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and stand there at the edge of my affection
  • 저자: coloredink + 역자: PasserbyNo3
  • 등급: G (전연령가)
  • 길이: 단편 (약 2,7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셜록 드 베르주라크[각주:1]을 불러주신 요청글에 대한 응답으로 작성했습니다.
  • 역자 주석: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archiveofourown.org/works/187762



“존.”

“으음?” 존은 면도하다 말고 잠시 멈칫했다. 셜록이 욕실 문가에 저렇게 서성이고 있을 때 목 언저리에 날카로운 물건을 들이대선 안되는 거다. “뭔데?”

“당신, 연애편지 써봤죠.” 셜록이 단언하듯 말한다.

“중학교때[각주:2] 이후로는 안 써봤는데.” 존이 말했다. “어쨌든, 맞아.” 셜록이 격하게 반응하지도, 무장한 암살자들이 있다고 선언한다든가 할 것 같지도 않았고, 지금 당장 욕실 창문으로 타고 올라올 것도 아닌 것 같아 보였기에 존은 차분하게 면도거품을 한번 더 쓸어올렸다. 거울에 비친 셜록은, 골똘하게 생각하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기대하는 듯한 분위기로 문가에 서 있었다. 검지손가락으로는 입술을 톡톡 두드리면서.

마침내 셜록이 입을 열었다. “당신 도움이 필요해요.”

존은 손끝으로 턱을 쓸었다. “어디에?”

“연애편지죠, 당연히.”

존은 세면대 모서리에 면도기를 몇 번 두드려 털고는 물로 헹구었다. “이건 사건 때문이야?”

“아닌데요.”

존은 거울 너머로 셜록의 눈을 마주보았다. 셜록은 어쩐지 어리벙벙한 표정이었다. “사건 때문이 아니라구?” 셜록은 존에게 당신 애초에 제대로 잘 들었잖습니까; 둔한 척 하지 말라구요. 하는 듯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존은 면도기를 컵에 넣었다. “그럼 이건 네꺼란 거지. 그러니까, 네가. …연애편지 쓰는 걸 나한테 도와달라는 거고.”

데굴, 눈을 굴리는 셜록이다. “아주 잘했어요, 존.”

“내 도움이 필요한 거면, 상냥하게 구는 게 좋을 거야.” 경고 한마디 날리고, 존은 얼굴에 물을 끼얹었다. “왜 난데?”

“당신은 전에 해봤으니까요.” 셜록이 지적하듯 한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내가 부탁할 만한 다른 사람같은게 있을 리도 없지 않습니까.”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존은 셜록이 레스트라드나 - 아, 신이시여 - 마이크로프트에게 연애편지 쓰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려 애썼다. “알았어.”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좀… 음, 하지만, 중학교때 정도인데, 안그래? 연애편지란 거.”

셜록은 몸을 바로 세우며 어깨를 폈다. “당신이 도와주기 싫다면야-”

“아냐,” 존은 서둘러 대꾸했다. 그는 다시 수건을 걸었다. “도와줄게. 그저- 잠깐만 기다려줘. 응? 난 옷부터 입었음 좋겠거든.”





존은 셜록이 실제로, 꽤나 매력적인 남자라는 걸 의식하고 있었다. 외모가 아니라, 어쩌면 - 아, 그래. 저 광대뼈에 저 눈, 칠흑같은 머리카락, 기타등등 기타등등 - 하지만 셜록이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기에 육체적 매력이 있는 건 아니잖은가, 그렇지 않나? 저렇게 긴 얼굴에 비하면[각주:3] 눈이 너무 작은데다 턱은 너무 뾰족하고, 대략 열두 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각주:4] 그에게 강력하게 끌릴 수밖에 없는 건, 그가 스스로를 다잡는 능숙한 방식과 사람을 발가벗겨놓고는 땀구멍 사이에 숨겨진 비밀까지도 모두 다 읽어내버릴 듯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 거다. 어쩌면 처음에 눈길을 끄는 건 저 눈이나 광대뼈일지도 모르지만, 다음에는 그의 목소리, 카리스마 넘치는 오만함에 사로잡히고 말 거다.

하지만 존은, 승산 없는 싸움같은 건 아프간에서 할 만큼 했다. 함께 저녁을 먹었던 첫날, 셜록이 그에게 아니라고 말해버린 덕에 존은 심지어 제대로 작업 한번 걸어보지도 못했지 않은가. 해서, 존은 스스로의 마음 속에만 묻어두고는 바리스타나 식료품점 캐셔와 시시덕거리는 셜록을 너무 뚫어지게, 너무 오래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뭐, 적어도 그가 너무 나이를 먹었다거나 가난해서, 못생겨서, 아니면 정말 성격이 나빠서가 아니라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왔다. 셜록은 그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는 거니까. 존이 그를 가질 수 없대도, 최소한 셜록이 다른 누군가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진 않을 거니까.

그가 그동안 잘못 생각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젠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좋아.” 존은 토스트와 차 한잔을 들고 부엌 테이블에 앉았다. 셜록은 맞은편에 앉아 종이 뭉치 위로 펜을 탁탁거리고 있었다. “알고 싶은게 뭐야?”

“모두 다요.” 탁, 탁, 탁. “난 이쪽 분야에는 전혀 경험이 없으니까요. 온라인에서 가이드도 찾아봤지만, 다 비슷비슷하더군요. 당신도 알다시피, 난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훨씬 선호하구요.”

“그래, 그러면.” 존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가 연애편지를 써본지도 오래전 일이었다. 예전에 썼던 편지들은 모조리 어이없었을 테고, 오래 전에 쓰레기통에 버렸을 게 뻔했다. 지금 해봤자 더 나을지가 의문이기도 했다. “음, 네게 뭘 말해줘야 할지 정말 모르겠는데. 연애편지라는 건 실상 엄청 쉬운 거잖아. 그냥 네가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를 말해주기만 하면 돼.”

셜록은 끙, 불만스러운 신음소리를 뱉었다. “하지만 어떻게요? 그냥 땡땡 글머리 기호 달아서 목록만 만들면 되는 건 아닐거잖습니까.[각주:5] 물론 그게 제일 효율적이고 명백한 방법이긴 하겠지만요.” 그는 부루퉁하게 중얼거리듯 끝맺었다.

존은 머그컵 안으로 미소를 숨겼다; 셜록은 놀리는 걸 알아차리면 놀라우리만치 예민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뭐, 그래도 되긴 하지. 그 사람이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면 말야.”

셜록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럼 난, 그 사람이 기뻐할 거라 생각하는 방식으로 편지를 써야겠네요.”

“음… 그렇지.” 존은 대답했다. 맙소사. 받을 사람이 누구든간에 인내심이 필요하겠는걸. “그들이 시를 좋아하는 것 같으면, 시를 써. 숫자 박힌 목록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목록을 만들고.”

“알겠어요.” 셜록은 메모장에 이걸 써내려갔다. 존은 토스트를 한입 베어물며, 만약 그가 셜록에게 연애편지를 쓴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이진수로 써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일종의 암호라든가. 셜록이라면 그런 걸 좋아하겠지.

물론, 그가 셜록에게 연애편지를 쓰진 않을 거였다.

“다른 건요?” 셜록이 묻는다.

존은 토스트를 잘 씹고 나서야 꿀꺽 넘겼다. “음, 뭐, 다정하게 해봐. 감상적으로.” 명백하게, 라고는 덧붙이지 않았다. 셜록에게는 그닥 명백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테니까. “네가 왜 그들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 말해줘. 기억하고 있다면, 그들과 사랑에 빠진 순간도 좋겠고. 스스로를 조금 낮추는게 도움이 될거야. 네가 그 사람을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든가, 뭐 그런 류의 것들. 받을 사람을 추켜세워주는 거지.”

“그게 답니까?” 다 쓰더니 셜록은 또 묻는다.

“나도 모르지. 말했다시피 오래 전 일이라니까.” 존은 토스트를 한입 더 베어물고는 우물우물 씹어 삼켰다. “네 편지 읽어봐줄까? 그게 좀더 쉬울지도.”

아뇨.” 생각만 해도 메스껍다는 투로 대꾸하는 셜록이다.

“알았어, 알았다구.” 이럴 줄 알았어야 했는데; 셜록은 지독하게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누구도 그럴 권리가 없다는 듯이 행동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럼, 물어볼 게 생기면 알려줘.” 그는 부스러기만 남은 접시를 집어 싱크대에 넣으며, 이 편지를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는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다.





욕실 문이 쾅, 열렸고 - 존은 잠그는 걸 그만두었더랬다. 그래봤자 소용 없을 테니까. - 셜록이 소리쳐댔다. “존!”

존은 두 손으로 얼굴을 벅벅 문질렀다. 가득한 수증기 사이로 푸른색 셔츠를 입은 셜록이 희미하게 보였다. “무슨 일이야?”

“온라인 가이드 보니까 좀더 감성적인 인사말을 쓰라던데요. ‘내 사랑’이라든가 ‘나의 연인’같은 거요.[각주:6] 하지만 당신 조언을 생각해 보면, 받을 사람이 내 연인이라 불리는 걸 어떻게 생각할지 확신이 안 서요.”

존은 셜록을 알고 있거나 2분 이상 그와 이야기라도 해본 사람들이라면, 조금 난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닭살스러울 것 같은데, 나라면 그렇겠다고.[각주:7] 그러니까, 그 사람이 널 알고는 있어?”

“당신이라면 그렇겠다구요? 놀랍군요.” 셜록은 다시금 문을 쾅, 닫았다.





어째서 내가 자격이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당연히 난 그럴만 하죠. 난 훌륭하잖습니까. SH [각주:8]

존은 눈을 굴리며 답장을 보냈다. 일할 땐 나한테 개인적인 걸로 문자보내지 마. 그리고는 잠시 생각하다, 두번째 문자를 보냈다: 그 사람들의 좋은 점을 이야기해주면 되잖아.

빌어먹을. 존에게만큼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존은 헉, 하고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베개 아래에 있던 총을 찾았지만 거기에 없었다. “멈춰요.” 셜록의 짧은 명령에, 존은 기운이 쭉 빠졌다. 침대 가장자리에서 존의 위로 몸을 굽힌 셜록의 존재감이 묵직하게 느껴졌다. 열려 있는 존의 침실 문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들어오고 있었다.

“젠장.” 존이 한마디 뱉는다. “그러지 말라고 했잖아. 이러다 머잖아 내가-”

“내 편지가 잘 전해질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죠?”

존은 팔꿈치를 괴어 몸을 일으키며, 셜록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까지 기다렸다. 셜록은 평소보다 더 헝클어진 머리에, 셔츠 칼라도 삐뚜름한 상태였다. 다문 턱이 뻣뻣하게 굳어 있다. “니코틴 패치를 몇 개나 붙인거야?”

“질문에나 대답해요.” 셜록이 팩, 쏘아붙였다.

존은 제대로 일어나 앉았다. “팔 줘봐.” 셜록이 막 반항하려는 기색을 보이려 들자, 존은 윽박질렀다: “네 팔.” 셜록은 불퉁하게 팔을 슥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매는 풀려 있었고, 존이 걷어올리자 살갗 위에 번들거리는 패치들이 드러났다: 네 장이라니. 존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했다. “마법의 공식같은건 없어.” 셜록의 날카로운 시선, 곧바로 정정해야겠다. “과학적인 공식이라든가, 그런것도. 그저 할 수 있는 건 진실해지는 것 뿐이야.”

셜록은 말이 없었고, 존은 잘난 니코틴 패치들을 쓰레기통 쪽으로 던져버렸다. 들어가든지 말든지. 그리고는 침대 옆 테이블을 흘끗 바라보았다. 맙소사, 새벽 세시 반이잖아.

“당신, 연애편지 받아본 적 있어요?” 셜록이 뜬금없이 묻는다.

존은 눈을 깜박, 하고는 “한두 개.” 그 기억에 아련하게 미소지었다. 요즘 어린애들은 더이상 그런거 안하겠지. 어쩌면 문자를 보내거나, 서로의 페이스북같은 뭔가에 남겨둘지도. “엄밀히 말하자면 그걸 연애편지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연애쪽지라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난 네가 좋아, 넌 나 좋아하니, 그런 것들 말야.” 그는 셜록의 소매를 다시 내려 주었다.

셜록은 뭔가 살피듯 뚫어지게 존의 얼굴을 응시했다. “당신은 마음에 들었어요? 그 쪽지들요.”

“모두가 연애편지 받는걸 좋아한다구.” 존은 다시 누웠다. “모두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아는 게 좋을거야. 기분 좋은 일이잖아.” 그리고는 이불을 끌어올려 덮었다. “난 이제 다시 잘래.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니면 깨우지 마.”

그는 눈을 꾹 감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셜록이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느껴졌고, 이내 침실 문이 닫혔다.





다음날, 존이 병원에서 돌아왔을 때 셜록은 방문을 걸어 닫고 바이올린을 켜고 있었다. 존이 한번도 들어본 적 없던 애절한 음색. 그는 한동안 계단 발치에서, 벽에 기대선 채로 그저 듣고만 있었다. 이게 바로 그런 건가, 그러니까, 사랑에 빠진 셜록?

그는 눈을 감고 누구일지 생각해보았다. 그 모든 사건들마다 셜록과 동행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셜록의 인생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건 그가 알아차리지 못한 걸까, 아니면 셜록이 엄청 잘 숨겨온 걸까? 야드에, 누가 봐도 셜록에게 반해버린게 명백한 홉킨스라는 젊은 경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셜록이 그를 보는 시선은 자신의 비싼 이탈리아제 구두에 뭔가 채인 걸 보는 것만 같았는데. 셜록이 게이긴 한가? 그건 좀 어려운 문제다; 셜록은 어떤 규칙에도 얽매이지 않으니까. 어쩌면 그 아이린인가 하는 여자일지도 모른다. 그녀에겐 매혹적인 구석이 있지 않은가; 심지어 존마저도 느꼈을 정도니 말이다. 셜록과도 크게 다를 바 없을 훌륭하고, 날카로운 지성. 셜록은 서랍 어딘가에 그녀의 사진도 넣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미국으로 돌아가버렸고, 셜록은 절대 런던을 떠날 리 없는데. 그도 가려나? 그가 가면, 존도 같이 가게 될까? 그럴 수 있을까? 셜록은 그래주길 바라긴 할까?

바이올린 선율은 소용돌이치며 정신없는 흐느낌처럼 흘러가다, 화난 듯한 목소리와 함께 뚝 끊겼다. 존은 눈을 뜨고, 계단을 마저 올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음. 누가 되었든간에 정말 운좋은 녀석이다. 셜록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라도 한다면, 존은 맨손으로 그 인간의 목이라도 졸라 버릴 셈이었다.





다음날 아침, 아랫층으로 내려온 존은 주전자 아래 끼워져 있는 편지봉투를 발견했다. 앞면에는 진푸른색 잉크로 쓰여진 존 왓슨 뿐. 존은, 그게 셜록의 글씨라는 걸 알아차렸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는 오랫동안 그저 편지봉투를 들고만 있었다. 희미한 연보랏빛 정사각형에, 안에는 빳빳하고 묵직한 종이같은 게 들어있는 것 같다. 결국 그는,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주전자를 채워 올려놓은 다음 테이블에 앉아 편지를 열었다.

비싸 보이는 미색 종이였다.


존,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말해주기 위해 이 편지를 씁니다.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전에는 한번도 사랑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다, 감정이란 건 정량화할 수 없는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당신의 미소가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그게 나에게 웃어주는 게 아닐 때조차도; 난 잼같은 거 안 먹지만, 냉장고에 있는 당신 잼도; 정말 안 어울리는데도, 당신 스웨터도 그래요. 이것들 모두 큰 애정의 징후라 봅니다.

그건 당신을 보고, 택시 기사를 쏜 게 바로 당신이었다는 걸 깨달은 순간부터였습니다. 전에는 누구도 내게 그래준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제가 심화된 건, 당신이 검은 수련(Black Lotus) 조직에 납치되었을 때였어요. 난 당신을 되찾아오는 데 필사적이었습니다. 난 전에는 한번도 그런 느낌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모리어티가 당신을 앗아갔을 때 다시 그 느낌을 받았죠. 당신은 내게 도망치라 했고, 난 도망쳐야 했었을 겁니다. 그게 논리적인 일이니까요. 하지만 당신에 관한 한, 나는 논리적일 수가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더 심한 건, 그래도 내가 괜찮다는 겁니다.

당신이 나타난 이후로, 당신은 수천가지의 방법으로 내 삶을 더 윤택하게 해줬습니다. 당신은 내가 벽에 너무 많이 구멍을 내지 않게, 너무 잔인하게 굴지 않게 멈춰줍니다. 당신은 우유와 콩을 사다줘요. 당신은 청소기도 돌려 주고, 설거지도 해줍니다. 당신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완전히 따분하고 재미없지만은 않다는 걸 상기시켜줍니다. 당신은 내 바이올린 연주에 귀 기울여줘요. 당신은 내가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믿어주죠. 나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난, 내가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길 바랍니다. 

당신에게 새 스웨터를 사주고 싶어요. 당신만을 위한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파리에 데려가 주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키스도 하고 싶구요. 그리고 내가 은퇴하고 벌을 키우러 서섹스로 내려갈 때, 당신이 나와 함께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을 담아,
셜록


셜록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머그를 앞에 내려놓았다. 존은 주전자가 울렸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거다.

“마음에 들어요?” 셜록은, 지난주에 연애편지 쓰는 방법을 메모하던 그때처럼 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방금 전에 값비싼 편지지에 그의 감정을 고백한 사람치고는 너무도 차분해 보였지만, 그의 손가락만큼은 그렇지 못했다.

존은 마른 침을 삼키며 편지를 내려놓았다. “모두가 연애편지 받는걸 좋아하지.”

“그래요, 그런데,” 셜록은 자신의 차를 재빨리 한모금 들이킨다. 저러다 분명 델 텐데. “이건 어땠는데요?”

“마음에 들어.” 존은 말했다. “좋아, 그것도 엄청.” 그리고는, “이리 와, 너- 넌 정말- 믿을 수가 없다니까-“ 테이블 너머로 셜록을 끌어당겨 키스했다. 그리고는 둘 다 의자나 찻잔을 엎지 않게끔 피해 옆으로 움직여 나오는 데 성공했다. 셜록은 키스하는 게 영 어색하고 서투른지, 제 손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게 명백해 보였다. 하지만 존은 신경도 쓰지 않고 그에게 키스하고, 또 키스했다. 한 손으로는 그의 셔츠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셜록의 머리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면서. 마침내 멈추었을 때, 그는 물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줬어?”

“했잖아요.” 셜록은 멍하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머리는 평소보다 더 헝클어져 있었지만, 그에게 꽤나 잘 어울렸다. “내가 편지로 이것저것 다 썼잖습니까.”

“그런 게 아니-” 존은 셜록의 가슴팍에 이마를 툭, 기대며 절로 비어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애썼다. “사람들은 보통 좋아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어떻게 쓰냐고 묻진 않는다구.”

“뭐, 물어볼 사람이 없는걸요.” 적어도 셜록은 포옹 정도는 어떻게 하는지 아는 것 같다; 존의 어깨를 감싸안은 두 팔이 너무도 편안하니 말이다. “그리고 왜 안되는데요?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도 알 거잖습니까.”

“맙소사.” 존이 한마디 했다. “난, 저 편지 다른 사람한테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구.”

셜록은 진짜로 궁금한 듯 묻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 누구요?”

이번에는 존도 더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셜록도 함께 했다. 



+)
일단 제목부터가 눈에 띄어 읽게 된 글이기도 했지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Your Catfish Friend]의 한 구절)
쓰는 과정도 그렇고 편지 내용도, 그야말로 셜록스럽지 않은가! 읽으면서 두근두근, 뎅굴뎅굴 굴렀었다. 
본격_연애편지를_연구논문으로_써낼_기세.txt  : ]

  • 소개합니다: Andre님께서 맡겨주신 멍멍존! 잘 키우겠습니다 >_<;; 백만번도 더 쓰다듬어줄게요!




    1. ‘Sherlock de Bergerac’ -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셜록 버전. 당연히 글 내용은 연애편지♡ [본문으로]
    2. ‘secondary school’ - 대략 우리나라로 치면 중학교쯤이니까. [본문으로]
    3. ‘for such a long face’ - 그래, 외국에서 보기에도 셜로기는 얼굴이 긴게 맞았어;; [본문으로]
    4. 이런걸 보고 콩깍지라 부르는거지. 깐 콩깍지냐, 안깐 콩깍ㅈ… [본문으로]
    5. ‘Surely I can't just make a bulleted list’ - 이것은 그 유명한 공대생의_리포트_쓰는_법.txt? [본문으로]
    6. “such as ‘My Dearest’ or ‘My Beloved’” - 격식을 갖춘 표현이기도 해서, 개인 취향대로;; [본문으로]
    7. “I'd be a bit creeped, myself.” - 좋게 표현해서 닭살이라고 썼지만, 막상 당하면 무시무시할지도… [본문으로]
    8. ‘I am brilliant’ - 그래그래 우리 셜로기, 잘했어요~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