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긋지긋한 일상 탈출법 | Abhorring the Dull Routine of Existence (1/3)





수요일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셜록 보셨어요?? 오늘 아침 내내 안 보이네요. J

받은 메시지
여기 있습니다. 이 사람 도대체 무슨 문제를 벌인 건가요??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정말 다행이에요. 그 인간 좀 감시해주실 수 있나요?

받은 메시지
바깥 도로 연석에 앉아있는 걸 도노반이 발견했어요. 거기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설명 좀 해줘요.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아무 일 없어요. 그냥 몸이 좀 안 좋은 것 뿐입니다. J

받은 메시지
이 사람 뭔가 취해 있다구요. 끊었는 줄 알았는데요.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끊은 거 맞습니다. J

받은 메시지
이 사람, 우리 문구류 창고에서 A1 용지를 몽땅 끄집어내서는 런던A-Z를 외워서 그리는 중입니다. 끊기는 개뿔.[각주:1]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그냥 레드불이에요. “실험”이랩니다, 자기 말로는. J

받은 메시지
레드불?!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레드불은 맞는데, 엄청 많이요. 그 인간 물 꼭 마시게 해줘요, 안그러면 탈수 상태에 빠질 테니까. J

받은 메시지
오, 맙소사.


받은 메시지
와서 저 괴물 좀 어떻게 해 줄 수 없어요?! 나한테 커피를 엎어버렸다구요. 샐리♡ [각주:2] 


받은 메시지
이리 좀 와보시죠, 왓슨. 레스트라드가 자기 유치장에 숨어 있을 동안 우리더러 이 인간 봐주고 있으라잖습니까. 앤더슨


받은 메시지
이 인간, 한번만 더 내 얼굴 가지고 뭐라 하면 면상을 한 방 갈겨줄 겁니다. 난 여기 죽치고 있는 인간 양복 걸친 말대가리[각주:3] 따위가 아니니까요. 앤더슨
 

받는 이: 셜록
경찰 귀찮게 하는 건 그만둬, 셜록. J

받은 메시지
오늘도 내 도움 필요하지 않아? 도와줄 수 있는데. SH


받은 메시지
우리 둘 다 만족할 수 있을 가장 빠른 방법이라구. SH


받은 메시지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줘. 어제 그 여자가 내 따귀를 왜 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은 다시 없을 거라고 약속할게. SH


받은 메시지
이번에는 네가 경비만 부르지 않는다면 기꺼이 도와줄거야. SH


받는 이: 셜록
아냐아냐, 됐어. 경찰서에 그대로 있어. 레스트라드가 너 필요하대. 아래 유치장에 있을거야. J

받은 메시지
내가 어디 있는지 그 인간에게 말해준 겁니까?! 그렉


받은 메시지
당신 정말 싫군요. 그렉


받는 이: 새라 S 
당신 집에 묵을 수 있을까요? J

받은 메시지
지금 옆방에서 나한테 문자보내는 거에요?! 그리고, 안돼요.






목요일


존은 이틀 연속으로 조용한 가운데 눈을 떴다. 그는 플랫메이트가 있는지, 있다면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그 어떤 실마리라도 찾으려 애쓰며 신중하게 귀를 기울였다.

어젯밤 그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빈 음료수 캔 무더기에 둘러싸인 셜록을 발견했고, (그의 바람과는 반대로 경찰차로 셜록을 집까지 데려다준) 레스트라드와 도노반에게 함께 트위스터(Twister)를 하자고 설득하려 애썼다. 보아하니 카페인에 취한 셜록은 차갑고 냉정한 평소 모습보다 훨씬 더 스킨쉽을 좋아하고 까불까불거리는 것 같다. 존이 야드 사람들과 차 한 잔(카페인 없는걸로) 하면서 수다를 떠는 동안, 셜록은 방마다 건너다니며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쉴새없이 재잘거리다 가끔씩 어처구니 없는 의견을 들이밀며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가끔씩은 존에게로 다가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는 날카롭게 응시하며, 아무리 존이 뭐라 해도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몽롱한 상태로 무어라 나지막하게 중얼거리기도 했다. 결국 레스트라드가 셜록의 이 모든 만행을 견디지 못하고 의자 팔걸이에 수갑을 채워버린 덕분에, 티스푼 하나로 - 손에 잡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 풀어낼 방법을 찾는 동안만큼은 한동안 잠잠하긴 했다. 그나마도 갑작스레 카페인으로 탈진해서 바닥에 얼굴을 처박은 채 기절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레스트라드 말로는 그때 셜록에게 맡길 사건이 정말 하나도 - 사소한 것조차도 - 없었기에, 이 남자의 관심을 돌릴 방법은 없었다. 셜록이 바닥에서 잠들어 있는 동안 집 안에서 그놈의 에너지 드링크 나머지마저 몽땅 치워버리긴 했지만, 이제 그들에게 남은 방법이라고는 그가 이놈의 실험에 질리기만을 그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존은 그래봐야 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냥 나가서 더 사온다 하더라도 그를 막진 못할 테니까.

적어도 셜록이 신나하는 것 같긴 하군, 존은 생각했다.

존은 옷을 챙겨입고 조심스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은 폭탄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잘게 찢어진 종이쪼가리와 빈 컵들, 양털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온 사방에 널려 있었다. 그리고 셜록이 결국에는 종이들을 다 써버린 다음에는 방문 근처 벽에까지 써갈기기 시작한 것 같았다. 존은 끙, 신음하고는 빈 컵들 중 하나를 집어들어 조심스럽게 냄새를 맡아보았다. 커피로군. 셜록이 자기 레드불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고는 차선책을 찾아낸 게 분명하다.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부엌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커피병은 비어 있었다.(들여다보고 한결 마음이 놓였다) 커피가루가 바닥 절반을 뒤덮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셜록이 실제로 이걸 다 먹어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참을성 있게 한숨을 내쉬고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부재중 전화 37통. 모조리 셜록에게서 온 거다.


받는 이: 셜록
너 어디야? J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그 인간 봤습니까? J


종이쪼가리들과 빈 컵들을 주워모으며, 이 방을 조금이나마 봐줄 만한 꼴로 만들려 애써보았다. 흩어진 커피가루들과 벽에 쓰인 글씨들이야 나중에 처리해야겠지만 말이다; 허드슨 부인이 꽤나 좋아하시겠군그래.


받은 메시지
아뇨, 집에 없어요?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없어요. 게다가 커피를 발견해버린 것 같구요.

받은 메시지
오 맙소사. 어떻게 확신하는 겁니까? 그렉 


받는 이: G. 레스트라드
내가 추리해냈다고 해두죠.


집 안에 남겨진 잔해들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둘러보고, 존은 코트를 걸쳐입었다. 등 뒤에 들러붙는 불안한 느낌이 껄끄러웠지만, 어쨌든 일은 하러 나가기로 한다. 셜록은 대체로 예측할 수 없는 세계에 사는데다, 그는 그게 어딘지 전혀 모르니까.

오전 시간은 천천히 흘러갔다. 점심시간이 되었을 때까지도 셜록에게 연락이 없자, 존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금 핸드폰을 꺼내어 부재중 전화 37통을 응시하며, 그것들이 뭔가 더 불길한 일이었던 건 아닐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셜록은 긴급한 상황이 아닌 다음에야 문자를 선호하지, 전화는 거의 걸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만약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어쩌지? 그는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바로 음성 메시지로 연결되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절대 핸드폰을 충전하지 않은 채 나가는 일이 없는 친구였기 때문이다.

레스트라드와 나머지 야드 사람들 모두가 아직 셜록의 흔적조차 보지 못했다는 걸 확인한 후에야, 존은 지금 그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이런 류의 상황에 처했을 때, 그에게 정말 필요한 건 홈즈였다. 그리고 셜록이 안 된다면, 뭐, 그래도 찾아볼 만한 선택지는 아직 하나 남아 있는 셈이다.


받는 이: 마이크로프트 홈즈
긴급. 도움이 필요합니다. J. 왓슨


곧바로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알아볼 수 없는 번호였다.

“여보세요?”

“왓슨 선생. 내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한 마디 한 마디에 차분한 힘과 자신감이 묻어나는, 마이크로프트의 부드러운 말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걸 느끼는 존이었다.

“셜록 일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꺼내며, 실제로 이 홈즈 형님과 나누는 모든 통화는 저 두 마디로 시작하고 있었다는 걸 갑작스레 깨달았다.

“그러면 그애가 사라진 지는 얼마나 되었는지요?” 마이크로프트가 묻는다. 그는 존이 이제 막 말하려 하는 내용을 미리 알아차리는 묘한 재주가 있었다.

“당신이 그걸 어떻게 알- 아니, 신경쓰지 마세요.” 설명이야 나중으로 미뤄도 되겠지, 생각하며 존은 말했다. “어젯밤부터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 나간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제가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는데다 전화해도 바로 음성 메시지로 넘어가버리고…”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군요, 왓슨 선생. 그렇다면, 당신이 그애가 안전한지를 걱정하는 데엔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맞습니까? 당신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그애가 뭘 하고 있었나요?”

“거실 의자에 수갑으로 채워져 있었고, 거기에서 그대로 잠들어 있었습니다.” 존이 대답했다. 도대체 셜록이 어떻게 수갑을 풀어냈는지가 막연하게 궁금해졌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셜록에게는 존이 알아낼 수 없는 다른 것들이 수없이 많기도 하다. 전화기 건너에서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좀더 자세하게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만.” 마이크로프트의 말을 듣고서야, 존은 방금 자신이 했던 말이 정확히 어떻게 들렸을지를 깨닫고는 움찔했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뇨, 그런게 아니-”

“그렇겠죠. 나는 그애의 권한이나 자제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다 보니, 셜록이 좀더 은밀한 설정 하에 지배당하는 플레이를 시도한다는 게 그닥 놀랍지는 않군요; 그 정도는 쉽게 추리해낼 수 있었으니까요[각주:4] - 하지만, 이런 쪽으로 계속 물어볼 생각은 없습니다.” 마이크로프트는 말을 이었지만, 목소리에서는 불쾌감이 묻어났다. 존은 있는 힘껏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마이크로프트가 볼 수 없으리란 건 알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래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마이크로프트.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에요 - 레스트라드가 수갑을 채운 겁니다, 제가 아니라-”

“레스트라드 경위라구요?” 이번에는 마이크로프트도 조금 충격받은 듯한 목소리였다. “맙소사, 날 놀래키는군요, 왓슨 선생. 당신 둘이 그 사람을 업무 외적으로도 만나고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만.”

“외적으로라면…?”

“기분 전환 차원이랄까요.” [각주:5]

잠시 존은 허부적거리며 물고기마냥 입을 뻐끔거리고만 있었다. 그러다, 처음에 이 전화를 걸기로 했던 목적을 스스로 되새겼다.

“아니, 들어보세요.” 그는 단호하게 말을 꺼냈다. “레스트라드가 수갑을 채운 건 그를 가만히 둘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인간 완전히 취해서 헤롱대는데다, 이제는 어딘가로 도망가서 전화도 받지 않고 있어요. 그러니 당신이 좀-”

“이것 참, 그녀석 다시 한답니까?” 마이크로프트는 지루하다는 듯 느릿느릿 말했다. “엄마가 꽤나 실망하시겠군요. 우리 모두 그정도는 넘겼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이번엔 뭡니까?”

“레드불요.”

전화기 건너, 잠시 침묵이 흘렀다.

“뭐라고 하셨죠?”

“레드불이라구요. 그것도 엄청 많이.”

“아, 신이시여.”

“그러니, 당신이 지켜봐주실 수 있다면 - 그가 나타났을 때 알려주시겠어요?” 애원하는 것처럼 들릴 것임을 너무 잘 알면서도, 존은 물었다.

“물론입니다.” 대답하는 마이크로프트의 목소리에, 이제는 걱정스러움이 살짝 묻어난다. “그애의 소재를 알아볼 수 있는지, 비서에게 감시 카메라를 확인하도록 하지요. 당신 쪽에서도 진전이 있으면 알려주시겠습니까.”

“그러죠, 고맙습니다. 어… 당신 비서분께 안부 전해주세요.” 몇 번밖에 보지 못했던 그 매력적인 여성을 떠올리며 존이 말했다. 그녀의 진짜 이름은 모르지만, 그는 ‘안시아’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이죠.”

“전해주지 않을 생각이군요, 그렇죠?”

“네. 그럼 이만, 왓슨 선생.” [각주:6]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이크로프트 역시 - 그리고 그의 수백 개의 카메라들도 모두 - 셜록을 찾아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그의 명령만 기다리고 있는 영국 정부의 어마어마한 자원들을 감안하면, 셜록을 찾아내서 베이커가 집으로 안전히 돌려놓는 데까지는 분명 그닥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그는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데 남은 업무 시간을 다 써버렸다. 실제로 집에 돌아갔을 때쯤에는 셜록이 거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말이다. 하지만 그는 없었다.

그는 나머지 저녁 시간 내내 결코 오지 않을 전화 벨소리나 노크 소리만을 기다리며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셜록이 걸어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마이크로프트가 자정 정각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부정적인 상황의 징후는 전혀 찾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도시 주변에서 그를 보았다는 몇몇 미확인 목격 사례도 있었습니다만, 구체적인 건 없더군요. 우리가 못 찾는다면, 왓슨 선생, 그가 자신을 찾기 바라지 않는다는 걸로 봐야 할 것 같네요. 다시 연락 드리죠.”

잠자리에 들 때조차도 그는 불안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상태였다. 셜록이 있을 만한 곳을 생각해내려 애쓰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부터 그의 인생이 이 어처구니없는 남자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는지 의아해하면서. 그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존은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그가 무언가의 주위를 돌고 있는데, 그게 더이상 그 자리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 셜록이 태양이라도 되는 셈인가, 그는 생각했다; 어쩌면 좀더 특이한 무언가일지도, 블랙홀에 더 가까우려나.

존은 멍하니 태양계와, 그에 대한 셜록의 완벽한 무지함을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책이라도 한 권 사줘야겠는걸, 그는 다짐했다. 셜록이 돌아올 거라고, 그리고 오늘 그에게 별다른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래, 태양계에 대한 책이 좋겠어. 크리스마스 선물이면 되려나.








+)
이곳저곳 난리치고 다니는 사고뭉치 초딩 셜로기! 심지어 문자도 따발총;; 
레스트라드에게 떠맡기거나 새라네로 튀려 들다가도 엄마 마음으로 안절부절 기다리고 걱정하는 존도 귀엽고. 
무엇보다도, 우리 마형님… 시크함은 기본, 동생의 사생활까지 존중해주시는 너그러운 어른이야 어른 : ]




  1. ‘BOLLOCKS IS HE CLEAN’ - 이런 느낌일 거라 생각해서. ;; [본문으로]
  2. ‘SAL X’ - 샐리 + Kiss지만, 보통 문자 생각하면 이 정도 느낌으로 치환할 수 있을 듯? [본문으로]
  3. 셜록은 코가 아니라 하관이 문제란다… [본문으로]
  4. 마형님은 관대하시다. 동생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형님의 자세! [본문으로]
  5. 마형님은 관대하시다. 2 심지어 3P마저도!;; [본문으로]
  6. 역시 쿨싘 마형님. 간지가 줄줄.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