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입증 책임 | The Burden of Proof



존은 충격으로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걸 느끼며, 갑작스럽게 껴안으려 드는 셜록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자신의 감정에 또다른 층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최근에 알게 되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었다 - 그저 안에서 맴돌던 수많은 혼란들 중 하나였을 뿐. 단 한 순간도… 이런 건 상상해보지 못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셜록의 옷깃을 잡고 뒤로 조금 밀쳐냈다.

“뭐 하는 거야?”

“너한테 증명해주는 거지.” 셜록은 다시 몸을 숙여 키스해왔다. 따스하고도 유혹적인… 살짝 벌어진 그의 입술. 자칫 약해져버릴 뻔 했지만, 이런 데 흔들릴 존이 아니었다. 그는 그대로 물러섰다.

“뭘 증명하는데?”

“네가 중요하다는 걸. 질투같은 건 할 필요조차 없다는 걸 - 아이린 애들러든, 누구든간에.” 그는 다시금 몸을 기울였지만 존이 제지했다. 셜록은 좌절어린 한숨을 내쉬며 손을 내려 존의 어깨에 얹었다. “말했잖아, 그녀와 성적인 관계를 갖는 일 따위, 결코 없었을 거라고, 진심이었어. 다른 누구에게도 이런 걸 제안하진 않아.” 

이런 거라면…?”

셜록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지.”

존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 봤지만 셜록은 여전히 거기 그대로, 보통 때보다도 훨씬 더 가까이에 서 있었다. 뭐, 실제로는 아니지, 그게 전적으로 사실은 아닌 셈이다 - 이 남자, 모두가 괜찮다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가까이 서 있곤 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그러니까 정리해보면,” 그는 입을 열었다. “네가 제안하는 게… 뭔데? ‘성적인 관계’를 맺자는 건가, 나랑?”

빠른 사태 파악에, 셜록은 시인하듯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 아니, 신경쓰지 마. 넘어가고, 대체  그러는데? 너한테 내가, 아이린보다 더 의미있다는 걸 증명하려고? 그게 네 이유야?”

“아이린 뿐만이 아냐. 모든 사람들보다. 누구보다도.” 그의 어깨를 그러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아픈 어깨에 전해지는 압박감에 움찔하자, 셜록은 곧바로 놓아주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널 되찾고 싶어.”

존은 영문을 알 수 없어 얼굴만 찡그렸다. “나 여기 있잖아.”

셜록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알아냈으니까 - 실은, 지금 방금에서지만. 그래서 플랫이 이상하게만 느껴졌던 거였어. 내가 지난 여섯 달 내내 꿈꿔왔던 건데도 말야. 더이상 집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야 - 인 거지.”

존은 그대로 주저앉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야만 했다.

“믿음을 잃었다고 했지. 나한테, 너 자신에게, 우리 파트너 관계에 있어서도. 내 잘못이야, 복구하는 데 필요하다면 난 뭐든지 할거고. 너 나한테 끌리잖아, 그렇지?” 그는 재빨리 고개를 저어보였다. “대답할 필요는 없어 - 너 스스로도 깨닫게 되었다는 건 이제 명백하니까. 그러니까 봐, 우린 열여덟 달이나 같이 살았어. 내가 성적인 면에서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쯤은 너도 알지. 그러니까 네게 이러는 거면, 그거면 증거가 되잖아, 안그래? 이론의 여지도 없는걸.”

상처 때문에 먹은 약기운으로 머리가 텅 빈 것처럼 몽롱한 게 아닐까 의아해지는 존이었다. 의사로서의 시각으로 보자면, 리도카인이 국소마취제라는 걸 기억해내기까지 당혹스러울 만큼 오래 걸린 셈이었다. 그리고 나니 몽롱하게 느껴지는 건 머리뿐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 모든 게 그랬다. 그가 그랬던 거다. 지난 몇 주간 쌓아왔던 의심의 틀이 흩어지고 보다 더 익숙하고도 반가운 형태로 재구성되는 순간, 실제로도 5kg는 족히 가벼워진 것 같았다.

계획대로라면 물론, 셜록의 제안은 완전히 정신나간 거였다. 하지만 셜록과 얽히는 사건들이 종종 그랬듯, 놀라우리만치 효과적이기도 했다. 그가 정말 그 정도까지 나아갈 준비가 된 거라면, 명백하게도 존이 정말 중요한 걸테다. 조금씩 차올라오던 미묘한 행복감이, 총을 맞은 직후 셜록의 반응을 다시 떠올려 보면서 보다 확실해졌다. 탁상용 전등 불이 달칵, 켜지고 피가 보이던 순간 그의 표정은, 두려움이었고… 공포였다. 여섯달 하고도 보름 전, 존의 얼굴에 드리워져있던 표정이기도 했다.

그런 다음, 마이크로프트가 동생이 곤경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갑자기 현장에 들이닥치더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 다음에는 다 알겠다는 듯한 느물거리는 미소를 띠었더랬다. 그들이 집에 도착한 다음에 셜록이 불안해했던 거야 더 말할 것도 없겠다 - 살아남을 만큼 노력하지 않았다며, 총이나 맞고 있다며 비난하는 것도 그랬다; 당연히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기야 하지만, 모런 일을 겪고 난 다음이라 그렇게까지 근거 없는 두려움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씩 앞뒤가 맞아갔고, 존은 정말 간만에 온전히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셜록이라면 다트무어에서 사과했을 때 이유가 하나만은 아니었을 테지만, 이 남자라면 뭘 하든간에 적어도 반 다스의 이유 정도는 있지 않겠는가 - 그렇다고 해서 그 모두가 터무니없다고는 할 수 없을 거다.

그는 깊게 한숨 들이마시고는 두려움을 떨쳐내기 시작하며, 셜록을 꽉 쥐고 있다가 물러나 놓아줄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이내 멈칫하고 말았다. 셜록의 말도 안되는 제안을 이용하려는 게 아니었다, 당연히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 두 주일은 너무나도 스트레스가 극심했단 말이다. 그리고 지난 반년은 말 그대로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언제나,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었던 셜록이었으니, 그 모든 걸 감내해온 존이 모종의 보상 정도는 받아야 마땅하지 않은가?

그는 흘러가는 생각을 숨기려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지만, 이제 고개를 들었다. “진심이야?”

“거의 늘 그렇지. 그리고 이 경우엔, 전적으로 그래.”

“너 정말 이렇게… 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겠다는 이유만으로 나랑 자겠다는 거야?”[각주:1] 

셜록은 코끝을 찡그렸다. “실제로도 자야 하는 거야?”[각주:2] 

존은 비어져나오는 너털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건 걱정 마, 셜록. 난 진짜로 와있고 싶지 않은 사람을 침대에 들이진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네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썩 내키지도 않고 말야.” 그리고 비난조로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꾸했다. “어쨌든 제안은 고마워.”

“그럼, 날 믿는 거야? 우리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거지?”

존은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찡그렸다. “음… 넌 당연히 내가 거절할 거란 것쯤은 짐작했을 테고, 제안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도 알았을 거야. 속임수였을지도 모르지, 그때 그 설탕처럼.” 

“아, 제발 좀! 그냥 침대로 가서 해버리자. 넌 증거를 원하니 - 내가 증명해 주겠다고. 난 상관 없어 - 널 믿으니까.” 

“키스로 받을게.”

“뭐?”

“그러니까, 키스로 받겠다고. 지나치게 심각할 것도, 우리 우정을 망칠 것도 없지만. 네가 진심이라는 걸, 날 또다시 속이려는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걸로.”

“좋아.” 셜록은 다가서서 고개를 숙이려 했다.

“아니.” 존은 그의 팔을 붙들어 멈춰세웠다. “내가 키스로 받겠다고 했잖아.”

영문을 알 수 없던 셜록은 얼굴을 찡그렸고, 존은 그런 그를 돌려세워 의자 옆에 기대게 하고는 그대로 팔걸이에 앉혔다. 셜록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젖혔고, 존은 그의 두 다리 사이에 자리잡았다 - 밀착하는 건 아니었지만, 분명히 그의 공간 안으로 들어선 거다.

셜록의 어리둥절한 표정, 존은 한 손으로 그의 턱을 감싸며 귀 바로 아래까지 - 셜록의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어루만질 수 있을 때까지 가만 쓸어내렸다. 좋은 생각인 것만 같아 다시 한번 어루만져도 보았다.

셜록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는 손을, 거의 사시라도 될 기세로 쳐다보려 애썼다. “뭐 하는 거야?” 

“나 좋은 대로. 네 말처럼, 그러니까 입은 다물고 있어…” 그는 여전히 셜록의 입가에 머물러 있던 엄지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가 열어주길 바라기 전까진 말야.”

느끼한 대사에 셜록은 눈을 데굴, 굴렸지만 그닥 설득력 있게 보이진 않았다. 존의 새끼손가락이 맞닿아 있는 그의 목덜미, 맥박이 뛰는 지점에서는 훨씬 더 흥미로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던 탓이다. 존은 씨익, 웃었다.

그는 다른 손을 들어 셜록의 이마 위로 흐트러진 고수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어넘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가득한 - 인도 위에 피범벅이 되어 흐트러져 있던 짙은 머리카락의 이미지를 덧그리려 애쓰면서.

셜록이 입을 열었고, 그의 말이 여전히 입술을 어루만지던 손가락에 와닿았다. “나, 손은 어디에 둬야 하지?”

‘뻔한 거잖아, 좀.’ 존은 생각하면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셜록은 허벅지 양 옆에 팔을 내린 채로, 앉아 있는 의자의 팔걸이를 꼭 쥐고 있었다. “지금 그대로 두면 돼.”
 
그는 하고 있던 일로 다시 주의를 돌려, 손끝으로는 광대뼈를, 눈 주위를 어루만지며 셜록의 얼굴을 제대로 응시했다. 의구심이 찾아들어 그가 낯선 사람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던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사람, 존이 18개월간 알아왔던 - 훌륭하고, 아름답고, 누구 하나 허락하지 않는 구제불능인 - 그 셜록이었다. 그런 그가 여기 앉아서 이렇게…

뭐든 알고 싶어 못배기는 저 두 눈, 조급해하던 기색이 수긍의 의미로 바뀔 때까지 기다렸다가 존은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감기 직전, 셜록이 두 눈을 감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부드러웠다. 남자의 입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그렇게나 쉴새없이 지독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는 사람의 것이라기에는, 더더욱. 극과 극으로 이루어진 사람인 거다. 이 남자, 셜록은.

존은 맞닿은 두 손가락으로 전해져오는 - 숨길 수 없는 맥박을 느끼며, 셜록의 입술을 차례차례 점령해 나갔다. 빨아올리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저 자신의 입술로 감싸고 음미하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비틀어가며 서로의 입술을 맞대기만 할 뿐이었다. 셜록이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하기 시작할 때까지. 어쩌면 이 모든 걸 끝내버리고 흥미진진한 곰팡이 실험같은 거나 계속하고 싶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걸, 내심 애정을 느끼며 존은 생각했다. 좀 기다리라고 하면 어떤가. 존은 기나긴 시간을 기다려왔는데 - 꼭 이런 것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랬다. 잃어버렸던 셜록이, 자신에게로 돌아와 주기를 기다려왔던 거다.

그는 고개를 기울였고, 키스는 좀더 거세어졌다. 셜록은 고분고분하게 입을 열어주었지만, 존은 서두르지 않았다. 금방 ‘평소대로’ 되돌아갈 걸 알았으니까. 그런 건 괜찮았다, 셜록과 연애같은 걸 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생각도 해본 적 없었다. 꽤나 다양한 - 그러면서도 대부분이 완벽하게 합당해보이는 이유들 때문에도 그랬다. 하지만, 이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을 그가 아니었다.

혀끝으로 조심스럽게 셜록의 입술을 따라 그리며, 저 입술의 호선을 따라 부드럽게 휘감았다. 그리고는 셜록의 입가를 할짝이고는, 그로 인해 부풀어오른 듯한 도톰한 아랫입술을 훑어가다가 안으로 밀어넣었다. 분명한 호응, 존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는 입술을 그대로 덮으며 한껏 탐했다. 다른 손으로는 셜록의 뒷머리,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휘어감으며 이로 잘근잘근 가볍게 깨물자, 셜록이 놀란 듯 신음했지만 이내 소리를 죽였다.

존은 계속해서 셜록의 입 안으로 혀를 살짝 밀어넣었고, 이어 그의 윗입술에 머물러 분명하게 빨아올리며 한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셜록의 목 뒷덜미를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착 붙는 셔츠 칼라 아래까지… 그러자 손가락 아래 느껴지던 맥박이 덜컥, 빠르게 뛰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손.”

셜록은 어느새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란 듯, 두 손을 의자로 다시 내렸다 - 마치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서 허리를 붙들게 만든 게 존이기라도 했다는 듯이.

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두 손을 들어 셜록의 얼굴을 감싸며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다가올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셜록은 두 눈을 감았고, 입술은 닿기도 전에 벌어졌다. 이번에는 존도 미적거리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셜록이 망설이는 것 같았다. 그의 혀끝이 수줍게 존의 혀에 닿았다가 바로 물러났고, 그의 조심스러운 침묵에 왈칵, 흥분이 존의 온 몸을 타고 흘렀다. 머릿속에서는 지나치면 안된다는 경고가 울렸지만 그대로 묵살되고 말았다.

셜록이 물러나자 존은 뒤쫓았다. 부러 한 손을 그의 목덜미에 감으며 칼라 아래로 미끄러뜨리자 셜록이 밭은 숨을 뱉었다. 그의 두 손이 존의 양 옆으로 다시 한번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제지하지 않고 잡게 두었다. 그리고는 숨을 뱉는 순간을 틈타 셜록의 혀를 입안으로 끌어와 할짝이고 어루만지며 유혹하고 간지럽혔다. 원하는 걸 얻어낼 때까지 - 셜록이 키스로 답해오며, 존이 물러나려 할 때마다 따라오고,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얼굴을 감싸고 어루만지는 손으로 한층 파고들어올 때까지, 그래서 존이 이 상황에, 감각에, 그 힘에 푹 빠져버릴 때까지. 존이 알아왔던 그 누구보다도 크게 자리하고 있는 이 남자 곁에 있음으로, 자신에게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이 남자… 모든 것… 전부인.

키스하면서, 그는 그간 가슴을 저며왔던 슬픔을 조금 흘려보냈다. 한데 얽히는 숨결과, 손 아래 닿은 살갗의 따스함, 혀끝에 닿는 셜록의 감각과 열기에서 위안을 느끼면서. 그동안 눈물 흘려왔던, 그토록 그려왔던, 잃은 채로는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던 - 삶의 증거. 없이는 절대, 살기 싫었다.

서로가 만났던 그 순간부터 셜록에게 느껴왔던 모든 경이와 놀라움을 다해 키스했다. 입 안을 헤집으며 탐하고, 그간의 경험을 모두 끌어올리며, 셜록의 반응을 한껏 만끽했다. 놀라움 섞인 신음소리, 짧게 끊어지는 탄성, 허리를 그러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하나하나에서 환희를 느끼면서. 그리고는 예전부터, 그리고 지금 - 셜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생각했던 순간, 그리고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느꼈던 분노를 담아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게 빨아올리며, 맞닿은 셜록의 입술이 부어오르고 욱신거릴 때까지 아프리만치 깨물며 이로 자극했다. 하지만 셜록은 물러나지도, 불평하지도 않고 그저 존이 하는 모든 걸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생각들은 차츰 왜 이제껏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들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셜록이 이렇게 고개를 젖힌 채로 있으려면 불편하겠다는 걱정이 스쳐가는 순간에서야, 존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이미 너무 나가 버렸다는 걸… 해선 안될… 위험한 일이었다는 걸 곧바로 알아차렸지만, 그 생각은 뒤로 돌려두기로 했다. 셜록의 입에서 차츰 떨어져 턱선을 따라 키스하며, 귓불에 이르러서는 가볍게 깨물었다. 이런 건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고 불평이라도 하는 건 아닐까, 존은 생각했지만 - 셜록은 숨을 고르는 데에만 온 정신을 집중했던 듯, 입을 열기 전에 두 번이나 마른 침을 삼켰다.

“된 건가?”

그 한 마디, 너무나도 허스키하고 유혹적인 목소리만으로도 대답이 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 말에 담겨 있던 도발에, 그나마 있던 의구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존은 옆으로 비켜서며 셜록의 고개를 수그리게 했다. 그리고는 몸을 숙여, 조심스럽게 목 뒤를 깨물었다… 그러자 셜록은 흐느끼듯 신음하며 움찔, 두 팔을 벌려 존을 부여잡았다. 스웨터를 움켜쥐는 두 손, 손가락이 할퀴듯 파고든다.

존은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손을 밀어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목덜미를 따라 내려가며 돌기 하나 하나를 빨아올렸다. 아래에서 바르르 떠는 셜록. 거칠어져 가는 숨결, 가느다란 신음 소리.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존… 제발.” 절박할 정도의 무언가가 담긴 목소리였다.

존은 그를 놓아주며 물러섰다. “이제 됐어.”



  • 원문: Given In Evidence - 5. The Burden of Proof 
  • 역자 주석: 존의 감정이 속속들이 담겨 있어서 애절하고도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섹시하기만 한 키스.
      이 남자들아, 키스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을 애태우면 나는 어쩌라고… XD 


  • 4. 위험한 데이트 | The Dangers of Dating  [ 목록 ]  6. 문제 발생 | Matters Arising ▶




    1. “You would really do this… sleep with me just to prove me wrong?” - 각주2에 이어서. [본문으로]
    2. “Does one have to actually sleep?” - sleep with…에 정말 sleep하냐고 응수하는 천진난만 셜로기 어린이(…) [본문으로]

    '장편: verityburns' 카테고리의 다른 글

    [SH/JW] 증거 | Given In Evidence (6)  (44) 2012.03.30
    [SH/JW] 증거 | Given In Evidence (4)  (34) 2012.03.12
    [SH/JW] 증거 | Given In Evidence (3)  (52) 2012.03.06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