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목표물 포착  | Target Acquired 



(셜록 시점)


“넌 그를 잃게 될거야, 알아둬.”

나는 퉁기고 있던 바이올린을 내려놓고는 반가울리 없는 불청객 형을 쏘아보았다.

“마이크로프트, 형의 관찰력이란 그정도밖에 쓸데가 없는건가?” 나는 따지듯 물었다. “어떻게든 의미있는 말을 해 보든가, 아니면 가급적 조용히 있든가. 실은 굳이 여기 남아있을  필요는 전혀 없지만 – 존이 돌아오는 대로 형의 관심은 확실히 전해주도록 하지. 그리고, 그가 이렇게나 적절한 타이밍에 자리를 비운 걸 기뻐해줘야겠군그래.”

“일부러 둔한 척 하는 중이냐, 아니면 정말 생각이 거기까지밖에 미치지 않는게냐, 셜록?”

나는 발끈했고, “제대로 이야기할게 아니면, 가버려, 마이크로프트.” 늘 얄팍했던 참을성마저 바닥나버리는 걸 느끼며 쏘아붙였다.

“셜록, 셜록.” 그는 그답지 않게 참을성 있는 태도로, 고개까지 흔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저나 그 선량하신 의사선생은 어딜 간 거지?”

“모르는 척이라도 하겠단 건가.” 난 짜증 섞인 말투로 대꾸했다. “정말이지, 형의 아랫분들께서는 한심할 정도로 속이는 재주는 없는가보군. 형이 우리 둘다 감시하고 있단 것 정도는 두말할 것도 없이 명백하잖아. 잘난 형님이 우리 일에 쓸데없이 참견 씩이나 하면서까지 얻어내려는게 뭔지는 내 알 바 아니겠지만.”

“좋아.” 마이크로프트는 대답했고, 내가 그의 도발 따위에 넘어갈 리 없다는 건 분명히 깨달은 듯했다. “존은 현재 세번째 데이트 상대인, 길 끝에 있는 테이크아웃 전문 중국음식점에서 줄을 서다가 만난 제인이라는 여성과 놀러 나갔지. 그가 네 플랫으로 이사온 이후 네번째로 만나는 여성일 테고,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오늘밤, 아니면 근시일 내에 친밀한 관계가 될 것같군그래.” 그는 잠시 멈추고는, 빈정대는 듯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이 상관없는 정보들을 대체 어디까지 이어가려는지 의아해하며 눈썹을 치켜올렸다.

“셜록, 모르겠니?” 그는 의자에서 몸을 앞으로 숙이며 물어왔다. “존은 뭔가를 찾는 중이고, 조만간 찾게 되겠지. 그게 사라나 레이첼, 앨리스는 아니었고, 어쩌면 제인도 아닐지 모르겠다만, 결국 그는 네가 문자를 보낼 때마다 달려나가는 걸 기꺼이 참아줄 여성을 찾아낼거다. 그가 원하는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대신 그가 원하는 것들을 기꺼이 주게 될 사람을 – 그리고 그때는, 친애하는 내 아우야. 그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 떠나버릴거다. 그리고 넌, 널 채워주고 완성해줄 그 한 사람을 잃은 채 또다시 혼자 남겨지게 되겠지.”





마이크로프트가 마침내 떠나고 난 후에도, 나는 한참동안 천장을 바라보며 소파에 누운 채 그가 했던 말을 곰곰이 되새겨보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가 옳을지도 모른다는 걸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난 예전처럼 혼자 일하고 싶지 않았다 – 존과 함께 하면서부터는 모든 것이 훨씬 나아졌다; 그는 수많은 짜증스러운 인간 군상들이 들이대는 걸 막아주는, 내게 전적으로 충실하고 완벽하게 믿을만한 사람이다.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놀라울 만큼 큰 도움이 된다는 건 말할 것도 없다. 그의 지능은 명백하게 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인데다 그의 추리는 – …라고 부를 수 있다면 – 거의 대부분 틀렸다. 하지만 그의 오류는 때때로 내가 스스로를 이해하고 통찰하는 실마리가 되어주기도 하는데다, 그는 항상 솔직하게 내 능력에 감탄해주었다. 확실히, 그는 모든 면에서 내게 완벽한 파트너였다.

유감스럽지만 내 짜증스러운 형이 지적했던 대로, 존이 현재의 우리 관계에서 채워질 수 없는 뭔가를 원한다는 건 명백했다. 그는 이러한 욕구들을 다른데서 채우려 했고, 그게 바로 위험한 지점이었다… 마이크로프트가 - 꽤나 성가시게도 - 확실히 말했듯, 결국에는 조안이나 루스, 메리 같은 기타등등이 나타나 내게서 존을 빼앗아가버릴 거다 – 전통적인 관계의 제약에 거스르지 못하고, 존은 결혼하게 되겠지. 그리고는 필연적으로, 내 플랫과 내 삶으로부터 영영 떠나가버리고 말 것이다.

이제 잠재적인 문제점을 알아냈으니, 내 뛰어난 지력 모두를 해결책을 찾는데 쏟아붓기로 했다. 존은 정말 결혼하고 정착해서, 가정을 가지고 싶어하는 걸까?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난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의 현재 생활 방식에서의 흥분과 위험들을 한껏 즐기고 있었고, 이건 일반적인 가정환경과는 맞지 않을 부분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너그러웠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편안해하는 것 같지도 않았으며, 전 세계적인 인구 과잉 문제를 악화시키는 일같은건 전혀 관심도 없었다.

그러므로, 그가 끊임없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여자들과 – 나와 함께 하는 것보다 좋을 리 없을 - 시간을 보내려 하는 건, 짐작컨대 보다 근본적인 욕구에 기반한 것일테다. 

추리: 존은 섹스를 원하고, 이를 얻기 위해 고전적인 접근방법을 취하고 있음.

보충 추리: 일반적인 스킨십에 대한 추가적인 요구 가능성 있음.

요약: 존의 결혼이라는 잠재적인 위기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존의 삶에 제3자의 개입이 필요 없게 만들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추가적인 요건이 나와의 관계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

결론: 존 왓슨이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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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