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A Not so Zombie Apocalypse
  • 저자: (익명) + 역자: PasserbyNo3
  • 등급: G
  • 길이: 단편 (약 1,200단어)
  • 경고: 특정 종교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완전히 유머지만, 거슬릴 수도 있으니 미리 주의해주세요.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sherlockbbc-fic.livejournal.com/2262.html?thread=3866582#t3866582



세상은 화요일 3시하고도 30분에 끝났다. 이 말인즉슨, 모든 것이 지옥으로 변해버리기 전까지 마이크로프트가 오후마다 늘 마시던 차와 비스킷 두 조각을 음미할 만큼의 시간은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는 정말 저 말 그대로 했다.

화요일은, 마이크로프트에겐 언제나 인생의 골칫거리였다. 그가 미신같은 걸 믿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뭔가 잘못될 때면 늘 화요일에 벌어지곤 했으니까.

해서, 천사들이 함성을 질러대고 구름에서 핏방울이 떨어져내렸을 때에도 그는 그닥 놀라지 않았다.

최소한 지난주에 벌어지진 않았으니까. 그랬다면 평화 협정이 조금은 부적절해졌을 테니 말이다.





메타트론(Metatron)[각주:1]과 이야기하는 건 정말이지 매우 유익했다. 신학과 삶의 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 이것들이야말로 이런 격변이 닥쳐왔을 때 특히 유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적그리스도(the Anti-Christ)와의 이야기는 그닥 쓸만하지 않았다. 심통나 있는 셜록과 대화하려 드는 것과도 묘하게 비슷하다는 - 되지도 않을 일이라는[각주:2]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건 신경 끄기로 하자. 기사들(The horsemen)이야말로[각주:3] 전반적으로 훨씬 비체계적이니 말이다.

* 명심하자: 다시는 전쟁이랑 기근 녀석을[각주:4] 한 방에 두지 말 것. 무슨 일인지는 확실치는 않지만, 청소부들의 말에 따르면 카펫이 제대로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고 하니 말이다.





종말이 시작된 지 이틀째 되던 날, 셜록이 문 앞에 나타났다. 보아하니 221B가 천국에서 파견한 런던 주둔 부대의 전초기지가 되어버린 데 격분한 모양이다. 그가 씩씩거리며 말하는 걸 들어보니, 라파엘(Raphael)[각주:5]과 미카엘(Michael)[각주:6]이 존을 괴롭히고 있는데다 - 그러니까 마이크로프트가 이해한 바로는, 그들이 존과 이야기하는 바람에 존이 셜록을 무시하게 되었다는 말이겠다 - 라미엘(Ramiel)[각주:7]이 계속 회개하라고 종용한다는 거다. 마이크로프트는 이 사태를 처리하겠노라 약속하고는, 비서에게 베이커가에 천사를 추가로 세 명 더 배치하라고 일러두었다.





벨제붑(Beelzebub)[각주:8]이 유황 때문에 골치아프다며 그를 찾아왔다. 현실 세계에서는 유황이 제대로 타지 않는다나. 유쾌하지는 않은 만남이었다.

* 명심하자: 지옥발 특사가 올 때면 창문을 열어둘 것.





거대한 용(the Great Dragon)[각주:9]이 나타났을 때, 마이크로프트는 그의 우산을 끼고 커네리 워프(Canary Wharf) 꼭대기로 올라가서는 지금 당장은 런던 절반을 재건할 만큼의 예산이 없으니, 비교적 크게 재단장하지 않아도 될 만한 장소들만 불태워준다면 정말 좋겠노라고 설명했다.

BBC에서는 웨일즈의 채석장 하나를 용의 놀거리로 바쳤다. 이로 인해 카디프 쪽에서는 몇몇 분노의 이메일이 날아와 라디오 타임즈(Radio Times)에 보도되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적그리스도는 이제 전반적인 종말 아이디어에 슬슬 질려가는 것 같은데다, 현재 42A와 B(소방 면허 관련), 321.8CC(죽이거나 불구로 만드는 등, 전반적인 소란 행위를 일으킬 의도로 칼을 소지할 권리가 있는지), 91D(하지만 개인 소유의 탈것으로 런던 상공을 비행하고 싶어할 경우를 기재해둔 5, 6페이지에만 해당된다. (마이크로프트는 이 문제로 꽤나 심각하게 고민해야 했다. 저것, 그러니까 용이란 게 허용된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용은 물론 날아다니는 말들까지 경비행기의 일종으로 포함해넣기 위해 다섯 가지 이상의 용 등록 서류 양식을 만들어서 - 그나마 남아있는 - 의회에 안건으로 통과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등등을 위반하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종말을 벌이고 싶은 사람이 작성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100sT.j, 34-473-B 서식과 616 서식은 단연코, 가장 중요한 거였다.

하지만 결국 그것들 대부분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고, 적그리스도는 힁허케 내빼고 말았다.

저런 걸 보면, 셜록을 상대하는 거랑 정말 비슷하다니까.





바빌론의 음녀(The Whore of Babylon)는, 옷입는 센스만 빼면 꽤나 매력적인 아가씨였다. 마이크로프트는 그녀가 좀더 적절한 복장을 사도록, 비서를 대동해서 쇼핑을 보냈다. 

나중에 날아온 고지서들을 살펴보니 이 아가씨, 구두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모양이다. 그는 잠시 짬을 내어, 지출한 경비에 대해 사탄에게 메모를 보내두었다.





미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점점 더 가관이 되어가고 있다. 대서양 너머에는 이 상황을 적절히 조종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하나도 없는 모양인지, 사람들도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고집불통인 무신론자들은 이 모든 게 집단 환각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휴거(Rapture)가 없다는 데 입을 모아 한탄이라도 하고 있는가보다. 휴거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자살 현상에 대해서 그가 받은 전화만 이틀 사이에 벌써 세 번째다.

리처드 도킨스가(모든 텔레비전 채널과 라디오 방송에 등장해서 일부 흥미로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주장했던 눈에 띄는 예외를 놓고 보자면, 영국 대중들은 이 문제에 대해 생각보다 열려 있는 것 같았다. 연합에 관한 거나, 종말의 징후라는 걸 알고 있다는 의견들도 있긴 했지만, 메타트론이 HIGNFY(HIGNFY)[각주:10]에 호스트로 출연하여 호평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 더 위크(Mock the Week)는 조금씩 단조로워지고 있었기에, 마이크로프트는 나우 쇼(The Now Show)로 채널을 돌렸다. 마커스 브리스톡(Marcus Brigstocke)[각주:11]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신의 대응을 주제로 할 말이 정말 많았으니까.





아마도 역병[각주:12]이 4기사 중에서는 제일 융통성 없는 놈이었을 거다. 하지만 마이크로프트에게도 미리 생각해둔 계획이 있었다. 세계가 멸망하던 바로 그 날(실제로는 시작되자마자 10분 내로), 그는 이제까지 비축해 두었던 - 현존하는 모든 질병에 대응하는 백신을 곧바로 풀어놓았던 거다.

다행히도 역병의 기사는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 이후로는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쪽 입장에서 보자면야 애석한 일이겠지만, NHS 다이렉트[각주:13]에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천사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정도로만 - 마이크로프트는 그들에게 7에서 3까지 깎아달라고 했었고, 그정도면 너무 과한 수준은 아닌 것 같았다 - 전염병 피해자 수를 사수해내는 데 성공했다. 





마침내 적그리스도는, 제레미 팍스먼(Jeremy Paxman)과의 인터뷰에서 평화 협정에 동의했다. 그야말로 놀라운 진보였다. 사실 그가 발뺌하려고도 해봤지만, 스스로 말하다 궁지에 몰리게 되는 바람에 루시퍼조차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던 거다.

그가 자리에 앉아 대천사 미카엘이 상당한 고가의 차를 몰고 탑기어(Top Gear) 트랙을 도는 걸 지켜보는 동안, 마이크로프트는 비서를 시켜 협정 시간 내내 비스킷과 커피, 유황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만전을 기했다. 하지만 미카엘이 고든 램지(Gordon Ramsay)[각주:14]보다 자신이 느렸다는 걸 알아차리고는[각주:15] 불타는 검으로 스코어보드를 조각내버리는 건 조금 지나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은 목요일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 뭐, 거의 정상이라는 거지만. 어쨌든 마이크로프트는 이메일과 전달할 주소들을 천국과 지옥 양쪽 모두에게 받아두는 걸 잊지 않았다. 그래야 그가 보낼 고지서들을 그쪽에서도 확실히 받아볼 수 있게 될 테니까. (하이드 파크 - 지옥 쪽에서 그 흉측한 머리를 들이밀기로 결정한 덕분에 완전히 난장판이 된 그곳에 대한 청구서 말이다)

영국 특유의 여름날씨답게 하루 종일 멈추지도 않고 비가 퍼부었다. 즉, 그의 우산이 실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적그리스도가 용을 두고 갔다는 걸 누군가 알아차렸다.

하지만 뭐, BBC도 특수효과 예산을 절감할 방법이 필요했었으니까.



+) 
마형님이 그리워 시름시름 앓던 중이라, 마형님 게이지 충전용 짤막 단편 하나.
단어나 배경이 조금 어려워서 옮기기는 쉽지 않았지만;; 미묘한 리얼함 덕에 읽는 내내 많이 웃었던 글.
정말, 마형님이라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 해도 이렇게 현실적으로 깔끔하게 처리해버릴 것만 같아.
그리고, 중간에 등장해서 존을 뺏겼다고 칭얼거리는 셜로기도 귀여움♡ : ]



  1. ‘Metatron’ - 가장 높은 등급의 천사. 천계와 인간계를 연결하는 천사로 알려져 있음. [본문으로]
  2. ‘blood from stones’ - 관용구. 돌에서 피가 나올 리 없으니, 하늘의 별따기같은 느낌. [본문으로]
  3. ‘The horsemen’ - 요한계시록의 4기사. 백-역병(pestilence), 적-전쟁(war), 흑-기근(famine), 청-죽음(death). [본문으로]
  4. ‘War and Famine’ - War=붉은/전쟁의 기사, Famine=검은/기근의 기사. 각주3 참조. [본문으로]
  5. ‘Raphael’ - 치유의 천사. [본문으로]
  6. ‘Michael’ - 승리의 천사. 천사군의 지휘관이기도. [본문으로]
  7. ‘Ramiel’ - 천둥/번개의 천사. 최후의 심판으로 인도해주는 천사라고. [본문으로]
  8. ‘Beelzebub’ - 파리의 왕. 타락천사. [본문으로]
  9. ‘the Great Dragon’ - 요한계시록에 언급되는 큰 용, 사탄을 뜻한다는데. [본문으로]
  10. ‘Have I Got News for You’ - 베네딕트가 출연하여 ‘Damn good shag’이라는 명언(?)을 남긴 바로 그 프로. [본문으로]
  11. 유명한 DJ이자 코미디언. 러브액츄얼리에서 빌리맥을 인터뷰한 DJ로도 출연했다고. [본문으로]
  12. ‘Pestilence’ - 각주3 참조. 흰 기사 [본문으로]
  13. ‘NHS Direct’ - 영국 국영 의료서비스. 24시간, 전화로 직접 응대한다고. http://www.nhsdirect.nhs.uk/About/WhatIsNHSDirect …픽 읽는답시고 이런거나 알아보고 있다니;; [본문으로]
  14. 요리연구가. 헬스키친(Hell's Kitchen)으로 유명. [본문으로]
  15. 탑기어는 전용 테스트트랙 기준으로 유명 셀러브리티들의 기록을 순위로 매겨서 보여준다. 당연히 고든 램지도 있음. http://www.bbc.co.uk/topgear/show/celebritylaps.shtml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