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마지막에서야 | The Last To Know



“이거, 유성 매직이야?”[각주:1]

셜록은 눈을 떴지만 일어나 앉진 않았다. 다시금 자신의 소파로 돌아왔다는 건 꽤나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 심지어 방해받지도 않고 몇 시간 잠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지난 몇 달간보다도 오래 잔 셈이다.

얼굴 앞으로 불쑥, 들이밀어지는 손 하나. 그는 대답했다. “편리해 보였거든.”

존은 손을 치웠고, 손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소리내어 읽었다. “‘안 죽었어, SH’” 그리고는 다시 셜록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자고 있는 사람 손에다 - 그것도 유성 잉크로 - 써놓는 게 네 생각엔 적절해 보여?”

“사과하지.” 가운을 꽁꽁 동여매는 셜록은 살짝 뾰로통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자다 깨서 어리둥절해졌을 때, 네게 기억할 만한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구.” 그는 존이 살짝 수줍은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곁눈질로 흘끔, 바라보았다.

“뭐, 그렇지…” 그는 왼손에 쓰여진 이니셜을 손가락으로 어루만졌다. “알았어, 그래, 그건…”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문다. “하지만 셜록 - 안 지워지잖아!”

셜록은 이미 잡고 누운 편안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면서도 한쪽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뭐, 네가 적응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니까.” 합리적으로 콕 집어 대꾸했다. “밤마다 써야 하는 것보다는 간단하잖아.”

존은 그를 빤히 쳐다만 보았고, 셜록 역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마침내 존이 한숨 한번 푹, 쉬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돌아서서 부엌으로 향했다.

“고맙단 말은 됐어!” 그 뒷모습에 대고 덧붙이는 셜록이다.

5분 후, 커피 테이블 위에 머그 두 잔이 놓였고, 존은 옆 의자에 앉았다.

“허드슨 부인 생각도 해봐야지.” 그는 말을 꺼냈고, “그러니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말야. 당연히 기뻐하시겠지만,” 재빨리 덧붙였다. “그래도 충격적일 테니까.”

“그 말대로야, 존.” 셜록 역시 동의했다. “충격적이지만 기쁘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표현이네.”

맞은 편 의자에서는 잠시 아무 말도 없었다. “벌써 이야기했던 거야?”

셜록은 휘릭 돌아 일어나 앉더니 자신 몫의 차로 손을 뻗었다. “어제 위긴스가 연락했었거든, 내 ‘죽음’에 대해…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며 경고하더군.”

그는 한 모금 마셔 보고는 싱긋, 미소지었다; 자신이 어떻게 차를 타는 걸 좋아하는지, 존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 이야기가 퍼지기 시작하면 너 모르게 했던 의미가 없어지잖아 - 하지만 그때 네가 경찰들이랑 있어서, 난 베이커가로 왔었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앞문으로 들어오고 싶진 않아서 허드슨 부인네 뒷문으로 돌아서 왔지.”

“뭐라셨어?”

“처음엔 네 사람들 중 하나인 줄 아시더라.” 셜록은 대답했다. “나중에 오라시더군 - 어쨌든 민스 파이는 하나 가져다 주셨지만.” 불현듯 후회가 밀려왔다; 그 민스 파이는 정말이지 유감이었다… 허드슨 부인이 만든 민스 파이는 정말 좋아했으니까.

“내 사람들 중 하나라니?”

“도움이 필요한 노숙자랄까.” 셜록은 설명했다. “그분이 돌아오시기 전에 후드를 벗었지.”

“그랬더니 부인이…?”

셜록은 얼굴을 찡그렸다. “기절하셨어.”

존은 걱정하는 표정을 지어보려 애쓰는 것 같았지만, 그 아래에는 미소가 역력하게 묻어 있었다. “ 적어도 그러진 않았지.”

“넌 아예 의식이 없었거든.” 셜록은 잊지 않고 지적했다. “게다가 누워 있었고 말야.”

그는 얼굴을 구기며 “모런 상대로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어, 너.” 지난 밤, 자신이 도착했을 때의 광경을 떠올리며 말했다. “가망 없어 보일 수야 있었겠지만, 너라면 그래도 끝까지 싸울 거라 기대했는걸.” 얼굴을 더 찌푸리며 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무슨 생각이었던 거야?”

눈을 마주치지 못하며 목덜미가 벌겋게 달아오르는 존. 셜록은 눈을 가늘게 찡그렸다.

“그럼, 허드슨 부인은 어디 계신 거야?” 존은 고개를 돌려 괜스레 문가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분이라면 지금쯤 극성맞은 어미닭마냥 너를 졸졸 쫓아다니고 계실 거라 생각했는데.”

셜록은 코웃음을 치며 대답하고는, “너 집에 오기 전에 여동생 집으로 가시더군. ‘재회의 순간에는 너희 둘만 있게 해 줘야’ 하신다나.” 눈을 데굴, 굴렸다.

“아, 맙소사.”

“그러게.”

“잠깐… 그러면 너, 사실 어젯밤에 여기 있었다는 거네, 내가 강도 미수 사건 다음에 돌아왔을 때 말야.”

셜록은 고개를 끄덕였고, 존은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씩씩거렸다.

“그러니까 빌리가 중간에 가로막지만 않았더라면, 난 그냥 들어와서 네가 의자에 앉아 있는 걸 발견했겠군그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 상상도 안된다.”

“뭐, 다행이었다고 생각해둬. 난 너무 상상 잘 되니까. 특히나 바로 그 다음 장면은 창문 너머에서 모런이 널 쏴죽이는 거였을 테니 말이지.”

존은 놀란 표정이었고, “아, 그렇군. 그래, 그렇겠지.” 창가로 눈을 돌렸지만, 그의 시선은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 “그랬다면 나름 시적이었을지도.”

‘시적이라구…?’ 셜록은 내심 어리둥절해졌지만, 머릿속에서 그 문제는 단호히 밀어놓기로 했다. “좋아, 그럼 서둘러 볼까.” 그는 말을 꺼냈다. “네가 필요조건이라 생각하는 - 영양분이 될 만한 거 뭐든 먹어두는 게 좋겠어. 우리 30분 안에 나갈 거니까.”

“나가? 어디로 가는데?”

“사건이지, 존. 뭐겠어?”

존은 머그잔을 쿵, 내려놓았다. “그냥 그렇게 - 여느 때처럼?”

“안될 이유를 모르겠는데.” 셜록은 제 몫의 잔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보란 듯 두 팔을 펼쳐보였다. “모리어티는 죽었고 놈의 조직도 와해됐어. 널 향한 위협도 사라졌고, 난 돌아왔지 - 여전히 훌륭하고 말야.”

존은 흥, 코웃음쳤지만 셜록은 그냥 넘기기로 했다.

“가자, 존.” 그는 채근했다. “내가 드디어 내 자신으로 돌아왔는데 그냥 앉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

“하지만 난…”

“우리가 곧바로 보통 때처럼 돌아가면, 너도 훨씬 더 쉽게 적응하게 될 거야.” 그는 벌떡, 일어섰다. “최근에는 강도 사건이 빈번하던데, 심상찮아 보여 - 우리가 경찰 파일 살펴볼 수 있을지 한번 보자구.”

존은 당장 일어날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가는 길에 질문해도 돼.” 은근슬쩍 꾀어보던 셜록은, 존이 예의 그 ‘아, 그럼 그러자’ 하듯 한숨을 내쉬는 순간 묘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그럼 우리가 갈 곳은…”

“스코틀랜드 야드지.”

존의 얼굴에 천천히 미소가 번져갔다. “음, 이거 흥미롭겠는걸.”





“그럼 몰리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존의 머릿속은 셜록의 ‘교묘한 속임수’ 설명에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택시가 큰 길로 진입하자 그는 자리에 기대 앉았다. 이렇게 쌀쌀하고 습한 아침이면 늘 밀리게 마련이었다.

“몰리가 없었다면 안 됐을 거야 - 그녀는 모리어티가 간과했던 ‘친구’였으니까.”

“내 생각엔 몰리는 너 역시도 간과했던 친구인 것 같네, 솔직히 말하자면.” 존은 대꾸했다. “물론 네겐 그래서 좋았다는 것만 빼면.” 그는 지난 반년간 몰리가 자신을 피해왔던 거나, 그가 조의를 표하려 했을 때 얼마나 불편해 보였던지를 떠올렸다.

그는 셜록에게 시선을 보냈다가 다시금 재빨리 피했다. 출발하면서부터 계속 그랬던 대로.

“문제라도 있어?” 셜록이 따지듯 물었다. “넌 보통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이 쳐다보면서.”

“‘보통’이라기엔 좀 이르지; 넌 고작 어젯밤에 돌아왔잖아.” 존이 대꾸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셜록이었지만, 존은 그 시선을 마주하진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휴, 한숨을 내쉬었다. “코트.”

셜록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내려다보았다. “보통때 입던 코트잖아.” 

“뭐,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땐 그거, 빌어먹을 수의였거든.” 그의 지적에 존은 팩, 쏘아붙였지만, 이내 잠깐 눈을 꾹 감더니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미안.”

택시가 빗줄기 사이 흐릿하게 보이는 익숙한 건물들을 지나가는 동안 짧은 침묵이 흘렀다.

“마이크로프트가 어젯밤 늦게 가져다줬어.” 낮게 가라앉은 셜록의 목소리는 사과하는 것처럼 들렸다. “내가 런던에 돌아온지 좀 되다 보니 쉽게 눈에 띄었던 거지. 형이 챙겨준 건 이것 하나 뿐일걸, 네가 뭐 하나 해주게 두지 않았으니까.”

“내가 못하게 한 건 아니거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존이 변명했고, “형님이 좋지 않은 시기에 연락한 것 뿐이었다구. 내가 한대 치지 않을 것 같을 때에나 오시라고 했었거든.”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형님 생각엔 아직 안전하지 않으셨던가보지.”

“왜 안 좋았는데?”

존은 창문에 머리를 툭, 기대었고, 시선으로는 창문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따라 훑었다 - 상담사에게 이야기 안 하고 버티면서 시간을 때울 때 하던 습관이다. 엘라에겐 절대 말하지 않았던 것들을, 셜록에게라면 말할 수 있었을까? 그렇진 않았겠지.

“네 물건들 다 멀쩡해, 이미 봤을 게 뻔하지만. 일부는 싸놓긴 했어도 거기 다 있어. 내가 확인해보진 않았지만, 허드슨 부인이 네 방 먼지도 털어주셨을걸.”

그는 찡그린 얼굴로 자신을 보는 셜록에게로 눈을 돌렸다. “이봐, 그냥 넘기자구, 알았지? 우린 마이크로프트가 언젠가 돌아올 거라 생각했고, 형님 상대하긴 싫었다구. 나도 몇 주만에 다시 플랫으로 돌아왔고, 그냥 그렇게 시간이 간 거야. 우리가 의식이라도 하듯 태워버렸다거나 사당같은 거라도 꾸려 놓은 것도 아니잖아 - 난 네 셔츠 냄새를 맡는다거나 그 잘난 양말 순서를 분류해놓지도 않았다구!”

그는 창문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지만, 어리벙벙해진 표정의 셜록이 반사적으로 ‘내 셔츠 냄새를 맡아?’ 라고 우물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본의아니게 씩 웃어버리고 말았다. “집세는 네가 서명해두었던 미술관 수표에서 몇달 더 나가고 있었어. 돈 다 떨어졌을 때 뭘 해야 할지 많이 생각해보지도 않았었고.”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존은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보았다. 셜록은 위로하겠다고 말한 게 분명했지만, 존이 떠올릴 수 있는 말이라고는 이것 뿐이었다. “얼마나 오래 떠나 있을 생각이었어?”

어깨 한번 으쓱하는 게 대답이었다. “다 될 때까지.”

존은 그 말을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누군가 셜록이 살아 있다는 소식을 흘리고 돌아가길 강요했다는 걸 발견이라도 했다면, 존은 잘난 마이크로프트가 손 쓰기 전에 두 팔 벌려 환영했을 테다.

그는 다시 빗방울을 쳐다보았다. 잠시 후, 셜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목소리.

“목도리 안하는 게 나을까?”

존은 북적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아니, 셜록.” 그는 대답했다. “아니야, 목도리 하고 있어도 돼.”

가는 길 내내 두 사람은 침묵을 지켰다.





“그럼, 레스트라드에게 경고는 해줬어?” 빗줄기를 뚫고 스코틀랜드 야드 정문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존은 물었다.

“응, 우릴 기다리고 있어.” 셜록은 다다르자마자 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존에게 먼저 들어가도록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겐 우리가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했지.”

도노반을 떠올리자, 이미 익숙해진 분노로 존의 입꼬리가 슬몃 올라갔다 - 셜록이 체포되게 만들었던 그녀의 모욕적 언사, 그의 자살은 유죄임을 입증하는 거라던 공개적 선언은 물론, 마침내 그 모든 게 증명되었을 때조차도 아무렇지 않게 실수를 넘기던 그 태도까지 - 사과같은 건 하지 않았다. 후회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나쁜 년.[각주:2] 

“괜찮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말고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는 셜록의 말에, 존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그럼.” 그는 대답하며, “그럼, 괜찮지.” 씨익 웃어보였다. “도노반 표정이 기대되는걸.”

셜록은 물어보기라도 하듯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세상에, 아냐!” 존은 재빨리 부인했다. “아니, 전혀 그런 거 아냐 - 도노반보다는 차라리 너랑 자겠다!” 이 소식에 셜록은 아연한 표정이었고, 존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맺었다. “그 여자 때문에 곤란했던 것 뿐야, 그게 다라구.”

셜록은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윗층에 다다랐을 때에는 여느때와 달리 전 부서가 조용하기만 했고, 아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 죽은 거라 생각했던 남자가 걸어 들어오는 광경을 보고 반응할 사람이 없었다는 거겠다.

“감수성 훈련 중이라서.” 레스트라드는 두 사람을 사무실로 안내하며 반쯤 먹은 데니쉬를 흔들면서 중얼중얼 설명해 주었다. “지금 사건 안 맡고 있는 사람들은 싸그리 지하로 소집당했어.” 그는 빵을 내려놓고 손가락에 묻어 있던 부스러기를 툭툭 털었다. “다시금 자네 둘을 함께 보니 좋은데.” 그는 살짝 끈적이는 손으로 존에게 악수를 건네며 씨익, 환하게 웃었다. “짝 없이 혼자인 건 영 그랬거든.”[각주:3] 

“네, 셜록이 돌아왔죠 - 일하고 싶어 안달나 있기도 하고요.” 실제 음식물에 닿을까 피하면서도 책상으로 직행해서 재빨리 뒤적거리는 셜록을 바라보며, 존은 시인했다. “저 인간 줄 만한 거 있습니까?”

“강도 사건들.” 셜록은 파일을 낚아채 휘리릭 넘겨보면서 소리내어 대답했다. “최근 몇 주간 줄지어 발생한 강도 사건들 말야.”

“딱히 당신 분야는 아니잖습니까?” 존은 의문 섞인 눈빛을 레스트라드에게 보냈지만, 그는 유감이라는 듯 어깨만 으쓱해 보일 뿐이었다.

“뭐, 내가 딱히 최근 관심거리인 사건은 맡지 못하고 있어서 말일세. 그 일… 이후로,”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하는 그다. “자네들도 알잖나.”

“아, 그러실 것까진 없습니다. 경위님.[각주:4]” 셜록은 책상 모서리에 걸터앉아 몇 장의 사진을 꼼꼼히 뜯어보며 느릿느릿 대꾸했다. “이거, 실은 흥미로울지도 모르겠네요.”

그는 시선을 들더니, “도둑들이 사라져버렸어, 존.” 과장스럽게 눈썹을 움직이며 설명했다. 그리고는 파일을 내려놓고 두 손을 들더니, 갑자기 손가락을 활짝, 펼치면서 그런다. “펑!”

연극조의 행동에, 존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비어져나오는 미소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몇 분쯤 지난 후, 셜록은 파일을 내팽개치고는 사무실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남은 두 사람은 피해 있는 게 상책이라는 걸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었기에 비켜서 있었다. “건질 게 없어.” 그는 불평을 시작했고, “마지막 두 현장 맡았던 법의학팀 담당자 누굽니까? 앤더슨이었어요? 앤더슨이라는 데 걸죠. 자기 옷 하나 챙겨 입는 것만 해도 신기할 지경이라니까요.” 조금 더 씩씩거렸다. “다음엔 증거 말아먹는 그 얼간이[각주:5] 부르기 전에 나한테 연락해요.”

존이 피식, 코웃음치자 셜록이 홱 돌아보았다. “뭐?”

“미안. 전엔 네가 ‘얼간이’란 말을 쓰는 걸 들어본 적 없었더래서 말야.”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웃겨서.”

셜록은 얼굴을 구겼다. “내가 잘못 쓴 건가?” 자신 없어 보이는 표정이었다.

“제대로 썼어.”

셜록은 존의 얼굴을 잠시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서성이기 시작했다. “빈도에 패턴이 있는 것 같진 않아. 그러니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

“애들 중 하나가 태음주기 이야길 하던데?” 레스트라드가 말을 꺼냈다. 이 이야기를 더 해보려는 것 같았지만, 셜록은 이미 말도 안된다는 듯 눈을 데굴 굴리는 참이었다.

존은 ‘애들’과 레스트라드, 그리고 - 아마도 - 달이란 것에 대해서까지 조롱과 비난이 줄줄이 쏟아져 나올 거라 생각하고 대비하던 중이었지만, 그때 갑자기 셜록이 구석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너 괜찮아?” 존은 재빨리 다가가 손목을 붙들며 물었다. 맥박은 정상인 것 같았지만, 얼굴은 지독하게 창백했다. “마지막으로 뭐 먹은 게 언제야?”

셜록은 코끝을 찡그리며 대답하지 않았다.

“책상 어딘가에 초콜릿 호브노브[각주:6] 좀 없습니까, 레스트라드?” 이 탐정씨의 약점을 잘 알기에, 존은 콕 집어 물었다.

“없을거야, 경위님 다이어트 중이시거든.” 셜록이 먼저 대꾸했다. “나 괜찮아, 존. 호들갑 떨 거 없어.”

존은 가볍게 무시해버리고, “자판기 갔다올게.” 말했다. “그대로 있어.” 그는 엄한 눈빛으로 셜록을 쏘아보고는, 더 강조하듯 레스트라드도 쳐다봐 주었다.

“그럼, 칩으로.” 주문하는 셜록이다. “그…”

“퀘이버스[각주:7]로 - 알아.”

그는 잔돈을 찾아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중앙 사무 구역을 가로질러갔다. 자판기는 모퉁이에 있었고, 존이 투입구에 동전을 막 넣고 있던 찰나 유감스럽게도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안 죽었어, SH’… 그거 무슨 뜻이죠?”

일단 손부터 가리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존은 하던 동작을 마무리하고 필요한 버튼을 눌렀다.

“말 그대롭니다.” 그가 고른 물건이 사출구로 떨어져, 몸을 숙여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돌아서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도노반을 마주보았고, 동시에 사무 구역 저쪽 레스트라드의 사무실에서 불쑥 튀어나오는 셜록을 발견했다.

존은 잠시 망설였지만… 셜록에게 퍼붓던 모욕들 모두가 머릿속에 생생한데다 이 기회를 놓치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다. 그는, 안스럽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도노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난 봤거든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내 두 눈으로 그를 봤단 말입니다.”

도노반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는 살아 있어요, 도노반 경사님.” 존은 얼굴 표정을 유지하려 입 안을 꽉 깨물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셜록이 살아 있다구요.”

“어, 존…” 그녀는 경계하듯 한 손을 내밀었지만, 존은 능숙하게 피했다.

“난 미치지 않았어요.” 그가 단언하는 사이, 셜록이 근처까지 소리 없이 다가왔다.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주는 겁니다. 그는 여기 있어요. 바로 여기 있다구요.”

도노반은 내민 손으로 한층 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며, 반 발짝 뒤로 물러섰다. “경위님 모셔올게요, 알았죠? 그냥… 그냥 여기 있어요.” 그녀는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지만, 사무실은 조용하기만 했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지금 그가 보여요.” 존은 힘주어 말하며 그녀에게로 다가섰고, 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리깔며 속삭였다.

그가, 당신 바로 뒤에 있어요.”

도노반은 한 발짝 더 물러섰고 - 그대로 몸에 부딪혔다.

“안녕, 샐리.”

그녀의 비명소리는, 말 그대로 고막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십분이 지난 후에도 존은 여전히 히죽거리고 있었다. 세 사람 모두 사무실로 돌아왔고, 셜록이 흡족한 듯 퀘이버스를 먹고 있는 동안 레스트라드는 왔다갔다하며 두 사람의 ‘유치한 행동’에 대해 뭐라뭐라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나 사실 다이어트같은 건 안 하거든.” 그는 셜록에게 한 마디 쏘아붙이는 걸로 마무리했다. “자네가 잘못 짚었어.”

“음, 해야 하실 텐데.” 셜록은 빈 봉지를 쓰레기통으로 던져넣었다. “형이 안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게 분명하네요.” 

“자 그럼,” 존은 재빨리 말을 꺼냈다 - 그냥 이야기만 하는 것 뿐이라 해도, 마이크로프트가 등장하면 어김없이 방해가 된다. “다 끝났어?”

“그렇지.” 셜록은 일어서서 레스트라드를 흘끔, 바라보고는 책상 위의 사건 파일로 시선을 옮겼다. “다른 소식 있으면, 나 어디 있는지 아시겠죠.”

“그럼, 알지.” 레스트라드는 후, 한번 숨을 내쉬더니 의식이라도 하듯 배를 집어넣었지만, 명백하게도 금세 자신의 행동을 의식해버렸던 모양이다. 그는 한숨을 쉬며 셜록에게 말을 건넸고, “자넨 정말이지 완전 골칫덩어리야.”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지만 돌아와서 기쁘네.”

셜록은 벌써 사무실을 반쯤 나서던 참이었고, 존은 뒤따라 움직였다.

“존!” 레스트라드가 이름을 부르자, 그는 문가에서 잠시 멈춰, 셜록이 가버리는 걸 바라보면서도 그 자리에 머물러 섰다.

“뭔데요?” 셜록이 모퉁이를 돌아갔고, 존은 성마르게 레스트라드를 쳐다보며 말했다. “전 가봐야 해서…”

“그래, 맞아. 당연하지.” 레스트라드는 이해했다는 듯한 얼굴로, 존에게 가라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내가 따라감세.”

그는 모퉁이에 다다를 때까지 아무 말 없었다. 저 멀리에서 말만으로도 능지처참할 기세로 앤더슨에게 뭐라뭐라 해대는 셜록이 눈에 들어오자, 존의 긴장이 풀어졌다. “죄송해요, 뭐 때문에 그러시죠?”

레스트라드는 고개를 저었다. “나한테 사과할 거 없어 - 내가 자네에게 하고 싶던 말이 그거니까!” 시선을 떨구며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넣고, 자세를 고쳐 서는 그는 영 불편해 보였다. “난 그저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네. 밤에 술집 가기로 한 거, 요 몇달간 지키지 못해서…”

어리둥절해진 존은 얼굴을 찡그렸다. 셜록이 죽었던… 뒤로 처음 몇 달 동안은 레스트라드가 매주 술 한잔 하자며 그를 끌고가지 않았던가. 존이 그래 달라고 부탁했던 것도 아니고 - 사실 레스트라드가 언제 연락을 끊었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괜찮습니다.” 그는 레스트라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대답했다. “어쩌면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불현듯, 셜록을 남겨두고 오후에 외출한다는 건 완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 그는, “…가끔은요.” 미적지근한 미소로 말을 맺었다.

“그럼, 물론이지.” 레스트라드는 기다렸다는 듯 동의했다. “난 그저… 그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나서는 자네 옆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던 것 뿐일세. 셜록 이야기를 해버릴까봐 두려웠거든.” 그는 편하게 받아들이는 존을 보며 안심한 것 같았다. “난 잔뜩 날선 도노반 좀 달래주러 가는 게 좋겠어. 나중에 보자구, 알았지, 존?”

“네, 물론이죠.” 멀어져가는 레스트라드에게, 존은 인사차 한 손을 들어보였다.

그 손은 떨리고 있었다.[각주:8]





“무척 조용하네.”

몇 시간 지나 셜록이 관찰을 마치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다. 존은 내내 혼자 곱씹어 생각해 봤지만 무엇 하나 소용 없었다.

“다행인 줄 알아.”

셜록은 날카롭게 시선을 들었고, 자신을 샅샅이 살펴보는 걸 존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마지막인가?”

셜록의 시린 눈빛이 방을 가로질러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를 좇았다.

“마지막 뭐…?”

존은 그를 쏘아보았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완벽하게 잘 알잖아. 내가 알아야 할 네… ‘동료들’ 중에 마지막이냐구? 실은 거기 속하지도 않는 유일한 사람인가?”

“존, 그건 그런 게 아니…”

“또 누가 알았지?” 그는 테이블로 다가가 모서리를 부여잡고,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셜록을 내려다보았다. “또 누구야?”

“존, 레스트라드에게 이야기했던 건 그 사람을 노리던 암살자가 경찰 내부 사람인 걸로 밝혀졌기 때문이었어. 레스트라드의 협조가 없었다면 그놈 잡는 게 훨씬 더 어려웠을 거야.”

“또 누구야?”

셜록은 자세를 고쳐앉았다. “네겐 말할 수 없었어. 넌… 네가 슬퍼하는 게…” 그는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도 알아볼 수는 있었어 - 그리고 지켜봤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네가 모두를 구한 거야, 존: 날, 허드슨 부인을, 레스트라드를… 그리고 네 자신까지도.” 그는 다시 바라봤다가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 “누구도 반문할 수 없을걸.”

“또. 누구냐고.”

셜록은 시선을 떨구었다. “다른 사람에겐 말 안했어.”

존은 눈을 가늘게 찡그렸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알긴 했고?”

“음, 명백하게도 위긴스가 있겠고 - 그가 제일 신뢰하는 몇몇 정도는…”

“셜록.” 존이 가로막았다. “난 네가 아냐, 하지만 나조차도 뭔가 있다는 건 알 수 있다구. 내가 죽었다 깨어나도 절대 알아낼 수 없다고 100%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말해.”

두 사람은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지만, 먼저 시선을 떨군 것은 셜록이었다. “안 좋아할 거야.”

존은 그저 옆에서 노려보며 서 있을 뿐이었다.

셜록은 툭, 내뱉듯 중얼거렸다. “알았어. 아이린이 추측해냈더군.”

“아이린? 아이린, ‘그 여자’ 아이린 애들러 말야?”

셜록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고, 존은 책상 위로 몸을 숙여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린 애들러는 죽었어.” 그는 아주 느리게, 또박또박 말했다. “마이크로프트가 나더러 ‘증인 보호 프로그램’ 이야기로 둘러대라고 했던 것쯤은 알아. 하지만 이번엔 죽었다고 확실히 말했는걸. 형님도 확신했었어. 절대로 확신했었다구.”

“어… 아냐.”

존은 되새겨 생각해 보았다. “형님은, 셜록 홈즈쯤은 되어야 자길 속일 수 있을 거라 했었지.”

셜록은 조심스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 사이에서 히죽거리는 미소가 느껴졌다. 존은, 어떻게 이 남자가 읽기 어려운 사람이라 생각했던 건지 의아해질 지경이었다.

“네가 그 여잘 구해줬던 거군.”

존은 돌아서서, 걸음 걸음마다 감정에 겨워 넘어질 뻔 하면서도 문으로 향했다.

“존…”

“닥쳐.” 그는 문으로 손을 뻗었지만 열지는 않았다. 자신을 온전히 지탱해주고 있는 게, 그저 이 익숙하기만 한 플랫 때문이 아닐까 반쯤은 두려웠던 거다 - 손잡이를 돌리고 나면, 자신이 온 런던으로 흩어져 버릴까봐, 원자 하나 하나가 이 범죄 현장을 벗어나 사방으로 산산이 흩어져 버릴까봐서.

“존…”

셜록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 존은 문가를 붙들고 있었지만, 눈앞에 칠해진 페인트가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핏빛 붉은 색으로 떠올랐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럼 그 여자가 뭐라고 했는데?” 그는 돌아보지도 않은 채 물었다. “아니, 대답하지 마. 빤히 알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토할 것만 같았다. 왜 구역질이 나는 거지? “‘저녁 먹어요’.” 그대로 따라하는 말에 분노가 서렸다. 존은 돌아서서, “그래서, 그랬나, 셜록?” 한 걸음 나서며 따져 물었다. “내가 여기서 다들 보란 듯 슬퍼하고 있는 동안에 넌, 그 막나가는 년이랑 ‘저녁’이나 먹으러 갔던 거야? 네 그 위대한 계획이란 건, 그런 거였어?”

셜록은 고개를 저었지만 존은 외면해 버렸다.

“맙소사, 내가 바보 천치였네! 그 추락에서도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다니… 사실 자살같은 건 생각도 하지 말라고 설득하려고도 했는걸! 아참, 그건 어디 적어둬 - 아이린이 제대로 웃어줄 테니까. 둘이 그거 떠올리면서 낄낄거려도 돼.”

“그만해, 존.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존은 자신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셜록은 불안정한 표정으로 움찔, 물러섰다.

존은 팔짱을 끼고 섰다. 셜록은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핸드폰을 꺼내어, 몇 번 타닥거리며 키를 눌렀다. “아이린 애들러가 문자 하나 보냈어. 번호를 어디서 알았는지, 어떻게 쓰는 법을 알아냈는지는 나도 몰라.”

그는 폰을 내밀어, 존이 화면을 볼 수 있게 돌려보였다. 제대로 집중하기까지 한참은 걸린 것 같았다.

“‘그에게 당신 살아있다고 말해요.[각주:9]” 존은 소리내어 읽었다.

“그녀가 보낸 건 그게 다야.” 말을 잇는 셜록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달리 조심스러웠다. “답장은 안 했어.”

“그 여자 충고를 듣지도 않았지.” 존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그 여자가 이야기한 건 일 테지, 당연히. 물론 그 여자라면 누구라도 언급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당연히 너지. 또 누가 있는데?” 셜록은 얼굴을 구겼다. “네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가. 내 행동들 모두 다 전적으로 합리적이었는걸.”

그는 불편하게 고쳐앉으며, 어색하게나마 농담을 던지려 해 보았다. “내가 여자한테 문자 받았다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면, 분명 사람들이 입방아 찧어댈 거야 - 네가 날 그런 식으로 느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걸, 존.”

존은 그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머릿속은 혼란과 질투, 상처, 그리고 - 너무나도 뿌리깊게 자리잡아 거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지배하고 있는 감정이었던 - 끊임없는 헌신보다 더 커져만 가는 분노로 온통 엉망이었다. 죽었던 게 살아나고, 아래가 위로, 북쪽이 남쪽으로 뒤바뀌어버렸다. 그리고 두 눈을 질끈 감는 순간에조차, 존에게는 셜록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도 그래.”



  • 원문: Given In Evidence - 3. The Last To Know 
  • 역자 주석: 아무 것도 모르고 있다가 사실을 하나 하나 알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말 아프게,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존, 지켜보고 있는 내가 더 아릿하다.
      합리적인 게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닐 텐데, 감정이라고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감정치 셜록. 언제 정신을 차리려나.
      몇 번이고 때려주고 싶지만, 몰라서 그런 것 뿐이기에 그저 존을 응원할 뿐이다. : ] 


  • 2. 후드티 차림의 남자 | The Hooded Man  [ 목록 ]  4. 위험한 데이트 | The Danger of Dating ▶



    1. ‘permanent marker’ - 의미 맞게, 익숙한 단어를 골랐다. [본문으로]
    2. ‘bitch’ - 존의 이런 면이 참 멋지다. [본문으로]
    3. “Seemed all wrong having one without the other.” - one과 the other의 느낌을 살려서. [본문으로]
    4. ‘Detective Inspector’ - 드라마에서 DCI(경감)라 부른 적은 한번도 없다. [본문으로]
    5. ‘that evidence-destroying muppet’ - …지못미;; [본문으로]
    6. ‘chocolate hobnobs’ - 초콜릿 다이제스티브 정도? 이렇게 생긴 과자: http://goo.gl/5gdvc [본문으로]
    7. ‘Quavers’ - 감자칩 브랜드명. http://goo.gl/rdJID [본문으로]
    8. ‘It wasn't a steady hand.’ - 이중 부정으로 쓰기엔 어색해서, 느낌 살려 옮긴다. [본문으로]
    9. ‘Tell him you're alive’ - S2-1, 존이 그녀에게 했던 말.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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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