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A Shocking Lack Of Mess 
  • 저자: random_nexus + 역자: PasserbyNo3
  • 등급: PG-13 (전체연령가)
  • 길이: 단편 (약 4,2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존은 무시무시한 놀라움을 경험하고, 더 놀라운 걸 깨닫게 됩니다.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random-nexus.livejournal.com/150558.html



존은 게슴츠레하게 반쯤 감긴 눈을 하고, 무거운 발을 질질 끌며 아랫층으로 내려왔다. 조금 욱신거리긴 했지만 괜찮은 쪽이기도 했고. 어젯밤, 존이 자러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던 찰나 셜록이 그에게로 기대오며 키스해 왔었다. 예의 그 길고도 느릿한, 감미로운 키스. 셜록이 정말, 너무너무 잘 하는 거기도 했다; 셜록은 이렇게 끝내주는 방식으로 존의 입술을 점령하면서, 동시에 그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리모콘으로 텔레비전을 꺼버렸었다. 
 
이틀 전 그들은 ‘적당히 흥미로운’ - 그러니까 ‘위험이 적고 폭발이 없는’이란 의미라 하겠다 - 사건을 해결했었고, 이어 플랫에 도착하자마자 소파에서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한 섹스를 나누기도 했었다. 하지만, 존은 셜록이 유혹해 오는 때가 정말이지 좋았다.

그러니 셜록이 윗층으로 이끌어줄 때까지 그는 미소를 멈출 수가 없었고, 온 몸은 이미 흥분으로 달뜬 상태였던 거다; 그렇게 세번이나 해버렸으니, 그 후 존이 자신의 연인에게 얼마나 죽여주게 훌륭했는지 말로 한마디 해주기도 어려울 만큼 완전히, 제대로 젤리마냥 흐물흐물 녹아떨어진 거야 말할 필요도 없겠다. 까무룩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할 무렵 ‘사랑해’라고 웅얼거리면서도, 존은 대답이 돌아올 거라 기대하진 않았었다. 가끔 존이 무심결에 그런 말을 할 때면 셜록은 그대로 굳어버린 채 생각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정말 싫어하는 기색을 드러내보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말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존은 힘주어 더 꼬옥 감싸안는 긴 팔과 머리결에 와닿아 부드럽고 따스하게 스러지는 셜록의 숨결을 느끼곤 했다.

그런 다음 길고도 놀라우리만치 만족스러운 단잠을 자고 일어난 존은, 꾸물꾸물 부엌으로 내려와서 보지도 않은 채 주전자로 손부터 뻗었다; 이쯤 되면 완전 자동이다.

주전자가 없다.

“맙소사, 이번엔 뭐야?” 꿈벅, 눈을 깜박이고는, 주전자에는 필시 알 수 없는 화학적 화합물이 담겨 있으리라 지레짐작하면서 휘 둘러보았다. 어쩌면 육식성 수서곤충이 들어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날아가버린 걸지도 모르지. 또. 이런 사례들로 보자면, 그가 취해야 할 다음 행동은 셜록을 찾아서 싫은 소리를 한마디 - 아님 두마디쯤 해주는 거겠다. 주전자, 존의 주전자는 지난번 사태 이후로 금기 품목이란 말이다. 천장에는 아직도 시커먼 얼룩이 그대로 남아있지 않은가.[각주:1]  

문제의 주전자는 싱크대 위 건조대에 놓여있었다. 반짝반짝 광이 날 정도로 깨끗하기까지 하다. 존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뜨고는, 주전자의 매끈하게 빛나는 표면을 머뭇머뭇 건드려보았다. 잘 닦여져 있는데다, 그가 한 것도 아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도통 깨어나려 들지 않는 머리로나마 잠시 생각해 보려 애쓰며, 주전자를 집어들어 덮개를 열고 킁킁, 냄새를 맡아보았다. 이상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안에도 깨끗한 거다. 그렇긴 해도 존은 일단 몇번 헹궈낸 후 렌지에 올렸고, 아침마다 늘 그랬듯 차를 타기 시작했다. 좋아. 셜록이 뭔가 위험한 용도로 썼다 하더라도, 최소한 씻어는 놓은 거군. 존은 나중에 한번 이야기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찬장을 열어 차 캔을 끄집어내고는, 제일 아끼는 머그를 찾으려 다음 찬장을 열었다.

그러다 말고 돌아서서 아까 그 찬장을 다시 열어보고는 놀라움에 끙, 신음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찬장 안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물건들이 좌르륵 순서대로 재배치, 재정렬되어 싹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차들은 모조리 한 곳으로 - 평소에 존이 제일 좋아하는 걸 두던 바로 그 위치에 - 모여 있었고, 비스킷 상자들은 깔끔하게 한데 정리되어 있었다. 잼병들, 콩 통조림들, 기타등등 장기 보존용 음식들은 차곡차곡 쌓여있거나 종류별로 줄줄이 세워져 있었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면, 이건 존이 지루해서 죽을 지경이라거나, 뭔가 - 아니면 누군가를 - 확 쏴버릴 만큼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을 때나 해놓음직한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자신이 하지 않았다는 정도는 존도 알고 있었다.

그는 순간 기쁨과도 비슷한 감정이 스쳐가는 걸 느꼈지만, 그건 순식간에 급선회해서 어느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불가사의하게도 플랫에 있는 모든 것들이 알루미늄 호일에 싸여 있는 걸 발견했을 때나 느낄 법하게 착 가라앉고 말았다. 이건 그가 고마워할 줄 모른다거나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가 다름아닌 셜록 홈즈와 살고 있기 때문인 거다. 고마워할 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데다 가끔은 미친 짓까지도 다양하게 곁들여주는 남자 말이다.

그러나 허드슨 부인의 허브 진정제품이 암페타민[각주:2]으로 바뀌어버려 눈물을 훔치며 밤을 꼬박 새기라도 하신 게 아닌 이상, 이건 셜록이 주전자를 닦고 찬장을 정리했다는 소린데. 그거야말로 명백하게 터무니없고, 불가능하고, 그리고… 아니, 그냥 가능하지 않은 거다. 이건 셜록이란 말이다. 열에 아홉은 방 저쪽에 가서 자기 핸드폰 하나 가져오는 것조차도 귀찮아하는데다, 그렇지 않을 때는 자기 주머니에 있는데도 존에게 꺼내달라고 하는 남자 말이다.

좋아. 그렇단 말이지. 이건 뭔가 의미가 있는 거다. 존이 아직 그게 뭔지 모르는 것 뿐.

차 한 잔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좋았고, 그 덕에 존은 조금 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부엌 테이블에 앉아 차를 홀짝이면서, 반짝이는 주전자와 잘 정돈된 찬장을 둘러보던 그는 하나의 가설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셜록이 뭔가 저지른 거다. 무지무지 끔찍하고, 부적절하고, 나쁜, 좋지 않은 뭔가를. 아니면 부끄러울 만큼 터무니없는 거라든지. 그래서 이에 대한 일종의 사과 또는 매수의 의미로 이렇게 주전자를 닦아둔다거나 찬장을 정리해두어서 자신에게 집중될 기나긴 잔소리와 눈총을 모면하려 드는 거지.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존이 떠올릴 수 있는 것들 중에서는 그나마 제일 그럴싸한 거기도 했다.

그는 샤워할 거리를 주섬주섬 챙기다 말고 열려 있는 셜록의 침실 문 앞에서 잠깐 멈춰섰다. 탐정님은 부재중. 이 남자의 방은 여느때와도 똑같아 보이기만 했다. 물론, 존은 지난주부터 저쪽 책꽂이에 전갈이 득시글거리는 유리 수조가 있을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을 대비해서 세어보기도 했다. 여섯 마리. 맞다. 하나도 없어지진 않았군. 좋아.

존은 욕실에 들어섰고, 이번에도 거의 자동적인 몸놀림으로 홀딱 벗은 채 더운 물을 맞고 섰다. 그의 머리가 정중하게 헛기침하고 어깨를 톡톡 두들기기라도 하듯, 방금 놓치고 넘어간 것들을 지적해주기 전까지는 말이다.

샤워커튼을 밀어젖히고 가장자리로 고개를 들이밀며, 존은 눈가의 물기를 훔쳐내고 욕실 안을 둘러보았다. 개수대 아래 수북하게 쌓여 있던 - 존의 셔츠 다섯 벌과 스웨터 두 벌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끔찍하게 스러져버리고 나서 셜록의 다양한 실험들에 쓰였던 - 낡은 넝마주이 더미가 사라진데다, 붙박이 선반도 잘 접힌 크고 작은 수건들 외엔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욕실 문 뒷면에는 존이 다섯 번이나 바꿔줘야 했던 그물 세탁바구니가 걸려 있었고, 그 옆 고리에는 셜록과 플랫을 같이 쓰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라져버려 두 달이나 눈에 띄지 않던 오래된 초록빛 테리타월 가운[각주:3]까지도 걸려 있는 거다. 심지어 깨끗해보이기까지 했다.

존은 샤워커튼을 다시 치고 샤워를 마쳤지만, 안에서는 불길한 기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다 뭐란 말인가? 부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욕실은 또 뭐지? 셜록이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뭔가 저지를 생각이었나? 존에게 이렇게까지 환심을 사려들 만큼 충격적인 건 대체 뭐길래? 정말 그런거라면, 그거야말로 이 모든 것들의 이유일 테다.

슬슬 셜록이 실제로 어디 있는지 아직 모른다는 사실이 진짜로 거슬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몸을 말리고 반쯤 건성으로 면도를 마친 그는 변기 뚜껑을 열었고 - 살짝 찡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샤워하거나 목욕하고 있는 동안 상대와 이야기하거나, 치료해주려 위에 올라앉을 때가 아니면 그들은 절대 이걸 닫아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한발짝 다가서서 쓰기 전에, 이 빌어먹을 변기를 그저 오랫동안 뚫어지게 바라보며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변기가. 변기가 박박 닦여져 있는 거다.

존 왓슨. 의사이자 전직 군인이고, 위험한 상황과 신랄한 자문 탐정을 마주하면서도 의연한 이 남자는, 청소한지 얼마 되지 않은 변기의 물을 내리며 새하얗게 질린 채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평소에 대여섯 권의 참고 서적이나 잡지, 가끔 반 접힌 신문들이 - 존은 크로스워드 퍼즐을 좋아하지만, 거실에서 풀고 있을라치면 빌어먹을 셜록 자식이 끼어들어 뭐라뭐라 훈수를 두곤 했다 - 올려져 있던 변기 탱크 위마저도 잘 닦여져 있는데다, 이 자그마한 서가는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아래부터 크기 순서대로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셜록이 뭔가 엄청나게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러버린 게 분명하다. 아니면 곧 그럴 거라든가.

부엌으로 향하다 말고, 존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복도에서 우뚝 멈춰섰다. 아, 젠장, 뭔가 끔찍한 이야기라도 털어놓으려는 셈인 건가? 대체 얼마나 안좋은 거길래? 부엌을 정리한다거나 정말… 젠장할… 욕실까지 치우다니? 셜록이? 큰일인게 분명하다. 어마어마한 거야. 뭔가… 존의 머리로는 이런 행동에 대한 논리적인 이유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있을 리도 없지 않은가.

존은 핸드폰을 찾아들고 소파에 주저앉았다. 혀 끝을 빼물고 거의 10여분간 앉아만 있던 그는, 마침내 셜록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디야? -JW 조심스럽게 접근하는게 최선일 테다.

2분 정도 지나 답장이 도착했다.

바츠. 안젤로네서, 정오에 보자구. -SH

“음, 바츠 정도면 평소나 다를 거 없는데.” 존은 혼자 중얼거렸다. 안젤로네는… 음, 점심이라. 그 자체만 놓고 보자면 평소답지 않긴 해도, 완전히 일상에서 벗어난 수준은 아니다. 셜록은 한창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최근 진척상황이나 소식을 전해주거나, 그들이 다음에 할 일을 이야기하자며 존에게 종종 식당에서 만나자고 하니 말이다.

아침을 먹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며, 존은 달걀을 찾으러 갔다. 베이컨 앤드 에그로 하자. 뭔가 괴상한 데 써버리지는 않았을 듯 하니, 아직 몇 개 남아 있으리라 확신했다. 셜록은 실제로 그걸 요리하는 데 쓰진 않았다; 자신이 못 하는 게 아니라며, 달걀로 뭔가 해봐야 ‘형편없게’ 되니까 달걀 요리는 존이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다. 존은, 그게 실제로 칭찬은 하지 않으면서도 존이 해주는 달걀 요리를 좋아한다는 말을 빙빙 돌려 하는 거라 받아들이고 있었다. 뭐, 그런 거야 괜찮았다. 이 제멋대로인 남자에게 뭐라도 먹일 방법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존은 만족스러웠으니까.[각주:4] 잘게 썬 체다치즈와 파마산 치즈를 곁들이면 환상적이겠는걸.

달걀은 늘 있던 자리에 여섯 개 남아 있었다. 포장지 안에 아직 네 장이나 남은 베이컨은 달걀틀 바로 옆, 가져다 쓰기 편한 위치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존은 달걀을 집을 생각도 않고 냉장고 문을 연 채로 우두커니 바라보고 서 있기만 했다.

이런 시발[각주:5], 셜록이 냉장고 청소를 했잖아!

세번째 선반 뒤 비닐봉지는 - 예전에 존이 쿡 찔러봤을 때에는 딱딱했지만, 한달 지난 후에는 질척질척해져버린 그거다 - 맛이 가 버린데다, 여덟 개의 ‘실험’물 중 네 개가 갖가지 역겨운 단계까지 이르렀거나 그냥 말 그대로 기괴한 상태였었다. 하지만 선반들은 깨끗했다. 남아있던 네 개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분류표까지 붙어 있었다. 음식들은 찬장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그리고 우유에는 - 그는 지난주에 셜록이 거기에 뭔가 해두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이제 ‘사용 금지 - 실험중’ 하고 검정색 펜으로 써붙여져 있었다. 그리고 존이 나중에 사왔던 우유는 구분할 수 있도록 ‘사용 가능’이라고 표시되어 문쪽 선반에 들어 있는거다.

물론, 평소에도 셜록은 실험 후에 치우긴 했다. 하지만 그건 실험을 끝냈을 때만, 그나마도 실험물에만 한정된 이야기였다. 주변의 다른 것들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그런 건 존에게 떠넘겨 버렸으니 말이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레몬과 표백제 냄새가 셜록이 썼던 걸 닦아두기까지 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심지어 제대로 해놓기까지 하다니. 아, 신이시여.

“아, 제기랄. 이 인간 누구 하나 죽인게 분명해!” 존은 체념섞인 말투로 한마디 내뱉었다. 그저 블랙유머인 것 뿐이다. 아마도.

그래서 존은 거대한 오믈렛에 남은 베이컨 네 장 몽땅, 거기다 차까지 한잔 더 들이켰다; 그 모든 음식들을 철근같이 결연하게 씹어먹으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저 문제의 냉장고에서 경질 방사선이 뿜어져나오는 건 물론이거니와, 금방이라도 촉수들이 스멀스멀 자라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이다.

존은 푸짐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 분명 이게 자신의 ‘마지막 식사’일 거라 여기며 먹어치웠다 - 이 이상한 청소/정리 활동의 다른 대상이 있었는지 플랫을 한바퀴 휘 돌아보았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이메일이나 불가사의한 소식, 아니면 그의 블로그나 셜록의 홈페이지 포럼에 달려 있을 기괴한 덧글들을 확인할 요량으로 노트북을 열었다. 

몇분 후. 존은 들릴듯 말듯한 저주를 퍼부으며 두 손을 테이블에 쿵, 내려치고는 의자에 뒤로 기대앉고 말았다.

그의 바탕화면 아이콘들이 나란히 줄지어 정렬되어 있는게 아닌가! OS도 업그레이드되어 있는데다, 어제까지는 분명 없었던 새로운 프로그램 아이콘도 몇 개 눈에 띄었다. 게다가 화면 정가운데에는 사용법 안내 파일 네 개가 보란듯 한 줄로 늘어놓아져 있기까지 하다.

세 시간에 걸쳐 노트북에 들어 있는 파일과 프로그램들을 -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자세히 - 훑어보고 난 후, 아프간에서 막 집으로 돌아왔을 때만큼이나 불안해져버리고 마는 존이었다.

그가 저장해둔 포스팅 거리들이 모조리 날짜순으로 재정렬되어 있었다. 아직 각각 분리해서 포스팅하지도 않은 것들까지도 말이다; 얼마간 검색에 공을 들여야 하긴 했지만, 개인 일기 파일과 기타등등 개인적인 걸로 남겨두길 바라는 - 그렇다고 해도 보통 셜록이 궁금해하면 막을 수도 없겠지 - 몇몇 파일들이 ‘개인파일 - 셜록 홈즈 접근 금지[각주:6]라는 이름의 폴더에 추가되어 있는 걸 발견했다. 게다가 거기엔 파일을 암호화하고, 보다 안전하게 비밀번호를 걸어두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이트로 연결되는 바로가기까지 들어있는 거다.

어떻게, 정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셜록은 하룻밤 안에 이 모든 걸 다 해놓은 거지? 아니면… 잠깐, 그렇다면 존의 노트북을 어젯밤에 썼다는 말인데. 그래, 당연히 그러셨겠지. 그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여느 다른 날들 오후와도 한치 다를 것 없이 여기 앉아서, 이… 이거… 이런 짓을 하고 있었던 거다!

존은 택시를 잡아타고 안젤로네 가게로 향했다. 플랫을 나서기 전에, 신중하고도 정확하게 총의 안전장치를 잠가서 치워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식당에 다다를 때쯤에는 그의 두 손은 털끝 하나 꿈쩍하지 않을 정도로 차분했고, 표정은 침착함과 엄숙함 그 자체였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는 여전히 조금도 알 수 없었지만, 그는 무슨 일이든간에 할 수 있는 한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안젤로가 언제나 존과 셜록을 맞아주던 예의 그 미소를 지으며 정문을 열어주었다. 제일 처음 만났던 그날 밤에 그랬듯, 사실은 그들 머리 위에 특정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인만이 볼 수 있는 비밀 신호같은 게 있기라도 한 것처럼.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그 미소의 조절용 다이얼을 최대로 올려두기라도 한 것마냥[각주:7] 더욱 환해졌다는 것 정도랄까.

“존, 반가워요! 이쪽으로 들어와요.” 안젤로는 비어있는 테이블들 사이를 헤치고 - 보통은 오후 세시 전까지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 뒷쪽의 작은 ‘연회실’으로 안내해 주었다. 가게 한가운데만큼 많은 사람들이 앉을 수 있을 만한 곳이었지만, 단 하나의 테이블만이 세팅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큰 키, 짙은색 머리의 남자가 서 있다가, 안젤로가 존을 안내해주는 순간 의자 두 개 중 하나를 뒤로 빼어주었다.

“고마워요, 안젤로.” 셜록은 까닥,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이며 인사하고는, 처음 만난 후 며칠간 그랬듯 물끄러미 존을 바라보았다. 그 시절에의 그리움이 부엌에서 구워지고 있는 프랑스빵 내음만큼이나 진하게 밀려왔다.

존은 셜록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긴장으로 속은 죄어왔지만 온 몸은 차분하게, 곧 다가올 사태에 대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게… 음, 뭐든간에.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안젤로는 뭐라뭐라 나직하게 중얼거리더니, 존이 테이블에 다가서자 그대로 가버렸다. 존은 한 마디도 듣지 못했지만, 남자가 사라지는 순간 훅, 심호흡을 했다.

“좋아, 셜록. 무슨 짓을 한거야?”

셜록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궁금하다는 듯 존을 바라보더니, 다른 쪽 의자 쪽으로 손짓했다. “우리 점심을 주문했지. 앉아.”

“아니, 내 말은… 플랫… 부엌…” 존이 뒷쪽으로 허공을 향해 휘휘 손을 저어 보이며 할 말을 찾으려 고심하는 동안, 셜록은 존의 자켓을 벗겨주며 살짝 - 인상을 쓴 것까진 아니고 - 얼굴을 찡그렸다. “욕실 말야! 그러니까, 셜록, 내가… 알아내려 했던 건… 난.” 그는 하던 말을 멈추고 보다 평범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너 뭐 하는건데?”

“네 자켓 받아들고 있는데. 앉아, 존.” 셜록은, 으레 그러듯 의자로 앉게 할 만큼만 단호하게 존에게 일렀다. 하지만 그는 의자 뒤에 손을 얹고 그대로 멈춰서서 물었다.

“셜록, 이게 다 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끔찍하거나 내가 화낼 만한걸 실토할 셈이라면 빨리 하는게 좋을거야.” 그는 의자의 나무 등받이를 손가락이 아플 만큼 꽉 움켜쥐며. 셜록을 향해 최대한 심각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내가 플랫에 해둔 거, 마음에 안 드는거야?” 셜록의 얼굴에는 호기심과 뭔가가 한데 뒤섞인 표정이 떠올랐다. 뭔가… 그래, 실망이군.

“난… 그런게 아냐, 셜록. 맙소사. 네가, 시발, 냉장고 청소를 했잖아!” 베이커가 쪽 방향이 어디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기에, 그는 그저 강조하는 의미 정도로 한 손을 들어 허공을 가리켰다. 셜록이라면 아마 어딘지 알겠지만, 그는 고쳐주려 하지 않았다. 이런 건 좋은 거겠지, 아마도.

“널 기쁘게 해주려던 거였는데.” 이 자문 탐정은 자기 의자에 앉으며 설명했다. 완전 재미있어보이는 살인 미수 사건이 알고 보니 반쯤 실패한 자살로 밝혀졌을 때와도 조금 비슷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건…” 존은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왜지?” 셜록의 다문 입에 조금 힘이 들어간다. 보통 당황스럽거나, 조금 분할 때 가끔 하는 행동이다. 존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왜 지금, 왜 그런 거냐구? 내가 기뻐하길 바랐단 거지, 알았어. 하지만 넌 그런 이유만으로는 절대 안 하잖아.” 

셜록의 눈썹이 놀란 듯 올라갔다. “내가 안한다구?”

“안하지. 너도 네가 그러지 않는거 알잖아. 맙소사, 난 우리가 섹스하게 된지 한달은 지나서야 마음놓고 고민하는 걸 멈출 수 있었다구. 그게 네겐 뭔가… 무슨… 실험의 일부분이 아닐까 하는 걱정 말야.”

“네가 그렇게 신경쓰는 것 같진 않았는데.” 셜록은 녹아내릴 것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적했다. 존으로 하여금 언제라도, 생각해볼 것도 없이 즉시 시궁창에라도 기쁘게 뛰어들겠다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버리는 그 목소리로 말이다.
 
대신 그는 갸웃,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한쪽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닥 잴 만한 건 아니겠지만, 이 모든 것에는 속임수가 있을 거라고, 어느날 셜록이 필요한 데이터는 모두 얻었다며 도와줘서 고마워, 존. 하고는 그대로 마지막일 거라 생각하는데도 - 그럴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 그는 이 경이로운 남자를 너무나도 원하고 경외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그저 - 어쩌면 이상하게도 - 그를 깊이,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완벽하게 운이 없어 마음을 모두 빼앗겨버렸다는 걸 깨달았을 땐 한 달이 지나 있었고, 그는 이미 푹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끝나버릴지 걱정하는 걸 포기하고 즐기려 애썼던 거다. 뭐,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네가 전에 언급하지 않았던 건 아무 것도 안 했어.” 기억을 되새겨 보느라 말을 잊고 있던 존에게, 셜록이 한마디 했다.

“하지만… 알았어, 그래.” 존은 재빨리 수긍했다. 그가 기억하기로는, 그렇다, 셜록이 했던 그 모든 건 예전부터 셜록이 직접 하든지, 존이 하는 것에 관심이라도 가져야 한다고 - 가끔은 목소리도 높여가며 - 존이 불평해왔던 것들이었다. 그러니 실제 사실을 가지고 다툴 수는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그랬었지, 좋아. 그건 맞는 말이지. 하지만 넌 이제껏 모조리 씹어버렸으면서[각주:8], 지금은 왜? 네가 그러는 진짜 이유가 뭐야?”

셜록은 빤히 바라보다 말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입가 한쪽 구석을 끌어올리며 중얼거린다. “내 생각이 맞을 줄 알았다니까.” 그는 한번 고개를 끄덕여보이더니 크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안젤로가 다가왔고, 두 사람은 무슨 일이냐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문제라도 있나요, 신사분들?” 존은 의자를 붙들고 뻣뻣하게 굳은 채 서 있는데다, 셜록은 아주 정확하게 다리를 꼬고 앉아 있긴 했지만 편안하다기보다는 경직되어 보인다는 걸, 안젤로도 눈치챈게 분명했다.

“잠시만 기다려줘요.” 셜록은 차분하게 말했다. “10분만.”

언제나 그렇듯 식당 주인이라기보다는 비번인 관리자나 경비원에 더 가까워보이는 - 안젤로는, 혼란스러운 듯 살짝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자리를 떴다.

존은 안젤로와 눈이 마주쳤을 때 뻣뻣하게 고개만 숙여보이고는, 그가 사라지자마자 셜록을 뚫어져라 마주보았다. “무슨 실험이라거나 아니면… 아니면… 나한테 뭔가… 환심이라도 살 생각인 거면, 나야 모르지만, 그냥 이야기해버리고 끝내자. 뭐든간에 받아줄 테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셜록은 의기양양하게 동의했다. 그는 얼마간 존을 더 바라보고 있다가, 위로 올라온 무릎 위에 손을 포개었다. “알았어, 그럼. 그래, 내가 청소부에 개인비서 노릇을 좀 했지, 네 말마따나 ‘환심을 사려고’. 사실이야.”

존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으면서도 셜록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계속해봐.”

“원래 난,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이런 것들이 네게도 먹힐 거라고는 안 믿었어.” 그는 다시금 그 살짝 의기양양한 표정을 내비쳤다. “마이크로프트 그 인간, 네가 뭐에 관심있는지 전혀 모르는 거라고 꼭 말해줘야겠는걸.” 그리고는 연회실 문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까닥해보이며 말했다. “모든 걸 감안했을 때 - 아내만 합쳐서 다섯이었으니까 - 안젤로가 적어도 절반은 맞을지 모른다고는 생각했지. ‘선배로서의 충고’[각주:9]야 그렇다 치고 말야, 음?”

“그럼… 우리… 네가… 지난 밤에 그랬던 것도 누군가의 생각인 건가?” 솔직히, 그건 마음아팠다. 존은 귓가와 얼굴의 열기를 느끼며 스스로의 붉어진 얼굴과 붙박혀 있는 셜록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만다.

“아니,” 짙은색 머리가 도리도리 흔들렸다. 셜록은 단호한 목소리로, “그건 내 생각이었어.” 분명히 말했다. “그건 실험이나 속임수같은 게 아니었어, 존.”

존은 안도감이 내비치는 것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건, 서로가 이제껏 만끽했던 사랑을 나누는 행위 중에서도 - 단순히 ‘몸을 섞는다’거나 ‘섹스한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각주:10] - 가장 달콤하고도 강렬한, 지극하게 애정 가득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끽했다’는 게 가장 완벽한 표현이었다. 존은 고마웠던 만큼이나 만끽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래, 사랑받는 느낌이었다. 셜록은 실제로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지만, 그만큼이나 숨김없이 자신의 입과 두 손, 온 몸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던 거다.

“마이크로프트는 네 노트북을 정리해놓고, 내게서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을만한 장치를 마련해 주라더군. 내 실험들 때문에 어질러진 것들을 성의있게 치우는 모습을 보여주라고도 하던데. 나중에 네가 그것들 때문에… 헷갈려서… 문제를 겪는 일 없게 조치도 취해 두고.” 셜록의 한마디 한마디가 와서 박혔지만 존은 그저 이상하게 어리벙벙한 느낌이었다. 지난 밤 일에 대헤서는 한결 마음을 놓았지만, 뭔가 무시무시한 게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셜록의 말을 아무 말 없이 계속 듣고만 있었다. “안젤로는 파트너에게 ‘점수를 따고’ 싶을 때면, 청소를 해둔다거나 뭔가 잔소리하던 걸 고치는 모습을 보여줘서 놀래준다고 하더군. 내가 그러면 한층 더 놀라울 거라던데.” 셜록은 스스로에 대한 유머를 해놓고 쿡, 작지만 웃음과도 같은 소리를 냈다.

“놀랍냐고? 그렇지.” 존은 고개를 끄덕이며 코웃음을 쳤다. 테이블 위로 한데 모아잡은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았지만, 여전히 꿈쩍도 않는다. “그럼 깜짝 놀래켜보라구.” 

“네 몫으로 담요라도 빼놓을 걸 그랬나.” 셜록은 놀리고 있는 거다. 명백하게도. 존은 눈썹을 끌어올리며 똑바로 마주보았다. “알았어, 좋아. 여기까지 할게. 이건 그냥 내 직감대로 할걸 그랬어.”

“무슨,” 존은 목을 가다듬으며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거야?”

“우리의 동거 형태를 바꾸고 싶어.” 차분하고도 냉정한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며, 셜록은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존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떠올랐는지 확신은 서지 않았지만 - 아침으로 먹었던 게 불가사의하게도 뭔가 훨씬 묵직한 걸로 바뀌어버렸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곧바로 셜록의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보인다. 

“아니, 존. 아냐, 그런거 아니라구.” 셜록은 입술을 꾹 다물더니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이 식당에서, 네게 그랬었지. 이런 건 전혀 내 취향 아니라고.[각주:11]” 그는 다시금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손가락을 풀었다가 금세 다시 엮더니, 몸을 세워 딱딱한 자세로 바로앉았다. “난, 네가 동성 결혼을 고려해줬으면 해. 나랑. 당연하겠지만.”

“동성 결혼?” 존은 멍하니 되풀이했다.

“나랑. 그래.” 셜록은 예의 그 거만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에 차분한 얼굴이었지만, 모아쥔 손가락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난, 우리 둘 다 네 방에서 자고 내 방은 실험실 겸 연구실로 쓰고 싶어.”

“이것들 다… 그러니까 이거…” 몇 번이고 마른침을 삼키며 존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약에 취한 채로 꽁꽁 묶여 템즈강 위 하역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을 때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기분을 느끼면서. “프로포즈하는 거야?”

“본질적으로는, 그렇지.” 셜록은 흔들림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까닥해 보이고는, 저 아래에서 돌아가고 있는 생각들은 빈틈 하나 없이 숨기고 완전 무장한 얼굴로 존을 바라보았다.

이러는 건, 그가 속으로는 엄청 겁을 먹었거나 동요하고 있다는 뜻이겠다.

“젠장, 셜록.” 존은 고개를 떨구고 두 손으로 감싸며 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아니라는 대답인가?” 물어오는 셜록의 목소리는 아까보다는 좀더 차가웠지만, 여전히 나직하고 차분했다.

소리내어 웃으며, 아니… 아니다. 이건 그냥 킥킥거리는 정도지… 존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손바닥에 와닿는 이마가 따라 흔들린다. “맙소사, 이런 시발.” 그는 안도감을 느끼며 고개를 들었다. 이대로 차일지도 모른다고… 아니면 테이블을 앞에 두고 훨씬 더 부적절한 뭔가를 저질러버려서 안젤로를 넋이 나갈 만큼 놀래킬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당장 이리 와봐, 이 빌어먹을 바보녀석!” 존은 한 손을 들어 ‘이리와, 서둘러’ 하듯 손가락을 까닥여 보였다.

셜록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얼굴이 온통 하얗게 질리더니, 이내 천천히 분홍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존의 손을 잡았다. 순간, 잡은 손이 확 끌어당겨지면서 셜록은 존의 허벅지 위로 고스란히 주저앉아버렸고, 갑자기 무게가 실리며 - 셜록이 그렇게 무거운 건 아니지만 - 의자가 삐걱대자 놀라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존!”

“한번만 더 이런 식으로 날 겁주면, 맹세컨대, 지독하게 끔찍한 걸 찾아내서 널 완전 경악하게 만들어 줄테니 두고봐.” 존은 팔을 뻗어 셜록의 머리를 감싸 끌어내리고는 강하게, 온 마음을 다해 키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이 풀어진 셜록은 두 팔로 존의 어깨를 둘러안으며 보스라도 되는 양 키스해왔다.

“그럼… 네 공식 답변은?” 존의 귓가를 잘근잘근 깨물며 묻는 그에게,

“알아서 추리해봐.” 존은 환하게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다시한번 셜록의 입술을 훔치고는, 문가에서 안젤로가 일부러 크흠, 헛기침 소리를 낼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도 세번씩이나. 



Artwork by 뉴카리브



+)
크리스마스 100일 전이라 많이들 고백한다는 9월 17일, 고백데이 기념으로(?) 올린다.
평소 일상적으로 저질러대는 셜록의 엽기적 행각들을 상상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셜록이 해놓은 짓(?)에 대한 존의 반응이 너무나도 존다워서;; 엄청 웃었던 글이기도 하다.
경악하고 긴장하는 존이나, 아무렇지 않은 척 다해놓고 모르는 척 프로포즈하는 셜록이나, 너무 귀엽잖아 : ]
  • 그림: 뉴카리브님께서 달콤한 마지막 키스신을 그려주셨습니다. 영광이에요! 



    1. …뭘 했길래;; [본문으로]
    2. ‘amphetamines’ - 각성제의 일종. 의학/범죄수사물 보면서 쓰잘데기없이 늘어나는 잡지식중 하나랄까;; [본문으로]
    3. ‘old green terry-cloth toweling robe’ - terry-cloth towling은 직물 종류로, 동대문에서는 흔히들 테리타월이라 부른다. 여기서 깜짝 퀴즈 하나. 이 가운은 어디서 나올까요? 구체적으로 적어주신 1분께 홍차 한잔 선물할게요. :D [본문으로]
    4. 이게 바로 엄마의 마음…♡ [본문으로]
    5. ‘Jesus fucking Christ’ - 어감 귀여워서 매우 좋아하는 표현. 블X드님에게 바치는 오마주랄까? XD [본문으로]
    6. ‘PRIVATE – SH KEEP OUT’ - 아 네… [본문으로]
    7. ‘as if the dial on his grin had been turned up to eleven’ - up to 11은 ‘최고로 올린다’ 정도의 관용적 표현. 모 영화의 영문 제목이기도. 뜻은 여기. http://goo.gl/6p9Dr [본문으로]
    8. ‘you’ve done fuck all so far’ - 느낌 살려서;; [본문으로]
    9. ‘knowledgeable advice’ - 흔히들 하는 표현으로. [본문으로]
    10. ‘lovemaking’ vs ‘fucking’, ‘shagging’ - 당연히 전자다! [본문으로]
    11. ‘this wasn’t my area’ - 그 유명한 낫마에리아 드립. 번역은 더빙판을 따른다.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