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재결합  | Reunion




(셜록 시점)


9시간 전…

나는 천천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런 거였다. 존은 떠난 거였다. 이 여자, 이 메리가, 이긴거다. 나를 상대하고 있다는 것조차도 알지 못했겠지만.

의자로 무겁게 내려앉았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 여자를 편하게 만나기 시작했다는 걸. 마이크로프트는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겠지만, 내게도 정보통이란게 있으니까. 나는 다시금 사진을 집어들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 찍은, 공원에서 함께 있는 두 사람의 사진을. 둘은 서로를 향해 미소짓고 있었고, 존은 행복해 보였다. 조금만 더 하얬다면 그녀도 꽤나 예뻤겠지. 마이크로프트는 최소한 그녀가 수더분한 성격이란 것 정도는 말해주었다 - 어두운 비밀이나, 충격적인 소식같은 것도 없다. 완전히 다정하고, 상냥하고, 안전하고, 지루한 여자다. 지금 이 순간, 나의 존과 함께 있을… 끝없이 이어지던 생각으로부터, 나는 불현듯 정신을 차렸다.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기에, 벌떡 일어나 방 안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끔찍했던 6주 전 그 밤 - 내 형 앞에서 망가져버렸던 그때 - 이후로, 가능한 한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려 애써왔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마이크로프트가 아닌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나와 존에게 벌어진 이 불행은 결국 내가, 내 행동과 나의 무지로 초래한 일이란 걸 알고 있었기에 - 마이크로프트를 탓하는 게 쉬웠을 수도 있지만, 난 그가 필요했다; 존이 떠나버린 후, 내게 그나마 희망을 주는 유일한 존재였으니까.

그는 존이 돌아올거라 자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날 용서하고, 시간과, 그리고 - 마이크로프트의 완곡한 표현에 따르면 - ‘적절한 가르침’을 줄 거라고. 그가 존을 곧장 뒤쫓아가려는 걸 제지했기에, 나는 대신 매일 밤 짧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 그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미안해하고 있다고, 그를 아끼고 있다고, 그를 생각하고 있다고. 그러기엔 문자 정도가 과하지 않은 방법인 것 같았다; 그가 원하지 않는다면 읽지 않아도 되고, 어떤 답도 보내지 않아도 되니까. 나는 매일 밤, 정확히 같은 시간에 문자를 보냈다. 내게 그가 그 무엇보다도 최우선이라는 걸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한편으로는 그가 문자를 기대하게 되고, 그에게 좀더 큰 의미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내 유일한 희망은, 그가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면서 내가 스스로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어리석었다는 흔적들을 보아주지 않을까 하는 것 뿐이었다; 난 예전에 이미 봤었어야 했다. 내, 이른바 프로젝트라는 건 내가 그동안 진실로 원해왔던 것을 얻기 위한 - 그저 어이없는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그 흔적들을 말이다. 

존이 레스트라드에게 연락해왔을 때, 마이크로프트는 기뻐했었다 - 그의 말에 따르면, 이거야말로 존이 이 상황을 마주할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라는 거였다. 난 존과 그의 누나가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건 그의 누나가 싫어지고 있다는 징조에 더 가까울 것 같다고 내심 생각했지만, 나보다 마이크로프트가 인간 행동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인정하기로 했다.

이틀 후, 마이크로프트는 드디어 첫 번째로 접촉을 시도했고, 꽤나 자신만만해져서 돌아왔다 - 그는 ‘’이라는 단어에 대한 존의 반응을 묘사해 주며, 그가 여전히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라 했다. 비록 존이 여전히, 그가 사랑한 ‘’는 환상이라고 믿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긴 했지만.

샐리 도노반이 자진해서 존을 만나러 가기로 했을 땐 크게 놀랐다. 레스트라드는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아마도 그가 손을 쓴 거라 생각했다. 어찌되었든간에, 샐리가 맡는 사건이 늘 그렇듯 - 그 시도는 오히려 안좋은 영향만 남긴 것 같았다. 그 바로 다음부터 존이 그 여자, 메리를 만나게 되었으니까.

마이크로프트가 평소답지 않게 일요일에 나섰던 걸 보면, 그 여자가 끼어들었다는 사실을 조금 걱정하는 것 같았다. 내 어이없는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책임이라도 지려는지, 존의 분노의 일부분이나마 나와 그 자신에게서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긴 하지만, 내가 물어봤을 때 그냥 어깨만 으쓱해 보이고는 우산만 근심스럽게 바라보는 그를 보니, 그 시도가 성공적이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존을 그리며 내 몸은 타오르고 있었다. 그에 대한 갈망이 너무도 강렬해서 살갗마저 터져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는 타오르고 있다며 그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반쯤 웃었다. 아마도 그는 내가 또다시 전자레인지를 날려버린 거라 생각하겠지. 그리고는 바로 정신을 차리고, 의아해졌다. 그는 내 문자들을 읽어보기나 할까. 열어보지도 않은 채로 그냥 지워버리는 건 아닐까.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정 수준의 인내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레스트라드가 전화할 때마다 일도 하러 갔다. 점점 더 사소한 문제들처럼 보이긴 했지만 - 나는, 그가 날 바쁘게 해주는 식으로나마 도와주려 애쓴다는 걸 깨달았다. 이 남자를 그렇게 오랫동안 알아오면서도 그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존이 내 눈을 틔워주기 전까지는, 똑똑하다던 내가 그렇게나 아둔했던 거였나? 

마이크로프트와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존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성장, 그리고 내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 내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행위가 그에게는 얼마나 큰 상처였는지 조금도 알지 못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마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상관없는 일이라며 그저 무시해버렸을 거였다.

나는 존과 함께 했던 모든 곳을 가보았다. 클라렌스 다리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리젠트 파크에서 우리가 산책했던 길을 그저 따라 걷기도 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연락망을 동원해서 존의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고,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그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생각했다. 그를 향한 나의 갈망은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도 속해 있지 않은 것처럼,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상관없이 끊임없는 아픔이 느껴졌다 -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돌고 있었지만, 나는 살짝 비껴서 있었다; 조금도 현실감이 없었다.

6주가 흘렀고, 나는 다시 울지 않았다. 아직 희망을 걸고 있었더랬다. 어떻게든 마이크로프트가 옳을 것이라고. 존이 내게로 다시 돌아올 거라고. 하지만 이젠…

오늘 밤에는 존이 좀더 진지하게 데이트하러 나간 걸 알고 있었기에, 늘상 보내왔던 문자를 오늘 밤만큼은 보내지 않기로 어렵사리 마음먹었다. 그의 저녁 시간에 끼어드는 건 불공평한 처사일 것이므로 - 어쩌면 내 자신보다 그의 행복을 더 생각하고 있다는 걸 그가 알아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뭔가 바꿀 수 있을지도…

두 시간 전, 존이 메리와 함께 그녀의 아파트로 들어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지금 막 전화를 받았다. 불이 꺼졌다고, 존은 아직 거기 있다고…

나는 다시금 주저앉으며, 내 핏줄을 따라 흐르는 타는듯한 질투심을 느꼈다. 다른 것인 척 할 필요따위도 없었다. 존과 그 여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애써봤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많은 장면들이 머릿속을 파고들어왔다. 이대로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이 모든 감정들에 휩싸인 채로는, 이대로는 살 수 없다. 차라리 내 형이 아예 이런 씨앗을 심어두지 않았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이 길로 발을 내디딜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기를. 제대로 된 삶을 살면서 그렇지 않았기만을 바라는 것보다는, 마이크로프트가 말하던 ‘반쪽짜리 삶’이 분명히 내겐 더 나았을 거다. 

머리카락을 양 손으로 움켜쥐며 생각하려 애를 썼다.

그 여자에게 키스하는 존. 안돼! 멈춰야만 한다. 스스로를 멈춰버려야만 한다. 그 많은 시간 동안 살아왔던 방식대로 돌아가야만 한다.

그 여자가 목에 키스하자 신음하는 존. 멈춰! 다들 어떻게 이렇게 살아가는 걸까, 지독한 산으로 안에서부터 녹여내리는 듯한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알몸으로, 그 여자의 애무를 받고 있는 존. 벌떡 일어서서 창가 선반으로 가, 아랫쪽의 매듭을 눌러 숨겨진 경첩을 풀어냈다. 나는 안쪽에 숨겨둔 작은 상자를 꺼냈다… 다시는 이걸 하지 않으리라 맹세했었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내 두뇌를 멈춰버려야만 했다.

그 여자의 침대에서, 격정에 취해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몸부림치는 존. 상자를 열고 준비되어 있던 주사기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마이크로프트!

나는 분노로 울부짖으며 빈 상자를 벽으로 내던졌다.

난 계속 플랫 안을 돌아다녔다. 내내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악몽을 지워버리려 애쓰면서, 스스로에게 되뇌면서. 나는 예전의 나로 되돌아가야만 했다. 그래야만 한다… 비록 그래서 레스트라드같은 친구를, 약이나 훔치는 도둑이지만 - 형과 쌓아온 친밀감까지도 잃게 된다 할지라도. 더 쓸만한 마약을 구하러 나가볼까도 잠시 생각해봤지만, 누군가를 상대할 만큼 주의를 집중할 여력따윈 조금도 없었다. 나는, 지나치려다 말고 거울에 비친 내 자신을 언뜻 보았다 - 어찌되었든간에, 자존심 있는 마약상이라면 지금 이런 나와는 뭔가 하려 들지 않을 거다. 정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으니까.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시간이 지나고 새벽이 밝아오려 했다. 나는 완전히 맥이 풀려 기진맥진한 상태로 의자로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몇 시간동안, 존이 내 삶에 들어온 이후부터 생겨난 감정과 느낌들의 모든 줄기들을 멈춰버리는데 내 모든 기운과 관심을 쏟아부었을 테다. 나는, 전보다 더 차갑고 동떨어진 사람이 될 것이다. 내 안의 느낌, 그 작은 조각이라도 흔들지 모르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내 자신을 격리시킬 거다. (이 생각에 온 몸이 움찔하는 걸 느꼈지만, 무시해버렸다.) 다시는, 내 자신이 존을 생각하지 않게 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내 속에서 들끓고 있는 - 가슴에서 느껴지는 아픔을, 머릿속에 가득한 고통스러운 장면들을 뱉어내야만 했다. 내게 일어났던 그 모든 걸 지우기 전에; 우선, 몇 시간만이라도, 슬퍼하려 한다…

공원에 함께 있는 존과 메리의 사진을 집어들고는, 그가 행복할 거라고 스스로 되뇌었다; 그래야만 했던 만큼, 나라면 절대 해주지 못했을 만큼 행복하다고. 너무도 쉽게 눈물이 흘렀다. 어떻게 이렇게나 오래 참아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내가 가질 수 없을 인생을 그리며 울었다. 어떤 모습이 되었을지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었다. 존이 진정으로 내게 어떤 의미인지를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불행이 눈앞까지 닥쳐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제서야 나는 생각해보게 되었다 - 몇년 동안을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우리를 상상해보았다. 나이가 들어 존의 머리가 조금씩 세어지게 되면 그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분명 더 기품있게 보이겠지. 우리가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생각해봤다. 어쩌면 외출도 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하면서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주게 될 거다. 그저 누가 그들을 죽였는지 추리해내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나는, 더는 없을 친밀함을 그리며 울었다. 밤에는 누군가를 감싸안고, 낮이면 소파에서 애무하고, 손을 잡고, 끌어안고. 그저 아껴주고 걱정할 누군가가 있었음을.

나는, 한 번도 섹스란 걸 해보지 못할 스스로를 생각하며 울었다. 내 몸은 거의 섹스에 관심 없던 그때로 되돌아가진 않았다. 하지만 오직 존 생각에만 반응했기에, 발산할 수단이라고는 역시 내 자신밖에 없을 테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저 존을 그리며 울었다. 내 삶에서 잃어버린 그의 존재를, 그의 예측하기 어려운 성격을, 그의 충정을, 그가 움직이던 방식과 그의 체취, 그의 살결에서 느껴지던 맛까지도. 나는 그의 의자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거기 앉은 그를 그려보았다. 나는 깔개를 어루만져 보고는, 불태워버리리라 마음먹었다. 욕실에서 그의 세면도구들을 모두 치워버리고, 들어갈 때마다 냄새를 맡아보지도 않을 거다. 베개 아래 놓아둔 낡은 스웨터도 버릴 거다. 갈망이 지나치게 커질 때면 그의 침대에서 잠들던 것도 그만둘거다.

마침내, 눈물도 조금씩 잦아들고, 묵직한 가슴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사진을 바라보며 깊숙한 잠재의식에까지 새겨넣으려 애썼다. 존은 행복하다고, 그를 보내줘야만 한다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때 아랫층 문에서 큰 소리가 났다… 계단을 뛰어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수천가지의 다른 발소리 사이에서도 구분해낼 수 있는 그 소리가.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며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존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가 왜 여기 있는거지? 그를 진정으로 아껴줄 누군가를 찾았다고 내게 말하기라도, 고소해하기라도 할 생각인가? 아니, 존은 천성적으로 그렇게 잔인할 리 없다. 그가 내게 다가오는 순간, 사진이 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난 그의 표정을, 그의 몸짓을 알아보았지만, 이해할 수는 없었다 - 날 안아주러 온 걸까?

의식도 못한 사이, 몸이 먼저 그 신호에 반응했다. 내 두뇌는 잘못 본 거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내 팔은 그를 반기듯 벌어졌다… 하지만 잘못 본 게 아니었다… 다가올수록 발걸음은 느려졌고, 그는 곧바로 내게 걸어와 안겼다. 그의 팔이 내 몸을 꼭 감싸안았고, 그 순간 내 팔 역시 그를 감쌌다.

우리는, 서로를 껴안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그리고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6주만에 처음으로 나는 충분히, 완전하게 존재하게 되었다. 내가 있어야 할 바로 그곳에.





몇 분쯤 지났을까. 그가 물러서려 하기에, 더 꼭 끌어안았다. 그는 저항하지 않고 그저 내 품 안으로 다시 몸을 맡길 뿐이었다. 그를 안고 있는 동안 내 머릿속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그가 왜 여기 와 있는지, 얼마나 있을 건지도 모르기에, 나는 이성적으로 그를 마주 대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다잡으려 애썼다. 그를 살짝이나마 놓아줄 준비가 되었다고 느껴질 때까지, 나는 눈물로 쏟아내버린 수분을 대체하기 위해 필요하게 될 액체의 양을 계산하는데 집중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있을만큼만 뒤로 물러섰지만, 두 팔로는 여전히 그의 허리를 꽉 감고 있었다. 시선으로는 열심히 그의 구석구석을 훑었다. 그를 내 눈으로 제대로 봤었던 6주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지를 살피면서. 그는 조금 피곤해 보였다. 이유는 생각하지 마. 나는 스스로에게 단호하게 일렀다. 하지만 그는, 옷을 입고 있다는 것만 빼고는 본질적으로 내 머릿속에서 상상했던 모습 딱 그대로였다.

“피곤해보이네.” 그의 관찰에 놀라울 건 없었다. 한숨도 자지 않았으니까.

“당신도 그래요.” 나는 대답했다. 이유는 생각하지 마, 이유같은 건 생각하지 말자.

그는 고개를 옆으로 살짝 갸웃해보이고는 말을 꺼냈다. “차?” 

나는 고개를 저었다; 차는 부엌에 있고, 난 그가 거실에서 나와 함께 있기를 원하니까.

“음. 나 컵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잠시 멈추고 말했다. “물론, 너만 괜찮다면?”

나는 잠시 그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이해했다: 그는 여길 나갔으니, 부엌을 쓸 권리가 없다고 느끼는 거겠지.

“돌아온 건가요?”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그에게 물었다.

그는 내게 미소지어보였다. “여기 있잖아.” 그가 대답하긴 했지만, 전혀 답이 되진 않았다.

“있을 건가요?” 나는 따져물었다. 무슨 일인지, 그가 다시 떠날 것인지 난 알아야만 했다. 만약 이게 그저 포옹에 지나지 않는 거라면, 기대가 부풀어오르기 전인 지금 알아야만 했다.

“네가 원한다면.” 그게 그의 답변이었다.

나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원한다면? 당연히 난 그러길 원하지! 그거야말로 너무 명백하지 않나? 아니면… 아니면 그 여자, 메리와 있었던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 “무슨 일입니까?” 존에게 물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더니, 힘을 주어 뒤로 더 물러섰다. 이번에는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좋아.” 그가 말했다. “차를 마실게 아니라면, 앉는게 좋겠어.” 의자를 잠깐 쳐다보고는, 내 손을 잡더니 소파로 이끌었다. 우리는 비스듬히 앉아 서로를 마주보았다; 나는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좋아.” 그는 다시금 말했다. “셜록, 솔직하게 대답해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물론이죠.”

이에 대해서만큼은 ‘물론’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다는 듯, 그는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어쨌든 말을 이었다.
“내가 돌아왔으면 좋겠어?”

쉬운 질문. “네!” 즉시 대답했다.

그는 미소를 띠었지만, 곧 좀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이해한 대로라면 - 업무 동료로써 나를 잃고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 모든 걸 시작한 거지?” 다짐을 받으려는 것처럼 들렸다.

어깨를 으쓱해보이고는 설명하려 해봤다. “그렇게 생각했었죠. 하지만 사실은 그런게 아니라…”

그는 손을 들어보였다. “그 이야기는 조금 이따 하자구.” 내 말을 가로막고는 다시 이어갔다. “우리가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지를 묻고 싶은거야. 그저 동료이자 친구로, 이 모든게 시작되기 전에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넋을 잃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진심인건가? 돌아와서 나와 함께 살면서 동시에 그 여자를 계속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녀가 플랫에 오게 될까? 그 둘이 여기에서 함께 지내게 되면, 난 그 소리를 듣고 있을 수나 있을까? 안돼! 그럴 수는 없어… 하지만 그게 존이 바라는 거라면 어쩌지? 그가 돌아와 함께 살게 하기 위해서, 내가 그걸 견뎌낼 수 있을까? 어쩌면 그를 되돌아오도록 동의하고 나서, 그 다음에 그의 마음을 돌려볼 수는 있을까?

“셜록!” 나는 그에게 주목했다. “지금 네가 그러고 있는게 문제인거야.”

혼란스러웠다.

“생각하고 있잖아.” 그는 차근차근 설명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궁금해하고 있는거야. 두뇌로는 온갖 시나리오들을 돌리고 있는데다가 머릿속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어낸 답을 던져주려고 하겠지. 우린 더 이상 그런거 하지 않을거다.”

그답지 않게 단호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게 꽤나 맘에 든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스스로 놀랐다. “무슨 말이에요?” 그에게 물었다.

그는 지체 없이 대답했다. “내가 물어보면, 즉시 진심어린 대답을 해줘. 날 제멋대로 휘두르려 들거나, 내가 듣고 싶어할 거라 생각하는 말을 하려 해서도 안돼.” 그가 이에 대해서만큼은 굉장히 진지하다는 건 확실했다. “지금 당장 분명히 해두고 싶은 건 - 넌, 내가 뭘 듣고싶어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야. 네 감정 파악 능력은 그야말로 ‘생초짜’[각주:1]라고밖에 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

조금 가혹한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그에게 반감을 사고 싶진 않았다.

“그럼, 알겠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다시 해보자구. 내가 돌아와서 여기 함께 있길 바라나?”

“네.” 다시 대답했다. 여전히 쉬운 질문이군.

“우리가 그저 친구이자 동료였으면 좋겠어?”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즉시, 진심어린 대답을 건넸다. “아뇨.”

그의 미소를 보니, 내 대답에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 하! 그것 봐라, 여자! 

“천천히 해나가도 괜찮겠어?”

“그럼요.” 뭐든, 뭐든 할거다. 언제부터 시작할 수 있는 건데?

“천천히 해나가고 싶은건가?”

나는 잠시 멈췄다. 그는 천천히 해나가길 원한다는 기색을 내비쳤고, 나도 진심으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 그가 원하는 거라면 난 뭐든 괜찮으니까; 확실히, 그렇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약속했었다. 그리고 그에겐, 내가 솔직하다는 게 퍽 중요한 것 같았다… “아뇨.” 거의 질문하는 것처럼 들릴 만큼 망설이며 대답했다.

그는 다시금 미소지었다; 이 솔직하다는 거, 매우 쓸만한 것 같군그래.

“그럼, 내게 바라는 건 뭐지?” 그가 물어오자마자 생각조차 하지 않고 대답했다: “모두 다요.”

그는 갑자기 내 손을 놓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감싸며 격렬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그의 얼굴이 내 쇄골 근처에 바짝 와닿았다. 서로 맞닿아 있는 가슴으로, 그의 심장이 뛰는 것까지도 느낄 수 있었다.

너무나도 금방, 그는 조금 뒤로 물러나 앉았다. “나한테 묻고 싶은 건 없어?”

나는 그 여자, 메리에 대해 이야기해야 했다. 그녀와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알아야만 했다 - 원나잇 스탠드 후에 바로 누군가를 버린다는 건 전혀 존답지 않은 일이다. 존이라면 분명 그녀를 다시 만나서, 최소한 부드럽게 단념시키기라도 하고 싶어하겠지. 어려운 주제겠지만, 어떻게든 이야기해야만 했다: 나는 입을 열었다. “키스해도 될까요?”

그는 잠시 숨을 멈췄다. 나만큼이나 내 질문에 놀란 것 같았다.

“즉시, 진심어린 대답입니다. 존.” 그가 걸었던 조건을 상기시켜주었다.

그는 눈을 굴렸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리고는 대답했다.
“그래, 그리고 아니.”

이 발뺌하는 듯한 대답에 반박하려 했지만, 그가 말을 이었다 - “그래, 키스해도 돼. 정말, 진심으로 원한다면 언제라도 좋아. 다른 어떤 이유도 없이 네 스스로 원하고, 필요로 하는 거라면.” 잠시 멈추었다. “아니, 키스하면 안돼. 단지 날 만진지 90분 넘게 지났다는 이유라거나, 상황상 적절하다고 느껴서라든가, 아니면…”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대답 중 ‘진심으로 원한다면 언제라도’라는 부분을 받아들이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경이로웠다… 그가 입을 다물게끔, 나는 그의 입에 제대로 키스했다. 그리고, 더 이상은 스스로도 어쩔 수 없었으니까.

이제 그 역시 반응해왔다. 그의 손이 올라와 내 머리카락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왔고, 늘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그러쥐었다. 나는 가슴 깊숙히 울려오는 신음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그를 뒤로 밀며 나 역시 따라 넘어졌고, 우리는 소파에 온 몸으로 기대어 누워 한데 뒤엉켰다. 그리고 나는 다시 그에게 키스했다. 내가 얼마나 그를 원하는지,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는지, 내 몸이 얼마나 그를 갈망하고 있는지를 전하면서.

우리의 키스는 점점 더 뜨거워졌고, 서로를 갈구하고 있었다. 서로의 살갗 속으로 기어들어가, 육체적으로도 다시는 우리를 떼어놓을 수 없도록 서로의 일부분이 되어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그의 손은 나를 다시 익히기라도 하듯 내 등을 위아래로 어루만지며, 어깨를 잡고 허리까지 쓸어내려와서는 옆을 따라 쓰다듬었다. 나는 서로를 마주볼 수 있도록 우리 몸을 돌려뉘였고, 손은 그의 가슴과 배를 만질 수 있도록 서로의 몸 사이로 꼭 끼워넣었다; 그의 맨살에 손을 대는데 필사적이었고, 그의 스웨터와 셔츠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내게서 살짝 입을 떼어내며 신음하고는, “셜록,” 이마를 맞대왔다. “셜록, 우린 천천히 해야 해.”

“으음.” 나는 그의 턱선을 따라 내려와 목에 입맞추며, 알았다는 소리를 냈다. 그의 목과 어깨가 만나는 곳을 세게 빨아올리자 그는 신음을 내뱉으며 내 몸 아래에서 온 몸을 비틀었고, 허리 아래가 꼭 맞닿은채 서로를 눌러왔다 - 그가 멈추고 싶어할 리 없었다.

어깨에 올려진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셜록,” 그는 다시금 입을 열었다. “셜록, 진심이야. 내겐 시간이 필요해. 그리고 우리, 이야기해야 할 것도 있고.”

그 여자를 이야기하는 거다. 나는 고개를 흔들었고, 음, 셔츠 칼라 안에 닿을 때까지 따라 내려가며 가능한 한 많이 키스하면서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손가락으로는 몰래 윗쪽 버튼 두개를 풀어냈다. 그가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장담할 수 있다.

그가 가볍게 밀어내기 시작했지만, 나는 버텼다. “존,” 그의 맨살에 말을 흘려내며 그의 귀까지 따라 올라갔다; 그는 내가 올라갈 수 있게끔 알아서 고개를 기울여주었다. “존, 하지 말아줘요.” 나는 그에게 애원했다. “자세한 것까지 듣고 싶진 않아… 제발.”

이번에는 내 얼굴을 마주볼 수 있을 때까지 좀더 세게 날 밀어냈다. 나는 계속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내게 질투할 권리 따위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내가 떠나게 만든 거니까; 그동안 우린 함께 하지도 않았었다. 무슨 일이 있었든간에, 그는 내게로 다시 돌아와주었다 - 아마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겠지? 하지만 깊은 곳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만큼은 나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밤새 나를 괴롭혔던 장면들이 머릿속을 독화살처럼 쿡쿡 찔러댔기에, 난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그를 감싼 두 팔에 힘을 주어 끌어안았다. 그가 날 선택한 거라고, 그는 여기 있다고.

“셜록,” 이제는 명령하는 목소리였다. “셜록, 날 봐!”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있었던 걸 기억하는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것도,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내 냉정하기 그지없는 두뇌가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가 내게 원하는 게 이런 거라면, 나는 그대로 따를 거다. 그에게 무엇이든, 모든 것까지도 내어줄 거다. 그를 내 곁에 둘 수만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할 거다. 난, 고개를 들었다.

“메리와는 자지 않았어.” 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고,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는 시선을 돌렸다. “그러길 바랐지.” 덧붙이는 그의 말에 난 움찔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내 표정을 보았다. “아냐!” 그는 소리치다시피 말하고는, “아냐, 미안해. 그런 뜻이 아니었어.” 손을 들어 내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내 말은, 원했길 바랐다는 거였어. 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랬다면 모든게 훨씬 더 간단했을 거야.” 그는 생각에 잠긴 듯 하더니, “그게, 그녀를 따라 아파트로 들어갔을 때 했던 생각이거든.” 조심스럽게 시인했다. “그러길 선택했었어. 잠시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리고는 사과하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해.”

고개를 저었다; 그가 미안해할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안에 들어가서 그녀가 커피를 끓이는데, 그렇게는 견뎌낼 수 없겠다는 걸 깨달아버렸어.” 그는 설명했다. “난, 너에게서 관심을 돌리려고 그녀를 이용하고 있던 거였어. 그녀에게 공평하지 않은 처사지. 좋은 여자고, 그만큼 더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할 사람이었어. 심지어 내가, 그때까지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을지 모른다며 두려워하던 누군가의 대용이 되는 것보다 말야.”

완전히 초라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그를 응시했고, “메리에게 잘해줬군요. 내가 당신에게 했던 것보다 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안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나는, 시선을 떨구었다. “당신은, 내겐 과분한 사람이네요.”

그는 나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다. “셜록, 내가 네 지적 능력의 한 조각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 모든 걸 훨씬 더 빨리 알아낼 수 있었을거야. 나머지 보통 사람들처럼 그저 되는 대로 해야만 했는걸.”

보통?” 조소할 수밖에 없었다. “존, 당신은 전혀 그렇지 않다구요!”

그는 고개를 저었고, “그런건 신경쓰지마.” 그대로 넘겨버렸다. “일단 이건 접고 넘어가자구, 그럼 우린…”

“키스로 돌아가는 거죠?”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그는 픽 웃더니, 그 소리에 스스로 놀란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웃는지를 잊어버리기라도 했던 것처럼.

우리는 그날 하루 종일 거의 소파에만 머물러 있었다; 이야기하고, 설명하고, 사과하고(물론, 내 경우다), 서로를 껴안고 키스하면서 - 키스가 대부분이었다. 이야기하는 중에 마침표를 찍는 것 같은 짧은 키스, 서로를 감싸듯이 떼어낼 수 없을 만큼 함께 얽어버리는 긴 키스. 한동안 진정해야 할 만큼 숨가쁘게 만들어버리는 열정적인 키스까지.

존은 메리와 이야기했던 것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녀는 매우 이해심이 많은데다, 밤이 늦은 걸 깨달았을 때 자고 가라며 소파를 내어주었다고 했다. 나는, 내 어리석은 계획과, 스스로 얼마나 깊은 자기기만에 빠져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는지 설명하려 애썼다. 마이크로프트가 뭔가 이야기를 꺼냈었던지, 그는 내 어린 시절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내 문자들을 보관하고 있는데다, 자주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고 시인했다.

우리는 하루 종일 서로의 품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야말로 완벽했다; 도중에 존이 샌드위치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내가 마치 문어처럼[각주:2] 그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는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는 조금도 불평하지 않았다 - 지금은 먹을 수 있는 것들보다 확실히 실험물들이 더 많이 들어차 있는, 냉장고 안의 변변찮은 것들에 대한 것만 빼면 말이다.

난, 이만큼이나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





이어진 며칠간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좋고, 이상하고, 무서웠고, 경이로웠다. 돌아온 존과 함께 한다는 건 내가 바라마지 않던 것 그 이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내 시야에서 벗어나는 걸 조금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그에게서 시선을 떼면 그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완전 비논리적인 두려움이 생겨나면서부터 난 플랫에서 졸졸 따라다니거나, 욕실 밖에 숨어있거나, 심지어 장을 보는 것까지도 따라다니거나 해서 - 체크아웃 기계와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인지, 이것만큼은 그렇게까지 꺼려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각주:3] - 그를 화나게 만들었다. 

존이 돌아온 다음날 레스트라드가 전화했었다. 사건 때문이라고는 했지만, 존이 집에 있는 걸 보자마자 그냥 날 체크하러 오려고 꾸며냈다는 걸 시인했다. 그는 커피 한 잔 마시며 머물러 있었고, 우리는 쓸만한 사건이 있는지 점검차 다음주에 스코틀랜드 야드에서 만나기로 했다. 떠나면서 그는 내게 악수하고, 존의 등을 토닥이면서 우리더러 ‘징하다’[각주:4]고 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진짜 친구였다 -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역시도 나와 똑같이 말할 수 있을 것임을 알았다.

아직 존이 나와 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건 문제였다. 그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무엇도 서두를 필요는 없다 했고 나 역시 그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난 그저 긴 밤 내내 그와 떨어져 있는 게 싫을 뿐이었다. 소파에서 일어나려 할 때마다 키스로 그의 정신을 뺏으면서 가능한 한 오래 붙들어두기도 해 봤지만, 그래봐야 아침에 늦게 일어나게 될 뿐이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진 않았다.

몇 번인가는 그저 그를 지켜보려 방으로 숨어들기도 했다. 그에게 붙잡힌 덕에 그만두기로 약속해야 했지만 - 그는 ‘경계를 존중한다’거나 ‘사생활 문제’같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그에게는 중요한 것임이 분명했기에 받아들이려 애썼다. 또한, 그는 자주 확신을 바라면서 끊임없이 내게 이유를 물어왔다. 내가 원해서 그를 만지는 건지, 필요해서 그에게 키스하는 건지를 말이다.

이렇게 며칠이 지난 후에서야 내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이야기해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서 명백하게보일 거라 추측하지만, 어쩌면 그는 직접 말로 들어야 하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내게 고백했던 그때 - 지독한 현실 상황을 아프게 깨닫기 직전까지 - 그의 말이 전해주던 빛나는 행복과 충만감을 떠올렸다. 난 빠진 부분을 즉시 바로잡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샤워하는 중이었다. 난 욕실 문을 두드렸다. “존?” 그를 불렀다. “존, 이야기할 게 있어요.” 웅얼거리는 듯한 목소리에 이어 쾅 하는 소리가 났다. “존? 괜찮아요?”

문이 벌컥 열렸고, 흠뻑 젖은 머리에 자그마한 수건을 위태롭게 허리께에 걸친 그가 서 있었다. 물방울들이 그의 가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를 바라보는 순간, 전혀 쓸모 없게도 내 머릿속은 완벽하게 텅 비어버리고 말았다.

“셜록!” 그는 내게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봐, 나 아직 여기 있거든.” 불안정인지 뭔지 -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른 게 분명했다. “배수구로 내려가거나 통풍구로 빨려들어가 버리진 않았다구.” 그는 손을 조금 흔들어보였다. “내가 욕실에 들어갔으면, 당연히 욕실에서 나올 거잖아!” 그는 허리에 두 손을 얹었지만, 그건 그저 내 시선을 지금 수건으로 가려져 있는 그의 중요한 부위로 내려가게 할 뿐이었다.

“셜록!” 그는 다시금 쏘아붙이며 내 주의를 윗쪽으로 다시 돌려놓았다. 비록 시선은 확실히 보기 좋은 노선만을 훑어가긴 했지만.

젖은 머리에서 막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그의 어깨를 지나, 가슴을 타고 아래로 흘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매료된 채 그 궤적을 좇았다. 처음에는 눈으로만, 그 다음에는 손가락으로도. 내 손끝이 그의 유두를 스쳐가자 그는 날카로운 숨을 뱉어냈고, 나는 잠시 멈춰 가볍게 꼬집어보고는, 이내 물방울을 따라 더 아래로 향했다… 수건 끝에 다다랐을 때, 그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셜록,” 그가 말했다. 더 이상 날카로운 말투가 아닌,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였다. “뭐하는 거야?”

나는 그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당신한테 말할 게 있어요, 존.” 그에게 말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그의 반대편 가슴을 따라 똑같이 훑어내렸다. 반대쪽 유두를 꼬집자, 그는 신음하며 갑자기 내 손목을 놓고 문 옆을 붙잡았다.

잠깐 그가 날 가로막으려 하는게 아닐까 두려웠지만, 그는 그저 몸을 지탱하려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서 두 손 모두를 그의 가슴에 얹고, 꽤 거칠게 유두를 문질렀다. 그의 수건 쪽을 흘긋 쳐다보니, 그도 좋아하는 게 틀림없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 고개를 숙여 왼쪽 유두를 빨아올리고는 가볍게 깨물면서 혀로 간질여 보았다. 

그는 놀란 듯한 신음을 흘려냈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지만, 나는 대비하고 있다가 재빨리 왼팔로 그의 허리를 꼭 감아 붙들고는 그가 문가에 기댈 수 있도록 약간 몸을 돌려주었다.

여전히 유두를 애무하며 가슴께에 머리를 묻고 앞으로 기댄 채, 오른손을 내려 그의 다리 - 수건 바로 아래, 민감한 무릎 뒷편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가슴을 따라 입맞추며 거슬러 올라가며, 그의 다리를 쉴새 없이 어루만지던 내 손 역시 몸을 펴면서 수건 아래, 그의 안쪽 허벅지까지 따라 올라갔다. 그렇게 목 아래에 이르기까지 핥고 깨물었고, 손끝으로는 다리를 훑어올리면서 그의 부드러운 털 사이를 쓰다듬었다.

그의 턱을 따라 키스하자 그는 문틀에 쿵 부딪히도록 고개를 젖혔고, 손을 더 깊숙히 미끄러뜨리며 그를 단단히 붙잡으며 그의 입술을 빨고, 그 사이로 혀를 밀어넣었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있던 동안 내 몸이 타오른다고 생각했던 건, 지금 이 느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달뜬 상태에서 벗어난 그가 갑자기 나를 그에게서 떼어내며 뒤로 밀었다. “왜 이러는 거야?”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가슴이 아파오는 걸 느꼈다. 내가 그에게 무슨 짓을 해버린 걸까. 어떻게 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의심하게 된 걸까 - 그 어떤 이면의 동기나 목적따위 없이 그저 그만을 원하는 지금 이런 순간마저도.

“날 봐요, 존.” 그가 날 또렷하게 볼 수 있도록 두 팔을 내밀며 그에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그를 원하고 있는지 훤히 드러나보일 걸 아니까. 그가 내 거친 숨소리와, 내 눈 - 분명 더할 수 없을 만큼 확장되어 있을 동공을 차근차근 확인하는 걸 지켜보았다. 그의 시선은 강하게 맥이 뛰고 있을 목을 스쳐, 그를 원하는 정도를 숨김없이 드러내보이고 있는 꽉 낀 바지까지 내려갔다.

“존,” 그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존, 모르겠어요?” 그에게로 팔을 뻗었다. “존,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나…” 그가 다시금 나를 밀어냈을 땐 숨이 막힐 것만 같았고, 그가 화난 거라 생각했었다. 그가 날 따라오고 있단 걸 깨닫기 전까지는. 그는 계속 나를 뒤로 밀어붙여, 내 침실까지 다다르게 되었다. 내가 문을 발로 차서 열자 그가 안쪽으로 밀어넣어 나를 침대로 쓰러뜨렸고, 그의 두 손은 이제 내 허리께에 와닿았다.

“내가 보기엔,”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결심한 듯한 기색에, 난 등줄기로 전해오는 전율을 느꼈다. “우리 중 한 사람이 옷을 너무 많이 입고 있는 것 같은데.” 그의 손이 신중하게 내 셔츠로 옮겨왔고, 단추를 하나 하나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그를 도우려 하자, 그는 내 손을 쳐냈다.

“안돼,” 그는 경고하듯 말했다. “우리는, 내 방식대로 하는 거야.” 그는 단추를 모두 풀어내고는, 셔츠를 천천히 어깨에서 끌어내려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내가 제어할 거다.” 그는 두 손으로 맨살을 훑어내리며, 내가 전율할 때까지 유두를 어루만졌다.

“날 마음대로 움직이려 들거나, 이기려 들거나, 제압하려 해선 안돼.” 그의 손은 이제 내 벨트로 옮겨갔다. 그는 바지를 풀어 아래로 끌어내렸고, 속옷만 남긴 채 침대로 밀어 앉히고는 신발과 양말을, 그리고 바지를 완전히 벗겨 주었다.

그는 일어선 채 뒤로 가라고 가리켰고, 나는 고분고분하게 따랐다.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숨기려 해서도 안돼.” 그는 침대로 올라와 내 몸 위로, 두 다리를 벌리고 내 위로 올라앉았다. 그리고는 내 상체를 밀어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그는 내게 기대어 나를 빤히 응시했다. “날 받아주는 거야, 셜록.” 그는 분명,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었다. “널 믿고, 다시 신뢰하길 바란다면, 자제할 생각 말고 날 받아줘야만 해.”

그를 바라보았다. “알겠어?” 그는 물었고, 나는 이게 순간 중 하나라는 걸 알았다… 좋건 나쁘건, 남은 평생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순간들 중 하나라는 걸.

그럴 수 있을까? 나는 존과 함께 있을 때조차도 항상 내 두뇌 일부분을 이성적으로 유지해 왔었다. 끊임없이 분석하고, 기억하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면서. 나는 늘 제어하는 입장이었다, 적어도 내 자신에게만큼은. 아주 잠시동안이라 할지라도, 존에게 그걸 넘겨줄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하는 동안 기다려주고 있는 그를 보았다. 그저 입에 발린 대답을 하려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고, 그가 바로 내가 원하는 것 전부였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그는 내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사랑해요, 존.” 그에게 말해주었다. “사랑해요. 그리고 내 대답은, 좋아요.” 그가 숨을 멈추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내 대답은- 언제든, 항상, 좋아요.” 나는 그에게 미소지어보였고, 그때 그의 표정은 이제까지 내가 봤던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아름다웠다 - 전에는 왜 이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그는 고개를 숙여 내게 키스했다. 이제껏 그에게서 느껴보지 못했던 깊은 감정이 담긴 열정적인 키스였다. 그의 몸을 팔로 감싸안으며 손으로는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고, 이젠 간신히 매달려 있는게 분명한 수건 끝에 손이 닿았다… 시험삼아 가볍게 당겨보자 수건은 내 손으로 떨어져 나왔다. 나는 침대 밖으로 그걸 던져버리고는, 바로 온 몸으로 그의 무게를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를 끌어내렸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고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네 맘대로 하려는 건 아니겠지?”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날카로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 작은 맹세가, 내 동기에 대한 그의 불안함을 절반 이상 해소해준 것 같았다. 나는 으쓱해보이며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 그가 이미 이 속임수에 대해 잘 안다는 걸 증명해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놀라울 만큼 효과적이기도 했다.

그는 빙그레 웃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고, 나는 금세 웃는 것조차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는 내게 키스하고, 내 몸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며 애무해 주었다 - 지나치게 민감한 유두에 특별히 공을 들이면서; 그의 손이 부드럽게 내 속옷을 벗겨내자마자, 그는 입 안에 나를 머금었다. 그가 베개로 내 머리를 받쳐 살짝 올려두었기에 그 모든 게 보였고, 너무도 강렬해서 나도 모르게 눈을 감을 때마다 그는 멈추었다; 난 그를 지켜보고, 그가 나를 지켜보게 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은 두렵지만, 놀라우리만치 가까운 느낌이었다. 내 몸이 떨리기 시작하자 그는 나를 놓아주고는, 다시 열정적으로 키스하며 거슬러 올라왔다.

그의 손이 온 몸을 더듬었고, 때가 왔다는 걸 알았다. 나는 침대 옆 서랍으로 손을 뻗어 콘돔과 윤활제를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그는 진지하게 나를 응시하며 물었다. “확실한 거지?”

고개를 끄덕였고, “물론이에요.” 그에게 약속했다. “내가 바라는 겁니다.” 그가 아직 의아해하고 있을 경우를 대비해서, 확실히 해 두고자 했다. “사랑해요.” 나도 모르게 그 말이 그냥 튀어나왔다. 마치 그 말 스스로가 의지를 가지고 있기라도 한 듯이 - 조금 놀란 표정을 지은게 분명했지만, 그는 내게 미소지어보였다.

“셜록,” 그는, 내게 키스하며 말했다. “사랑해, 나도.”

난 환하게 웃었다. 그는 다시 내게 키스하더니, 잠시 멈추고 날 바라보았다. “마주보면서 하고 싶긴 하지만,” 그는 설명해주려는 것 같았다. “뒤돌아 눕는 게 네겐 좀더 편할 거야.”

그의 지식과 자신감에 잠시 움찔했지만, 금방 그가 의사라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정말이지, 내 두뇌를 멈추게 하겠다는 그의 시도는 이미 놀라울 만큼 성공적인 것 같군그래.

“마주보는게 좋아요.”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로.” 그의 아래에서, 내 온 몸은 곧이어 벌어질 일을 인식하고, 계속 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차 꿈틀대고 있었다.

그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여주었고, 손가락에 미끌거리는 윤활제를 바르고는 최선을 다해 나를 열어주었다. 느낌이 정말 이상했다. 그 압력과 아픔 때문에 온 몸으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눈을 꼭 감아버렸다.

“셜록,” 그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셜록, 날 봐.”

나는 마지못해 그 말에 따랐다; 그가 날 아프게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셜록, 긴장 풀어야 해.” 

그게 말처럼 그렇게 쉬우면 벌써 하고도 남았겠지. 나는 생각했다. 그저 생각만 하려던 거였지만, 그가 픽 웃는 걸 보니 아마도 생각한대로 그에게 말해버리는 데 - 내가 인식했던 것보다 더 - 익숙해져버린 모양이다.

“날 봐,” 그가 다시금 종용했다. “사랑해. 날 믿어도 돼.” 손가락들을 내 안으로 밀어넣으며 그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고, “내가 지켜줄거야.” 약속해주었다. “안심해, 셜록. 그냥 긴장 풀어.”

나는 조금씩 그 말에 따르기 시작했다. 그때 그의 손끝이 갑자기 무언가를 어루만졌고, 난 거의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다.

그는 내 놀란 듯한 비명소리에 미소지었다. “준비가 된 것 같은데.”

그는 베개를 두어 내 허리를 조금 들어올렸고, 천천히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보다 훨씬 컸기에 나는 다시금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멈추었지만, 그의 몸은 가만히 있으려는 노력으로 떨리고 있었다. “함께 있어줘,” 그는 내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날 믿어, 셜록.” 되풀이하면서. “그냥 긴장 풀어, 내가 여기 있잖아.”

숨이 막혀왔다. 그가 날 이끌도록 두는 건 정말 어려웠다. 내 본능과 싸우고 있었지만, 그래야만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절대 나를 신뢰하지도, 우리 관계를 믿지도, 다시금 내게 전념하지도 않을 거다. 그에게 내어주어야 했고, 기꺼이 그러고도 싶었다. 알고 있었다. 그를 믿을 수 있다는 걸, 그는 좋은 사람이라는 걸, 그가 날 사랑한다는 걸…

“나 여기 있어.” 그가 다시 말했다. “널 잡았어, 떠나지 않아…”

해냈다. 그에게 맡겼다. 그에게 내어주었다. 몸의 긴장을 풀자, 갑자기 그가 내 안으로 완전히 들어왔다. 내 몸 안으로, 내 마음 안으로 그가 들어왔다. 그가 내 비어있던 부분을 채워주고, 그의 온기와 마음을 나와 나누고 있었다.

“넌, 내 거다.” 그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가 다시 내 안으로 밀고 들어오며, 낮게 울리듯 말했다. 그의 눈을 들여다보며, 나는 그 말이 사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내 첫 경험에 대해서는 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그 모든 걸 견뎌냈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너무나도 강렬했던 움직임과 애무, 느낌들, 점점 커지기 시작한 목소리. 그리고 나는 모든 자제력을 잃어버렸고, 존 역시 그랬다.

그 다음, 그는 수건으로 우리를 닦아주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여기 있어도 될까?” 그는 물었다. “그러니까, 네 침대에서?”

그에게 미소지으며, 커버 아래로 그를 끌어내리고는 온 몸으로 그를 감싸안았다.
“우리 침대에요, 존.” 그에게 키스하며 정정해주었다. “그리고, 좋아요. 그래줘요.”



  • 저자 주석: 이 이야기에 덧글 남겨주시고, 계속 써나갈 수 있게 힘을 주시는 멋진 분들 모두, 다시금 고마워요… 
    정말 감사합니다! 셜록의 이야기는 여기까지가 다고(행복한 상태일 거라 생각해요!), 
    이제 존 시점에서의 챕터 하나와 마이크로프트로부터의 에필로그 하나만이 남아 있네요… 
    완전 멋진 br0-Harry님께서 그려주신 그림 → 재결합 
  • 역자 주석: 16, 17편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챕터다. (…하지만 둘다 너무 길다;;) 
    날것 그대로 솔직한 둘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기에, 완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이렇게나 사랑스러운 셜록이라니. 아이처럼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녀석.
    이 둘은, 역시 너무 잘 어울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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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udimentary’라고 씌어있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역자의 감정도 들어갔다… [본문으로]
  2. 바로 이런 걸 보고 ‘각성’(또는 ‘주제파악’)이라고 하는거임 -_-a [본문으로]
  3. 안습의 기계치 존… [본문으로]
  4. ‘sickening’ 지겹다고도 써봤지만 느낌상 왠지 이게 어울려서.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