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Abhorring the Dull Routine of Existence, or, a Week Spent on Artificial Stimulants [각주:1]
  • 저자: ardenteurophile + 역자: PasserbyNo3
  • 등급: G (전연령가)
  • 길이: 중편 - X-Mas Verse # 1 (약 7,800단어)
  • 경고: 없음
  • 저작권: 저자/역자 모두, 이 캐릭터들과 설정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 저자 주석: 각종 합법적인 자극제를 찾아보는 셜록의 이야기!
  • 역자 주석: PasserbyNo3가 습작으로 번역하였으며,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링크 외의 펌은 정중히 사절합니다.
  • 원문http://ardenteurophile.livejournal.com/8204.html



월요일


“지루해.” 방 저 쪽 건너에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파를 몽땅 차지하고 누운 셜록이 느릿느릿 한 마디 한다. 존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읽던 책 너머로 올려다보았다.

“지루해.” 셜록이 더 끈덕지게 되풀이한다. 그나마 다행이군, 존은 생각했다; 적어도 오늘은 벽에다 총질까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허드슨 부인이 좋아하시겠는걸.

“텔레비전 봐. 책이라도 읽든가. 정말이지, 가끔 너 보면 진짜 애같다니까, 셜록.”

셜록은 팩, 토라져서는 소파로 깊숙히 파고들며 다리를 휙 돌려 위로 걸쳐서, 반쯤 거꾸로 자리잡았다. 가장 최근 사건이 끝난지도 벌써 일주일 하고도 절반이 더 지났다. 그때부터 꾸준히 못견디게 굴어대고 있는 이 남자 때문에, 집에서 빠져나갈 수만 있다면 존은 기꺼이 일이라도 하러 나갈 참이었다.

“나 신나게 해줘.” 셜록의 요구에, 존은 슬몃 웃음이 났다.

“알아서 놀아. 내가 뭘 하든 넌 그닥 관심 없을 것 같은데.”

셜록은 고개를 홱 돌려 존을 쳐다보았다. 거꾸로 누운 그의 얼굴은 더 각지고 이상하게 보였다.

“제대로 틀렸어.”

존은 고개를 저으며 소리내어 웃었다. 셜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괜찮은 책과 차 한 잔이면 그는 충분히 만족스러웠기에 남은 밤 내내 꿈쩍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뿐만 아니라, 어쨌든 그가 재주부리는 원숭이는 아니지 않은가. 가끔이긴 하지만, 모두가 그저 셜록의 무대에 서 있는 배우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레스트라드가 내 약들을 몽땅 없애버리지만 않았어도 이렇진 않았을 텐데.” 셜록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신음하듯 내뱉었다. 존은 얼굴을 구기며 책을 내려놓았다; 셜록에게 중독 전력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 진짜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집에 돌아와 경찰이 마약 단속이라며 그들 방까지 쳐들어온 걸 발견했던 그 첫번째 주 이후로는 말이다.

“그나저나, 뭐였는데?” 궁금하다는 듯 존이 묻자, 셜록은 그를 힐끔 쳐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코카인, 보통은. 지금은 안한지 좀 됐어; 레스트라드가 그거 안 끊으면 나랑 일 안하겠다고 했거든. 당연히 난 일을 골랐지.”

“헤로인일거라 생각했는데.” 존이 대꾸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 어쩌면 셜록의 마른 체구나 형형한 눈빛 때문에 헤로인 중독자 같은 인상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셜록은 고개를 저었다.

“해보긴 했지. 둔해지더라구. 난 더딘거 질색이잖아, 존; 이놈의 세상은 이미 너무나도 지루한 속도로 기어가고 있거든. 너같은 사람들은 그걸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니까. 내겐 자극이 필요해.” 천장으로 손짓하며, 그는 마지막 말을 강조하듯 내뱉는다. 존은 데굴 눈을 굴렸다.

“그냥… 모르겠다, 보통 사람처럼 레드불(Red Bull)같은 걸 마셔보는 게 어때?!” [각주:2]

그 말에, 셜록은 몸을 돌려 흥미롭다는 듯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거야말로 존이 두고두고 후회할 문제의 발언이었다.





화요일


다음날, 존은 밀려 있던 문서작업들을 따라잡으려 애쓰며 사무실에서 환자 기록 파일을 휙휙 넘겨보고 있었다. 어느 매우 지루해하는 자문탐정님께서 플랫에 몰고 올 대재앙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건 물론이다. 오늘은 종일 셜록에게서 연락이 없었지만, 이게 좋은 일인지 정말정말 나쁜 일인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잘 되어가요?” 새라가 문가로 머리를 들이밀며 물어왔다. 그 참담했던 첫 데이트 이후로, 그들은 편한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었다; 세번째 데이트 때 존이 기대했던 것처럼 그녀의 집에서 밤을 보내는 게 아닌, 고층빌딩 창문 청소용 곤돌라[각주:3] 중 하나에 갇혀 있게 되었던 이후로 새라가 분명하게 선을 그었던 탓이다. 그는 정말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지만 - 셜록이 그들을 안 구해줬던 것도 아니지 않은가 - 그녀를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눈을 부비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요, 괜찮죠. 고마워요. 그저 셜록 때문에 골치아픈 것 뿐이에요.” 

새라는 살짝 움찔했지만 금세 - 이 정도면 실례되지 않는 정도라 생각하는 수준의 -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로잡았다.

“어련하시겠나요.[각주:4] 그 사람 지금 뭐 하는데요?” 그녀가 묻는다.

“모르겠어요. 그래서 걱정이죠.” 존은 고개를 저어보이고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지루하대요.”

새라는 초조한듯 마른 침을 삼키고는, 마치 문제의 탐정님이 지금 서 있는 곳으로 들이닥치기라도 할 것처럼 존 뒤쪽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 그리고보니 지난번에 그가 지루했을 때에는-“

“욕조 한가득 죽은 새들을 넣어두었죠, 네. 부패율을 측정하던 중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그 전에는-“

“벽에 총구멍을 냈구요.”

그를 빤히 바라보는 새라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만큼이나 불안해 보였다. 존은 집에 돌아갔을 때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광경을 두려워하며 휴, 한숨을 내쉬었다. 때맞추어 주머니에서 핸드폰도 울어댄다.


받은 메시지
타우린/카페인 최대 허용 섭취량이 얼마지? 의학적 소견 필요함. SH



어젯밤에 했던 레드불 이야기를 떠올리며, 존은 살짝 헛숨을 들이켰다. 그는 새라에게로 돌아섰다.

“타우린이랑 카페인 최대 허용 섭취량이 얼마나 되는지, 바로 알려줄 수 있어요?” 그의 물음에, 그녀는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셜록인가요? 그 사람 지금 그걸 마시는 - 당신, 그게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아뇨, 유감스럽게도 그거 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인간이 진짜로 하려 들 거라고는 생각도 안해봤는데…” 존은 핸드폰 버튼을 다급하게 눌러대며 말했다.


받는 이: 셜록
잘 모르겠어. 알아볼게- 그동안 아무것도 하지 마. J


메시지를 보내기가 무섭게 답장 알림 소리가 났다.


받은 메시지
신경쓰지마, 실험해볼게. SH



존은 끙, 신음소리를 내뱉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손가락 사이로 새라를 바라보았다.

“오늘 밤에 당신 집에서 묵어도 될까요?” 더 이상 만나는 사이가 아니란 건 물론, 물어보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존은 대뜸 질문부터 던졌다.[각주:5] 그렇지만 새라는 분명 신경쓰고 있었는지, 대답 대신 얼굴을 찡그렸다.

“당신이 그에게 알려준 거면, 그를 처리하는 것도 당신이 해야죠.” 단호하게 말하고는 거대한 서류더미를 가리켰다. “저것도 빨리 처리하는 게 좋겠네요. 곧 리처드 부인 예약시간이잖아요.”

그녀는 방을 나서며 등 뒤로 문을 굳게 닫자, 존은 한숨을 쉬며 그를 기다리고 있는 파일들로 돌아앉았다. 적어도 환자들 문제를 상대하고 있노라면 플랫메이트는 물론 그가 하려는 짓들도 잠시 잊어버릴 수 있겠지.

몇 시간 동안은 그 문제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데 성공했다; 사무실로 줄줄이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사람들과 질병들 덕분에 정신없이 바빴던 데다, 가끔 핸드폰에 시선이 머문다 해도, 뭐, 그건 그저 까다로운 진료 관련한 병원 연락을 기다리던 것 뿐이었다.

오후 서너시쯤 되었을까,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사무실 문이 벽 쪽으로 활짝 열어젖혀졌다. 존은 시선을 들어 갑작스레 들이닥친 침입자를 바라보았다.

셜록 홈즈가 문가에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얼굴 주변에 엉망진창으로 헝클어진 채 눈을 크게 뜨고 빤히 바라보고 있는데다, 스카프는 반대로 맨 상태였다.

존은 마른 침을 삼키며 초조하게 그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늘게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셜록… 뭐 하는-“

“너 도와주러 왔어.” 셜록이 장대하게 선언했다. 그리고는 방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와 곧바로 존의 책상 옆에 와 서서는 뚫어질 듯 그를 응시했다.

“셜록, 레드불은 얼마나 마신거야?” 답을 듣기 두려워하면서도, 존은 어쨌든 묻기로 했다. 셜록은 무시하듯 손을 저어보이고는 방 안을 이쪽저쪽 휘젓고 다니기 시작했다.

“안 중요해, 조금. 꽤 많을지도, 내 생각엔. 모자라. 다음 환자 누구지? 환자 기록 읽어줘봐.” 단숨에 주루룩 말해버린 덕에 존은 단어 몇 개만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안돼, 기밀이라구 - 내 환자 기록은 왜 필요한 건데?”

“말했잖아, 도와주러 왔다구. 그게 내가 한동안 고민했던 문제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야; 넌 일 끝나면 지쳐서 돌아오니까, 날 즐겁게 해줄 열의도 기운도 낼 수 없잖아. 내 머리는 멈춰있으면 안돼, 존. 난 신나 있어야만 한다구. 이 레드불 아이디어는 괜찮았어. 축하해줄게. 하지만 예비 실험을 해보니, 심계항진의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서는 이 생활 방식은 일주일 이상 유지할 수가 없겠더라구; 그러니 대체할 방법을 찾아야 해. 내가 도와주면, 넌 주어진 시간의 절반 안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을거야 - 아마 더 빨리도 가능하겠지. 게다가, 사건이 있을 때마다 훨씬 더 기민해지게 될 거야. 너 조는 걸 몇 번 봤으니 말인데, 네가 인사불성인 게 사건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지도 몰라. 우리 둘 다에게 좋지 않은 사태가 되겠지. 결론적으로, 넌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는 잠시 멈추고 숨을 들이마셨다.

“아냐, 셜록. 정말 필요 없어. 그리고 넌 나 못 도와줘, 불법이라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넌 지금 그럴 상태도 아니고. 집에 가서 레드불 기운이 가시길 기다리고 있어.” 존은, 할 수 있는 한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수 없어, 지루해질 테니까.” 서성이던 셜록이 갑자기 멈춰서더니, 존의 책상을 손으로 쾅 내리치며 말했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플랫에 가도 몇 상자 더 남아 있거든. 탁월한 생각이었어, 존. 모든 게 정말 또렷하게 보여. 모든게 정말… 생생하다구.”

그는 벌떡 일어서서 코트를 홱 벗어제끼더니, 서류 가득한 캐비닛 위에 내던져버리고는 진찰용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신경성 활력 넘치는 상태로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서는 다리를 앞뒤로 흔들어대고 있다.

존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마음먹고는, 한참 채워넣고 있던 차트로 시선을 돌렸다. 셜록은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 조용했지만, 방 안은 그가 내는 소리로 가득찼다; 침대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고, 바지에 비어져나온 실을 만지작대거나, 바닥에 발을 직직 끌어대는 등등의 불안한 행동들 말이다. 존은 이를 악물었다.

“너 아랫턱 정말 튼튼하다.” 셜록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군인답네, 궁금하다. 튼튼한 턱을 가진 사람들이 선천적으로 군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걸까, 아니면 군인 생활을 하는 동안 아랫턱이 발달하는 걸까? 이 주제로 연구해볼 수도 있겠는걸, 논문 말야. 네 턱에 대한 전공 논문! 암호에 대한 내 논문 읽어 봤어, 존? 뭐, 네가 이해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렇지만, 넌 날 이해하잖아. 그렇지 않아, 존? 모리아티는 그런게 없으니… 그래서 그가- 당연하지.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된 걸 보면 내가 경솔했던 걸지도 몰라. 약점만 생길 뿐이잖아. 다음 환자는 언제 와, 존? 존?”

존은 얼굴을 찡그렸다. 평소의 일관성이나 재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셜록의 생각하는 과정따위 굳이 따라가려 들지도 않았다. 카페인 중독 증상이로군, 그는 생각했다; 두서없는 생각에 횡설수설 말하는 패턴이라니. 거참.

“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맥박만 좀 재어볼게. 가만 있어봐.” 그는 책상을 주위를 빙 돌아서며 이 친구를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셜록은 그를 마주보지 않은 채,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계속 방 안 구석구석을 휙휙 훑어보고 있었다.

“사무실에 개인적인 소지품은 두지 않는군. 집이나 가족을 떠올릴 만한 건 하나도 없어. 가족은 나도 이해가 가; 당황스럽지, 또, 어쩌면 부끄러운 걸지도. 보통은 알콜 중독인 누나 사진을 의사 사무실(GP surgery) 책상 위에 올려두진 않겠지. 환자는 도와주면서도 정작 가까운 사람은 늘 도와줄 수 없다는 걸 계속 생각나게 할 테니까. 하지만 왜 베이커가와 관련된 건 없는거지? 머그컵 하나도 없는데다, 우리가 맡았던 사건에 대해 끄적여둔 메모들도 없어. 거실에는 온 사방에 널어놓으면서 말야. 왜지?”

잠시 셜록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존은 가볍게 무시하고는, 그의 눈동자에 빛을 비춰보며 검진을 계속했다. 맥박은 빠르지만 불규칙하진 않았다; 살짝 상기된 피부, 확장된 동공. 그렇게 걱정할 만한 건 없었지만, 이놈의 ‘실험’이 계속되는 동안만큼은 이 친구를 잘 지켜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너 말야,” 드디어 존이 말을 꺼냈다. “수분 공급에 신경써. 물 많이 마시고.”

“당연하지.” 셜록은 그를 완전히 무시하며 나직하게 말했다. “새라. 그 여자가 네 다른 생활에 대해서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은 거로군. 그녀가 꽤나 탐탁찮아 하니까. 그 여자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는 거야, 네가 편해지고 싶은 거야? 아니면 여전히 화해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품고 있는 건가?”

그저 한숨만 나오는 존이다.

“어쩌면 그저 회사 생활과 개인 생활을 분리하고 싶은 것 뿐일지도 모르지, 셜록. 다들 그렇잖아.”

“난 안 그래.”

“넌 개인 생활이란 거 자체가 없잖아!”

셜록은 조금 놀란 것처럼 보였다. 대답하려 입을 열었지만 오래 가진 못했다;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 3시 예약이로군, 존은 생각했다. 터너 씨일 테다.

“들어오세요.” 환자들에게 셜록의 존재를 신경쓰지 말아달라고 요구하는 건 무리겠지, 생각하며 존은 대답했다. 정말이지, 누구라도 셜록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 그는 마치 침대 가장자리에 내려앉은 거대한 까마귀처럼 보였으니까.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덩치 좋은 남자가,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헐떡거리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앉으시죠.” 존은 책상 맞은편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남자는 자리에 앉더니 셜록을 흘끔 쳐다본다.

“이쪽은 제 동료입니다.” 존이 잽싸게 말을 받았다. “실은, 음, 그러니까, 컨설턴트거든요. 그는… 진단 전문가에요.” [각주:6]

셜록은 아무 말 없이 남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의 눈이 얼굴에 비해 조금 과할 정도로 커 보이기까지 했다.

“저 사람… 괜찮은가요?” 남자가 물었다. 존은 환자를 안심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진찰을 시작하려 터너 씨의 의료 기록을 화면에 띄웠다. 어쩌면, 저 정신나간 플랫메이트씨가 여기 없는 것처럼 행동하면 모든게 괜찮을지도 모른다.

“간헐적 파행입니다.” 셜록이 의기양양하게 씨익 웃으며 방 전체에 선언하듯 말한다. “걷는게 불편하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터너 씨. 일정한 간격으로 종아리에 경련이 일겠습니다만, 쉬고 나면 나아지죠? 다리 아랫쪽 피부에 변화도 있고? 정맥 쪽 문제겠네요.”

남자는 눈만 깜박이더니, 놀라며 존을 돌아보았다.

“음, 정말 실력 있군요.” 부드러운 남자의 한 마디에 존은 끙, 신음을 흘려냈다. 그의 일마저도 셜록에게 맡기는 게 자신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그는 셜록이 저 남자의 이름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조차도 알 수 없었다; 그가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한데 말이다.

“당신, 바람 피는 중이로군요 - 상대는 같이 일하는 사람이고. 결혼반지 뺀 자리의 피부색이 반지 모양으로 더 옅은 색인 게 눈에 띕니다. 오늘 일하러 갔었다는 이야기인데, 캐주얼한 차림이구요; 하지만 당신의 상당히 큰 체구와 정맥 문제로 볼 때, 직장에서는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죠. 셔츠에 희미한 기름 자욱이 있으니, 운전수라 할 수 있겠습니다. 기름 농도로 보건대 아마도 대형 트럭 운전수겠군요. 고로, 아마도 당신은 다른 트럭 운전수와 바람이 났을 거란 말씀. 비슷했나요?”

남자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는 해명을 요구하듯 입을 열며 셜록과 존을 차례로 노려보았다. 존은 체념하듯 고개를 저으며, 맥없이 말했다.

“당신 증상을 전부 이야기해주시는 게 좋겠네요, 터너 씨. 혹시 모르잖습니까.” 

기나긴 하루가 되겠군.








+)
[1년 연명 기념일] 작가님의 글. 크리스마스 저녁 시리즈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작년에 엄청 좋아하던 글이고, 작가님 허락도 일찍 받아놨는데 이제야 손을 대게 되었;;
( 당연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 You Can Imagine the Christmas Dinner 도 번역할 예정! )

지루하다며 노래하는 셜록도 셜록답지만
레드불 퍼마시고 취해서(?) 백만마디씩 쉴새없이 따발총처럼 뱉어내는 셜록도 너무 셜록다워.
한편으로는 직장에 쳐들어와서 설치는데도 엄마처럼 참을성 있게 버텨주는 엄마 존, 아휴. 귀여워라.  : ]




  1. 지루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혐오하거나, 인공 자극제로 일주일을 버티거나. 참으로 셜록답다. : ] [본문으로]
  2. ‘Red Bull’ - 그 유명하신 에너지드링크 레드불. 서양식 박카스랄까. 다들 아실듯? [본문으로]
  3. ‘pulley cart’ - 도르래차라고도 옮길 수 있겠지만, 이게 더 익숙하니까. [본문으로]
  4. ‘You do little else’ - 역시 남들 보기에도 존은 늘 셜록 걱정뿐♡ [본문으로]
  5. 존… [본문으로]
  6. ‘diagnostician’ - 닥터 하우스 생각하신 분? : ] 하우스의 모델인 홈즈가 하우스 역할을 하게 되는게 재미있다. [본문으로]
Posted by PasserbyNo3 :