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의 드래곤 - 셜록 길들이기 | John's Dragon (1/2)





롱홀은 사람들로 꽉꽉 들어차 있었다. 바이킹이며 드래곤들 모두 존과 셜록이 가져온 것을 보겠답시고 서로 밀고 밀리며 난리였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 한가운데 있다는 게 영 초조해보이는 셜록을 보며, 존은 저녀석이 갑자기 화를 내면서 뭔가 콱 물어버리기 전에 얼마나 붙들어둘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작은 테러블 테러가 킁킁 냄새맡으러 그 돌멩이 근처까지 다가왔을 때, 셜록은 목구멍 깊숙이에서부터 불꽃까지 내비치며 그르릉,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자그마한 고양이 정도의 크기로 몸을 부풀리며 캬악, 발끈하자, 셜록이 작고 푸르스름한 불덩어리를 녀석의 벌린 입 안으로 뱉어주고 만다. 한 여자가 뛰어나와서 잡아채갔을 때엔 이미 테러 녀석은 그대로 뻣뻣하게 굳어서는 쿨룩거리며 연기를 뭉글뭉글 뿜어내고 있었다. 여자는 야단치면서도, 녀석을 반짝이는 노란 돌멩이와 위험한 까만 드래곤에게서 멀리 떼어놓았다.

“저건 유황이잖아.” 대장장이 고버가 저 돌멩이를 보더니 한마디 했다. “위험한 섬에서 온 거군.”

그롱클 한 마리가 뒤뚱뒤뚱 걸어나오자 셜록이 볏을 바짝 세운다. “하지만 저건 노란걸요.” 히컵이 돌멩이를 보고 대꾸했다. “저들이 왜 그런걸 조사하는 건데요?”

“노랗다니?” 존은 물었다.

“드래곤들은 노란 거 안 먹거든요.”[각주:1] 히컵이 대답했다. “처음엔 장어인 줄 알았는데, 뭔가 다른 거더라구요.”

“뭐, 그건 사람이라도 마찬가지일걸.”[각주:2] 고버가 끼어들었다. “아니면 그거 혹시 유머…?”[각주:3] 

“그럼, 저건 뭐에 쓰는 거야? 유황?” 존이 물었다.

셜록이 그를 휙 밀쳐내더니 돌멩이를 집어서는 롱홀 한가운데에서 환하게 불타고 있는 불 속에 던져넣었다. 잠시 불꽃이 화륵 일어나더니 갑자기 푸르스름하게 타올랐다. 마치 나이트 퓨어리의 숨결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꽃처럼. 그리고는 연기가 뭉게뭉게 뿜어져 나와,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로 흩어져 갔다. 존은 눈물을 글썽이며 콜록콜록 기침해댔고, “모두들 나가!” 라고 외쳐대는 스토익을 따라 비틀비틀 출구 쪽으로 향했다. 이 와중에도 셜록은 가르릉, 흡족한 듯 날개를 퍼덕이고 있다.

“네 드래곤은…” 스토익이 입을 열었다. 아릿한 냄새는 여전히 자욱하게 남아 있었지만, 쿨럭쿨럭 기침해대느라 정신 없던 바이킹들은 모두 밖으로 나간 후였다.

“아니에요, 쟤가 뭘 하려는 것 같은걸요.” 투슬리스가 쿡 찌르자 히컵이 말했다. 히컵은 투슬리스의 주둥이에 두 손을 올린 채 아무 생각 없이 긁어주고 있는 중이었다. “봐요, 투슬리스나 셜록은 숨을 내쉬는 것만으로도 다른 드래곤들을 확실히 불편하게 만든다는 거 다들 알잖아요. 뭐, 폭발하지 않는다면 말이지만요.”

“그러니까 네 생각엔-” 존은, 조카녀석이 기지를 발휘하는걸 보니 문득 뿌듯해졌다. “네 생각엔 침략자들이 이- 이 유황을 그롱클에게 먹여서 폭발하게 만들려고 했다는 거구나!”

셜록은 엉덩이로 주저앉아 고개를 끄덕였고, 투슬리스 역시 따라했다. “하지만 그놈들이 왜 그러려는 건데?” 고버가 되물었다. “그롱클이래봐야 특별히-”

큼지막한, 약간 슬퍼보이는 그롱클 한 마리가 무리들을 어깨로 밀쳐내며 사이로 비틀비틀 끼어들었다. 약간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 녀석을 보다가, 존은 문득 녀석이 원하는게 뭔지 알아차렸다.

“놈들은 어리석지 않아.” 그는 재빨리 말했다. “드래곤 말야. 어리석지 않다구. 셜록은 나보다 더 똑똑한걸, 거의 항상. 이녀석은 무슨 일인지 알고 있는 거야.”

“그럼 네 생각엔, 우리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스토익이 묻는다. 히컵이 몸을 쭉 뻗어 큰 척 하면서 - 뭐, 꼬마 수준에서 큰 거겠지만 - 팔짱을 낀다.

“우리가 도와주는거죠.” 히컵이 대답했다. 그때, 그롱클의 뱃속에서 괴로운 듯 우릉우릉 꾸르르 소리가 났다. 다른 모든 바이킹들이 물러서는 와중에, 투슬리스는 재빨리 히컵 옆으로 다가갔고 셜록은 날개를 펼쳤다.

“존이 하게 둬; 의사잖아.” 스토익이 한마디 했지만, 히컵은 어느새 그롱클을 쿡쿡 찔러보고 있었다. 모두들 재빨리 물러섰고, 존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소매를 걷었다.

“놈들이 우리랑 얼마나 비슷한지 보는 방법이라고는 단 하나뿐이지.” 그가 말했다. “놈을 잘 잡아.”

그롱클의 입에서는 뭔가 끈적끈적하고 불쾌한, 하지만 어쩐지 익숙한 무언가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존은 그 동굴같은 목구멍 안으로 손을 밀어넣기 시작했다. 그때 작게 들려오는 부스럭, 소리에 움찔하고 놀랐고, 그제서야 셜록이 옆으로 다가서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라 치면 그롱클이나 존을 붙잡을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자, 해봐.” 그의 말에, 히컵은 어마어마하게 큰 턱주가리를 붙들어 열었다. 손가락 끝이 놈의 목구멍 안에 부딪혔다. 구역 반사, 구역 반사. 설마 드래곤에게도 그런게 있는 거야? 그랬다. 그롱클은 신나게 울컥거리고 있었고, 꿈틀꿈틀거리더니 이내 그에게로 온통 쏟아붓고 말았다. 씹다 만 노란 돌멩이와 해초들, 그리고 셜록이 집으로 가져오곤 하던 그 냄새나는 - 예의 그 냄새가 물씬 풍기는 - 것들을 말이다.

놈들은 이런 식으로 - 유황을 저 역한 냄새나는 것들로 가려두었던 거다. 그롱클이 다시 웩웩거리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존도 간신히 피해냈다. 하지만 투슬리스가 히컵을 보호하려 재빨리 날개를 펴는 바람에, 존이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철퍼덕,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바닥에 어깨가 꼴사납게 부딪히는 순간 그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굴러야 했고, 동시에 이날 하루가 어떻게 더 나빠질 수 있을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셜록이 펄쩍 뛰어들어 투슬리스를 발로 걷어찼고, 두 마리의 드래곤은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로 데굴데굴 굴렀다.

“투슬리스!” 히컵이 소리질렀다.

“셜록, 안돼!” 존 역시도 옆에서 거들었다.

그롱클은 또다시 토하다가, 이내 끼잉끼잉, 헐떡거리며 바닥에 뻗어버렸다. 셜록이 투슬리스를 눕히자마자, 투슬리스가 셜록의 다리를 콱 물더니 단숨에 바닥으로 세게 내려쳤다. 셜록은 금세 벌떡 일어서서는 채찍마냥 꼬리를 휘갈기며 몸을 낮게 깔고는 크릉, 위협적인 소리를 냈다.

“셜록!” 존은 다시 한번 부르며 절뚝거리며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셜록은 침을 흘리며 헐떡거리고 있었지만, 투슬리스에게서 떼어놓으려 밀어내는 존의 손길에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만, 그만하라구, 바보녀석아. 그만해!”

셜록의 주둥이에 이마를 맞댄 채, 녀석과 호흡을 맞추며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래야 이 문제에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 히컵 역시도 여전히 크릉거리고 있는 투슬리스를 달래고 있었다. 셜록은 존을 떨쳐내더니, 얼굴에 잔뜩 묻은 끈적끈적한 것들을 핥아주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자,” 존은, 주변을 빙 둘러싼 채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구경꾼들에게 말했다. “그럼 이제 저 침략자들을 찾으러 나가지 않겠습니까?”





당연하겠지만, 셜록은 존이 배에 타는 걸 바라지 않았다. 그리고 셜록이 바라든 바라지 않든간에, 셜록은 존보다 스무배는 더 무거운데다, 방해하려 들 때면 최강으로 끈질기게 굴었기에 어쨌든 탔다. 존은 셜록을 밀치고 나아가려다 말고 문득 지팡이를 들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고, 놀라 그대로 멈춰섰다.
 
“뭐야?” 그는 물었다. “바라는 게 뭔데?”

이번에는 존이 올라탈 수 있도록 셜록이 무릎을 굽혀 주었다. 단단한 근육과 빠른 날개로 이륙할 수 있도록, 존은 조심스럽게 올라갔다(뭔가 뒤쫓을 때면 셜록은 정말로 빠른데다 무시무시하니까, 소리도 치지 않았다). 존은 처음으로 배에 탔을 때 이후로는 느껴본 적 없었던 짜릿한 흥분과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셜록은 배로 곧장 날아가지 않았다 - 대신에, 다른 섬들 중 하나로 향했다; 드래곤들이 먹이를 찾는 곳이었지만, 특별히 흥미롭지는 않았다. 게다가 떠나기 전에 셜록이 유황 듬뿍 든 토사물들을 닦아내 주려던 걸로 어느정도 먹여둔 셈이기도 했고, 셜록은 원래 좋은 상태일 때에도 그닥 많이 먹지는 않았으니까.

“왜 여기로 온 거지?” 셜록이 땅에 내려앉자 존은 물었다. 셜록은 - 드래곤이니까 할 수 있을 방식으로 - 한심하다는 듯 휴, 한숨을 내쉬더니 날개를 우아하게 펼쳐 해변 쪽을 가리켰다. 누군가 해안가에 먹이를 내버려두었고, 그롱클 한 무리가 훌쩍훌쩍, 킁킁거리며 신나게 먹어대고 있었다.

“아,” 존이 마음 속으로 갈무리하는 동안, 셜록은 먹이 쪽으로 다가갔다. 녀석은 한입 물더니 이내 얼굴을 구기며 퉤, 뱉어낸다. “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 대체 왜 또 맛을 보는 건데?”

그롱클을 무서워하는 건 쉽잖은 일이었다. 덩치크고 비늘로 뒤덮인 호박벌같았으니까.[각주:4] 커다란 수컷 한 마리는 너무 많이 먹었는지 날지도 못하는 중이었다. 놈은 괴로운 듯 끙끙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셜록은 날개를 펴더니 존에게로 물러섰다.

“왜?” 존은 물었다. “무슨 일인데?”

저 그롱클이 폭발하는 순간, 셜록은 존을 와락 덮쳐서는 땅바닥으로 쓰러뜨리며 자신의 몸으로 그를 덮었다. 다른 드래곤들은 날아가버렸고, 죽은 그롱클의 잔해로 뒤덮인 셜록과 존만이 남았다. 셜록은 존을 쿡쿡 찌르더니 잔해 쪽으로 가볍게 날아갔다. 존은 머리카락에 붙은 죽은 드래곤 조각을 떼어내고는 문제의 먹이를 살펴보았다. 유황과 해초 냄새가 났다; 아마도 저걸 먹을 만큼 멍청한 건 그롱클 뿐일거다. 다른 그롱클들은 동료 하나가 펑, 터지는 순간 모두 날아가 버렸고, 존은 폭발의 피해 규모가 어느정도인지 조사해보고자 셜록의 육중한 몸 뒤에서부터 기어올라왔다.

셜록은 목구멍에서 경고하는 듯한 소리를 냈다.

“좀 볼게.” 존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셜록이 그릉, 싫은 소리를 내자 존은 돌아섰고, 녀석이 무시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는 날개를 펴 휘릭 날아가버리는 걸 바라보았다. 날갯짓이 불러일으킨 바람에 존의 머리가 헝클어졌다.

“좋아!” 그는 소리쳤다. “그럼 가버리라구!”

존은 빌어먹을 멍청한 드래곤은 물론, 그놈들의 빌어먹을 멍청한 변덕스러움에 대해 구시렁거리며 바위 너머로 쿵쿵 걸어가다 말고, 이내 멈춰섰다. 바위 위에서 그롱클 한마리가 의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뒤뚱뒤뚱 그에게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너머, 뱃머리가 모래사장에 들어온 채 항구에 정박해 있는 침략자들의 배가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사슬로 묶인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가 그 배 모서리에 느긋하게 기대어 있었다. 어쩔 도리가 없었다. 존은 그놈의 눈에 띄지 않았기만을 바라며 몸을 숙였다. 쿵쿵, 심장소리가 귓가에까지 울려왔다.

그롱클은 그를 본 게 분명했다. 킁킁거리며 그가 숨은 바위로 다가와서는 어깨에 침을 뚝뚝 흘려대고 있었으니까.

“너한테 줄 거 없어,” 존은 놈에게 돌아서서 조용히 말했다. “정말 없다니까.”

그는 바위 주변을 돌아보았다.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가 펄쩍 뛰어올라서는 하늘을 샅샅이 살피고 있었다. 구름 사이로 푸른 불꽃이 뿜어져나와서는 나이트메어의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추었다. 존은 위를 올려다보았다. 푸른 불꽃, 셜록이다. 셜록이 구름 사이에서 쏜살같이 튀어나와서는 배로 곧장 날아들었고, 존은 재빨리 일어섰다.

“우린 왜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지 않았을까?” 그롱클이 친근하게 들이대는 동안, 존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드래곤 라이더 한 부대를 데려올 수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오, 아니지. 정신나간 나이트 퓨어리마냥 재빨리 떠 버려야지. 서두르자구.”

배에서부터 맞대응하듯 불꽃이 뿜어져나왔고, 대포 터지는 소리가 쿵쿵 들려왔다. 셜록은 재빨리 날아다니며 올라갔지만, 녀석이 옆구리에 대포를 맞는 순간 존은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녀석은 한바퀴 구르더니 날개도 접은 채 축 늘어져, 그대로 바다로 떨어져내렸다. 존은 달리기 시작했고, 그롱클이 뒤를 따라왔다.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을 헤치며 다가갔지만, 셜록이 어디로 떨어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롱클은 따라오다 말고 배 옆에 붙어있는 따개비에 비늘을 긁어대는 데 정신을 팔고 있었다.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가 고개를 옆으로 돌리더니, 경고하듯 그롱클에게 불을 뿜는다.

“셜록!” 존이 소리쳐 불렀지만, 셜록이 빠져버린 지점에서 출렁이던 물결마저 잠잠해져버렸다. 존은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지는 걸 느꼈다. 녀석은 그의 드래곤이란 말이다. 그는 배로 돌아섰다. “이봐!” 소리쳐 불렀지만, 대답은 없었다. “이봐요!”

열심히 긁어대고 있는 그롱클 덕분에 뱃머리가 흔들리자, 남자 하나가 옆을 살펴보았다.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가 옆으로 올라섰고, 철그렁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슬이 어슴푸레하게 빛났다. 존은 마음을 다잡았다. 저건 다른 드래곤일 뿐이라구. 두려워할 건 없어. 나이트메어는 그저 다른 드래곤일 뿐이야.

“원하는 게 뭐여?”[각주:5] 침략자놈이 물어왔고, 나이트메어가 존에게 가까이 다가서더니, 킁킁거리며 목구멍 안쪽에서부터 딱딱거리는 소리를 낸다.

“내 드래곤을 원해.” 대답하면서, 존은 그롱클이 나지막한 소리를 내는 게 들을 수 있었다. 마치 모래사장에 대어둔 배를 밀어내려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심지어 조금씩 밀려나고도 있었다. “그리고 당신네들이 여기에서 사라져줬으면 좋겠는데.”

“두가지 다 내 알바 아니구먼.” 남자가 대꾸한다. 방패를 보아하니 다른 부족인 게 분명하다 - 거대한 치킨이 새겨져 있었으니까. 존은 저걸 물어봐야 하는 건지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당신이 오해한 것 같은데,” 존은 말을 이었다. “당신 배 옆에서 나는 소리 들리지? 그거 그롱클이야. 당신들이 일찌감치 차려놓은 유황 뷔페에서 제대로, 푸짐하게 먹어치우고 돌아오신 그롱클이시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다구. 그리고 저놈은 내 말을 잘 들어.”

거짓말, 몽땅 새빨간 거짓말이다. 하지만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겠지 - 그정도면 충분히 분산시킬 수 있을 거다.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가 뿜어낸 고리 모양의 연기가 존의 머리 근처를 휘감았다. 그냥 드래곤이야, 그냥 드래곤, 그냥 드래곤이라구. 나이트메어는 초에 불이라도 붙이듯 위험하게 불꽃을 훅, 뿜어냈고 존은 그대로 물러섰다.

“저 드래곤 보이나?” 남자가 느릿하게 물었다. “저 드래곤이 우리 말을 잘 듣걸랑.”

나이트메어가 유쾌한 듯 흥얼거리며 존의 어깨를 킁킁거렸고, 놈의 불꽃에서 전해지는 열기에 살갗이 빨갛게 긴장했다. 놈이 멈추더니 갑자기 움찔하며 물러섰다. 존은 바라보다 말고, 그롱클이 저 배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걸, 그래서 나이트메어를 뒤로 끌어가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놈은 공격하듯 불꽃을 뱉어냈고, 불을 뿜어낼 준비가 되자마자 목구멍에서 쿠륵거리는 소리가 나는 걸 들으며, 존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 물 속으로 뛰어든다 하더라도 산 채로 잘 삶아지고 말 테니까.

무언가 갈라지는 엄청 큰 소리를 들으면서도 꿈쩍하지 않은 존이었지만, 몬스트러스 나이트메어는 놀란 모양이었다. 배의 나무판 사이로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까맣고 물로 뒤덮인 무언가. 푸른 불꽃. 김을 뿜어내며 높게 날아오르자, 옆구리에서 나뭇조각들이 떨어져내렸다. 다시 뒤돌아와서는 배로 한번 더 불을 뿜었다. 나이트메어가 키익, 비명을 지르며 불을 뿜어내려 크게 숨을 들이마셨고, 금세 시커먼 무언가가 우뢰와도 같이 날아들었다.

배는 기우뚱, 흔들리며 불타고 있었고, 존은 갑판 위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들었다. “모두들! 도망쳐라!”

드래곤 두 마리가 싸우는 동안, 존은 물속 깊이 잠수했다 - 나이트메어가 불을 뿜어내려 들 때마다 셜록은 놈을 물 아래로 밀어넣었고, 신원들이 구명보트를 바다 쪽으로 내리는 동안 배 갑판은 위태롭게 삐걱거리고 있었다. 존은 바위가 반으로 쪼개진다든가, 숲 전체가 쓰러지기라도 하는 듯한 엄청난 소리를 들었고, 곧바로 셜록을 물 아래로 끌고 들어가는 나이트메어의 얼굴 표정을 똑똑히 보았다. 배가 마구 흔들리더니 그대로 쪼개졌고, 나무판 조각과 돛과 기타등등 부속품들이 물 위로 둥둥 떠올랐다.

존은 물 아래에서 푸른 불꽃을 본 순간, 셜록을 풀어주려 잠수라도 할 생각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그때, 셜록이 나이트메어를 문 채 물 위로 치솟아올랐다. 녀석은 나이트메어를 해변가에 내동댕이치더니 무언가를 찾는 듯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존은, 셜록이 물을 사방에 튀겨대며 다가와서는 목덜미를 붙들고 해변가, 나이트메어 옆에 던져두었을때도 그닥 놀라지 않았다. 나이트메어는 그에게 으르렁거리더니 푸드득, 물기를 털어내며 다시금 온 몸을 밝히기 시작했다.

“셜록-” 놈이 물러서는 순간 존은 입을 열었다. 이내 불꽃이, 꿈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의 온 몸을 휘감아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두운 빛깔의 날개가 존을 감싸 불꽃으로부터 지켜주고 있었다. 그는 셜록의 비늘 덮인 목에 얼굴을 묻고, 달래는 듯 작은 소리를 내는 걸 가만히 듣고 있었다. 셜록이 꼬옥 감싸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휘감겨오는 불꽃의 열기가 안에까지 전해져 왔다. 마침내 셜록이 날개를 내렸을 때, 그롱클이 높이 날아다니며 구명보트 쪽으로 무차별 사격하는 왱왱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트메어는 주인을 뒤따라 날아갔는지, 이미 가버리고 없었다. 존은 셜록이 놈을 뒤쫓지 않고 함께 머물러주었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했다.

“침략자들은,” 존은 바위투성이 해변에서 셜록에게 기대어 서며 말했다. “다시 올 거야.”

셜록은 아주 살짝, 바르르 떨고 있었고, 존은 그슬린 비늘 냄새까지 맡을 수 있었다.

“이봐,” 존은 셜록의 볏 뒷쪽을 긁어주며 말했다. “우리 이젠 안전해, 보라구; 마을로 돌아가자. 그롱클들 좀 구해줘야지.”





존은, 오늘 이후부터는 악몽이 아예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롱클 한 무리를 모조리, 유황 덩어리를 토해내게 해줘야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었는데. 하지만 뭐, 어쨌든 해냈으니까. 인생이란 건 가끔 흥미롭게 마련이다.

그는 가능한 한 열심히 씻었고, 셜록도 닦아주었다. 말빗 다루듯 작은 칼로 비늘에 붙은 먼지들을 떨어주자, 셜록은 만족스럽다는 듯 휴, 한숨을 내쉬고는 존을 감싸듯 웅크리고 앉았다. 존은 부드럽게 셜록의 꼬리를 얼굴에서 치워냈지만, 이내 애정어린 날갯짓과 머리카락을 비벼대는 주둥이, 이마에 와닿는 셜록의 숨결과 씨름해야만 했다.

“나 어디 안 간다니까.” 셜록은 할짝, 그를 핥았다. “맙소사, 그거 좀 그만 할 수 없어?” 푸르르, 만족스럽게 가릉거리는 셜록이다. “나 괜찮다구, 정말이야.” 그는 되풀이해서 말해주었다. “제발, 셜록. 적어도 좀 자는 척이라도 해봐.” 셜록은 다정하게 그를 킁킁거렸다. “아, 제발 좀-”

셜록은 그를 텁, 물더니 이내 창문을 뚫고 밖으로 나간다. 창틀을 부숴야만 나갈 수 있다는 사실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한 채로. 아주 잠시 조용하더니, 저 멀리 가파른 언덕 꼭대기에서 양이 데굴데굴 굴러가서는 무리 한가운데 부딪히는 게 분명한 소리에 이어, 매애애- 소리가 들려왔다 - 매애애, 소리와 한데 밟고 밟히는 소리, 당황하는 듯한 소리들. 옆집에 불이 들어오더니, 이어 다른 집으로, 또 다른 집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저 정신나간 나이트 퓨어리에게서 도망치려는 양들이 마을 길가로 모이기 시작했기 때문이겠지.

존은 눈을 감았다. 사람들이 구시렁거리는 소리와, 양들의 매애애- 울음소리, 누군가 그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며 당장 와서 네놈의 빌어먹을 드래곤 좀 데려가라구! 하는 걸 들으며 잠에 빠져들었다. 그에게도 휴식이 필요한 게 당연하니 말이다; 셜록은 기이하고, 보통은 지긋지긋한데다, 솔직히 멀쩡한 구석이라고는 1g도 없는 드래곤이다. 하지만 녀석은 존의 드래곤이고,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다.



+)
드래곤이어도 여전히 똑똑하고, 거만하고, 제멋대로인데다 항상! 존바라기 셜로기. 아휴, 깜찍해라.
영화 볼 때도 그랬었지만, 이런 드래곤 한마리 어디 없나? 두리번두리번. 나에게도 셜로기를 주세요! : ]
  • 그림: 하이지달님께서 [목도리 두른 셜록 드래곤]을 숨지도록 귀엽게 그려두셨습니다. 꼭 보세요 ㅠㅠ



    1. “Dragons won't eat yellow food.” - 영화에서 투슬리스/드래곤이 싫어하는 물고기가 노랑노랑 장어다. orz [본문으로]
    2. “Well, neither should humans” - 히컵은 드래곤들이 노란걸(장어) 안 먹는다고 한 거지만, 고버는 사람들도 노란걸(유황) 안먹는다고 대꾸한 것. [본문으로]
    3. “Or is that yellow snow…?” - yellow snow는 'Don't Eat the Yellow Snow'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본문으로]
    4. ‘They were like big, scaly bumblebees.’ - 범블비라는 단어를 보면 이제는 노란 차밖에 생각나지 않아… [본문으로]
    5. “Whaddaya want?” - 뭔가 걸진 말투로 옮기고 싶어서…;;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