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JW] 첫 키스 | First Kiss

2011. 12. 10. 18:51 from 단편


  • 원제: First Kiss 
  • 저자: (익명) + 역자: PasserbyNo3
  • 등급: PG-13 (전체연령가)
  • 길이: 단편 (약 1,8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요청글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했습니다.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sherlockbbc-fic.livejournal.com/8300.html?thread=72371308#t72371308



셜록 홈즈는 존 왓슨에게 키스할 계획이었다.

결혼이나 이벤트를 기획하는 사람처럼 몇 주에 걸쳐 준비해왔던 일이었기에, 셜록은 존에게 키스할 방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존이 병원에 있을 때 - 사건이 없는 상황이라면 - 그는 책상 앞에 앉아, 첫키스가 (늘 끼어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종종 바로 섹스까지 이어지고 마는) 나오는 (과장 일색인) 미국 영화나 텔레비전 쇼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살펴보고 있었을 거였다. 그리고는 결국 드라마나 연속극에 나오는 장면들로 넘어가야겠지. 사건처럼 연구하고 있는 것만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그도 심정적으로 감명받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존은, 당연하게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사건이 없는 날인데도 셜록이 확실히 덜 지루해한다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솔직히 말해 바뀐 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존이 옆에 없을 때면 어떻게 키스를 시도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몇몇 아웃라인도 잡아두었다. 로맨틱한 데이트, 자연스러운 버전, 기습, 수수께끼처럼 맞추는 방식이라든지, 옷을 벗은 상태로 ‘우연히’ 존 앞을 지나간다든지 하는 선택지까지도 모두 고려해보았던 거다.

그땐 완벽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기에, 한참을 컴퓨터 화면에 얼굴을 들이박은 채로 키스할 때의 정확한 기법[각주:1]을 파악하려 고심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어렵고도 좌절스러운 일이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완벽한 키스를 해보겠다며 누군가 잡아다 연습을 해볼 수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게 셜록에겐 난생 처음 해보는 키스가 될 테고(키스라는 걸 생각해보는 것조차도 처음이었다), 첫키스 상대로 존이 아닌 다른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당연히) 이상해 보이지 않으려고 거울을 상대로 키스해보면서 (물론 거울에 대고 키스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긴 했지만) 화장실에 처박혀 있기도 했다. 거울이 반응할 리도 없었지만, 차갑고 딱딱하기까지 해서 전혀 입같지도 않았다. 어느날 오후에는 서점에 가서 성인물 코너[각주:2]에서 몇 시간 죽치고 있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에서 픽셀 단위로 뿌려지는 이미지를 해석하는 것보다야 키스에 관해 쓰여진 글을 읽는게 쉬울지도 모르니까.

그렇지는 않았다.

무엇 하나 속시원하게 씌어있지 않은데다, 키스 정도는 아예 논외의 이야기인 것만 같았다. 대부분은 교제 자체부터 모든 게 금지되어 있다는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있을 뿐, 게다가 거의 다 지독하리만치 빙빙 돌려 표현되어 있는 거다. 셜록에게 필요한 건 단도직입적인 접근법이었는데.

하지만 가능한 한 존에게도 기분 좋게 키스란 걸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그대로였기에, 그는 마지막으로 키스가 일어날 법한 상황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제일 먼저, 장을 봐올 거다. 존은 항상 셜록이 예상 외로 기꺼이 도와줄 때, 그리고 퇴근길에 엄청 묵직한 너댓개의 짐을 플랫까지 나르지 않아도 될 때면 훨씬 더 기분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존의 교대가 끝날 때 병원에 들러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하자. 실제로 먹기도 해야겠지; 존이 무의식적으로라도 데이트같다고 느끼길 바라는 거니까. 안 먹으면 너무 사건이 있는 상황처럼 느껴질 거다. 플랫으로 돌아와서는 텔레비전을 보자거나 딱 그 정도로 지루한 - 하지만 서로 말 없이도 다정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뭔가를 제안해 보는거다. 어쩌면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바이올린을 조금 켜보는 게(실제로 연주를 한다는 거다) 좋을지도. 마침내 존이 자러 가야 할 때가 되겠지. 그때 그는 일어서서 존에게 키스를 할 거다. 굿나잇 키스를.

결과적으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일어날 때면 늘 그렇듯, 막상 벌어지고 마는 그 순간까지도 전혀 계획에도 없었고 예측할 수도 없는 시나리오였다. 그리고 그제서야 꼭 이렇게 되고 말 일이었다는 걸[각주:3] 깨닫게 되는, 그런.



셜록이 계획을 실행에 옮기려고 마음먹었던 그날, 이른 아침에 레스트라드가 사건이 있다며 들른 다음에 벌어졌다. 존이 아직 병원으로 출발하기도 전인 이른 시간이었기에, 그는 강제로 끌려나갔었다. 셜록의 조수- 아니지. 친구- 아, 아니. 블로거- 아니다. 동료. 그냥… 동료로서. 그들은 택시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현장으로 향했고, 둘 다 조금은 짜증난 상태였다.

존은, 일보다도 - 새라와 새라의 소파보다도 - 셜록을 선택한다는 데 늘 짜증 섞인 죄책감을 느끼기 때문이었다. (셜록은 알았다.)

셜록의 입장에서는, 계획을 실행하기까지 - 사건을 얼마나 빨리 해결해내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 최소한 24시간을 더 기다려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존은 이런 걸 알 리 없었다.)

도착한 그들에게, 레스트라드는 범죄 현장을 보여주었다. 6분만에 셜록은 추리를 마쳤고, 존은 의학적 소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셜록과 존은, 레스트라드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랬다고 해봐야 다르지도 않았겠지만) 살인범을 뒤쫓아 나섰다.

오후 4시쯤에는, 셜록의 뒤통수에 총부리가 겨눠진 상태였다. 머리카락 사이로 두개골까지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 재질의 느낌에 등골이 오싹했다. 존의 얼굴에 비친 표정도 그랬다. 그들 둘 다 총으로 위협을 당해본 적이 있었다. 존은 샘텍스로 휘감겨본 적도 있는데다, 스나이퍼들의 목표가 되었던 거야 말할 것도 없겠다. 하지만 셜록으로 말하자면, 적어도 이건 좀 달랐다. 실제 총으로, 근접 사격 범위 내에서 직접적으로 위협을 당해본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그는, 겁을 먹는 게 당연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사실은 그랬는데 아드레날린 때문에 머릿속에서 지워져 버려서, 그 대신 불안함과 초조함만 남아버린 건지도 모른다.

이 특수한 상황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었다. 이 남자에게 나쁜 의도가 없는 건 명백했다. 살인을 저지르긴 했지만, 잡히고 싶지 않아 겁에 질린 채 총을 부여잡고 있는 남자일 뿐이었다. 존이라면 이 남자가 도망간다 하더라도 쏘려 들진 않겠지만, 남자가 거기까지 알 리는 없다. 남자가 지레 겁먹고 총 한발 쏘지 않은 채 내뺄 가능성도 있었다. 또 다른 선택지라면, 조마조마해하며 머뭇거리다가 작은 움직임이나 오해로 인해 쏴버릴지도 모른다는 거겠다.

존은, 남자가 총으로 셜록을 쏘는 대신 머리를 한대 치고 도망쳐버리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살인범을 뒤쫓지 않았다. 셜록은 살짝 곤두선 기분을 느끼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들고 레스트라드에게 문자를 보냈다; 남자가 어느 방향으로 사라졌는지, 외모는 어떤지, 그들이 있는 곳에서 런던의 어느 쪽으로 갈 것 같은지. 얼마나 다쳤는지 셜록의 머리를 살펴보는 존 때문에, 문자를 보내는 게 존이 만지지 않을 때보다 10초 더 걸려야 했지만.

존이 택시를 불러세웠고, 둘은 집으로 돌아왔다. 셜록은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아드레날린 기운이 가시고 어지러운 느낌이 남았다는 걸 깨달았다. 맞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플랫에 도착해서, 셜록은 (반밖에 치워놓지 않은) 부엌 테이블에 걸터앉았다. 존은 앉기엔 영 안절부절 못하는지 거실에서 왔다갔다하고 있는 중이었다. 셜록이 자신은 괜찮다고 안심시켜봐도 침착해질 줄 몰랐다.

“존, 괜찮아요.” 셜록은 일어섰고, 조금 불안정한 기분을 느끼며 싱크대에 기대어 배수구를 바라보았다. “당신이랑 나, 더한 것도 겪었잖습니까.”

그는 더 이야기하려 했었다. 당시의 자세와 남자의 본성이나 경험을 감안했을 때 자신이 실제로 총을 맞을 가능성에 대해, 실제로는 절반도 되지 않을 확률이라고 존에게 이야기해주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존이 부엌으로 들어왔고, 셜록의 머리카락을 그러쥐고 고개를 돌려세워서는 제대로 입맞춰버렸기 때문이었다. 셜록의 몸은 그대로 따라갔고, 그의 손은 존의 팔로 향했다. 키스로 놀라버린 나머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가 연결지을 수 있는 거라고는 존의 입술이 움직이고 있으니 자신도 그래야 한다는 것 정도였다. 

절박하고도 조금은 거칠었다. 어쩌면 약간 엉성했을지도 모르겠다. 셜록이 그간 계획해 왔던 완벽하고도 로맨틱한 키스에 대한 생각은 머리에서 사라져버리고, 생각나는 건 그저 존의 입술이 얼마나 좋은 느낌인지, 어째서 해도 해도 충분하지 않은지에 대한 것 뿐이었다. 그는 향할 곳을 잘 잡지 못해 존의 입가나 윗입술을 물었다. 입은 한창 바쁜 와중이라 숨을 들이마실 여유 따위 없었기에, 코로 너무 거칠게 숨쉬고 있기도 했다. 셜록은 거의 미소지을 뻔 했지만, 키스하면서 동시에 미소까지 짓기에는 살짝 어려웠기에 그러지 않으려 애썼다. 두 손도 가만히 두지 못했다. 존의 입술이 자신에게 맞닿아 있는 지금, 그는 만져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었기에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곳을 만졌다. 팔, 어깨, 목, 옷깃, 목울대, 턱선, 귀, 머리카락까지- 셜록은 손가락 사이를 스치는 존의 목 뒷덜미, 짧은 머리카락의 까슬까슬한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마침내 ‘젠장 우리 살아남았어’ 수준의 절박함이 가라앉자, 존은 부드럽게 물러섰다. 셜록의 어깨만 바라보면서 할짝, 입술을 한번 핥는다. 둘 다 조금은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잠깐,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된다구. 이런 식은 아니었어야 했다. 영화에서처럼 부드럽고, 다정하고, 로맨틱하고도 완벽해야 했단 말이다. 셜록은 몸을 숙여 서로의 이마를 맞대고, 다시금 존의 입술까지 훑어 내려갔다. 그의 속눈썹이 존의 뺨을 스쳤다.

“방금 건 무효에요.”[각주:4] 그는 작게 속삭이고는, 곧바로 존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쳤다. 

부드럽게, 아주 부드럽게. 가볍게, 요구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생각도 할 수 있었다. 존의 코가 자신의 뺨에 닿고, 자신의 입술을 덮으며 가볍게 감싸오는 그의 입술을 느낄 수 있었다. 팔을 움직여 존의 허리에 손을 두를 수도, 그를 가까이 끌어안아 서로 얼마나 잘 (완벽하게) 맞는지 느낄 수도 있었다. 그는 존의 입술을 계속, 지독하리만치 천천히, 끊임없이 탐하며, 존이 키스해오는 방식을 목록화하고 그대로 따라해보려 했다(그는 초보인데다 존은 끝내주게 키스를 잘 했으니까). 좋았지만, 키스란 게 그가 생각했던 대로만은 되지 않았다.

그가 물러났을 때 존은 눈을 꼭 감고 있었고, 그의 입술은 지금 당장 멈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듯 벌어져 있었다. 붉어지다 못해 거의 빨개져버린 촉촉한 저 입술에, 그는 존의 모습이 얼마나 경이로운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아름다워, 셜록은 생각했다.

존이 눈을 떴고, 그들은 오랫동안 서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너, 웃고 있잖아.” 존은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내가요?” 셜록은 미소짓고 있었고, 심지어 조금 더 환해지기까지 했다.
“당신에게 다시 키스하고 싶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소파에서. 부엌에서는 이미 키스했으니까요.”

존은 소리내어 웃었다. 킥킥거리는 모습.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 좋아. 소파로 하지.”



그래서 셜록 홈즈는, 존 왓슨에게 키스했다.

그가 계획했던 대로 되진 않았다.

그가 바랬던 완벽한 키스도 아니었다.

하지만, 꼭 이렇게 되고 말 일이었기에[각주:5] 그대로도 완벽했다.



+)
시즌2 방영에 DVD 출시일정까지 가디언에 뜨는 마당에, 그대로 죽어있을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생존신고차 한편.
셜록다운 계획이긴 하지만, 그런 거 싹 무시하고 남자답게 부딪혀오는 존이 멋지지 않은가.
평범하게 로맨틱하면 어쩐지 이상하지만, 또 그 와중에도 달달해서 당신들이 참 좋아. : ]



  1. ‘the exact mechanics of kissing someone’ - …님은 그래서 안되는거임;; [본문으로]
  2. ‘the erotica section’ - ‘야설’이라 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본문으로]
  3. ‘it could have happened exactly no other way but that one’ - 주석5에 이어. [본문으로]
  4. “That one didn’t count.” - 뉘앙스 살려서~ [본문으로]
  5. ‘it could have happened exactly no other way but that one’ - 꼭, 그대로. 이래서 셜록을 좋아하는거다. 셜록과 존, 꼭 그대로의 모습이고 행동이라서.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