머그를 든 채 문가에 서 있었다. 

“당신 차 타왔어요.”

“셜록, 차 마시기엔 날이 너무 따뜻하잖아.”

“열역학이거든요, 존. 차가 따뜻하면 땀을 많이 흘릴테니, 당신 체온이 낮아질 거에요.” 셜록은 조근조근 설명하며 존에게 머그를 들이밀었다. “그것도 그렇고, 목도 좀 풀어줘서 기침이 멎을겁니다. 벽이 종잇장처럼 얇아서 너머에서도 다 들린다구요.”

존은 노려볼 기운도 없었다. 셜록이 내민 머그를 받아들고는 혀를 데이지 않게 조심조심 마셨다.

“어쩌면 내가 머그에 우연히 설탕 대신 위스키를 넣었을 수도 있어요.”[각주:2] 셜록은 방을 나서며 한마디 덧붙이더니, 다시금 바이올린을 퉁기러 사라져버렸다.




세 잔 - 우울할 때, 당신 마음을 풀어줄 거에요.


 
“언젠가 허드슨 부인이 그러더군요, 차가 기분 푸는데 좋다고.” 셜록은 마치 존과 그가 느낄 감정 사이를 막아주는 보호벽이라도 되는 것처럼 차가 담긴 머그를 든 채, 존의 의자 옆에 서 있었다.

“차 한 잔이 이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구, 셜록.”

셜록은 존의 의자 옆 테이블에 머그를 내려놓고는 반대쪽 자신의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는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손을 모아 얼굴 앞에 대고는 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신 잘못이 아니란 건 당신도 분명 알고 있겠죠. 그런데도 비이성적으로 죄책감을 느끼는 거구요.” 셜록은 꼬았던 다리를 풀고는, 존의 시선을 마주하려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존.” 

존이 반박하려 입을 열었지만, 셜록은 말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 여자, 84살이었어요. 30대 때부터 줄곧 만성 천식으로 고생했구요. 나도 이런 표현은 정말 싫어하지만, 그녀도 가야 할 때였던 겁니다, 존. 당신이 군인답게 모두를 구하고 싶어한다는 건 이해하지만, 불행하게도 세상 일이란 게 그리 되진 않아요. 당신이 반드시 신경을 써야겠다면, 적어도 인간은 죽는다는 거나, 그게 우리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현실 정도는 인정하란 말입니다.” 

저 말이 냉정하지만 옳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동안, 셜록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잠시 존을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존은 꿀꺽, 마른 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차 식어요.” 셜록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돌아갔다.




네 잔 - 흥분될 때, 당신 마음을 진정시켜줄 거에요.



“나 토할 것 같아.” 존은 셔츠 목 부분을 열고 커프스를 풀며 부엌 싱크대에 늘어져 기대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려 애쓰며 커프스 단추를 한 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불안해서 그래요.” 셜록은 주전자 스위치를 올리며 대꾸하고는, 건조대에서 두 개의 머그를 꺼내들었다. 셜록은 이미 옷을 다 차려입고 있었다. 커프스 단추도 잘 채우고, 깔끔하게 타이까지 맨 채로.

“내가 뭐 때문에 불안해해야 하는데?” 존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셜록을 똑바로 쳐다보며 따져물었다. 셜록은 존이 씩씩거리며 주의가 흐트러진 틈을 타, 땀으로 축축해진 손에서 커프스 단추를 빼앗아서는 오른쪽부터 커프스를 채워주기 시작했다. 
 
“좋든 싫든, 당신 인생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겠다는 서약을 하기 직전이잖습니까. 누구라도 불안해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셜록은 왼쪽 커프스까지 채우며 말했다.
 
“난 아프가니스탄도 쳐들어갔었는걸.”

“그런데 고작 결혼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엌 싱크대에 토할 지경이군요. 그럼, 흥분되는 건가요?” 셜록은 두 개의 머그에 더운 물을 부어넣고는, 스푼으로 휘휘 젓고는 티백을 꺼내어 싱크대로 던져넣었다. 존은 이제 타이를 매어보려 했지만, 어떻게 매는지도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천쪼가리를 감고 또 감고 있는 품을 바라보며, 셜록은 그가 자기 목에 올가미라도 매려는게 아닐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셜록은 존의 손을 밀어내고 하프 윈저 노트 식으로[각주:3] 매어주기 시작했다.

“넌 불안해?” 존은, 그날 처음으로 셜록의 눈을 마주보며 물었다.

“대체 내가 뭐 때문에 불안해해야 한답니까?” 존이 자켓을 입는 걸 도와주며 되묻던 셜록은, 존의 훈장을 바로해 주면서 슬쩍 미소지었다.

“여보세요오~!” 허드슨 부인이 부엌 문을 똑똑, 두드리며 소리내어 불렀다. 그녀는 존과 셜록이 부엌에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다가서던 걸음을 멈추었다. “너희 둘 다 멋지구나.” 허드슨 부인은 분홍빛 자켓 소매에서 레이스 달린 손수건을 꺼내들었다.
 
“허드슨 부인, 기쁨의 눈물은 식을 위해 아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존은, 셜록이 건네주는 차를 받아들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미안하다, 얘들아. 너희 둘 다 너무 멋져서 그래. 네가 제복에 훈장까지 달았잖니. 그리고 셜록은,” 그녀는 잠시 멈춰, 평소와 별다를 것 없는 정장 차림의 셜록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 “타이도 맸고.”[각주:4] 

노려보지 않으려 애쓰는 셜록을 보며, 존은 소리내어 웃느라 마시던 차를 뿜어낼 뻔 했다. 그때, 플랫 밖에서 경적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차가 왔나보다, 얘들아. 기사님께 곧 내려올거라고 말해둘게, 알았지?” 허드슨 부인의 물음에, 존은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돌아서기 전에 한번 더 둘을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은 미소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직도 메스꺼워요?” 남은 차를 싱크대로 흘려보내며 셜록이 물었다.
 
“조금.” 존 역시 따라하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베레모를 꾹, 눌러쓰고 한쪽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넌 어때?”
 
“말했잖아요, 존. 난 불안할 게 아무것도 없다구요.”
 
“결혼하는게 흥분되지는 않고?” 
 
잠시 후 셜록과 존이 보도에 다다랐을 때, 셜록의 얼굴에는 허드슨 부인에 못지 않을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존에게 잡힌 손에는, 살짝 땀이 배어 있었다.



+)
차, 차, 차~ 존에게 차는 진리! 무엇보다, 차 한잔 한잔에 담긴 셜록의 마음이 좋았다.
네가지 모두 차의 효과이기도 하지만, 셜록이 전해주고픈 마음 역시 다짐처럼 담겨있는 것만 같아서. : ]



  1. ‘Tea solves all. Trufax.’ - Trufax 느낌 살려서(마음도 담아서!!) 옮겨본다. [본문으로]
  2. 딱히 너…널 위해 준비한건 아니야!! [본문으로]
  3. ‘half Windsor knot’ - 넥타이 매는 법. 이렇게 하는거라고. http://goo.gl/1fc9k [본문으로]
  4. 훈장 vs 타이…;;;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