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5 Times Lestrade Gave Comfort and 1 Time It Was Given to Him
  • 저자: Lucybun + 역자: PasserbyNo3
  • 등급: 18세 이상 (R for language only)
  • 길이: 단편
  • 경고: <A Study in Pink>에서의 조연 관련 소소한 스포일러 포함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익명의 Kink meme 요청글(Prompt)에 대한 응답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역자 주석: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 http://lucybun.livejournal.com/5534.html
 
 
 
1. 

도노반이 그의 문을 벌컥 열고 뛰쳐들어왔을 때, 그는 밀린 서류작업을 만회하려는 일념으로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며 그의 눈과 하루를 혹사시키면서 책상 앞에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잽싸게 방안 블라인드를 전부 내리고는,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된거군, 그는 예상했었다. 잘 될 리가 없었다. 절대. 정글의 법칙이랄까, 그런 거니까: 같이 일하는 동료와는 사귀면 안된다. 자칫 잘못되면 - 늘 그렇게 되지만 - 그 사람을 꼼짝없이 매일 봐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마련이다. 그 사람과도 생산적인 쪽으로 함께 일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들의 관계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그녀와 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싶었었다. 앤더슨에게 가는건 별 도움이 안될 터였다. 그 거만한 녀석에게 나쁘게 끝나게 될거란 사실을 이해시킬 수 없었을테니까. 게다가 그는 샐리를 차버린 후에도 그녀와 함께 일하는 걸 별로 어려워하지도 않을 거였다. 앤더슨은 딱 그만큼의 병신새끼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팔로 감싸주며, 점심때 남겨뒀던 종이냅킨을 건넸다.

"유감이야, 샐리."

"그는... 약속했었어요, 아내를 떠날거라고. 난 그를 믿었죠.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죠, 그쵸?
 
난 바보인가봐요. 정말, 이렇게나 멍청하다니."

"당신은 어리석은게 아냐, 그저... 젊은 것 뿐이지."

"몰라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는 잠시 그녀가 울도록 두었다가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잖아, 샐리. 그러려면 마음이 아플 거란 것까지도."

그녀가 어깨에 기대어 울 수 있도록 다른쪽 팔을 들어 감싸주자, 그녀는 심지어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끝내고 앤더슨이 없어지는 게 차라리 그녀에겐 더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보듬고 위로해주는 내내 그는 앤더슨의 면상을 갈겨주는 장면을 그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2.

"이걸 왜 나한테 이야기하는건가?"

"그럼 누구하고 상의하란겁니까?"

"아, 나야 모르지. 지구에 사는 누군가, 아마도."

그는 셜록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욕지거리를 물리적으로 억누르며 어금니를 꽉 깨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정도면 지독
하게 나쁘진 않은 것 같군그래.

"당신은 내가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딱 그… 한 명뿐이란 거 알잖아요. 내가 그러지 않을거란 것도 알고요.
 지금 난 요청, 그러
니까, 정중하게 부탁하고 있는 거란 말입니다."

"그냥 존에게 부탁할 수도 있잖나."

"그에겐 부탁하지 않을 겁니다."

"혼자서는 밝혀낼 수 없다고 순순히 인정하기엔 너무 자존심이 세서인가, 아니면 자네들의 우정에 문제가 될까봐 두려운 건가?"

말 그대로 셜록이 이를 가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그렉의 얼굴만은 절대 보지 않은 채로, 그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후자입니다."

"아, 그렇군. 그럼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
 내 생각엔 그냥 그에게 메모를 하나 써줘야 할 것 같은데. '셜록 홈즈를 사
랑하나? 예/아니오로 답하시오.'"

"농담하는거 아닙니다." 
셜록은 사무실 의자에서 일어나며 내뱉듯 말하고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진정하라구, 잘난 형씨. 난 그에게 메모를 보내지 않아도 돼. 심지어 물어볼 필요조차 없다네."

셜록은 여전히 그의 왼쪽 어딘가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뒤돌아섰다. "왜죠?"

"이미 알고 있으니까. 참내, 다들 안다구."

셜록은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그렉은 딱 자르듯 말했다.
"존까지 포함해서 모두야. 내 생각엔 그는 그저 자네가 
알아내길 기다리고 있는 것 같네만."

마침내 셜록은 그를 마주보았다.
그리고, 그렉은 그를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그의 눈에 담긴 두려움을 보았다는 것을 깨
달았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는 겁니까?"

"그냥 아는거야. 이것만큼은 자네도 날 믿어야 할 걸세."

셜록은 끄덕이며 문으로 다시 돌아섰지만, 열기 전에 그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고마워요, 레스트라드."
그리고는 휙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아마도 그의 사람을 얻으러 가는 걸테지.

그렉은 미소짓다가, 그 머뭇거리는 감사말에 놀라면서도 흐뭇해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열린 문을 향해 외쳤다. 
"가서 낚아오라구, 호랑이씨!" ("Go get him, tiger!")
  
 
3.

"그는 괜찮을거라네."

대답이 없다. 그가 말했다는 것조차 모른다. 
한손은 허리에, 다른 한손은 머리를 헤집으며 그저 서성일 뿐이다. 움직임에 걱정과 초조함이 묻어난다.

"셜록, 의사가 괜찮아질거라 했어. 이제 좀 진정하게나."

여전히 반응은 없다.

"셜록 홈즈!"

남자는 드디어 멈춰서서, 마치 그렉이 난데없이 눈앞에 나타나기라도 한 것처럼 그를 쳐다보았다.

"이봐, 존은 괜찮을거라구. 자넨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거야.
 앉아서 커피 한잔 들게. 칩이라도 먹
든가. 자네, 뭔가 먹은지 얼마나 된거야?"

"모릅니다. 상관없어요. 배 안 고픕니다."

"그럼 최소한 앉기라도 하든가. 자네가 그렇게 왔다갔다하는 것 때문에 내가 다 어지러워."

셜록은 셔츠 앞단을 바로잡고는 드디어 그렉에게서 몇 자리 떨어진 의자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가슴에 양 팔을 포갠 상태로 중간쯤의 어딘가를 노려보며, 분명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잠시 앉아 있었다. 그렉은, 이 상황을 조금 쉴 수 있다는 신호로 여겼다. 고개를 젖히고 아주 잠깐 눈을 감는 그때, 셜록이 머리채를 부여잡고는 의자에서 펄쩍 뛰어오르기 전까지는.

"난 대체 왜 그들이 날 돌려보내주지 않는지 알 수가 없어요! 난 그 의사 생긴것도 맘에 안 듭니다. 그는 금발 간호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구요. 그들이 서로 한눈을 팔면 어떻게 되는거죠? 사람들이 바람필 때…"

그 시점부터 그렉은 그냥 그를 무시하고, 다시 졸기로 했다.
휴, 긴긴 밤이 될 것 같군그래.
 

4.

"그것들은 그냥 허브 진정제품일 뿐이라우."

"알아요, 허드슨 부인. 당신에겐 아무 문제 없어요."

"하지만 저 경찰관들이 다 내 플랫에 들어왔잖아요. 난 나 때문에 온 줄 알았다구." 그녀는 거의 울 것처럼 보였다.

"당신 플랫에 들어온거 압니다. 실수였어요, 부인. 그들은 그저 셜록의 플랫을 방문하려던 거였습니다.
 이젠 당신도 어떻
게 된 건지 알잖아요."

"그럼요. 근데, 음, 사실 난 내가 안다고 생각했어요, 신사양반. 하지만 너무 무서웠는걸."
그는 좀 펑퍼짐한 분홍색 의자 쪽으로 그녀를 이끌며,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듯 문질러주었다.

"그랬단 거 알아요. 죄송합니다. 차라도 가져다드리라고 할까요? 아니면 진정제품이라도, 네?"
뭔가 큰 것이 부서지는 소리에 이어, 셜록과 앤더슨이 윗층에서 고함을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빨리 가봐야 했다.

"음, 당신만 괜찮다면야."

"그럼요. 괜찮고말고요." 

그렉은 현관 복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순찰대원 중 한 명을 붙잡고 허드슨 부인을 돌보라며 플랫으로 밀어넣었다.
"그녀를 좀 챙겨주게나." 그의 어깨를 밀어주고는 그렉은 바로 계단으로 향했다.

그가 계단 끝에 막 다다를 때쯤, 안주인의 질문이 들려왔다.
"차랑 비스킷 좀 드시려우? 살이 좀 붙어줘야 힘을 쓰지. 잼쿠
키(Jammie Dodgers) 좋아해요?"
 
 
5.

"그자식 죽이고야 말겠어. 그리고 그자식 도움 없이는 자네가 절대 밝혀낼 수 없도록 제대로 실수 없이 해치워버릴거라구.
 
물론 이미 죽어버린 다음일 테니 자넬 도와줄 수 없을테고, 난 무죄로 풀려나게 되는거지."

그럼, 그는 이걸 생각해봤었다는 건가? 무슨 생각을 했던걸까? 
…셜록 홈즈랑 같이 사는 남자다.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해본거야 당연하지.

"괜찮아질걸세. 그가 어떤지 알잖나, 존."

"짜증나는거? 화나는거? 멍청한거? 바보같은거? 어리석은거? 정말 짜증나는거?"

"…그건 이미 이야기한 것 같은데."

"두배로 짜증나게 하니까 그렇지. 백만번쯤은 짜증나게 군다구. 그자식 저기서 나오면 바로 죽여버리겠네. 진심이야."

"뭐, 그래봐야 자네 수고만 한참 낭비하게 될걸세. 엄청 비싼 옷장도.
 자네 좀 앉는게 어떤가. 자네가 그렇게 왔다갔다하는 
것 때문에 내가 다 어지러워." 

음, 데자뷰인가.

남자는 돌아서서 그렉에게서 몇 자리 떨어진 의자 한구석에 앉았고, 잠시 조용히 앉아 커피를 홀짝였다. 그러다 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자, 그렉은 눈을 비비고 얼굴을 위아래로 쓸어내면서 조금이나마 잠을 깨 보려고 노력했다. 존은 작은 쓰레기통 쪽으로 가더니 비어버린 종이컵을 던져버렸다. 세게.

"난 대체 왜 그들이 날 돌려보내주지 않는지 알 수가 없다구! 난 의사란 말일세, 빌어먹을!…"  
그는 다시, 쉴새없이 서성거
렸다.

그렉은 벽에 머리를 쿵 들이받으며 귀마개를 사는게 어떨까, 생각했다.
   
 

 
 
+1

사무실 문이 열렸을 때에서야 그는 시선을 들었다.

"당신, 꽤나 안좋아보이는군요."

"뭐, 고맙군요." 그렉은 살짝 헛웃음이 났다.

"무슨 의민지 알잖습니까. 지쳐보여요."

"정말 지쳤으니까 그럴지도요."

"어젯밤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잖습니까. 전화도 한 통 없이, 그레고리."

"아, 구박하지 말아줘요, 마이크로프트. 날마다 초 단위까지 내가 어디있는지 알면서.
 야근한다고 연락해서 알려줄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

그는 우산을 만지작거렸다. 손잡이를 살짝 돌려가면서.
그렉은 무심코, 그가 우산 꼭지로 카펫에 구멍을 내려는게 아니기
를 바랬다.

"셜록을 부를 수도 있었겠죠. 이 건 하나에 스스로를 너무 혹사시키고 있어요.
 난 당신이 왜 그에게 도움을 구하지 않았는
지 모르겠습니다."

"했습니다. 그가 꺼지라고 한 것 뿐. 관심꺼리가 아니었겠죠.
 그래서 나에게까지 온거지만, 뭐, 괜찮습니다. 사실, 셜록 홈
즈가 없어도 나도 이정도는 할 수 있어요."

상대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나도 압니다, 그레고리. 당신 능력을 의심한다는 의미가 아니었어요.
 그저 이 사건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뿐입니다."

그렉은 맞춤정장 바지로 감싸진 저 긴 다리를 눈으로 훑어올리며 그에게 미소지었다.

"무슨 이유가 그렇습니까? 그 크고 오래된 집에 혼자 머물려니 조금은 허전하던가요?"

그렉이 그간 얼마나 자주 그 기분을 느껴왔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마이크로프트가 세계를 경영하느라 멀리 떠나있는 내내 혼자 잠들곤 했던 사람은 바로 그였으니까.

"그럴리가요. 하지만 전구를 세 개 갈아야 하고, 윗층 화장실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그 말에 그렉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 유머는 엄청나게 재미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에겐 의외였다.
확실히, 마이크로프트가
 재담꾼인건 아니었으니까.

웃음이 잦아들 때쯤 그렉이 제안했다.
"음, 그럼 제가 손전등을 빌려드리지요. 괜찮은 배관공도 소개해주고. 그거면 될 겁니다.
 당신네 파이프를 청소한다든가 
그런 기타등등이 필요하다는 말에 대응할 적절한 농담까지 생각하기엔, 난 너무 피곤하거든요."

"그정도면 확실히 충분한 것 같네요. 당신이 지쳤다는 사실이 어딘가엔 도움이 된다는게 기쁘군요.
 그래서 말인데, 오늘 
밤에는 집에 올 겁니까?"

"그럼요, 가야죠. 언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마이크로프트는 그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은 것 같았다.

"혹시… 그 사건 파일을 내가 좀 본다면 당신에게 실례가 되겠습니까, 그레고리?"

"뭐라구요?"

"난 지금 도와주겠다고 제안하는 겁니다. 세상 단 한명뿐인 자문 탐정은 아닐지 모르지만, 그의 방법은 잘 알죠.
 사실 내가 그애한테
 가르쳐준 거기도 하구요."

그렉은 멀뚱히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마이크로프트는 보통 그의 일을 아는 척도 하지 않았었고, 그렉은 그가 이 직업이 위험하다는 걸 떠올리거나, 경찰과 결혼했을 때 무슨 일이 생길지 걱정하고 싶지 않은 거라 생각했었다.

"아니, 아닙니다. 당신 말대로에요. 내가 도울 필요는 없을겁니다. 괜한 말해서 미안해요.
 내가 당신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준다면야 고마운 일이죠. 당신이 사건을 살펴봐준다면 난 정말 기쁠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프트.
 알다시피, 나도 
당신 보고싶었으니까요."

그 말에 마이크로프트는 다 안다는 듯 작게 미소짓고는, 책상 뒤로 의자 하나를 끌어와 밀어넣으며 그레고리 옆에 자리잡았다.
앉자마자, 그는 핸드폰을 꺼내어 짧은 메시지를 입력했다.

"수상님께 오늘 밤에는 중동 평화를 중재해줄 수 없다고 알려주기라도 하는 겁니까?"

"하하. 실은 퍼세파니(Persephone)에게 내가 준비해온 식사를 가져오라고 알려주려던 참이었습니다만."

"미리 음식까지 대기시켜두었다고요? 어떻게 알고-"

"말했잖습니까, 그레고리." 마이크로프트가 가로막았다. "그애가 아는 것들 전부 내가 가르친 거라구요.
 이제 첫번째 구역의 
마당 사진들부터 좀 볼까요. 북동쪽 구석에 자작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살펴봐야겠습니다."

사진들을 건네주며 그렉은 미소지었고, 사흘만에 처음으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느꼈다.
 
 

+)
마형님이야 워낙에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팬이 많겠지만, 
성실하고 다정한, 그러면서도 열정적인 레스트라드도 은근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이 둘의 조합도 마음에 들어하는 편.
마이크로프트와 레스트라드의 관계는 어른스럽고 성숙한 느낌일 것 같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그런.

그리고 글 중간중간, 똑 닮아있는 셜록과 존의 모습을 엿보는 깨알같은 재미는 보너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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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