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가 서로에게 | Learn to Wear Each Other Well (2/4)





뭐라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을, 그들의 두번째… 상황은 또다른 저녁 약속이었다. 레스토랑이 조금 더 작고, 평상시와 사뭇 다르긴 했지만.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싼” 느낌은 그대로였지만, 적어도 경찰 노릇으로 빡세게 하루를 보낸 덕에 구겨져버린 옷차림인 레스트라드가 조금이나마 덜 거북하게 느낄 정도는 되어주었다.

개인실 같은 것도 없는데다, 그들이 문을 들어섰을 때엔 금요일 저녁답게 자리란 자리는 모조리 들어차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안내인은 수많은 사람들 - 대부분 먹음직스러워보이는 고기를 우물거리며 찰랑거리는 술잔을 부딪혀대는 20대 무리들 - 사이를 지나, 뒤쪽 구석에 따로 자리한 벽감 뒤로 그들을 데려갔다. 개인실이나 다름없는 느낌에, 다른 곳보다 더 조용한 곳이었다.

레스트라드가 손이라도 휘휘 내저으며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묻고 싶어지는 와중에, 마이크로프트는 어떻게 저렇게나 완벽할 정도로 느긋해 보일 수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셜록과는 상관 없는 거라면 그에 관한 거라는 소린데, 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각주:1] 마이크로프트가 그냥 인간적인 호기심에서 그에게 혹한 거라면, 그정도는 괜찮다. 그래, 그는 그저 알고 싶은 거였다. 그러면 마이크로프트의 현미경 아래에서 샅샅이 검사당하는 것 정도는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조금은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맥주 한 잔을 주문하면서도, 그는 불편함을 느꼈다. 지난번에는 마이크로프트가 그 모든 것들을 프랑스어로 주문해 주었었다. 마이크로프트의 입에서 유창하게 흘러나오는 단어들은 음악과도 같았고, 테이블로 날라져오는 음식들 하나하나가 놀랍기도 했다. 그런데도, 레스트라드는 그때보다 지금 더 거북한 느낌이 들고 있는 중이었다.

홈즈 형제들에게는 늘 비밀이 따라다니곤 한다. 여느 사람들에게는 전혀 그들만큼 재미있을 리 없을 비밀, 그리고 수수께끼들 말이다.

“우리, 여기서 뭐 하는 거죠?” 불편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레스트라드는 맥주를 반쯤 비우다 말고 물었다. 마이크로프트가 자신의 그릇 양쪽에 부러 두 손을 가만 내려놓고 있는 걸 보니, 그도 조금은 마음이 흐트러진 것처럼 보였다.

눈을 들어 마주보는 마이크로프트의 입매가 일자로 다물어져 있다. “저녁 식사중인 것 같습니다만.”

레스트라드는 저 말들을 떨쳐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짜증스레 손을 저어보였다.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냅킨을 펼쳐 허벅지에 놓으며, 레스트라드 쪽으로 시선을 들지 않고 흰 천만 바라보는 마이크로프트의 몸짓에서 너무나도 신중하고도 조심스러운 뭔가가 느껴졌다.[각주:2] “당신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아, 네. 저는 전자레인지가 동작하는 방식에도 흥미를 느끼곤 해서요.” 레스트라드는 코웃음치듯 내뱉었다. “그리고 당신의 그 잘난 동생이 법의학팀이 하는 그 모든 걸 다 제쳐두고 그 사람 엄지손가락만 보고도 항공기 조종사인지 알아내는 방법이라든지 말입니다. 전 제 어디가 흥미로운지는 잘 모르겠네요.”

마이크로프트의 시선에, 레스트라드는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앞에 놓여 있는 자신의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회색빛에, 가운데 쪽으로 향하는 검은 무늬들이 있는. “당신이라면, 알고 싶어하기만 한다면 저에 대한 건 뭐든 알아낼 수 있다는 거 압니다. 궁금한 거라면 우리가 여기 있을 필요도 없잖습니까. 게다가 저, 당신이 저 모르게 감시할 방법을 찾지 못할 거라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바보는 아닙니다. 그럼 이 모든 건, 왜죠?”

“왜냐하면,” 마이크로프트가 불쑥 입을 열었다. 전에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을 정도로 언성이 높아졌다는 걸 깨닫고 레스트라드는 입을 다물었다. 손색 없이 잘 정돈된 타이와 조끼, 자켓을 다시금 매만지는 마이크로프트는,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는 레스트라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학구적 관심이 아니니까요. 이젠 아닙니다.”

레스트라드의 가슴이, 길게 숨 한번 내쉴 수 있을 만큼은 풀어졌다. 절대로 명료한 건 아니겠지만, 솔직했다. 그래, 그거였다.[각주:3] 

“음, 저 사실 배 안 고픕니다.” 그는 테이블에서 물러나며 말했다. “갈까요?”





마이크로프트는 언제나처럼 레스트라드의 플랫 앞에서 차를 세웠지만, 이번에는 시동을 껐다. 잡음이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적막해져, 잠시 후에야 밤늦은 도시의 나지막한 소리들이 다시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스트라드는 살갗이 간질간질해져오는 걸 느꼈다. 익숙하고도 짜증스럽게, 근사하면서도 터무니없게, 금빛을 띤 오렌지색 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과 손 위에 그림자와 무늬를 그리며 흘러갈 때를 제외하면, 옆 좌석에 앉아 있는 마이크로프트는 여느 때와 하등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는, 더할 나위 없이 특별했다. 문득 이 남자의 골격과 피부 구조에 대해 연구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는 레스트라드였다.

레스트라드는 차에서 내리는 게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일인데다, 한편으로는 그러기가 너무나도 싫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술값을 치르고 레스토랑을 나서서 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들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둘 다 - 평생 다른 세상 이야기인 줄 알았던 - 이런 일에는 전혀 능숙하지 않다는 걸, 조금씩 알아차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레스트라드는 예의상 문 손잡이에 힘없이 손가락을 걸쳐보긴 했지만, 그럴 마음은 조금도 담겨 있지 않은 동작이었다. 그에겐 남아있을 핑계가 필요했다.

모든 게 평소의 패턴과는 달랐다. 신중하고도 적절한, 기타등등 모든 영역의 제한선 안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게 해줄 그들만의 규칙도 자리를 잡아가는데다, 그럴 만한 이유도 충분했다. 그들이 처해 있는 이 상황에 전형적인 게 하나도 없다면, 별다를 것도 없는 거였다. 하지만 레스트라드의 심장은 평소보다도 반쯤 빠르게 뛰고 있어, 근육 아래의 혈관을 따라 울컥거리는 맥박까지도 느낄 수 있을 지경이었다. 손목 뿐만 아니라 목덜미, 그리고 그곳까지도.

문득, 마이크로프트가 짧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아직 다리 위에 얹어 두었던 레스트라드의 다른 쪽 손으로 팔을 뻗어 손목을 감싸쥐었다. 이 짜릿한 스킨십을 처음 시작하는 건, 어쩌면 마이크로프트여야만 했을 테다. 그들의 관계 역시도 마이크로프트가 방향을 제시하면, 레스트라드는 따를지 아닐지를 선택하는 식이었으니까.

그러니까 따른다는 건, 마이크로프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손잡이에 걸쳤던 손가락을 내려놓는다는 것 정도라 하겠다. 차 안은, 수시로 바뀌어 한치 앞조차 가늠할 수 없는 세상으로부터 그들을 감싸 보호해주는 따스하고 어둑어둑한, 밀폐된 공간이었다. 밤이면서 아침이기도 한 불분명한 시간이지만, 잠을 못 잔다고 해서 피곤하다는 건 아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그들만의 갈길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을 달려왔던 거다. 레스트라드는 낮은 전류가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당신, 어떤 사람인가요?” 마이크로프트가 묻는다. 나직하지만 또렷하게, 신중하게.

몇몇 엉뚱한 대답들이 레스트라드의 목끝까지 차오르긴 했지만, 하나같이 시시하고 쓸모없었다. 남자에 경위라는 식의, 마이크로프트라면 이미 알고도 남을 만한 기타등등 하잘 것 없는 사소한 것들 뿐이었으니까.

마이크로프트와 있으면 늘, 현미경 아래 놓여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레스트라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마이크로프트의 생각을 읽어낼 수는 없을 테고 시도조차도 하지 않겠지만, 반응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반대쪽 팔을 뻗어, 한 손으로 레스트라드의 목덜미를 감싸왔다. 그의 손가락은 따스하고 든든해서, 레스트라드는 어느새 그의 리드를 따라가게 되고 말았다.

차 안에서의 키스라는게, 우아하게 될 리 없었다. 둘 다 앉은 자리에서 변속기 너머로 몸을 틀어야만 했는데다, 레스트라드의 한쪽 팔은 그의 몸과 좌석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마이크로프트의 입술이 따스하게, 속속들이 알아내고 싶게 느껴지는 것만큼은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다.

그의 의심 많은 머릿속 한 구석에서는 이게 꼭 열여섯 사춘기 시절, 점심시간에 학교 뒤에 숨어들어가서 키스라도 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물론 마이크로프트에겐 그 시절 레스트라드가 데려갔던 긴 머리에 큰 눈을 가진 예쁘장한 여자애들과 비슷한 곳이라고는 하나 없었다. 하지만 귓가를 맴도는 현기증이나 가슴 속 붕 떠오르는 듯한 말도 안 될 느낌만큼은 그때와 똑같았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새 마이크로프트가 뒤로 물러났지만, 그의 손길은 조금은 더 머물러 있었다. 마이크로프트의 어둑어둑한 차 안에는 레스트라드의 밭아진 숨소리만이 작게 울리고 있었다.

“이런 건가요?” 레스트라드가 나직하게 물었다.

마이크로프트의 손길이 그의 목을 따라 올라와서는, 손끝으로 턱 가장자리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감싸왔다. 

“그래요.” 그의 대답이었다.





참으로 기특하게도, 72시간이 꼬박 지나고 나서야 레스트라드는 갑자기, 제대로 인식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 내가 셜록의 형과 차 안에서 찐하게 키스해버리다니.” 사흘 지난 후에 얼마나 경솔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는지 깨달으면서 순수하게 본능적이고도 반사적으로 경악하게 되는 것보다야 심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레스트라드는 그 밤 집으로 가기 전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사무실 의자에 앉은 채로 무릎 사이에 머리를 처박고 웅크려 심호흡을 했다.

아찔하게 멍해지는 순간을 넘기고 나서야 그는 천천히 몸을 폈고, 그대로 책상 위에 팔을 괴고 풀썩 엎드렸다. 여느 때처럼 널려 있던 종이 더미들이 제멋대로 우수수 흩날렸지만, 이번만큼은 레스트라드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의 밑에는 살인에 강도, 폭행 사건 잔해들이 깔려 있을지도 모르지만,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맴도는 단 한 가지 생각은, 자신이 마이크로프트 홈즈와 제대로 키스해버렸는데다 그게 좋았다는 거겠다. 곧 들이닥칠 게 분명한 대재앙의 다른 징후들이야 물론이고.

레스트라드는 사람 간의 관계라든가, 데이트에 반대할 생각은 단연코 없었다. 그저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데이트같은 게 점점 더 젊은 사람들 놀음처럼 보이는 것 뿐이다; 20대일 때는 데이트하기도 쉬웠고 편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만으로도 피곤하고 나이 먹었다고 느끼게 된지도 몇 년은 지난 시점이니 말이다.

그가 의식적으로, 이혼하고 난 다음 고배를 들이켰으니 다시는 사랑따위 하지 않겠다며 하늘에 맹세라도 한 건 아니었다. 그저, 언제나 자신이 피범벅된 현장이나 시체들보다 뒷전이라는 데 지쳤다며 끈기있게 설명해주던 전처의 말에 담긴 불편한 진실을 무시하고 넘기기가 어려웠던 것 뿐. 레스트라드는 그런 실수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여전히 그랬다. 하지만 만약 레스트라드의 직업상 요구되는 부분에도 전연 개의치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마이크로프트 홈즈같은 일을 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레스트라드는 손두덩으로 두 눈을 꾹 누르며 혼잣말처럼 투덜거렸다. 그는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서류들을 내려다보았다. 몇몇 단어들이 눈에 들어왔다; 유리, 용의자, 자정, 정원, 부서진. 일주일 지났다는 것 외엔 별다른 의미조차 없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남자라는 사실 때문은 아니었다. 그게 레스트라드의 평소 성격상 의외인 부분이자 또다른 이혼 사유이기야 했지만. 그게 다는 아니고, 절대적이라고도 할 수는 없겠지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거다.

너무 엄청나서 감당하기 어려운 사실은, 셜록의 형이기도 한 마이크로프트 홈즈라는 거라 하겠다. 레스트라드는 대체 언제부터 셜록이 자신의 인생에서 그정도의 - 그 형과 키스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기보다 일종의 위기같은게 느껴질 만큼 - 요인이 되었는지 콕 집어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사실이 그랬다. 셜록이 야드로 벌컥 쳐들어와서는, 형제에 대한 분노랍시고 맨손으로 레스트라드를 죽도록 패버리는 장면을 상상하는게 훨씬, 훠얼씬 더 쉬운 일이니 말이다.

셜록이 마이크로프트를 적수라 여기는 것쯤은 알고 있다고는 해도(그리고 거기에서 엿볼 수 있는 홈즈가의 성장 과정에 대해서는, 당연하겠지만 레스트라드는 조금도 관여할 생각따위 없었다), 그 정도로는 저 생생한 장면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셜록은 화내고, 짜증내고, 불쾌해할 거다. 그것도 내내. 레스트라드는 격분한 그를 떠올려보며 부르르 떨었다.

레스트라드는 핸드폰을 흘끔 쳐다보며, 마이크로프트에게 전화를 걸어 모조리 털어놓거나 아무렇잖게 “그땐 즐거웠지만, 그런 쪽은 아닌 것 같다”는 - 지난 3년간 그가 데이트란 걸 해본 유일한 사람에게 들었던 - 대사를 던져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의 핸드폰은 쓰레기통 윗쪽, 책상 가장자리에 새까만 판도라의 상자마냥 위태위태하게 놓여 있었다.

대신에 그는 코트를 집어들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푹 꽂아넣고는, 처진 어깨를 추스리며 생각 많은 밤을 버텨줄 근처의 술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아침,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루를 접겠다며 눈뜨자마자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을 거다. 레스트라드는 뱃속에 얼마 남지 않은 것마저 토해내지 않을 것임을 확인할 정도로만 잠시, 눈을 감은 채 온통 엉망으로 구겨진 시트에 누워 있다가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나 수도관이 버텨줄 수 있는 최대한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야드에 도착하는 데까지는 15분밖에 걸리지 않아, 다행히도 곁눈질하며 히죽거리는 시선만큼은 최소화할 수 있었다. 도노반은 점잖게도 30분 정도는 기다려 준 후, 해결된 사건들 관련하여 완료된 보고서를 사무실로 한뭉텅이 가져다 주었다. 레스트라드는 그녀의 셔츠를 마지막으로 본 게 앤더슨이 입은 모습이었던 것 같다는, 이상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도노반이 그래도 앤더슨보다는 덜 거지같은 인간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무심한 생각 이상으로는 신경써주지 못하고 있었긴 하지만 말이다.

“괜찮으세요, 경위님?” 그녀는 책상 구석 플라스틱 서류함에 파일을 놓으며 물어왔다.

레스트라드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어젯밤에 못 잤어.” 거짓말로 넘기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고개를 돌리기 전 작게 미소짓는 것까지는 놓치지 않았다.

“그러시겠죠.” 그녀는 대답했다. “어젯밤에 일어난 이중 살인사건 쪽을 되짚어볼 생각이에요. 집에 있던 이웃들에게서 좀더 알아낼 수 없을지 살펴보려구요.”

레스트라드는 동의의 의미로 끄덕여보이고는 그녀를 내보냈다. 사무실 문이 닫히자마자, 그는 잠시나마 자신이 이 빌어먹을 유리 상자 안에 있는 게 아니기만을 격하게 바라마지 않았다. 조금 더 두꺼운 벽이 있었다면, 책상에 엎드려 잠시 낮잠을 잔대도 경찰 일의 숭고한 전통에 반하는 완전한 실패작이라도 되는 듯한 느낌은 조금 덜 들었을 텐데 말이다.

그는 서랍을 뒤적여 한쪽 구석이 약간 찌그러지고 낡았지만, 반쯤 차 있는 물병을 찾아내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물이란 미적지근하거나 퀴퀴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으로 상하지는 않을 거라 비교적 확신하고 있었기에, 레스트라드는 뚜껑을 열어 조심스럽게 들어 있는 내용물을 절반 정도 마셨다. 실제로도 미적지근하고 퀴퀴한데다 찝찌름하기까지 했지만, 어쨌든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다.

그리고 30분간, 그는 사무실을 뒤덮어버릴 기세로 늘어나고 있는 사건의 산더미들에 매진했다. 그것들 중 상당수는 더이상 어떻게 손쓸 수 없는 시점에 다다라, 지금 있는 것 외에는 뭔가 새로운 걸 발견할 가망이 별로 없는 것들이었다. 레스트라드는 그저, 수도 없이 쌓여있는 미해결 사건들 더미에 추가해 넣기 전에 마지막으로라도 한번 더 제대로 살펴보는 걸 선호할 뿐이었다.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하면, 항상 보관할 때 실패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마련이니까.

나머지를 정리하는 동안, 몇 없는 비교적 최근 사건들은 파일에 모아 무릎에 얹어두었다. 층층이 쌓인 종이 봉투들을 발굴해내는 과정에서 여덟달 쯤 전에 급하게 휘갈겨쓴 쪽지들과 메모들 몇 개를 발견하고는, 내심 앞으로는 책상을 좀더 정리해두겠노라는 헛된 다짐도 해보았다. 

그가 본래의 컨디션을 되찾아갈 무렵, 한 순경에게서 분홍색 차림의 여성 피해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시신 한 구가 발견되었다며, 이상하기 그지없는데다 설명도 하기 어려우니 일단 와 보라는 연락이 왔다.





레스트라드는 몸을 숙여 플랫 문의 부서진 자물쇠를 들여다보고는, 팔짱을 끼고 선 희끗희끗한 머리의 집주인과 발개진 눈으로 닳아 떨어질 지경인 휴지를 손가락으로 비틀어대며 바르르 떨고 있는 피해자의 여자친구를 바라보았다. 옆으로는 부엌에 불쑥 비어져나와 있는, 발가락 주위에 연회색 무늬가 놓여 있는 밝은 보라색 양말 차림인 피해자의 발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앤더슨과 그 동료들은 바삐 사진을 찍고 가루를 뿌려대는 등, 지퍼 달린 푸른 작업복을 입고 무척이나 중요해보이는 일을 하는 듯 무리지어 서성거리고 있었다. 레스트라드는 몸을 펴고 일어서며 집주인과 여자친구에게로 돌아섰다. “안에서 잠겨 있었습니까?” 그는 다시금 물었다. 이 플랫에 도착한 이후 네번, 어쩌면 다섯번째일 거다.

집주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로 밀쳐 열어야 했어요.”

“여벌 열쇠는 안 가지고 있습니까?”

“며칠 전에 없어졌어요.” 집주인이 대답했다. “이번 주말에 자물쇠를 바꿀 거였거든요.”

여자친구가 목메인 흐느낌 소리를 내자, 레스트라드는 움찔했다. 그가 이 일에서 제일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 바로 가족들을 상대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절대로 쉬운 법이 없었기에, 그는 늘 조금만이라도 다르게 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오늘 아침에는 당신 전화를 받지 않았던 거죠?” 레스트라드는 질문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울음 섞인 숨을 토해냈다. “애니가 어젯밤에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우린 콘서트를 포기하고 여기로 돌아왔죠. 음식 배달해서 먹고, 영화를 같이 보고 나서 저는 갔구요. 애니는 아침에 전화해서 어떤지 이야기해주겠다고 했고요. 전 연락을 받지 못했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아서 걱정이 되길래 와 봤어요.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려 봤는데 대답이 없는 거에요. 그래서 맥클레인씨를 불러왔는데도 대답이 없었어요. 맥클레인씨가 문을 부수고 들어갔을 때에서야, 저애가 그렇게 된 걸 발견했구요.”

“알았어요.” 레스트라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나갔다 올게요, 금방 돌아올겁니다.”

형사를 불러 집주인과 여자친구를 데려가서 진술을 받으라고 지시한 후, 레스트라드는 그나마 좀더 조용해서 누군가 엿들을 위험이 적은 복도 끝으로 갔다. 그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주소록의 s까지 화면을 넘겼다.

신호 네 번만에 전화를 받았고, “셜록, 날세.” 레스트라드는 말했다. “자네가 와서 봐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셜록이 방으로 들이닥치기 전까지 - 존은 한발짝 뒤에서 보다 차분하게 걸어들어왔다 - 레스트라드는 사람을 붙여 문제의 여자친구를 플랫에 데려다주도록 해두었다. 저 젊은 아가씨가 알 만한 게 뭐든간에 그녀가 없으면 셜록이 제대로 비뚤어질 가능성이야 농후하겠지만서도 레스트라드는 그녀를, 여자친구를 잃은 날에 셜록의 손아귀에까지 내맡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니겠는가.

셜록이 가끔씩 자그마한 플라스틱 돋보기를 꺼내들며 신나게 방 안을 헤집고 다니는 내내 앤더슨은 못마땅한 듯 입을 씰룩거리며 시신 옆에 붙박인 듯 서 있었고, 나머지 경찰들과 법의학팀은 마지못해 지켜보고 섰다. 레스트라드는 가끔 앤더슨과 셜록을 한 방에 몰아넣고, 적어도 같은 장소에 있을 수는 있을 만큼 자기들끼리 알아서 정리해낼 때까지 가둬놓는 공상도 해보긴 했다. 문제가 있다면, 앤더슨은 셜록을 죽이려 들고 셜록은 앤더슨의 뼈를 완전히 으스러뜨려놓을 테니, 무엇 하나 해결될 리 없긴 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이런 게 레스트라드의 생활인 거다.

제일 거슬리는 건, 방에 붙은 망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마이크로프트가 느껴진다는 거겠다. 그와 셜록은 닮아보이지도 않고, 딱히 비슷한 신체적 특징이나 행동같은 것도 없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레스트라드는 이 생각을 몰아내려 고개를 휙휙 저었다. 차 안에서 키스하던 그 순간과, 때아닌 새벽 두시 마이크로프트의 차에서 허둥지둥 내리며 느껴지던 따스하고 격렬한 아찔함이 도덕적 위기감 사이로 섞여들어오던 그 때로 이어지지 않도록.

“좀 비키지그래.” 셜록이 보디가드라도 되는 양 시신을 지키고 서 있던 앤더슨에게로 스치듯 한마디 던졌다. 레스트라드는 눈이라도 데굴 굴리고픈 충동을 억누르고는, 나머지 형사들에게는 적어도 열심히 일이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하게끔 눈빛을 쏘아보내며 그들 쪽으로 다가섰다.

“아무것도 손대지 말라구.” 앤더슨은 꼼짝도 하지 않고 명령했다. “네놈은 내 현장을 망쳐놓는 습관이 있으니 말이지.”

셜록이 입을 열었다. 존은 앤더슨이 손댄다거나 망쳐놓는다든지, 자신의 현장이라고 한 것에 대해 셜록이 뭐라 할지, 눈에 띄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레스트라드는 그들 사이로 한 손을 밀어넣었다. “그만들 하지.” 그는 앤더슨을 바라보았다. “보게 둬.”

앤더슨은, 시신에게서 떨어지는 게 고통스럽기까지 한 것처럼 보였다. 셜록은 한쪽 귀에서 다른쪽 귀까지 이등분하다시피 거칠게 베어진 살덩이가 되어 부엌 타일바닥에 누워 있는, 낡은 운동복과 셔츠 차림의 젊은 여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여자의 손 하나하나를 들어 소매에 묻은 작은 얼룩을 관찰하고는, 머리카락을 헤집으며 살펴보는 셜록을, 레스트라드와 존은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지켜보고 섰다.

갑자기 울리는 명랑한 핸드폰 벨소리에, 레스트라드는 움찔하며 놀라버렸다. 존의 얼굴에는 순간 경계어린 기색이 스쳐갔지만, 셜록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것처럼 조사를 이어갔다. 레스트라드는 허둥지둥 전화를 받았다.

“레스트라드입니다.”

“그렇겠지요.” 마이크로프트가 말했다.

레스트라드는 입을 텁, 다물고 무의식중에 죄책감을 느끼며 셜록 쪽을 바라보았지만, 다행히도 그는 등을 돌린 채로 피해자의 귀를 가까이서 들여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레스트라드는 어렵게 마른침을 삼키며 분별 없이 덜컥 키스해버리고 만 사람과 통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 애써봤지만 쉽잖은 일이었다. 언제라도 셜록이 기이한 초능력이라도 발휘해서 한바탕 난리를 벌이지나 않을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던 탓이다.

“잠시 시간 괜찮습니까?” 마이크로프트가 묻는다.

레스트라드는 정말, 정말로 안 괜찮았지만, 그냥 끊어버린다는 생각만으로도 지금 잠깐 시간을 내지 못하면 그날 밤 내내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으리라는 걸 깨닫기엔 충분했다. 그는 셜록을, 존을 흘끔 쳐다보고는, 오늘만큼은 셜록이 특히 더 까다로운 날 중 하나가 아니기만을 경찰 일을 담당하는 신에게 기원했다. 

“잠시만요.” 레스트라드는 황급히 대답했다. 그는 어깨에 괴고 있던 핸드폰을 떼고는 말했다. “셜록, 나 잠시 나갔다 오겠네. 나 없는 동안엔 아무것도 하지 말라구.”

셜록이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존이 고개를 끄덕였으니 그거면 될거다.[각주:4] 





복도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다른 플랫들의 닫힌 문 너머로 추측성 잡담 소리가 수근수근 희미하게 들려오긴 했지만. 그는 다른 문에 난 구멍에서도 보이지 않게끔 계단 제일 위로 올라갔다. 오후의 대부분을 모든 문을 두드려보면서, 충격과 공포 섞인 반응 외에는 거의 얻어낸 게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남말 하기 좋아하는 이웃 한 명이 피해자의 ‘생활 방식’ 운운하는 바람에 레스트라드는 얼굴을 한방 갈겨주고 싶은 걸 꾹꾹 참아야 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는 벽에 기대서며 다시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댔다. 오렌지색과 갈색 무늬 가득한, 막 썩어문드러지기 시작한 기형적인 호박들처럼 보이는 벽지는 차라리 인상적일 만큼 흉했다. “현장입니다.” 그는 마이크로프트에게 대답했다. “잠깐밖에 시간이 없네요.”

“사과해야겠군요.” 마이크로프트는 놀란 기색도 하나 없이 대답했다. 레스트라드는, 마이크로프트라면 자신이 지금 어디 있는지 완벽하게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내기라도 할 수 있었다. 이유야 그가 헤아릴 수 없을 거고, 시도조차 하기 지쳤지만 말이다. “난 그저, 잠시 시간이 있다면 최근 당신과의 교제에 대해 감사를 전하는 한편, 당신이 계속 이어갈 생각이 없어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각주:5] 

레스트라드가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분석하는 데엔 꼬박 30초 정도 걸렸고, 이해하는 데 성공한 순간 하마터면 끔찍한 범죄 현장에서 5~6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큰 소리로 웃어버릴 뻔 했다. 그랬다간 레스트라드 경위가 드디어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는 소문이 돌 게 분명하다.

그는 입을 손으로 감싸 문질러 감당할 수 없는 소리를 눌러 삼키고는, 머리카락을 대충 손가락으로 쓸어올리며 개인 생활과 일이 절대, 결코 교차한 적 없던 순간을 어렴풋이 떠올려 보았다. 그게 그에겐 사생활이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던 탓이긴 하겠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게 좀더 편했다고도 할 수 있겠다. 레스트라드는 이 모든 사태가 발생한 근원인 마이크로프트의 목이라도 졸라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애초에 그럴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렇지 않습니다만, 정말로요.” 레스트라드는 결국 대답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전혀 실용적이지 않게도 복도 벽 윗쪽에 조그맣게 나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먼지낀 유리창으로 새어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좀 되었달까요. 그리고 당신은, 제가 만나봤던 사람들과는 상당히 다르기도 하고.”

마이크로프트는 놀라운 듯 작게, 즐거움 섞인 소리를 냈다. “그럴 거라 봅니다.”

“당신이야 저 잘난 셜록 홈즈의 형님이시잖습니까. 달리 기대하는 게 이상할 테죠.”

“내 동생과 난, 어느 정도 닮은 부분도 많이 있겠습니다만.” 마이크로프트가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죠. 그건 - ” 그는 잠시 멈추었다 말을 잇는다. “당신과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레스트라드는 잠시나마 셜록과 차 안에서 키스하는 장면을 생각하려 해 보았다. 경멸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이 노골적이고도 비논리적이게 인간적으로 바뀌는 장면을 상상하는 건, 소름이 쫙 끼치면서도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그는 텅 빈 복도에서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걸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적응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는 대답했다. “혹시 제가 마음이 바뀌게 되면 말씀드리지요.”

“좋아요.” 아주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마이크로프트의 목소리에서 부드러운 기색이 느껴졌다. 이내 크흠, 목소리를 가다듬는 소리가 들려왔고, 레스트라드는 어깨를 펴는 그의 모습을 어렵잖게 상상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 일은 그만 방해해야겠군요.”

“네에, 제가 지금 셜록을 시신 한 구에다, 그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제 경사 중 한 명과 함께 두고 와서요.” 레스트라드는 벽에서 몸을 일으키며 복도를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중에 걸게요, 이번 주말에 봅시다.”

“그래요,” 마이크로프트가 대답했다. “안녕히.”





금요일 오후, 셜록은 문제의 아파트에서 어떻게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냈고(그는 창턱 한 구석에 먼지가 쓸려나간 흔적과 피해자의 창문 아래 사다리 자국을 발견했다) 독극물 검사 보고서에서는 피해자의 체내에서는 특별한 게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레스트라드야 직접 해결해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용의자를 추려낼 수 없는데다 용의자 없이는 현재 하고 있던 것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도노반은 여자친구와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보겠다며 나섰고, 레스트라드는 피해자의 일 관련해서 알아보고, 그녀가 살해되던 밤 콘서트장에 함께 있었던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라며 몇몇을 더 보내두었다. 

지독하게 약오르는 상황이었다. 레스트라드는 셜록이 그날 벌어진 일을 재구성해준 것을 염두에 두고 파일들을 모조리 훑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머릿속에서 쉽게 그려낼 수 있었지만, 살인범을 잡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서류 빈 칸에 채워넣을 이름이나 얼굴이 없는 것 뿐이었다.

이번 주 업무를 끝냈어야 할 시간에서 30분이 지나서야, 그는 펜을 집어던지고 서류철을 소리나게 탁, 닫아버렸다. 관점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줄 만한 추가적인 정보 없이는 더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을 시점에 다다랐다는 걸, 레스트라드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게 나타나기 전까지는 의미없이 페이지를 가로질러 춤추는 구불구불한 선들처럼 보이기 시작할 때까지 같은 글을 읽고 또 읽을 뿐이었다.

그는 도노반에게 여자친구에게서 뭔가 흥미로운 걸 건지기라도 하면 연락하라는 문자를 보내두고는 그만두기로 했다. 가는 길에 스쳐가는 사람들에게 뭐라 쏘아붙이지 않는 데만도 결연한 노력이 필요했다. 피해자가 살해된 건 분명 그들 잘못이 아니고, 사건의 단서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는 것도 그들 잘못이 아니니까. 그는 그저 짧게 손을 흔들어보이거나 목례로 넘기고는, 그만큼이라도 해낸 스스로가 일종의 성인군자같다고 생각했다.

플랫으로 돌아가던 도중, 레스트라드는 마이크로프트를 떠올리고는 핸드폰을 꺼내고 싶어 손가락이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어느 비현실적인 다른 지구에서라면, 마이크로프트에게 교통부 직위에서 할 수 있는 뭐든 해서라도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는, 마이크로프트가 핸드폰에 넣어둔 전화번호를 바라보며 잠시 그럴까 생각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건 미친 짓일 거다. 그리고 레스트라드의 일은 홈즈 형제 한 명이 끼어든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겹지 않은가.

하지만, 마이크로프트가 해줄 수 있는 다른 것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레스트라드는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는 순간, 그는 목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오늘 밤에 바쁘신가요?”








+)
지금 이걸 옮기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어 < …응?
마형님이 너무 좋다. 남자답고 정중하고 든든한데 묘하게 서투르고 수줍어. 아아.
그나저나, 내숭쟁이 레스트라드의 저 밀당을 어쩌면 좋아;;
다 알면서 굳이 말로도 하게 하질 않나, 먼저 연락하게 하면서도 은근슬쩍 다음 약속을 잡아두질 않나.
이런 잔망스러운 남자같으니! : ]



  1. 왜 몰라!! [본문으로]
  2. ‘There's something very deliberate and very considered’ - 아래 주석에 이어서. [본문으로]
  3. ‘It's not transparency by a long shot, but it's honesty. Which is something.’ - 각주2의 something = honesty. [본문으로]
  4. ‘He's not sure Sherlock hears, but John nods which will do.’ - 정확한 분석입니다. 네네. [본문으로]
  5. “I merely wished a moment to express my appreciation for your recent companionship and to say that I will not take it amiss if you would rather not continue on.” - …이러니까 Holmesian-English 사전이 필요하다는 거지. -_-;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