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시도 | Trial
(존 시점)
처음으로 셜록 홈즈에게 입맞춘 건 그저 ‘준비운동’ 정도였다. 나와 그의 입술이 아주 살짝만 스치는 정도로, 실상 의지의 표현에 가까운 수준이랄까.
내가 약속했던 대로 그에게 ‘제대로’ 키스해야만 한다고 생각했기에, 거래나 성별 문제, 결과 따위는 단호하게 잊고 오직 신체적 감각과 그의 반응에 집중하여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위에만 몰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놀랍게도 부드러운 머리카락 사이로 내 왼손을 살며시 밀어넣으며, 나는 다시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여전히 순수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확실하게. 내가 그의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휘감아 가볍게 그러쥐자, 그의 입술은 놀라움으로 살짝 벌어졌다 -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그의 아랫입술을 혀끝으로 조심스레 건드려보았다.
그에게는 거의 새로운 경험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가 놀라거나 당황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이게 그의 일생 단 한번뿐인 키스가 될지도 모른다’는 그의 무미건조한 발언에 이상하게 마음이 움직이기도 했었다. 아마도, 꽤나 강압적이라거나, 고의적으로 그를 실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 들떠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깨닫자마자 부끄러움의 여운만 남긴 채 그런 생각들은 금방 흐릿하게 사라져버렸다.
다시금 재촉하듯, 그의 아랫입술을 물고 부드럽게 빨아올렸다. 그의 온 몸이 전율하는 것을 느끼고는 괜찮은지 확인하려 뒤로 물러났지만, 그의 입술이 그대로 따라왔고, 양 손은 내 팔로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힘주어 붙잡진 않았지만, 여전히 잡고 있는 상태였다. 마치 내가 멈추지 않게 하려는 듯이.
이번에는, 그의 반응을 기다리며 다시금 그의 윗입술을 아주 살짝 물었다. 잠시 후에서야 마침내 알아차린 듯 그가 내 아랫입술을 물어왔고, 나는 머뭇거리면서 내 입술 안쪽을 섬세하게 애무하는 그의 혀끝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내가 전율할 차례였다 - 나조차도 내가 이렇게나 민감한지 미처 알지 못했었다.
무의식적으로 그의 뺨을 감싸고 있던 오른손을 움직여, 천천히 그의 턱선을 따라 미끄러져 내려와 손가락으로 그의 목과 귀 옆의 여린 살갗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그가 좋아했던 대로 다시금 그의 머리카락을 좀더 강하게 그러쥐었다.
그가 작게 가쁜 숨을 내쉬었을 때, 나는 고개를 기울여 서로의 입을 한데 맞추며 그가 입을 열어줄 때까지 혀끝으로 그의 입술을 따라 그렸다. 그가 이 새로운 감각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나는 잠시 멈추고 그의 입술 가장자리를 가볍게 할짝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의 혀끝이 아주 잠시 나의 혀를 스치고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걸 느꼈다.
이 남자의 코트자락 뒤를 영원히 뒤쫓기만 하는게 아니라, 한번쯤은 이끌어주는 사람이 되어 그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게 된다는 건 자극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스스로가 강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고, 난 그 느낌이 마음에 든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더 확신이 선 듯, 내 입술을 따라 애무하는 그의 혀놀림이 대담해지며 양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한 손은 내 팔 아래로 살며시 넣어 내 등을 감싸며 스웨터를 움켜쥐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목으로 따라 올라와, 내가 그에게 했듯 귀 주변을 어루만지며 긴 손가락을 내 머리카락 사이로 밀어넣었다. 제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는 그의 아랫입술을 다시 빨아올리며 이번에는 가볍게 깨물어주었고, 그는 놀란 듯 숨을 들이마시더니 내 움직임을 따라 내 윗입술을 물었다. 그가 뭐든 빨리 배운다는 사실이 놀라울 리 없다는 것 정도는 예상했었다.
극히 짧은 순간만 떨어질 뿐, 우리는 이대로 잠시 입맞춤을 이어갔다. 그가 자신감을 얻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지배적인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내 움직임을 통제하고 제압하려는 듯이 그는 앞으로 몸을 기울였고, 내 머리를 움켜쥔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둘리가 없지…
내가 그때 물러서서, 실험이 끝났다고 선언해버릴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 한 주동안 그 때문에 내가 겪었던 그 모든 것들을 생각했을 때, 우리 생활의 다른 어디에서도 불가능하다면, 이 한번만큼은 내가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금 그를 밀어붙이며, 나는 고개를 기울여 그의 입 안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조심스럽게 구석구석을 훑어내리고는, 그가 내 움직임 모두를 따라할 거라 예상하며 살짝 물러났다. 실제로, 내가 빠져나오자마자 그가 따라왔고, 나는 즉시 그의 혀끝을 빨아들였다. 내 품 안에서 그의 온 몸이 움찔거렸고, 내게 꼭 붙은 채 가슴 가까이 맞닿은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후, 그의 목을 어루만지던 오른손을 허리로 끌어내리며, 그의 입술을 놓아주고 턱선을 따라 입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귀 바로 아래 맥박이 뛰는 곳에 이르렀을 때, 그가 느낄 수 있을 만큼 세게 깨물며 빨아올렸다.
조용한 플랫 한가운데서 그는 놀라우리만치 큰 소리로 신음했고, 그의 머리카락을 그러쥔 내 손 안으로 기대오듯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평소의 차가운 외면을 벗어던진 그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건 폭로와도 가까운 경험이었다. 이렇게 그가 스스로의 방어벽을 낮출 만큼 믿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에, 나는 갑자기 엄청나게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보면서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떠올렸다.
셜록은 정말로 천재였고, 그의 지성은 우리들보다도 훨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때론 거의 다른 세상의 사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는 내가 그를 한 인간으로써 대해준다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를 우리같은 한낱 인간들과는 다른 무언가로 여기고 있었다; 더 낫다고만은 할 수 없겠지만, 확실히 다른데다 본질적으로 중요한 무언가. 아마도 그것 때문에, 그와의 키스가 예상했던 것만큼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항상, 전적으로 이성애자였었고, 다른 남성에게는 티끌만큼도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선택의 여지가 없어 다들 눈감아주곤 했던 아프간에 있을 때조차도. 그러나 셜록의 고개를 들어올려 그에게 다시 한번 입을 맞추는 순간, 지난 밤에 그가 내게 했던 말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남자와 키스하는 것이 아니었다. 깊은 목소리와 큰 키, 놀라울 만큼 강한 몸을 가진 셜록에게 여성적인 구석이라고는 조금도 없지만; 나는 그저 셜록과 키스하고 있는 거였다.
나, 망가진 어깨와 가끔씩 절뚝거리는 다리를 가진 평범하고, 지루하고, 보통일 뿐인 존 왓슨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원하는 누구라도 얻을 수 있을, 놀랍고도 독특한 셜록 홈즈와 키스하고 있는 것이다 - 다른 누구도 원하지 않고, 원해본 적도 없었던 그가 오직 나만을 원하고 있었다. 지난 24시간동안 꽤나 골치아팠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로 인해 엄청나게 기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그는 본격적으로 내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그의 혀가 내 입 안을 헤집는 동안, 그는 내 모든 반응들을 머릿속에 기록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를 전율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되풀이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내면서. 아마 그는 내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아냈을 테다. 나는 그가 얼마나 많은 정보들을 순간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도,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봐왔었다. 그런 모든 주목과 관심이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매혹적이었다.
그가 살짝 물러나 나를 잠시 뚫어지게 응시하더니 다시금 다가왔고, 나는 이 실험이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왜 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리기 시작했고, 오직 셜록의 맛과 느낌만이 남아있었다. 내 머리카락 사이의 그의 손, 내 입 안의 그의 혀, 나를 둘러싼 그의 체취, 나는 흠뻑 취해버리는 느낌이었다.
그를 팔로 더 세게 끌어안으며, 나는 무심코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 때문에 그는 균형을 잃고 카펫 위로 넘어졌고, 그 앓는 소리에 놀라 나도 모르는 새 욕망에 취해 몽롱해져 있던 상태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그가 쓰러질 때 반사적으로 내 스웨터를 더 꽉 쥐는 바람에 나 역시 나란히 떨어졌고, 숨을 돌리며 돌아누웠다. 우리는 가쁘게 숨을 들이쉬며 잠시 나란히 누워있다가, 몸을 돌려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원문: The Road Less Traveled (8/19): Trial
- 역자 주석: 드... 드디어 대망의 첫키스! 섬세한 감정이 오가는 신이라 번역이 쉽지 않았네요.
존과 셜록 모두의 감정이 잘 드러나는 - 사실은 누구나 아는건데 둘만 모르는거지만 - 장면이라 생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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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at,"+"was amazing!"이라 더빙판 느낌대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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