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Capital H-i-m [각주:1] 
  • 저자: cridecoeur + 역자: PasserbyNo3
  • 등급: R (18세 이상)
  • 길이: 단편 (약 2,2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 그러니까 “복수 겸 수호천사 존”이라든가, “존이라는 찰나의 인연”이라든가,
      “천사와 데이트하지 않는 여덟가지 방법” 썰이라고 하겠슴당. …라고 할 만한게 많군요.
      하지만 무엇 하나 딱 맞는 제목은 아니겠네요. (레이디 가가 가사라고 훨씬 나은 건 아니지만요)
    - 이건 제가 써야 할 건 아니겠습니다만, 어쨌든 ‘House of Leaves’[각주:2] AU 쓰던 걸 도저히 1분 이상 들여다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썼습니다. 그놈의 썰이 완전 맙소사인데다가 몽땅 난관에 부딪혔기 때문이랄까요.
      이 이야기가 절 즐겁게 했던 것처럼, 누군가에게 - 알 수 없어서 불러드릴 수는 없지만 -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기를.
    - 아, 그리고, 엄밀히 따지자면 이 글에는 주인공이 죽는 것도 포함됩니다만(음, 여섯 번?)
      죽은 채 두진 않으니까 경고는 넣지 않았습니다.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고칠게요.
    - 네네, 다들 아시다시피 이런 일도 가끔 일어나는 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그럴 리 없겠지만.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archiveofourown.org/works/292610



존 왓슨이 셜록 홈즈를 처음 찾아왔을 때, 그는 막 차에 치인 참이었다.

“젠장할.” 존은 한마디 내뱉고는 시계를 내려다보며 용두를 당겨 시간을 1분 전으로 돌렸다. 차는 거리 위에서 쌩, 반대로 되돌아갔고 셜록은 위로 떠올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나서 인도 위로 올라섰다. 그를 밀쳤던 - 완전 근육질에다 잔뜩 찌푸린 인상, 제 엄마라도 울고 가게 만들 표정. 아무리 봐도 고용된 폭력배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 남자는 거리로 내려서서 모퉁이까지 뒷걸음질쳤다.

“좋아, 그렇다면.” 존이 시계의 용두를 누르자, 사람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력배가 셜록에게서 1.5m 떨어진 거리까지 다가왔을 때, 존은 남자에게 태클을 걸었다.

“씨발, 뭐야!” 남자가 말했다.

“아, 미안, 형씨.” 존의 대답.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네요.”

“넌 뭔데 태클이나 걸고 다니고 지랄이야.” 남자는 뭐라 한다.

“아, 그러니까.” 존은 말했다. “친구들이랑 하는 게임 같은거죠.” 남자는 미친놈 보듯 존을 바라보았고, 덕분에 존의 담당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존은 이가 다 드러나보이도록 씨익, 웃어보였고 남자는 잠시 그대로 굳었다 - 존이 괜히 복수의 천사인게 아니거든.

“여기요.” 존은 일어서서 한 손을 남자에게 내밀며 말했고, “일어나시죠.” 그대로 일으켜 세워주었다. 셜록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조심해요, 형씨.” 존은 대답했다. “언제 누가 나타나서 당신에게 태클을 걸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완전 미친 새끼네.” 남자는 중얼거리고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며 거리를 가로질러갔다.

그는 다음 거리를 건너다 말고 차에 치였다.

“꼴 좋군.” 존은 말했다. 온 세상에 불벼락을 내려꽂을 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이정도면 됐지.

존은 휘파람을 불며 자리를 떴다.





존이 셜록을 두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누군가가 그의 머리를 물 속에 처박아넣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님 맙소사.” 존은 말하다 말고 위를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방금 건 죄송해요, 말이 헛나와서.” 그리고는 시계의 용두를 당기자, 모든 게 그대로 멈춰버렸다.

존은 셜록을 처박고 있던 남자의 엉덩이를 제대로 한방 차 주었다. 찬 사람이 다름아닌 존이었으니, 남자는 끊임없이 떨어져내리게 되고 말았다.

“영겁을 실컷 만끽하시라구.” 존은 말했다. “정말이지, 이 모든 살인에 도둑질 같은 것에 대해선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겠다니까.” 그는 셜록의 몸을 물에서부터 완전히 끄집어내고, 뒤집어서 바로 눕혔다. “자, 그럼.” 그는 다시 한번 시계의 용두를 눌렀다. 모든 게 빠르게 움직였지만 셜록은 숨을 쉬지 않았다.

“이봐,” 존은 말했다. “넌 지금도 내 담당 중에서 최악이라구, 게다가 사흘밖에 안됐잖아.” 셜록을 보다 편한 자세로 추스리고는 고개를 뒤로 젖혔다. “넌 분명 골칫덩어리겠군.” 그는 셜록이 갑자기 부르르, 떨면서 깨어날 때까지 흉부 압박과 인공호흡을 해주었다. 존은 그가 들이킨 물을 토해낼 수 있게끔 모로 돌려눕혀 주었고, 셜록이 눈을 들어 누가 구해주었는지 볼 수 있게 되기 전에 사라져버렸다.





존이 셜록을 세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전기구이가 되어 있었다.

“우리, 이렇게 만나는 건 좀 그만두자구.” 존은 다시 한번 시계의 용두를 당기며 중얼거렸고 - 이 짓을 이렇게나 짧은 기간 동안, 한 사람을 위해 이렇게나 많이 해본 적은 없었단 말이다 - 되감기 시작했다. 셜록이 경련을 일으켰고, 파지직, 타닥거리며 전기가 튀었다. 그리고는 곧 셜록은 잠잠해지고, 그를 잡아넣은 폭력배가 방 밖으로 뒷걸음질쳐 나갔다.

“넌 좀 전기에 그슬린 채로 둬야겠어.” 존은 말했다. “그래야 좀더 조심스러워질지도.” 그는 셜록을 잠시 말끄러미 바라보고 섰다가 금세 휴, 한숨을 내쉬고 만다. “그래, 그럴리가 없지.” 그는 시계 용두를 밀어넣었다. 셜록이 느리게 눈을 꿈뻑이며 그를 올려다본다; 확장된 동공, 확 풀어진 얼굴. 놈들이 뭔가 먹인 게 분명하다. 

“자, 그럼.” 존은 묶여있던 줄을 풀어주며, “가야 할 시간이야, 셜록.” 그의 몸을 한 팔로 감쌌다. “어이쿠.” 그를 의자에서 일으키려니 한소리 나온다. “너, 사마귀처럼 보이는 사람치고는 꽤나 무거운걸.” 셜록은 꿈뻑이며 멍하니 바라보다가 목울대에서 그릉, 소리를 냈고, 바로 그때 셜록을 길거리에서 잡아왔던 문제의 폭력배들이 느긋하게 걸어들어왔다.

“야!” 한 놈이 외쳤고 - 둘 다 엄청 빠르게 총을 빼어들었지만, 채 쏘아보기도 전에 존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냈다. 그러자 둘 다 그대로 감전되어 파르르, 경련하며 풀썩 고꾸라지고 만다.

“미안하다고 해야겠지만,” 그들을 건너 지나가며 존은 말했다. “늬들 둘 다 완전 재수없는 새끼들인게 뻔해서 말이지.” 셜록이 또다시 그르릉거리자 존은 상황을 더 복잡하게 할 것 없이 창고 밖으로 그를 끌어냈다. 

“여긴 빌어먹을 택시도 한대 없네.” 존은 한마디 했다. “아무래도 너랑 난 산책을 좀 해야겠다.” 그는 셜록을 반쯤 지탱하고 반쯤은 질질 끌면서 햇빛보다도 가로등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는 길가로 데려왔다. “네가 왜 동네에서 이런 쪽을 좋아하는지 알겠는걸.” 존은 말했다. “살해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잖아. 네가 얼마간 그랬다시피 말이지.” 순간, 갑자기 셜록이 완전히 축 늘어져 묵직해지는 바람에 존은 인도에서 끌리듯 내려서야 했다.

“좋아, 이딴 거 집어 치우자구.” 존은 한 손을 저었다. 모퉁이에서 그림자 하나가 미끄러지듯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아, 저것 좀 보라구, 경찰차가 왔네.” 그는 한 손을 들어 차를 세우며, 다른 팔로는 셜록을 간신히 세워두는 데 성공했다; 차가 옆으로 다가와 섰고, 필요 이상으로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의 흑인 여자가 문을 열었다.

“그렇군요.” 그녀가 입을 열었다. “괴물이 어련하시겠어.” 존은 잠시 복수를 해줄까도 생각해봤지만, 여자는 그의 담당이 아니었다.

“부탁합니다.” 대신에 그는 말했다. “이 남자 다친 것 같아요.” 여자는 마뜩찮은 시선을 보내왔지만, “차에 좀 태워주세요.” 차 문을 열고 셜록이 탈 수 있게 몸을 굽혀주면서 말했다. 뭐, 굽혀준다기보다는 구겨넣는 거에 더 가깝긴 했지만. 그녀는 쾅, 문을 소리내어 닫고는 그에게로 돌아섰다.

“당신은 대체 누군데요?” 그녀가 물었다.

존은 한 손을 휘저어보이며 대답했다. “당신이 찾는 사람은 아니네요.” 그녀는 멀뚱한 표정이 되더니 이내 돌아서서 운전석에 탔다.

“재미 없어야 할텐데.” 존은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채 한마디 하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존이 셜록을 네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건물 꼭대기에서 밀뜨려져 있었다.

“이거 점~점 가관일세.” 존은 또 한번 시계의 용두를 당겨 시간을 되돌리며 중얼거렸다. 셜록의 온 몸이 원래대로 되합쳐지면서 건물 옥상 위로 붕 떠올라오더니, 이내 14층 제일 가장자리에 두 손은 등 뒤에 묶인 채로 서 있게 되었다.

“전기고문은 그나마 좀더 창의적이기라도 했지.” 존은 궁시렁거리며 셜록을 밀쳐내려던 남자를 일당과 함께 덥석 붙잡았다. “최근들어 자주 봤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람을 건물에서 밀어 떨어뜨리다니, 너무 저급하잖아. 생각이란 게 전혀 없다구.” 그가 제대로 한번 밀어주자, 두 남자는 건물 꼭대기에서 그대로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땅바닥에 부딪히게 내버려두는 센스를 발휘했다. “거봐, 이래서 사람 죽이고 돌아다니면 안되는거거든.” 그는 말했다. “천사가 나타나서 건물에서 확 밀어버릴지 어떻게 알겠어.”[각주:3]

존은 가장자리에서부터 셜록을 몇 걸음 뒤로 끌어와 두 손을 풀어주었다. “네 플랫에 메모라도 남겨둘까봐.” 그는 중얼거리며, “‘오늘은 살해당하는 일 없도록 애써보라구.’, ‘범죄자들이 널 죽이고 싶게 만들지 마.’” 잠시 셜록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너, 우유 좀 사다놓는게 좋겠어. 채워넣지도 않으면서 홀랑 다 마셔버리는 걸 그만두지 않으면, 네 플랫메이트들이 널 직접 죽이려 들 것 같거든.”[각주:4] 

그대로 물러나며 존은 시계의 용두를 밀어넣었다. 모든 게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셜록이 뒤돌아 존을 붙잡기 전에 그는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존이 셜록을 다섯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누군가 그의 목을 분질러 놓았었다.

“정말이지, 이건 건물에서 떨어뜨리는 것보다 더 심하잖아.” 존은 시계의 용두를 - 또다시 - 당겨 시간을 되돌리며 투덜거렸다. “내 말은, 목은 누구라도 부러뜨릴 수 있다는 거지. 십대 초반 여자아이 몇몇도 목 정도는 부러뜨릴 수 있을걸.” 그는 셜록을 질질 끌어당겨 – 목처럼 보여야 할 것 같은 목을 – 익히지 않은 스파게티면처럼 똑, 분질러놓은 남자에게서 어느 정도 거리를 두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십대 초반 여자애들이란 건 아니고. 명백하잖아.”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였다. “열세번째 생일파티에 초대하고 싶어할 만한 애들은 아니겠지. 하지만 그런 애들도 이것보다는 괜찮은 걸 떠올릴 수 있을걸.” 

그는 셜록의 목을 부러뜨린 남자를 가만 바라보았다. “거참, 이거 생각보다 골치아파지네.” 그는 남자의 뒤로 돌아가서는 목을 홱 꺾어버렸다. 남자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머리가 돌아간 채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존은 셜록을 슥 보고, 남자 쪽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흐음, 넌 여기 있음 안되겠다.” 그는 시계를 흘끔 바라보았다. 몇 분 더 있어야겠는걸. “내 감사 결과는 엉망진창으로 나오겠군.” 그는 또다시 시간을 되돌려 셜록에게 한 시간의 여유를 주었다. 건물에서 멀찌감치 떨어지고 지나가던 사람들 기억에서도 멀어져, 시신이 발견될 때쯤에는 그가 살인을 저지를 일이 없게 되도록 말이다. 

“전출 신청이라도 해야겠어.” 존은 궁시렁거렸다. “군인 담당으로 되돌려달라고. 그쪽은 죽어나가는 사람이 훨씬 적잖아.”






Artwork by 소천

존이 셜록을 여섯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총에 맞은 상태였다.

“아 네에, 지긋지긋하다니까.” 존은, 셜록이 피를 쏟으며 땅바닥에 널부러지기 바로 전까지 시계를 되돌렸다. “연극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위를 올려다보며 덧붙였다. “죄송해요, 하지만 뭐든 해야잖습니까.”

존은 날개를 - 방 너비를 덮을 만큼 - 활짝 펼치며 푸드득, 털고 날아올랐다. 그는 셜록 바로 뒤의 허공에 자리잡았다. 

“신앙심 부족한 자여.” 그의 일갈에, 총을 들고 있던 남자가 올려다보더니 당장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은 기색이 되었다. “내 너희를 심판하고자 하늘에서 내려왔노라.” 

“세상에 이럴 수가.” 남자는 들고 있던 총을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동료 폭력배 역시 그 뒤를 따랐다. 셜록이 돌아서서 그를 바라본다. 이상하게도 그는, 금방 겁을 먹을 것 같지는 않았다. 뭐, 한달에 여섯 번씩이나 살해되는 남자이니, 저 인간의 기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신이나 아시겠지[각주:5]

“너희는 신의 전령에게 반하는 행동을 했다.” 존은 말했다. 정확히 진실이라고야 할 수 없겠지만 ‘이딴 살인 사건들 따위를 원상복구하는 것도 넌덜머리나니깐 당장 그만둬 시발.’보다야 훨씬 낫지 않겠는가.[각주:6] “내 지금 이 순간은 눈감아줄 것이니, 너희는 이 메시지를 전하도록 하라. ‘셜록 홈즈를 해하는 자, 신의 벌을 받으리니.’[각주:7] 이러면 존은 나중에 진짜 난처해지긴 하겠지만, 3일 걸러 한번씩 살인 사태를 원상복구하는 것보다야 나을 거다. 신도 최소한 존이 시간을 절약했다는 것 정도는 인정해 주겠지. “가거라, 당장. 나의 분노가 더 커지기 전에.”

남자들은 허둥지둥 일어서더니, 매우 거슬리는 소리를 빽빽 질러대며 금방이라도 지옥불이 꽁무니에 붙을 것마냥 달아났다. 뭐, 비교적 맞는 말이기도 하겠고.

셜록은 여전히 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난 신이란 거 안 믿어요.” 드디어 그는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존은 날개를 접고 땅으로 내려서며 소리내어 웃었다.

“웃기는 건 말야,” 대답하며, “그분은 널 아직 믿고 계신다는 거지.” 존은 툭툭, 먼지를 떨어냈다. “그리고, 내가 여기 있는 동안만큼은 하고 많은 사람들이 널 죽이고 싶게 만드는 건 그만두라는 말 정도는 해주고 싶군그래. 넌 지금 천국의 인력을 낭비하고 있는 거라구.”

“내 생각이 짧았나 봅니다.” 셜록이 한마디 하고는, 존을 한층 더 샅샅이 살펴보고 섰다. “날 한동안 따라다니고 있었군요.”

“한달.” 존은 시인했다. “그나저나 너, 여섯 번이나 살해당했다구. 축하해, 민간인 최고 기록이야.”

“특출나다는 걸로 뭐라 하시면 곤란하죠.” 셜록의 말에, 존은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저게 농담이라고는 절반 정도밖에 확신할 수 없으니 말이다.

“신이시여.” 그는 말하다 말고 위를 올려다보았다. “맞다, 죄송해요. 또네.” 그리고 다시 셜록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 진짜 물건이구나.”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셜록은 잠시 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당신 일은 내가 살해당하지 않게 하는 거네요.”

“그렇지.” 존은 수긍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게 좀더 자주 살해당해도 된다는 허락이라고는 생각하지 말아줘. 그러다 버릇들겠어.”

“당신 연기 덕분에 그럴 가능성은 줄어들 것 같습니다만.” 셜록의 대꾸.

“놀랄걸.” 존이 대답했다. “다음엔 내가 길바닥 한복판에서 그러지 않게 해달라구. 나랑 말싸움이라도 한판 뜰 생각이 아니라면 말야.”

“기대되어서 떨릴 지경이네요.” 셜록이 말했다.





존이 셜록을 일곱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존은 한 블록에 있는 사람들 모조리 겁을 줘야만 했다.

“내가 다음번엔 어쩌자고 했더라.” 존의 말에, 셜록은 씨익 웃었다. 그 미소를 보며, 존은 스스로의 진로를 심각하게 재고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군인 담당인 게 스트레스는 백만배 덜하다니까,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난 당신이랑 같이 있는걸 좋아하는 걸지도요.” 셜록이 말했다.

“어쩌면 넌 죽고 싶어 환장한 걸지도 모르지.” 존은 되받아쳤다. “자살이라도 하지 못해 안달난 고양이같다구. 집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는 방법 정도는 좀 배워둬.”

“따분해.” 셜록이 말했다. “당신이 있으면 따분하지 않은걸요.”

존은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널 신성 아드레날린 중독자로 만드는 거였군그래.”

셜록이 또한번 씨익, 그놈의 스트레스 쌓이는 미소를 지어보이며 덧붙인다. “당신 아니면 누굴 탓하겠습니까.”

“그렇군.” 존은 중얼거렸다. “좋아, 그럼 내가 가끔 들러본다고 치면, 줄창 살해당하는 것 좀 그만둬 주겠어?” 

“아마도.” 셜록이 대답했다. “물론 장담까진 할 수 없지만요.”





존이 셜록을 여덟 번째 찾아왔을 때에는, 모두들 둘이 데이트하는 거라 생각했다.

뭐, 이론의 여지따위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
영상 폭격으로 사고가 정지하는 바람에;;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미뤄뒀던 천사 존을 데려왔다.
원제의 가사는 절대자(신)을 일컬은 거긴 하지만, 한글 제목은 ‘셜록만의 천사’라는 의미로 사심을 담아서 붙였다.
보면서는 엄청 웃었는데, 옮기려니 그 느낌이 잘 안 전해지는 거 아닌가 싶어 약간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셜록만의 쿨싘한 천사, 존이 멋지니까 다 괜찮아(?)
 : ]
  • 그림: 소천님께서 갈색 날개의 시크한 존 천사님을 보내주셨어요! XD



    1. 레이디 가가 [Born This Way]의 한 구절. http://goo.gl/JMFWY [본문으로]
    2. 마크 다니엘레브스키의 소설. 독특하고 나름 베스트셀러인데 번역서는 아직 없는듯? http://goo.gl/lsfrW [본문으로]
    3. …천사는 그러면 안되는거 아닌가염;; [본문으로]
    4. 우유드립을 잊지 않는 존♡ 어쩐지 플랫메이트로서의 감정이 팍팍 묻어나는 대사랄까;; [본문으로]
    5. ‘God only knows’ - 중의적인 표현. 아무도 모른다는 뜻이긴 하지만, 천사인 존 입장에선 말이 된다는게 유머. [본문으로]
    6. 아 네에… 그럼요;; [본문으로]
    7. ‘천사 존은 연기력 100단에 구라;;도 100단♡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