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혼란  | Panic



(존 시점)


셜록에게 무슨 일이 있는거다. 공원에 갔던 그날 이후부터 그의 행동이 이상했다. 특히, 그 골목에서 나를 붙잡았던 그때 말이다 - 거기에 대해 열심히 불평하려 드는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건 달랐다.

마이크로프트와 함께 알 수 없는 뭔가를 하러 어딘가로 출발했을 때(누구도 내게 무엇 하나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그의 몸은 갑작스레 긴장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뒷쪽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고 표정은 완전히 굳어 있었다. 나는 뭐가 그렇게나 지독하게 그의 신경을 건드렸는지 의아해하며 돌아보려 했지만, 그는 즉시 내 어깨를 붙잡아 멈춰세우고는, 너무도 이상한 표정으로 시선을 내게 돌렸다.

“뭔데?” 나는 걱정스러워하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야, 셜록?”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기만 했고, 마치 기억하려 애쓰는 것마냥 내 얼굴을 샅샅이 살폈다. 지금쯤은 이미 다 기억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도. 그리고는 아무 예고도 없이 나를 홱 끌어당겨 어색하게 안고는, 내 코트 안쪽으로 양 손을 밀어넣어 내 몸을 감쌌다.

나는 헉, 하고 놀라며 빠져나오려 했다 - 사람 없는 골목길도 그렇지만, 반대편에 그의 형이 앉아있는 움직이는 차 안은 내가 안심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긴 좀 어렵지 않은가. 그는 군말 없이 나를 놓아주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되돌아가 내게서 멀찍이 몸을 기울였다. 아무런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 사실 셜록에게는 어느 쪽도 기대하지 않긴 했지만.

“무슨 일이라도 생긴거야?” 그를 재촉했지만, 셜록이 대답하지 않자 마이크로프트를 바라봤다.

잠시, 나는 갑작스레 현장을 떠나게 된 게 가족 문제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머니는 괜찮으셔?” 그에게 물으면서도, 나는 일곱살 이상의 누군가에게 ‘엄마’라는 말을 쓰는 걸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마이크로프트는 내게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며, “엄마는 매우 잘 지내십니다. 고마워요, 존.” 내게 가벼운 목례를 건넸다. “꽤나 민감한 문제가 있어서, 셜록이 날 좀 도와주기로 한 것 뿐입니다.”

나는 그를 의심스러운 듯 쳐다보며 지적했다. “그답지 않은데요.”

우리는 둘 다 셜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온 몸 구석구석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확실히, 뭔가 제대로 잘못된 거다. 나는 내 동성 연인과 그의 잘나신 형님까지 한 공간에 엮여있는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남자답게’ 극복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잠시 실례.” 나는 마이크로프트에게 나직하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는 동의하듯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대쪽 창으로 고개를 돌려주었고, 덕분에 우리는 그의 뒤통수와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셜록의 허벅지에 내 다리가 맞닿을 때까지 옆으로 자리를 옮겼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내 손길에 그의 온 몸이 가볍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셜록.” 나는 조용히 불러보았다.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내가 그의 목 뒤로 손을 옮기자, 그는 가볍게 전율했다. 나는 다른 한 손으로 그의 턱을 감싸고는, 제대로 마주볼 수 있도록 그의 고개를 돌렸다. 그는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그의 눈은 어두운 빛을 냈고, 이가 갈릴 만큼 턱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가 이렇게까지 반응하고 있는지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는 터무니없이 긴장한 상태일 뿐만 아니라 분명히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는 두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감싸쥐었고,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뺨을 쓰다듬고 손끝으로는 눈썹과 이마를 어루만지며 그를 달래려 애썼다. 잠시 후, 나는 왼손을 그의 머리카락 아래 귀 뒤로 밀어넣었고, 오른손으로는 부드럽게 그의 턱을 따라 쓰다듬으며, 엄지손가락 끝으로는 그의 입술 모양을 따라 그렸다. 손끝으로 작은 원을 그리듯 머리를 부드럽게 만지고 있는 내 왼손으로 그가 머리를 조금씩 기대오면서, 차츰 긴장을 풀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지나, 그의 턱을 죄어오던 긴장이 풀리며,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나는 그의 입을 검지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눌렀고, 그의 시선이 마이크로프트를 스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셜록이 내 손끝을 초대하듯 혀로 건드려오는 걸 보니, 마이크로프트는 여전히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셜록의 관심을 끌어왔다는 데 내심 흐뭇해하며, 손끝을 그의 입으로 조금 더 밀어넣어 입술 안쪽을 따라 어루만졌다. 이제 그는 확실히 내 쪽으로 기대왔고, 혀끝으로는 내 손가락을 따라 감싸며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제 그는 내 손가락 사이의 움푹한 곳을 핥아왔고, 야할 만큼 짜릿한 느낌이었다. 정말이지, 뚜렷하게 구강 집착을 보이는(oral fixation)[각주:1] 남자친구가 있다는 건, 결코 나쁠 리가 없다; 심지어 깨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나는, 우리가 지금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는지를 생각해내며 신음을 참고, 차츰 안정되어가는 것 같은 셜록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의 턱을 다시 감싸쥐면서 천천히 손가락을 빼내고는, 앞으로 몸을 숙여 그에게 여러 차례 키스했다. 다정하고 애정 넘치는, 혀를 섞지 않은 채 그저 서로의 입술만을 맞대는 부드럽고 상냥한 키스들을.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도 양 손으로는 그의 얼굴을 감싸쥔 채, 나는 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창백한 피부와 큰 눈, 그는 이상하리만치 연약하고, 여리게 보였다. 이 남자와 사랑에 빠진거군, 난 생각했지만, 왠지모르게 그 생각이 새삼스럽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는 그에게 미소를 보내며 물었다. “괜찮아?”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미안해요, 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나는 약간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어떤 것이든 좀처럼 사과하지 않는 편인데다, 지금 나는 심지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고마워요.” 그는 덧붙였다 - 다시금 드문 일이 일어났다, 이걸 문제삼을 만한 시점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좋은 남자친구’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 같은데.” 그가 미소짓기를 기대하며, 굳이 지적했다. 그는 지난 주 내내 ‘좋은 남자친구라면 이래야죠’ 라거나 ‘좋은 남자친구라면 안 그래요’를 내게 읊어댔었다. 특히, 맘 편히 토할 수 있게끔 그를 떼어내려 애쓰던 그 날을 기억해냈다. 그때 난, 그가 사춘기 여자애들용 웹사이트에서 관계에 대한 팁을 찾아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답은 구글에도 널려 있으니까.

나는 그의 얼굴을 놓고 손을 잡으며 내 자리로 물러나 앉았다. 그는 내게 작게 미소를 지어보이며 우리 손가락을 한데 단단히 얽어쥐었다. 내가 시선을 돌렸을 때 마이크로프트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는데, 곧 짜증섞인 표정으로 핸드폰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는거지?” 적어도 셜록은 무슨 일인지 조금이라도 알 거라 추측하며, 그에게 나직하게 물었다.

그는 그저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마이크로프트 일이고,” 말했다. “자세한건 아직 몰라요.”

셜록이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는 채 마이크로프트의 일을 맡는데 동의했다는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 그가 전에도 비슷한 요청들을 여러번 거절하는 걸 봐왔었기에, 사실은 그가 형을 기꺼이 돕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정말이지, 오늘 하루는 시시각각으로 점점 더 이상해지고만 있다.

마이크로프트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우리와 운전석 사이의 파티션을 두드리자, 칸막이가 부드럽게 내려왔다. “221B 베이커가로.”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버튼을 눌러 칸막이를 다시 올렸다. “사과해야겠군요, 여러분.” 그는 우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내 문제가 알아서 해결된 모양입니다, 덕분에 여러분의 시간을 불필요하게 방해한 셈이 되었네요.”

셜록의 눈썹은 머리께에 닿을 만큼 높이 치켜올라갔다. 그는 몸을 거칠게 앞으로 들이밀었고,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따져물었다. “이게 무슨 장난질이야, 마이크로프트?”

마이크로프트는 여느때와 다름 없이, 정중하게 질문하는 듯한 표정으로 마주볼 뿐이었다.

셜록은 마치 지워버리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알기나 하는…” 그는 말하려다 말고 나를 흘끗 보더니, 이어 마이크로프트를 좀더 오래 뜯어보았다. “왜 온거야!” 그는 낮게 소리쳤다. 질문이 아니었다 - 애처롭고, 거의 절망적인 목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물러나 앉았고, 내 손을 더욱 힘주어 꽉 쥐었다.

나는 마이크로프트에게 질문하는 눈빛을 보냈지만, 그의 그 ‘공손한 표정’은 그저 담백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사과하죠, 친애하는 존.” 그는 말했고, 잠시 그의 목소리에서 진심으로 후회하는 흔적을 엿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도착했군.” 몇 분 후, 플랫 앞에 멈춰섰을 때 그는 말을 이었다. “다시 가봐야겠군요, 이만?” 우리가 차에서 내리자, 그는 작별 인사로 시큰둥하게 손을 들어보였다. 셜록은 그를 쳐다보려 하지도 않았다.

윗층으로 올라갔을 때, 셜록은 다시금 얼어붙은 듯 했다. 나는 그를 소파로 밀어 앉히고는 차를 타러 갔고, 버석한 다이제스티브 몇 조각도 곁들여 왔다. 사실상 내가 강제로 손에 쥐어주다시피 하긴 했지만, 그는 적어도 차를 한두 모금 마시긴 했다. 비스킷은 한 입 베어물다 목이 메어 질식할 뻔 하긴 했지만.

나는 커피 테이블에 머그컵을 내려놓고는 그에게로 돌아섰다. “셜록, 무슨 일이야?” 그에게 애원하다시피 물었다. “무슨 일인지는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그는 다시금 그저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흔들며 “말할 수 없어요, 존.” 대답했다. “난 그저…” 그는 또다시 긴장하더니, 창가 선반에 컵을 내려놓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는 사건으로 고심할 때처럼 방안을 서성이기 시작했다. 그의 두뇌가 시속 100마일[각주:2]로 회전하는 동안, 손을 이리저리 내젓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몇 분이 흐른 뒤에야 그는 방 한 가운데 멈춰섰고, 갑자기 양 손을 머리에 꽂아넣더니 무자비하게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에게 다가가려 일어섰지만, 내가 한발짝 내딛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치켜들었고, 뚫어질 듯 나만을 응시하는 그의 시선에 나는 꼼짝도 못하고 제자리에 얼어붙은 듯 멈춰섰다. 우리는 몇 분간, 그대로 서로만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때, 그가 애타는 듯 울부짖더니 스스로를 내던지듯 내게로 달려들었고, 그에게 떠밀려 나는 벽까지 물러서게 되었다.

그는 양 손으로 내 머리를 잡아 멈춰세우고는 고개를 숙여 강렬하게 내 입술을 내리덮쳤다. 그의 몸짓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절망감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나를 흥분시킨다는 사실만큼은 도저히 부인할 수가 없었다. 그는 한 손을 내려 내 어깨에 얹더니, 곧이어 빠르게 내 몸 앞으로 미끄러져 내려가 나를 강하게 잡고는, 내 혀를 빨아올리는 것과 동시에 리드미컬하게 그러쥐었다. 나는 그의 입 안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그는 갑자기 나를 벽에서부터 끌어내려 양 손을 내 어깨에 얹고는 무릎을 꿇게 했다. 낯설 것 없는 자세였지만, 이렇게까지 강압적이거나 요구하는 태도는 전혀 그답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것마저 꽤나 마음에 들었다. 좋아, 어쩌면 조금 더여도…

나는 스웨터를 잡아채듯 벗어던지고 그의 벨트로 손을 뻗었지만, 그는 내 손을 가로막고는 무릎을 꿇더니 나를 다시 한번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그는, 한 손으로는 내 뒷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로는 내 상체를 둘러안은 채,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꽉 끌어안으며 다시 내게 키스했다. 나는 숨을 고르기 위해 가볍게 꿈틀거렸고, 그는 살짝 놓아주더니 손을 내려 내 허리를 안았다. 그리고는 나를 바닥으로 밀어 넘어뜨리면서, 소파에서 쿠션을 잡아채 내 머리 뒤에 받쳐주었다.

그의 몸은 나를 따라 쓰러졌고, 내 위로 온 몸을 기대누운 채 그는 양 손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존,” 그는 부드럽게 나를 부르며 달콤하게 입맞추었지만, 잠시 후에는 다시금 강렬해졌다. “존,” 그는 또한번 나를 부르며 얼굴을 따라 입맞추더니, 금세 목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 그가 이미 잘 알고 있는, 특히 민감한 그곳까지.

나는 그의 손가락이 내 셔츠 단추에 와닿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며 내 쇄골부터 흉터로 얼룩진 어깨까지 따라 입맞추고는, 가슴으로 내려가 유두를 핥고 빨아올렸다. 이렇게 그가 나를 온 몸으로 덮어왔을 때, 나는 그의 아래에서 온 몸을 뒤틀며 손에 닿는 그의 구석구석을 어루만지고 주무르기만 할 뿐이었다.

그의 손이 내 바지로 옮겨왔고, 빠르게 내 옷을 벗겨내고는 물러나 앉아 재빠르게 자신의 옷마저도 벗어던졌다. 그는 내 몸을 잠시 갈구하듯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의자 뒷쪽에서 푹신한 깔개를 끄집어내 바닥에 펼쳤고, 내가 거기 눕자마자 다시 내 위로 온 몸을 기대왔다.

전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느낌이었다. 매일 밤 서로를 애무하면서 잠들었었지만, 이와는 사뭇 달랐다. 셜록은 정말 필사적으로 나에게 매달려, 다시금 내게 키스하며 내 몸을 위아래로 어루만졌다. 그는 내 다리를 조금씩 밀어 벌리며 사이에 자리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맞닿아 있는 채로 서로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정말, 믿기 힘든 순간이었다.

내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그가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그가 확실히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게 그가 원하는 거라면 나는 그를 절대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뒤로 젖히며 온 몸을 휘었고, 내가 흘리는 신음소리에 스스로도 거의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한 팔로 기대어 상체를 살짝 세우며 다른 한 손으로는 내 몸을 쓸어내렸고, 바닥을 딛을 때까지 내 무릎을 들어올리고는 안쪽 허벅지를 부드럽게 문질러 주었다.

“존,” 간절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평소보다도 더 깊어져 있었다. “존,” 그는 내가 바라볼 때까지 기다렸고, 나를 어루만지는 그의 손끝은 망설이는 듯 했다. “존, 나는…” 그의 눈빛은 불타오르고 있었다. “난 지금…” 그가 원하는 걸 명백하게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의 손가락이 나를 지긋이 눌러왔다.

이걸 걱정하는 데 써버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생각해보면 지금이야말로 내가 더욱 불안해야 할 순간이었겠지만, 솔직히 나는 조금도 망설여지지 않았다.

“좋아.” 가쁜 목소리로, 나는 그에게 대답했다. “좋아, 셜록. 네가 원하는 거라면.” 그의 손가락이 점점 더 고집스레 눌러오기 시작했고, 이제 나는 헐떡이고 있었다. “뭐든지.” 나는 그에게 약속했다. 이제 남은 건 단 한 가지 뿐이었다.

양 팔을 들어 그의 얼굴을 감싸고 끌어당기며,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그에게 키스했다. “사랑해.” 다시 키스하면서 그에게 말해주었다. “사랑해, 셜록.” 그리고 그를 놓아주고는 쿠션 위로 누웠다.

그의 눈이 커지며, 그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여러가지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쳐지나갔지만, 너무 빨라서 알아볼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떨구며 내 목 언저리에 세게 얼굴을 파묻었고, 나는 그의 온 몸이 떨리는 걸 느꼈다.

“셜록?” 나는 물었다. “셜록, 미안해. 원하던 게 아니었던 건가?” 이젠 자신도 없었고,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존,” 그는 내 목 언저리에서 나지막히 말했다. “미안해하지 말아요, 부탁이야. 절대 미안해하지 말아요.” 그는 고개를 들었지만,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다시 내게 키스했지만, 뭔가 잘못되어 있었다. 그의 입마저도 일그러져 있었으니까.

나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조금 뒤로 밀어냈지만,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셜록, 무슨 일이야?” 이번에는 그를 재촉했다. 몸을 돌려 서로 마주본 채로. “그러니까, 지금 하지 않아도 돼.” 나는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에 대한 걱정으로 흥분을 가라앉히면서. “우리에게 시간은 많고도 많으니까.”

그는 고민하는 듯 신음을 흘렸고, 나는 다시금 좌절을 느꼈다. “하지만,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속상해하는지는 반드시 말해줘.” 나는 그에게 거의 애원하고 있었다. “난 이해가 안 돼.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돕고 싶은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구!”

나는 한 번도 이런 그를 본 적이 없었다; 그의 딱딱하게 굳은 표정에, 난 정말로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재빨리 나를 다시 안고는, 잠시동안 바싹 끌어안고 있었다. 그리고는 마음 속으로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나가봐야겠습니다.” 그는 선언하듯 말하고는, 앉아서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뭐?” 나는 소리쳤고, “셜록, 무슨 일이야?” 그의 팔을 잡았다. “말해봐!”

내가 앉자 그는 나를 향해 돌아앉았고, 내 팔꿈치를 부여잡으며 나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미안해요, 존.” 그는 말을 꺼냈다. “설명해줄 수가 없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는 잠시 멈추더니, 고쳐 말했다. “해봐야 할 일이겠네요.”

“내가 도와줄 수 없는건가?”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에게 물었다.

그는 단호하게 결심한 듯 미소지어보이고는, 내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건 안되겠네요.” 그는 벌떡 일어나 닥치는 대로 옷을 챙겨입었다.

나는 갑자기 부끄러움을 - 솔직히 말하자면, 거절당한 기분을 느끼며, 담요를 끌어다 덮었다. 

그때 그는 목도리를 잡아들고 있었지만, 시선을 돌려 내가 앉아 있는 걸 보더니 방을 가로질러 내게 다가왔고, 몸을 숙여 강하게 키스해왔다.

“존, 내가…” 그는 말을 멈추더니, 내게 요구했다. “나가지 말아요, 알았죠?” 

“무슨 뜻이야?”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있어줘요, 부탁할게요.” 그는 재촉했다. “나, 집으로 - 당신에게로 돌아오고 싶습니다. 부탁이니까, 존, 여기 있겠다고 약속해줄래요?”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고, “내가 갈 데가 어딨겠어?”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줄건가?”

그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아마도, 문제 없을 겁니다.” 아리송하게 대답했다. 그는 내 이마에 입맞추고는 돌아서서 거의 달려가다시피 플랫을 나섰다. 그의 뒤로, 아랫층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 확실히 내가 상상해왔던 우리의 첫경험과는 다르군그래.

여러가지 의미로 풀이 죽은 데다, 오후 5시에 거실 한가운데에서 작은 깔개 위에 알몸으로 앉아 있는 스스로가 왠지 바보같다고 느끼면서 다시 옷을 챙겨입었다. 그리고는 점심 먹을 시간이 전혀 없었다는 걸 떠올리며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셜록이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그를 알아왔던 그 어느 때보다, 오늘 그는 더욱 감정적이었고, 어째서 그렇게 된 건지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모순 그 자체였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의 천재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이제껏 만나본 사람 중 가장 거만한 남자일 수 있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그는 놀라우리만치 자신없어했다. 내가 싱글이라는 작은 실마리를 보여주는 순간, 여성 한 무더기가 열심히 달려들어서 그에게서 날 빼앗아가 버릴지도 모른다고 확신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 ‘공개적으로’ 밝힌 이후부터 그는 끊임없이 내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려 했다. 셜록 정도의 지성과, 이제서야 마음 놓고 인정하는 거지만, 놀랄만큼 괜찮은 외모를 가진 사람치고는 놀라운 반응이었다 - 내 사례에 대해서만큼은 그도 고집스레 모든 증거들을 무시하는 것만 같았다.

따분함에 지치다 못해 나는 술집에 들러보는 게 어떨지를 생각해봤지만, 셜록이 집에 있으라고 했던 게 기억났다. 좋아. 난장판인 주위를 둘러보고, 조금이나마 정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내 임시 베개가 되어주었던 소파 쿠션을 집어들어 제자리에 놓으려던 그때, 소파 커버 아래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걸 발견했다 - 1파운드 동전이었다. 그걸 보니 그 밑에는 뭐가 더 있을지 궁금해져서, 다른 쿠션들을 끄집어내고 바닥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액수의 동전 7개와, 구슬 3개, 호루라기 1개와 발허리뼈(metatarsal) 세트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아까 셜록이 앉아있었던 자리의 팔걸이쪽 아래 깊숙한 곳에 무언가 꽂혀 있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질 순 없지. 나는 부엌에서 나무 숟가락을 가져왔다. 그거면 될거다 - 나는 숟가락을 지렛대삼아 그 물건을 쭉 밀어올렸고, 간신히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물건을 의기양양하게 끄집어냈다… 내 핸드폰이었다. 이상했다 - 해리에게서 올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아침에 우리가 집을 나설 때 지퍼 달린 코트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던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럼 그게 어떻게 꺼진 채로 소파 옆에 꽂혀있게 된 거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정말이지 오늘은 최고로 이상한 날이다. 내가 핸드폰을 다시 켜자마자, 즉시 울려대기 시작했다 - 7개의 문자와 3개의 음성 메시지가 있었다. 잠시 내가 인기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지만, 그것들 모두 셜록이 보냈을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해냈다 - 이젠 그가 연락을 받지 않으면 다들 내 핸드폰으로 연락하려 들 만큼, 그는 자주 내 물건들을 빼앗아가곤 했으니까. 나는 문자 목록을 훑어보았고, 아니나 다를까, 다음주 목요일에 시간 있으면 점심이나 같이 먹자며 해리가 보낸 한 개 빼고는 거의 다 샐리 도노반이 보낸 거였다.

샐리가 보낸 문자들을 내가 읽어야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지만, 결국은 그래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 그녀가 셜록에게 보내려던 거였다면, 적어도 그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알려줄 수 있을 테니까. 한데 막상 살펴보니 내게 보낸 거였다. 그녀에게 연락하라는 말 뿐이었지만, 점점 더 다급해지는 것 같았다. 음성 메시지도 들어보았지만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이지 그녀는 꽤나 끈질겼다.

그냥 무시해버릴까도 생각해보았다. 나는 샐리를 정말로 좋아하지 않았던 데다가, 중요한 일이라면 분명 레스트라드가 전화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정리하는 것도 이미 지루해진 상태였고, 셜록이 돌아올 때까지는 딱히 할 일도 없었다. 한숨을 내쉬며,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연결 버튼을 눌렀다. 그래봐야 나쁠 게 뭐 있겠어?



  • 원문: The Road Less Traveled (14/19): Panic 
  • 역자 주석: 이 둘의 관계를 단단히 하기 위한 시련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절실하게 느끼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셜록의 마음, 마음은 깨달았지만 여전히 확신을 갖지 못하는 존의 머리. 
    서로의 입장이 역전되는 순간, 그들의 어긋남에 마음 한 구석이 아리다.
    그래도 인연은 결국 만나게 되어 있는 법, 힘내야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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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냥 '구순고착'보다, '구강기'에 가깝게 해석. 엄마존+욕망존의 시선이랄까. -_-a [본문으로]
  2. 시속 161km. 야구공도 아니고 무슨…;;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