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접촉 실험  | An Experiment In Touch  



셜록을 침실로 이끌어주는 동안, 존의 머리는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어깨 너머를 흘끔 쳐다보았다. 이만큼이나 멋진 다른 누군가가 그 나이까지 성경험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존은 약올리는 거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셜록만큼은 의심할 수가 없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평소와 달리 존을 향한 관심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혐오감이 완연하게 드러나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바라는 거라 주장하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셜록이라면 살펴보자고 생각했던 만큼이나, 마음을 바꾸는 것도, 육체적인 친밀함이 지나치게 강렬하다거나, 난잡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몇가지 규칙을 정해둬야 할 시간이다. 그나마 그게 마음을 편하게 해줄지도 모르잖는가.

그는 침대로 셜록을 데려와서는 옆에 나란히 앉혔다.

“좋아.” 그가 입을 열었다. “네겐 이런게 처음이니까, 뭘 할지 정해두자구. 그럼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거야.”

셜록은 조그맣게 미소지어보이더니, 조금은 긴장을 푸는 것 같았다.

“잠깐만 기다려봐.” 존은 그의 손을 살짝 쥐며 말하고는, 일어나 욕실로 가서 커다랗고 보송보송한 수건 몇 장을 챙겼다.

그가 돌아왔을 때, 셜록은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에 조금은 어색한 자세로 서 있었다.

“긴장 풀어.” 존이 말했다. “아무것도 안해도 돼, 네가 원하지 않으면.”

“아니, 원해, 난.” 셜록이 재빨리 대답하고는, 자켓을 벗어 뒤쪽 의자로 던져버렸다.

존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대체 언제부터 셜록이 자켓 벗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자극받게 된 거지?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잖아, 머릿속에서는 속삭였지만 엄밀히 말하면 진짜 그런 건 아니었다. 몇 분만 지나면 저 옷 아래의 살결을 만지게 될 걸 알기에 이 광경이 전혀 새롭게 보이는 거였다.

셜록이 셔츠 단추를 풀려 하자, 존은 한발짝 다가서서 그의 손을 감싸며 제지했다. 하지만 그의 손이 자신도 모르게 손바닥을 대고는 가운데 손가락으로는 셜록의 쇄골을 따라 그리듯 어루만졌다.

“기다려,” 그는, 거칠어진 스스로의 목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셜록은 순순히 손을 내렸다; 존이 다시금 침대에 앉히자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에는 서로를 마주보는 자세였다.

“오늘 밤에는 분명히 성적인 건 없을거야, 셜록.” 그가 말했다. “네 말대로 이런 상황이 낯설면, 널 당황스럽게 만들 일 같은 건 저지를 생각도 없고.”

셜록은 기분이 나쁘다는 듯 흥, 코웃음치더니 건방지게 대답한다. “나 어린애 아니거든, 존. 눈은 멀었을지도 모르지만, 과잉보호 같은 건 필요 없어. 나에 대한 거나 내가 원하는 것 정도는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구.”

“그런 이야기를 하자는게 아니야.” 존은 달래듯 대답했다. “그저, 천천히 해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려는 것 뿐이지 - 너라면 미리 충분히 데이터를 모아두지 않고서 실험부터 하진 않을거잖아, 안그래?”

고개를 갸웃하는 셜록의 표정에는 의구심이 가득했지만, 곧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번진다 - 존에게는 이 정도가 곧 벌어질 일에 대한 유일한 경고였던 셈이다.

“그럼,” 그가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말했던 그런 순간들 중 하나였다면…” 그는 두 손을 들어 존의 얼굴을 감싸 기울여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사건에서 돌아와서, 아드레날린에 취해 가슴 뛰고 숨이 가쁘던 그런 밤들 중 하나였다면…” 셜록의 목소리는 점점 낮게 가라앉고 있었다.

“복도 벽에 기대서서 서로를 바라보던 그런 순간들 중 하나였다면…” 지금 그의 눈은 갈망으로 불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앞을 볼 수 없는데도.

“그런 순간들 중 하나였다면,” 셜록은 말을 이었다. “그때는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내가 충동적으로 행동했더라면 - 네게 기대어 키스했더라면,” 그가 이마를 맞대어 오자, 허스키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존의 입가에 닿을 듯이 스쳐갔다.

“널 벽으로 밀어세워서 온 몸으로 누르고, 우리 둘 다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까지 계속, 계속 키스했더라면…” 그의 손가락이 존의 턱선을 따라 그렸다.

“내가 볼 수 있었을 때 그랬더라면, 그래도 날 멈춰세웠을 거라고, 천천히 하자고 고집을 부렸을 거라 이야기하는건가?” 하고 싶던 말을 다 했다고 느꼈는지, 그는 손을 놓고 물러나 앉았다. 

존이 제일 자주 생각하는 판타지 중 한 장면을 마치 그의 머릿속 비디오라도 꺼내서 보고 있는 것처럼 셜록이 완벽하게 묘사해내자, 존은 가슴부터 얼굴까지 확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그는 목을 가다듬고 대답하려 애써 보았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손을 들었지만, 떨리는 걸 보고는 그대로 떨구었다.

“셜록.” 깊게 잠긴 쉰소리밖에 나오지 않았다. 다시 해본다. “셜록.” 좀 낫군. “네가 경험이 없다고 했던 거, 정말 경험이 없다는 거야, 아니면 섹스까진 안 해봤다는 거야?”

셜록은 점점 등이 다는 눈치였다. “말 그대로였어, 존.” 그가 대답했다. “난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 - 내가 경험해봤는지 궁금해하는 그 친밀함이 뭐가 되었든간에, 대답은 확실히 ‘없다’야. 좀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거야, 아니면 내 질문에 대답해줄 거야?”

존은 머리를 쓸며 대답했다. “미안. 하지만 한번도 키스를 안해본 사람치고는 너무 끝내주는 묘사였다구.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잖아.”

셜록의 얼굴에 이상한 표정이 잠시 스쳤지만, 그는 그저 눈썹을 치켜올릴 뿐이었다. “내가 경험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아예 다른 세상에서 사는 건 아냐, 존.” 그가 말했다. “섹스는 범죄의 주된 동기라구. 실질적인 지식은 나도 폭넓고 풍부하게 가지고 있지.” 여전히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존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그는 말했다. “그랬더라면, 네가 묘사했던 그대로였다면.” 그는 머리를 식히려 잠시 멈추었다. “그럼 아니었겠지. 널 멈추지 않았을 거야. 널 멈출 생각 따위는 전혀 하지도 못했었겠지.”

“하지만,” 셜록의 손등에 손을 얹으며 덧붙였다. “하지만… 네가 동정인 걸 알았다면…” 그 단어에 살짝 찌푸리는 걸, 존은 못 본 척했다.

“이게 너에겐 단순한 실험에 지나지 않을걸, 마음먹은 것만큼이나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꿔버릴까 걱정했더라면…”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잡은 손등을 계속 어루만지고 있었다.

“이번이 내게 주어진 단 한번뿐일 걸 두려워했더라면, 그랬다면 - 맞아.” 그는 물러나 앉으며 말했다. “그래, 난 널 멈춰세웠을거야.”

그는 잠시 멈추더니, 솔직하게 덧붙였다. “그래서 반쯤 죽을 것 같다 하더라도, 난 그랬을거야.”

셜록은 다시금 존의 얼굴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는 그가 거의 늘 그랬던 것처럼 표정을 확인하려던 것 뿐이었다. 채 가시지 않은 홍조로 뜨거워진 것마저도 그가 느낄 수 있을 거였다. 잠시 후,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존.” 그는 말했다. “이건 네 수업이고, 네 담당이야.” 그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해봐.”

존은 정신을 추스리려 애썼다. “좋아, 마사지 받아본 적은 있어?”

셜록은 고개를 젓더니, “난 낯선 사람들이 건드리는 거 싫어.” 설명했다. “뭐, 낯선 사람들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누가 되었든간에 날 만지는 건 싫어. 너만 빼고, 존.” 그는 미소지었다. “내 규칙들의 대부분에서 네가 예외란 것쯤은 이제 우리 둘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존은 헛기침을 했다. “음, 난 어떻게 보더라도 마사지 전문가는 아냐. 하지만 이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니까… 그러면 이건… 접촉 실험 정도라 해두자구.”

그는 셜록의 손을 잡아 뒤집었다. 검지손가락으로 손목 안쪽에서 손바닥까지 어루만지고는, 그대로 손가락 사이까지 따라 옮겨갔다. 

“침대 가운데에 수건이 있어.” 그는 셜록의 소매 단추를 풀고, 팔 안쪽을 가볍게 어루만지고는 다시 아래로 쓸어내렸다.

“네가 준비하는 동안 가서 몇 가지 챙겨올게.” 그의 시선은 눈앞의 창백한 살결을 - 셜록의 손목, 세밀한 핏줄을 따라 그리는 손가락을 좇았다. “네가 편하면 잠옷 바지로 갈아입는게 좋겠어. 그리고 수건 위에 누워 있어. 네 등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엎드리면 돼.”

그는 셜록의 손을 다시 뒤집고는 손가락을 한데 얽어 맞잡으며 바라보았다. “괜찮은 것 같아?”

셜록의 입술이 벌어지고, 고개가 수그러졌다.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좋아.” 존은 말을 이으며 일어섰다. “잠깐 다녀올테니 천천히 해.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게.”

셜록을 눕히고 올라타버리고 싶은 유혹에 넘어가버리기 전에, 그는 재빨리 방을 나섰다.

그의 침실로 향하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침대 옆 탁자 뒷쪽에서 마사지오일 병을 꺼냈다. 그리고 부엌으로 가서 그릇에 더운 물을 채우고는, 병의 뚜껑을 열어 재워두었다.

따뜻해지도록 두고, 존은 거실로 가서 창문 앞에 섰다. 창틀에 손을 얹고 멍하니 아래 거리를 내려다보다, 대체 지금 자신이 뭘 하고 있는 건지 궁금해졌다.

스스로를 고문하고 있는 게 아닌가? 천재이자 자칭 소시오패스, 냉담하고 오만한, 손댈 수 없는 미치광이인 저 셜록 홈즈가, 경멸해 마지않던 사적이고 질척한 관계에 엮이고 싶어한다고 정말 믿는건가? 그것도 존 왓슨, 평범함 그 자체인 자신과 말이다.

존은 눈을 감고, 유리창에 이마를 맞대며 앞으로 기댔다. 셜록이 지루해하는 것 같지 않은가? 지루한데 궁금하고, 실험할 만한 건 존 하나밖에 없는 거 아닐까?

그는,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며 어깨를 폈다. 셜록의 동기가 뭔지를 판단하는 건 불가능했다. 저 남자 스스로가 확신하지도 못할 뿐더러, 어쨌든 그의 머리는 아예 다른 차원에서 돌아가고 있으니까. 이 갑작스러운 관심의 시발점이 뭐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존은 셜록이 의도적으로 자신을 이용하려 드는 건 아닐 거라 믿기로 했다.

셜록을 원한다면 마땅히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 해나갈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셜록을 원했다. 정말이지, 지독하게 셜록을 원했다. 셜록만큼은 그가 절대 가질 수 없을 단 한 가지일 거라고 항상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의 갈망은 티끌만큼도 줄어들지 않았던 거다.

좋아. 이제껏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고 이용하려 들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게임이 시작된 거라면, 그리고 그 상이 셜록이라면, 존은 이기기 위해 최선의 최선이라도 다할 거다.[각주:1] 

그는 몸을 폈다. 결심이 서자, 부엌에서 오일을 가지고 셜록의 방으로 돌아가는 걸음도 빨라졌다. 그는 약속대로 문을 두드렸다.

“다 됐어, 존.” 안쪽에서 깊은 목소리가 울려왔고, 그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방으로 한발짝 들어서자마자 그대로 멈춰섰다.

셜록은 그의 말대로 침대 한가운데에 얼굴을 묻고 누워 있었지만, 잠옷 바지는 없었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한계를 시험해보려고 마음먹은게 분명하다. 존은, 그나마 속옷은 입고 있다는 데 감사해야 하는게 아닐까 생각했다.[각주:2]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 게임은 둘이 할 수 있는데, 뭘 하는지 아는 건 한 명 뿐이라 이거지. 눈앞에 누워 있는 저 몸을 향한 갈망이 날마다 커져만 간다는 사실은, 그저 그가 거쳐야 할 또다른 관문인 것 뿐이었다.

셜록이 제멋대로 하게 둘 생각도, 원하는 걸 바로 얻어가게 내버려둘 생각도 없었다. 그는 자신에게 집중된 관심을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지켜낼 거였다; 셜록이 아직 더 배우고, 더 조사할 게 있도록, 존에게로 돌아오도록 확실히 해둘 셈이다.

우승을 노리자구, 왓슨.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존은 셔츠를 벗었다.





셜록은 존이 방 안을 돌아다니는 내내 존의 위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 테이블에 무언가를 내려놓는지 둔탁한 툭,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천이 부스럭거리는 소리 - 존도 옷을 벗는건가?

아니, 소리로 보니 셔츠만인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러면 - 존은 셔츠를 머리 위로 벗진 않으니; 티셔츠도 벗은 게 분명하다. 그 말인즉슨, 둘 다 반 나신이라는 거였다.

방 안은 따뜻했지만, 셜록은 가볍게 전율했다. 속옷만 입은 채로 여기 누워 있으려니 벌거벗겨진 채 내놓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불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침대 발치에서 발소리가 멈춘다. 존이 거기 멈춰설 이유는 없는데. 존의 시선이 그를 훑고 지나자 셜록은 다리의 털끝까지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진심이냐고 다시 묻지 않을까 조금 기대했었지만, 존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까 셜록의 반응에,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마음이 상했던 걸지도 모른다 - 그의 반응으로 볼 때, 복도에서의 키스는 혼자 생각해왔던 무언가였던게 분명하다. 그게 자신의 판타지를 추리해내서 자극적으로 묘사한 거라 생각하는 것 같았으니까.

셜록은, 사실 그런 순간들을 생각해왔던 게 실은 자신이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일주일 전, 잠결에 키스했던 이후로 그랬다면? 하고 계속 되새겨 보았던 것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자비하게 스스로의 상상을 이용했던 것도 셜록이었다.

그는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소리로 보니 셜록 쪽 침대 옆에 있는 탁자에 부엌에서 가져온 세라믹 그릇 중 하나를 놓는 것 같다.

불현듯, 늘 그래왔던 대로 제멋대로 퍼질러져 눕는 대신에 침대 한 ‘쪽’을 쓰는데 빠르게 익숙해져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면 크게 적응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던가? 그의 삶에 존이 얼마나 쉽게 끼어들어왔는지, 정말 이상하기만 했다.

셜록은 베개들을 치워버리고, 문 쪽으로 고개를 향하게 두 팔을 베고 누웠었다. 즉, 존이 지금 그의 뒤에 있다는 뜻이다. 그가 신발과 양말을 벗으며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을 때, 셜록은 매트리스가 움푹 꺼지는 걸 느꼈다.

셜록은 가만히 누워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조용하기만 했다. 그때, 그의 귓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아름다워.” 그의 숨결이 목과 어깨 살갗을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이제껏 봐왔던 그 무엇보다도 아름다워.”

존은 물러나 앉았다. 셜록은 - 늘 아름다움이란 건 삶에서 확실히 관계없는 것들 중 하나라고 여겨 왔었지만, 자신이 기뻐하고 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존이 그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게 기뻤던 거다.

그는 존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알아차리는 게 좋았다 - 심지어 그 예전, 안젤로네에서의 그 대화가 연애 감정을 싹부터 잘라버렸다고 생각했을 때조차도, 존이 심미적으로 자신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던 데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그에게 말을 걸려 들 만큼 어리석지도 않았다.[각주:3] 

이 감정, 항상 그렇게 표면 아래에서 모르는 새 깊어지고 있었던 건가? 앞을 보지 못하게 되어서야 눈을 뜨게 되고, 존이 자신을 원하길 바란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다니 - 말 그대로 아이러니다.

액체 소리가 들렸다. 듣자하니 그릇에 담긴 물인 듯 하고, 뭔가 좀더 끈적한 건데. 오일이군.

셜록은 자신만의 어둠 속에 누운 채 기다리고, 기대했다. 존이 뭘 할지, 어떤 느낌일지를 궁금해하면서.





존은 손바닥에 오일을 묻혀 비비고, 한쪽 다리를 셜록의 허리께 건너로 넘겨 그의 위에 올라타듯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부드럽고 창백한 살갗을 바라보다가, 문득 자신의 손을 보았다; 조금도 떨리지 않았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시끄럽게 울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 여전히 믿기 어려웠다. 그는 손을 내려 셜록의 허리께 바로 위, 등뼈 양 옆으로 가볍게 얹었다.

그는 맞닿은 곳에서 찌르르 정전기가 팔을 따라 흐르는 걸 느끼며, 가볍게 손가락으로 누르며 기다렸다. 셜록은 처음에 긴장했었지만, 이제는 다시 나긋해져 있었다. 존은 불빛 아래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어깻죽지까지 두 손을 스치듯 문질렀다. 그리고는 가로질러 옆구리 아래까지 쓸어내려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셜록에게 이 감각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려 천천히, 신중하게 움직여 나갔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앞으로 몸을 숙였고, 시선으로는 자신의 손가락을 좇았다. 흉터를 확인하고, 너른 어깨와 탄탄한 근육을 감탄하며 바라보면서; 손을 펴 셜록의 갈비뼈 부근을 다시 어루만져보자 - 좀더 규칙적으로 끼니를 챙겨먹는데다, 건물 옥상들을 가로질러 뛰어다니는 일이 줄어든 덕일까, 전만큼은 두드러져보이지 않았다. 

몇 번쯤 더 반복한 후, 그는 조금 더 힘주어 누르며 손을 넓게 벌려 움직임을 조금씩 크게 해나갔다. 그의 손이 셜록의 갈비뼈 아래, 옆구리를 스치자 셜록이 꿈틀거렸다.

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움직이며 손두덩을 위로, 손가락을 아래로 누르며 문질러 주었다. 몇 번쯤 더 반복하고는, 한번 더 시험하듯 셜록의 옆구리를 슬쩍 스쳐보았다.

셜록은 다시금 꿈틀거리며 입술 사이로 헉, 하는 이상한 숨소리를 뱉어냈다. 존은 손은 그대로 둔 채 몸을 앞으로 숙였다.

“셜록,” 그는 속삭이며, 숨결이 닿는 곳에 자르르 소름이 돋는 모습을 응시했다. “셜록, 너 간지럼 타는거야?” 그는 민감한 곳을 다시금 가볍게 어루만졌다.

“모르겠어, 존.” 가쁜 대답이 돌아왔다. “그런 것 같아. 하지마…” 그가 다시금 꿈지럭거리자, 존은 손을 거두며 미소짓고는, 다시 손을 위로 올리며 몸을 낮췄다. 이제 셜록의 허리를 타고 앉은 거나 다름없는 자세였다.

어떻게 30대가 되어서까지 자신이 간지럼을 타는지도 모를 수 있을까, 그는 궁금해졌다. 섹스 경험이 없는 것보다도 더 이상했다. 갑자기 존은 셜록이, 그 오랜 시간 외롭게 지내온 그의 삶이 안타까워졌다.

일, 사냥의 흥분, 게임으로 바쁜 삶.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러모로 공허한 삶이기도 할 거다. 며칠동안 끼니를 거르면 신경써줄 사람도, 믿어지지 않을 만큼 놀라운 성과와 능력에 감탄해줄 사람도, 다쳤을 때 챙겨줄 사람도, 포옹이 필요할 때 안아줄 사람도 하나 없는 텅 빈 삶. 누구 하나 닿을 수 없는 섬처럼, 그저 셜록 뿐이었던 거다.

이제 존의 손은 반원을 그리며, 셜록의 등 양쪽을 함께 문지르고 있었다. 불현듯 존은 셜록이 정말 그를, 이걸 원하는지 아닌지를 걱정하는 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런게 중요하긴 했다. 존은 항상 사람들의 선택을 존중해왔으니까. 하지만, 셜록에게는 그가 필요했다.

자기중심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먼 존에게는 이상하고도 낯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도 이젠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볼 수 있었다. 셜록은 혼자 있을 때보다 존과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잘했다. 그가 말하는 은 물론이지만, 그뿐만은 아니었다. 셜록이라는 훌륭하고, 정신나간데다 눈부신 이 남자에겐, 존처럼 그를 붙들어주고, 그의 줄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던 거다. 머릿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멈춰세워주고, 끊임없이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누군가가.

하지만 존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말이지 충격적인 생각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셜록이 살아오면서 만나왔던 그 모든 사람들 중에서, 그가 받아들인 사람은 오직 존 하나뿐이었던 거다. 그저 그들은, 서로에게 딱 맞는 것 같았다.

셜록은 이제 존의 움직임에 맞춰 어깨를 돌리며 몸을 쭉 펴고 있었다… 지금 그가,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건가? 존은 앞으로 기대며, 왼쪽 손을 셜록의 목 뒷쪽으로 미끄러지듯 끌어올렸다. 그리고 서로 맞닿은 면이 떨어지지 않도록 오일 쪽으로 오른손을 뻗어, 한손으로 손바닥에 조금 덜어냈다.

그는 두 손을 셜록의 어깨로 올려 조금 힘주어 근육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랬다. 그의 아래 자리잡은 남자가 신음소리같은 걸 내고 있는 게 분명했다 - 나지막한 으음, 소리같았다가도 가끔은 깊게 그릉거리는 소리가 섞여나오기도 했다. 셜록은 지금 자신이 그러고 있는 걸 알긴 하는걸까, 존은 의아해졌다.

그는 무릎으로 딛고 일어나, 몸을 조금 더 앞으로 숙였다. 그의 손은 셜록이 베고 있는 팔 윗쪽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셜록은 낮게 신음하며, 고개를 돌려 매트리스에 이마를 묻었다. 그가 두 팔을 쭉 뻗어 침대 머리맡의 난간을 붙들자 근육이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존은 헉, 헛숨을 들이키고는 손을 계속 움직여야 한다는 걸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주어야만 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완전히 새로운 판타지로 빠져들어가기 전에… 난간을 그저 잡고 있는 게 아니라, 거기 묶여있는 셜록… 나신으로 무력하게 누워 있으면서도, 여전히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듯 특유의 도발적인 태도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는 셜록… 그 가정이 틀렸다는 걸, 존이 몇년간 배워왔던 모든 요령을 총동원해서 온 몸으로 입증해 보이면 - 정말 풀려나기를 바라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얽맨 구속구를 잡아당기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자신의 아래에서 온 몸을 비트는 셜록.

존의 심장은 쿵쾅거리고, 그의 바지는 불편할 정도로 꽉 죄어왔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고 침대 가로 조금씩 움직이며, 두 손으로 셜록의 팔을 따라 쓸어올렸다. 오일 묻은 자신의 손가락을 셜록의 손가락에 얽으며 힘주어 잡아주고는, 다시 아래로 따라 내려와 그의 어깨와 목덜미에 집중했다.

한번 더 고개를 숙였다. “네 느낌이 너무 좋아.” 속삭이는 그의 입술이 셜록의 귓가를 스쳤다. “네겐 몇 시간이라도 이렇게 해줄 수 있어.”

그는 셜록의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떨림을, 난간을 붙든 손에 힘이 들어가 창백한 손마디가 더 하얗게 두드러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쯤 되면 이 접촉 실험이란 거, 꽤나 잘 되어가는 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존은 생각했다…





셜록은 이런걸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다.

그의 맨살에 닿아 움직이는 손의 감각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금세 편안하고 따뜻하게 - 그리고 정말, 정말 기분 좋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문득 그전까지 마사지를 왜 받아보지 않았었는지 의아해지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이 그를 만진다는 - 존의 손이 아닌 다른 손이 닿는다는 생각을 해 보자 곧바로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존의 손가락이 갈비뼈 아래를 스쳤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꿈틀거리고 말았다 - 너무 민감한데다, 그 느낌이 너무 강렬해서 거의 간지럽기까지 했다. 어쩌면 이건 그에게 안 맞는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존이 간지럼을 타는 게 아니냐며 킥킥거리며 손을 떼고는, 몸을 낮춰 사실상 셜록 위에 다리를 벌리고 타고앉는 자세가 되자 그쪽으로 온 신경이 쏠리고 말았다.

속옷 천 너머로 그의 옆구리를 스치는 존의 바지 질감이 느껴졌다. 존이 저걸 입고 있지 않았더라면 정말, 훨씬 더 편했을 텐데 - 그는 이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마음을 바꾸었다. 존이 일어나는 건 원치 않았으니까. 다음번에는 그에게 이야기해줘야겠어, 셜록은 다짐했다. 어쩌면 그땐 이 짜증나는 옷가지들을 다 없애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존의 손은 계속 움직이고 있었고, 다음에 누를 곳이 어디인지도 예상하기 어려웠다. 경이로운 느낌이었다. 그건 마치… 생각하려 애써 보았지만, 그의 두뇌가 ‘대기’ 모드로 전환이라도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 느낌은… 존의 감정이 손끝을 통해 흘러나와, 피부 아래를 따뜻하게 데우는 것만 같은 느낌이군, 조금은 막연하게 결론짓는 셜록이다.

전에 없이, 자신이 존에게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란 것쯤 알고 있었다; 그래주길 바라지도 않긴 했지만, 시도해볼 만큼 가까이 다가왔던 사람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존은 그랬다. 그런 말을 했든 안했든간에, 존은 그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 건 상관없었다. 반박할 수 없을 만큼 그가 했던 모든 것과,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묻어나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이런 위험을 무릅쓰려면, 존에게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다는 걸 셜록은 깨달았다. 그렇게 위해주는 게 사람들을 아픔에 무방비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었다. 존은 그에게 많은 걸 걸고 있는 거였다. 셜록은 그대로이기에, 정말이지 큰 모험인 셈이다. 무척 큰 책임감이었겠지; 그는 존을, 그의 단 하나뿐인 친구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셜록은 밀어내는 걸 그만두고 존이 앞서가게 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존의 손이 계속 움직이자, 그의 생각이 끊어지며 점점 따뜻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마찰만으로 이를 거라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그는 부드럽게 어깨를 움직이며, 존의 손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등을 펴고, 또 휘었다. 이상했다; 정말 긴장이 풀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더욱 긴장되는 것마저도 느낄 수 있었다.

존이 그의 어깨로 집중하자, 놀라우리만치 기분 좋은 느낌이 밀려왔다. 존이 그의 팔을 따라 손을 옮기며 몸을 앞으로 숙이자, 그의 허리께에서 느껴지던 무게가 사라졌다. 셜록은 머릿속으로 지금 그들이 어떻게 보일지를 그려낼 수 있었다; 알몸에 가까운 모습으로 침대 위에 온 몸을 쭉 펴고 누운 그와, 완전히 그에게만 몰입한 채로 사실상 그의 위에 올라타 그를 어루만지고 있는 존.

그는 입술 사이로 비어져나오는 소리에 놀라며, 머리 위로 팔을 뻗으며 다시금 몸을 폈다. 손끝으로 침대 머리맡 난간이 스치자, 온 몸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에 문득 스스로를 붙들어두고 싶어져 그대로 부여잡아 버렸다.

존이 헉, 헛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팔을 따라 존의 손이 움직여, 난간을 잡고 있는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서로의 손가락을 한데 얽으며, 존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갑자기 존이 그를 붙들어두고, 억눌러두는 것처럼 느껴졌다. 셜록은 그의 배 아래에서 무언가 뜨겁게 휘감아오는데다, 그전까지의 긴장감이 한층 더 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존의 입술이 그의 귀를 스치던 그 순간, 그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는 난간을 부여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감당하기 벅찰 만큼 빠르게 커지는데다, 그 감각은 너무도 강력하고 또 이상했다; 어쩌면 존이 천천히 하자고 주장했던 게 옳았을지도 모른다. 셜록의 신체적인 반응은 그가 대비하고 있던 것 이상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데도, 멈추는 건 원치 않았다…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채기라도 한 듯 존이 물러섰고, 침대 아랫쪽으로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길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한번 더 셜록 위에 다리를 벌린 채로 앉은 자세가 되었을 때, 어깨에서부터 허리께까지 가볍게 손끝으로 따라 어루만지고는 살짝 방향을 올려 다시 한번 되풀이했다. 한번 되풀이할 때마다 누르는 힘은 점점 더 줄어들었고, 마침내 그의 살갗을 부드럽게 스치는 정도가 되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존의 손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은 채 처음 시작했던 그곳에 가만히 얹혀져 있었다; 마치 떨어지는 걸 견딜 수 없어하는 것처럼.

짧은 침묵을 깨고 존이 입을 열었다. “앞에도 해줄까?”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가 묻는다.

셜록은 가볍게 떨었다. 종내에는 존의 손길이 부드러워지긴 했지만, 그가 움직이는 내내 셜록의 허리는 침대에 맞닿은 채 문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뒤돌아 누우면 그의 신체적 반응이 눈에 확 띄어버릴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팔꿈치를 괴어 몸을 일으키며, 뺨의 홍조와 목덜미에서 빠르게 뛰고 있는 맥박이 보이도록 존에게로 부러 고개를 돌렸다. 동공 역시 커다랗게 확장되어 있을 것을 알기에, 그는 눈을 떠 보였다.

“그건,” 평소보다도 훨씬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전적으로 네 말뜻에 달려 있는걸.”[각주:4] 



Artwork by 하이지달





한 시간쯤 지나, 존은 어둠 속에 바로 누워 채 마르지 않은 셜록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의 옆에 맞닿아 있는 따뜻한 몸과 허리를 감싸안은 팔, 그의 다리 위에 올려진 다리 덕분에 실상 존은 그 자리에 고정된 거나 다름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다른 데 가고 싶었던 건 아니다; 결코 아니지.

마사지는 끝났다고 존이 말했지만, 셜록은 몇 분 정도 얼굴을 파묻은 채 있다가 먼저 샤워를 하러 갔다. 그리고 존이 욕실에서 돌아왔을 때에는, 어두운 방 안 침대 한가운데에 셜록이 누워 있었고 쿠션은 온데간데 없었다.

그는 성의없게나마 찾으려는 시도는 해 봤지만, 셜록이 시간 낭비라고 확인해주는 순간 더이상 시도해볼 가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을 못 보는 남자가 그렇게 부피 큰 물건들을 어떻게 숨겼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말이다.

그는 셜록의 뒷덜미 쪽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잠든 게 아니란 걸 존은 알고 있었다. 이 최근 실험을 되새겨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 늘 그랬듯 모든 걸 분류하고, 구분하고, 분석하는 중이겠지.

조금 후, 존은 용기를 내어 제일 중요한 질문을 했다. “어땠어?” 조용히 말했지만, 그의 귀에는 그 말조차 너무 크게 들렸다.

셜록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긴 숨을 내뱉었다. 그의 숨결이 뜨겁게 존의 쇄골을 가로지른다. “모르겠어.” 그가 대답했다. “결론부터 내긴 위험하고. 데이터가 더 필요해.”

그는 존을 감싼 팔에 더욱 힘을 주어 가까이 끌어안고는, 목덜미를 파고들며 말했다. “데이터가 훨씬 더 필요해.”[각주:5] 

존은 대답하려 입을 열었지만, 문자 알림 소리에 막혀버렸다. 그는 침대 머리맡의 테이블로 손을 뻗어봤지만, 셜록이 이렇게 그를 내리누른 채로는 핸드폰까지 손이 닿지 않았다. 게다가 이 남자, 금방 풀어줄 생각도 없어 보였다. 존은 한숨을 쉬며 시도해보기로 했다. “위험할 수도 있어.”[각주:6] 

셜록은 흥,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했다. “그건 대사잖아.” 어쨌든 몸을 기울이자 그의 긴 팔은 핸드폰에 쉽게 가 닿았다. “문자하던게 그립다니까.” 그는 투덜거리며 존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대부분 나한테 보내라고 시켰었으면서.” 존은 셜록을 떼어내고 일어나 앉았다. “이번 것도 답문자 정도는 이야기해줘도 돼. 너한테 온 거니까.” 그는 메시지를 빠르게 훑어내렸다. 셜록도 일어나 앉더니 존의 어깨에 턱을 묻고는, 두 팔로 그의 허리를 미끄러지듯 감싸안는다.

“레스트라드야.” 존이 알려주었다. “자네한테 이렇게 늦게 연락해서 미안하네… 어쩌고 저쩌고… 우리더러 아침에 야드로 들러 달라는데. 사건 때문에 네가 조언해줬으면 좋겠다는군.” 그리고는 돌아보았다. “어떤 것 같아?”

셜록의 얼굴은 핸드폰 조명으로 환하게 빛났다. 그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우린 준비가 된 것 같아, 존.”



  • 원문: The Heart in the Whole (8/20): An Experiment In Touch 
  • 역자 주석: 마사지를 빙자한 두 남자의 짜릿한 신경전. 이것이 바로 모팻느님이 말씀하신 chemistry인가!
      상상하면서 읽는 즐거움이 있는 편이다. 그나저나 이 앙큼쟁이들, 묶고 묶이는거 너무 좋아한다니까. : ] 
      +) 바쁠 때는 덧글이 늦어질 수 있으니, 부디 서운해 마시고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 그림: 하이지달님께서 화끈한 마사지씬(!)을 선사해 주셨습니다. 아. 저 늘씬한 존+셜록 *-_-*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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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ohn was going to do his damnedest to win’ - 당신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_<;; [본문으로]
    2. 아니, 그 감사 난 반댈세… [본문으로]
    3. 앙큼쟁이 존을 알아보는 앙큼쟁이 셜록… 이것이 유유상종인가. [본문으로]
    4. “That,” + “would depend entirely upon your meaning.” - 앞에 해준다는 게 마사지 말고 또 뭐가 있을까아… [본문으로]
    5. 나도! 나도 필요해요♪ [본문으로]
    6. “Could be dangerous.” - S1-1에서 존이 덥석 물어제꼈던 바로 그 떡밥.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