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Once Upon a Time… 
  • 저자: (익명) + 역자: PasserbyNo3
  • 등급: PG (전체연령가)
  • 길이: 단편 (약 1,2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알림: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sherlockbbc-fic.livejournal.com/14213.html?thread=75585669#t75585669



옛날 옛적에, 가슴에 다 담지 못할 만큼 커다란 심장을 가진 어린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심장은 강하고 억세게, 콩닥콩닥, 쿵덕쿵덕 뛰었습니다. 가끔은 빠르게 쿵쾅대기도 하고, 가끔은 철렁, 내려앉기도 했고 가끔은 팔딱팔딱 두근거리기도 했죠. 하지만 항상 뛰고 있었어요, 변함없이, 가득한 피로 벌컥거리면서. 그래서 때로는 그의 정신까지도 압도해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 이상했죠, 그건 결코 지나칠 정도로 크게 느껴질 리가 없었으니까요.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어요.

그러나 어느 날, 어린 왕자는 뭔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런 믿음직한 심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아버렸죠. 가끔 그들의 심장은… 멈추기도 했어요. 그건… 음, 그에겐 이상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심장이란 건 그러면 안 되잖아요; 심장이란 건 삶을 주는 거지, 앗아가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아, 세상에 넘치게 큰 정신과 가슴에 넘치게 큰 심장을 가진 이 어린 왕자님은 해결책을 찾아내고야 말았습니다.

분명해, 그는 내심 생각했어요. 분명 내 심장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든든할거야. 나눠주고도 남을 만큼 가지고 있는걸.

왕자의 형은 무서운 눈빛으로 혼을 내며, 자신의 심장을 그렇게 아무렇게나 다루면 안 되는 거라고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형이 어떻게 알겠나요? 그가 가진 거라고는 몸에 넘치게 커다란 배 뿐인걸요.

어린 왕자는, 음, 사람들을 도와주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가끔은 사람들의 몸이 다시 움직이진 않는다고는 하더라도, 그들의 영혼은 왕자가 나누어준 심장의 사랑과 다정함으로 구원받고 위안을 느끼는걸요. 그럼 그걸로도 충분하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이 어린 왕자는 자신의 심장을 쪼개고 또 쪼개었습니다. 처음에는 반으로, 그 다음에는 네 조각으로, 그리고는 여덟 조각으로, 그렇게 계속, 더는 심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조각들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러다가 거울 앞에 선 왕자는, 전에는 본 적 없었던 냉기가 자신의 눈에 깃들어 있는 걸 보았고, 상상도 해본 적 없던 가슴 속의 공허함을 느꼈습니다. 왕자는 깨달았죠, 자신에겐 더 이상 줄 수 있는 조각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하지만 아직 정신은 그대로잖아, 그걸로도 할 수 있는 건 차고 넘치게 많아. 왕자는 희망적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그래서 이 어린 왕자는 자신의 정신을 조각조각 나누었어요. 조그맣게, 작게, 기꺼이 나눠주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잃어버리고 말까 두려운, 정신의 조각들. 모든 조각들 하나하나가 별처럼 반짝이고, 다이아몬드처럼 날카롭고, 번개처럼 불타올랐습니다.

사람들은 왕자의 선물을 받지 않았습니다. 모두들 위대한 정신의 조각 같은 건 바라지 않았던 거에요. 그의 심장을 더 주길 바랬고, 그게 어디로 다 사라져버렸는지를 궁금해했습니다.

한때 심장이 있던 자리에는 커다란 분노가 자라났습니다. 저들이 뭐길래, 스스로도 가질 수 없는 걸 더 달라고들 하는 걸까요? 원래 가지고 있던 것에, 왕자의 조각과 수많은 다른 심장까지도 가지고 있으면서 왜, 저들은 보답할 줄도 모르는 걸까요? 왕자의 정신이 뭐가 어때서 받으려 들지 않는 거죠?

왕자는 더 이상 주기를 거부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요구하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그에게서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

시간은 흘러, 한 해, 또 한 해, 한 해, 한 해, 그렇게 나날이 지나갔습니다. 어린 왕자는 자라고 또 자랐고, 분노 역시도 왕자를 위해 전력으로 뛰고 있던 심장이 있던 구멍을 채워나갔습니다. 왕자는 이 대륙을 자신의 왕국이라 이름 붙이고 그곳의 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정신과, 심장이 있던 곳을 태워버린 불길로 이 작은 영토를 지켜나갔지요. 사람들은 국경 밖에서 지켜보며 궁금해했습니다. “저 심장 없는 왕은 누구지? 우리가 저 땅을 빼앗아야 하는 걸까? 왕을 죽이기라도 할까? 괴물 같은 게 진짜 왕을 바꿔치기해버린 거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았습니다. 범죄자를 처단할 다이아몬드같은 정신이나 초토화된 영지가 필요해지지 않는 한은 말이죠. 어린 왕자는 자신이 사랑받는게 아닌, 유용한 사람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더 이상 어린 왕자가 아닌, 무정한 왕일 뿐이라는 것도.

더 많은 시간이 흘러, 한 해, 또 한 해, 그렇게 나날이 지났을 무렵, 멀리에서 낯선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팔 한 쪽과 다리 한 쪽, 금 한 조각밖에는 남지 않은 나이든 군인이었어요. 이끌 부대 없는 나이든 군인이면서 돌봐줄 환자 없는 의사이자, 세상의 모진 추위를 피해 온기와 쉴 곳을 찾아 헤매는 이방인이었죠. 그는 심장의 온기를 찾고 또 찾아 헤맸지만, 대신에 찾아낸 건 무정한 왕의 불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나이든 군인은 무정한 것 정도는 두려워하지 않는 법을 알았기에, 쉴 곳을 달라며 왕국에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무정한 왕은 정신 조각 하나를 떼어내 이 군인의 가슴을 갈라보고는, 강하고 억세게, 콩닥콩닥, 쿵덕쿵덕 뛰고 있는 심장을 발견했습니다. 가끔은 빠르게 쿵쾅대기도 하고, 가끔은 철렁, 내려앉기도 했고 가끔은 팔딱팔딱 두근거리기도 했죠. 하지만 항상 뛰고 있었어요, 변함없이, 가득한 피로 벌컥거리면서. 무정한 왕은 너무나도 큰 두려움을 느끼고는, 이 군인에게 멀리, 빨리 달아나버리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은 심장을 먹어치우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고, 조금씩 조금씩 가져가서는 모조리 앗아가버리고 만다고. 그러다간 가슴을 데워줄 심장도, 스스로를 지켜줄 정신도 금방 잃어버리고 말 거라고.

그러자 이 군인은, 무정한 왕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위험이란 걸 그렇게나 잘 아신다니, 당신이 내 심장의 절반을 가지고 있으면 되겠군요. 밤새 쉴 곳과 온기를 주는 댓가로 당신이 잘 보관해줄 거라 믿어요.”

무정한 왕은 군인이 잠들어 있던 수많은 밤과, 군인이 가지고 있던 한 조각의 금으로 식사를 준비하는 수많은 아침 내내 꼿꼿이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의 정신은 얼떨떨하고도 어리둥절했고, 다이아몬드 같은 면은 동강나고 부서져나갔죠. 모서리는 무뎌지고 불길이 잦아들 때까지. 그리고 왕이 얼떨떨하고도 어리둥절해있는 내내, 군인은 옆에 머무르며 왕의 가슴 속에 넣어둔 자신의 심장을 지켜보고, 그의 불길이 태워버렸던 땅을 갈아엎고, 온통 흠집투성이가 되어버린 정신을 닦아주었습니다. 

어느날 무정한 왕이 가슴 속을 들여다보았을 때, 자신의 심장이 다시 자라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밖을 바라보니 그의 왕국에는 새로운 국민들이 생겨나 있었습니다. 나이든 군인의 도움으로 수도 없이 늘어나고 번영해왔던 거였죠. 사람들은 자신의 심장과 정신을, 몸과 자손들까지도 주려 했습니다. 그의 첫 심장을 받아가서는 그대로 먹어치워 버린 것에 대해 사과해오기도 했지요.

왕은 군인에게로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이제 내겐 내 심장이 있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심장도 있네. 당신 걸 돌려받고 싶을 테지?”

나이든 군인은 가슴을 열어 안에 온전한 심장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왕은 말했습니다.
“당신에게 내 정신을 주면 되겠군, 당신 건 날카롭거나 강하지 않으니까.”

나이든 군인이 머리를 열어보이자, 그 안에는 나이든 군인을 움직이고도 남을 만큼 강철처럼 날카롭고도 기계처럼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는 온전한 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은 말했습니다.
“내겐 심장과 정신밖에 줄 게 없는데, 당신은 거절했어. 당신 심장이라는 선물에, 내가 어떻게 보답하면 되겠나?”

나이든 군인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은, 당신을 향한 내 선물을 받아준 것입니다.”

왕은 어리벙벙했지만, 사랑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랑받는 게 어리벙벙한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다는 걸 깨달았지요. 그러자 국민들도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더이상은 그를 어린 왕자라거나 무정한 왕이라고 부르지 않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그를, 셜록이라 불렀습니다.



+)
보자마자 반해버린 이야기. 읽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좋았기에, 부러 주석 없이 말투, 대구 맞춰 옮겨보려 했다.
어린 왕자(The Little Prince)가 무정한 왕(The Heartless King)이 되었다가 다시 심장을 되찾는…
너무나도 다정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럽고, 애처로운 동화랄까.
마음을 조각조각 내어주는 서툰 사랑과 제 것을 덜어주면서 지켜주는 포근한 사랑.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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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